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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88화 (8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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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했습니다.

그나마 볼만했던 건 은태명의 분광검법이었다. 종남파가 최근에 세력이 많이 커졌다고 하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은태명의 실력은 백령진인과 엇비슷했다.

그 정도면 무림에서도 상당한 수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전대 고수를 제외하면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력을 다했으면 싸그리 저승 구경을 했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떤 꼴로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게 철각패도의 스타일이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교훈의 되도록.

“이 정도로 끝내는 걸 다행으로 알아라.”

멀리서 관리와 병사들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철각패도는 보따리를 손에 들었다.

“네. 이놈.. 이런 무도한..”

피를 토하면서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은태명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쥐죽은 듯 조용했던 놈인데, 누군가가 오는 소리가 들리니 저런다.

“이 원한은 반드시 갚겠다..”

하아. 십 년쯤 삶아낸 사골 국물 같은 대사. 좀 참신한 대사 없나?

철각패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렇게 정신승리 해라. 나야 어차피 나중에 다른 세상 갈 사람이니까.

철각패도는 피식 한 번 웃고는 공중으로 몸을 뽑아 올렸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관리들과 병사들이 들이닥쳐 집이 어수선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각패도는 재물을 나눠주고는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비슷한 일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의 얼굴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근처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한밤중에 나왔다가 재물을 나눠주는 철각패도를 본 거였다. 그런데 아주 우연히도 복면을 다시 쓰고 있었다.

아주 우연하게도 말이다. 그래서 의적의 정체가 철각패도가 맞는다는 이야기가 낙양 전체를 휩쓸었다. 더불어 분광검 은태명과 종남의 무사들이 당했다는 이야기도.

부상 정도나 당시 비참했던 모습 같은 건 퍼지지 않았다. 철저하게 이야기가 새나가는 걸 막았으니까. 하지만 당했다는 사실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

“하여간 언론플레이는 기가 막히게 한다니까.”

처음에는 철각패도에게 당했다고 알려졌던 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야기가 변했다. 은태명에게 몰려서 도망갔다는 말까지 돌았다.

진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뻔한 거 아니겠나. 사람들을 사서 그런 소문을 낸 거겠지.

“그나저나 누구지?”

오늘 드디어 무림맹에서 사람이 도착한다. 다들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걸 보니 꽤 거물인 것 같았다.

얼마 후, 몇 명의 사람이 야영지로 왔다. 마중 나갔던 무림맹 사람과 함께 왔는데, 다들 쩔쩔매는 걸 보니 고위층 인사가 분명했다.

진혁이 놀란 건 총관당주인 매화일검까지 자세를 낮추었다는 거였다. 당주면 무림맹에서도 고위층이다. 그런 매화일검이 먼저 인사를 하고 몸을 굽혀?

“현허진인이 왔군.”

목세강도 궁금했는지 나와서 보고 있었는데, 아는 사람인 모양이었다.

“현허진인이라면..”

무림맹의 부맹주다. 소림 출신의 맹주인 무각대사와 더불어 무림맹을 끌어가는 자. 무당의 현허진인.

하기야 저 정도 거물이라면 사람들이 꼼짝 못 하는 게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지켜보던 진혁은 연이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혈련주보다도 위다.’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고수였다. 사혈련주보다도 고수로 보였으니 두 명을 제외하고는 최강자.

‘정보가 보이지 않았던 그 전대 고수 둘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한 무인.’

진혁은 철각패도와 겨루어도 좋은 승부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기겠지만 긴장하면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조사단은 움직였다. 트윈헤드 오우거를 현허진인이 직접 보러 움직인 거였다.

“허어.. 인세에 저런 괴수가 나와다니.. 무량수불..”

현허진인도 트윈헤드 오우거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름드리 거목을 이쑤시개 뽑듯 쑥쑥 뽑는 괴물 아닌가.

“그간 고생을 한 것이 이해가 됩니다.”

“저희도 어찌 해보려 했으나 워낙 거대하고 엄청난 괴물이라..”

현허진인과 매화일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트윈헤드 오우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놈이 움직일 때마다 감탄했다. 저런 덩치로 어찌 저리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느냐면서.

“역시나 방법은 한 가지뿐인 것 같습니다.”

“그럼 역시..”

둘은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방법은 예상한 대로였다. 누군가가 유인하고 그 사이에 정상에 올라가 확인한다.

“둘 다 위험한 일입니다.”

매화일검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유인하다가 놈에게 죽을 수도 있다. 워낙 빠르고 강한 놈이라서 예측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만약 유인한 사이에 정상에 오른다고 해도 문제였다. 유인하다 말고 정상에 오른 자들을 뒤쫓으면 올라간 사람들은 전멸이다. 도망칠 데가 없으니까.

“꼭 해야만 하는 일입니까? 저 위에 있는 빛이 무엇인데..”

“크흠.. 아주 중요한 물건입니다.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뒷말은 귓속말로 하는 바람에 들리지 않았다.

“돌아가서 작전을 세워봅시다.”

잠시 후 이야기를 끝낸 둘은 야영지로 돌아갔고, 다음 날 바로 작전이 실행되었다.

“소수 정예로 움직이기로 했다.”

목세강은 현허진인과 자신을 비롯한 몇 명이 놈을 유인하고, 매화일검이 이끄는 본대가 정상에 올라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그럼 우리는 안 가도 되는 겁니까?”

“그렇다. 나만 유인하는 데 참가하고 나머지는 여기에서 대기한다.”

어? 그러면 안 되는데. 진혁은 손을 들고 물었다.

“참여할 수는 없습니까?”

“흐음.. 매화일검은 빼려고 하는 것 같던데, 내가 한 번 이야기는 해보지.”

매화일검 입장에서야 당연한 일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망신은 충분히 당했다. 그런데 만약 정상에 오르면서도 진혁 일행이 활약하면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된다.

그래도 목세강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을 꺼냈고, 아주 당연하게 매화일검은 거절했다. 근본도 없는 자들을 무림맹의 대사에 끼워 넣을 수 없다는 거였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자라고 했습니까?”

그런데 현허진인이 관심을 보였다. 진혁이 괴물을 잘 감지한다는 말에 질문을 던진 거였다.

“예. 사문의 심법이 좀 독특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요? 그것참 놀랍군요.”

현허 진인은 몇 가지를 더 물어보더니 제안을 했다.

“연화봉 정상에도 괴물들이 있는 것 같던데 데리고 가면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무림맹의 일에 그런 자를 굳이..”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현허진인이 권하자 매화일검은 고민하다 받아들였다.

“길잡이 한 명이라면야 상관없을 듯합니다.”

그렇게 진혁은 연화봉 정상으로 가는 본대의 안내를 맡게 되었다. 매화일검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진혁에게 말했다.

“따로 목숨을 챙겨주거나 하기는 어려우니 알아서 행동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미친. 지금 내 목숨을 니가 걱정하는 거냐? 포크레인 앞에서 삽질하고 있네.

“자. 다들 명심해라. 정상에 있는 기물을 발견하면 즉시 나에게 알려야 한다. 함부로 건드리거나 하는 우를 범하면 아니 되느니라.”

“알겠습니다.”

매화일검은 일행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저 앞쪽에는 유인을 하기 위한 고수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주로 놈을 유인할 터이니 옆에서 만약의 일에 대비하도록.”

현허진인의 웅장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공을 실어서 진혁이 있는 곳까지도 아주 잘 들렸다. 일부러 저러는 거다. 긴장을 풀어주고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서 가져올 걸 그랬나?’

트윈헤드 오우거와 싸우는 부담 때문에 기다린 건데 이거 잘못하면 물건을 빼앗길 수도 있게 생겼다.

‘아니지. 내가 가장 선두에서 갈 거니까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거야.’

진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물건을 손에 넣으리라 다짐했다. 그때였다. 짧고 강한 기합 소리와 함께 현허진인이 검강을 날렸다.

“이야아압!!”

쐐액 하는 소리와 함께 검강이 트윈헤드 오우거를 향해 날아갔다. 놈은 갑자기 날아오는 이상한 기운에 놀랐는지 조심스럽게 대처했다.

이미 피하기는 늦은 상태라 뒤로 물러서며 팔을 들어 막았다. 검강의 일부는 땅을 때렸고, 일부는 트윈헤드 오우거의 몸과 팔에 충돌했다.

- 퍼엉!

커다란 북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모두 크게 놀랐다. 엄청난 기세의 검강이었는데, 가죽도 제대로 베지를 못했다.

다들 입을 다물지 못했고, 현허진인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설마하니 이 정도로 효과가 없을 줄은 몰랐던 모양.

- 크아아아아아아아!!!

산 전체가 떠나갈 듯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재미있는 건 머리 하나는 소리를 지르면서도 다른 머리 하나는 주변을 살피고 있다는 거였다.

어지간해서는 놈의 이목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진혁은 몰래 정상에 올라가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후아. 저 정도 검강을 날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을 텐데. 정말 가죽에 기스만 살짝 난 정도인데?’

게다가 놈이 현허진인에게 뛰어오는데 KTX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무지막지한 속도였다. 현허진인은 재빨리 몸을 날려 피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이어졌다. 현허진인은 계속해서 연화봉에서 멀어지려고 했는데, 트윈헤드 오우거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서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 연출되었다.

“저런..”

“어.. 어.. 저거.”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교충의 무서움을 피부로 느껴 그런 거였다.

그나마 목세강이나 그와 비슷한 실력의 고수가 도움을 주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현허진인에게 불행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었다.

“자. 이제 우리 차례다.”

어느 정도 거리가 되었다고 생각하자 매화일검이 전진을 명했다. 일행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움직였다. 혹시라도 교충이 이쪽을 볼까 싶어서 무척 조심조심 이동했다.

단 한 명, 진혁을 제외하고. 진혁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가장 먼저 물건이 있는 곳에 도착하기 위해서였다.

“아니. 저..”

매화일검은 소리를 치려다가 멈추었다. 혹시나 그 소리를 교충이 들었다가는 낭패 아닌가.

“내가 이래서 근본 없는 것들은 넣는 게 아니라고 했건만..”

그는 입술을 깨물며 진혁을 노려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하면서.

다른 무인들도 진혁의 뒤를 따라 속도를 높였다. 그런데 연화봉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그놈들이다. 술법을 쓰는 놈을 조심해라.”

홉 고블린들이었다. 매화일검을 비롯한 무림맹 무인들의 이동 속도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괴물들을 처리하고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 촤아악~

홉 고블린 주술사의 목을 벤 매화일검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괴물의 수가 많지 않아서인지 다들 어렵지 않게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놈은 어디 있는..”

매화일검은 진혁이 저 위쪽에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어쩐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다들 속도를 높인다.”

무인들은 속도를 높여 진혁의 뒤룰 쫓았다. 하지만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진혁이 가장 먼저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게 부서진 화산파의 건물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정상을 향해 움직였고 드디어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 영혼의 돌

영혼과 관련된 신비한 능력이 있는 돌이다.

환한 빛을 내고 있는 커다란 돌이 있었다. 연화봉 정상에서 나는 빛은 이 돌에서 나온 거였다. 그리고 한 가지 물건이 더 있었다.

- 순간이동 팔찌

마나를 소모하여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장소이거나 기억하고 있는 장소여야 한다.

이동 인원과 거리는 시전자의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일단 아이템은 확인했다. 그런데 문제는 무림맹 사람들이 이곳에 거의 다 왔다는 거였다. 바로 아래쪽에서 사람들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이걸 어떻게 하지? 빼돌리는 거야 문제가 없는데, 그래도 좀 자연스럽게 하려면..”

순간적으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진혁은 올라오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검을 뽑았다. 지금까지는 괴물을 피하면서 올라와서 한 번도 뽑을 필요가 없었던 그 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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