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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했습니다.
무림맹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사혈련보다도 못한 곳이라니요.”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 아닙니까.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대책을 세워봅시다.”
무림맹의 수뇌부는 무척 불편한 표정이었다. 최근에 장안에서 벌어진 일이 소문이 나는 바람에 은근히 비난을 받고 있어서였다.
사람들은 부패한 자들의 돈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철각패도를 희대의 의적이라고 칭송했다.
그 소식은 순식간에 중원 전역으로 퍼졌고,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곳에도 그런 의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다 불똥이 튄 것이 무림맹이었다. 사혈련도 이러는데 너희는 해 준 게 뭐냐는 거였다.
“말이 좋아서 의적이지 그냥 도둑놈 아닙니까. 그런 자에게 혹해서는.. 에잉..”
“분명히 더 많은 재물을 챙겼겠지요. 뿌린 거야 얼마 되겠습니까.”
사람들은 철각패도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그러다 누군가가 아무래도 무언가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철각패도의 이름을 사람들이 알게 된 건 최근에 벌어진 비무때문 아닙니까.”
“그게 컸지요. 백령진인과 협개 선배. 그 둘과의 비무가 화제였으니까요.”
그게 좀 이상하다고 했다. 갑자기 그런 비무를 할 이유가 없다는 거였다.
“그러고 보니 좀 그렇군요. 타격을 줄 거였으면 암습을 했을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생사결을 했을 건데..”
“비무를 한 목적은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는 게 분명합니다.”
그것도 무림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 그랬다는 말이 나왔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공감했다. 그것 말고는 딱히 이유가 없어 보였으니까.
“그런데 왜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그래서 얻는 게 뭐가 있다고..”
알 수 없었다. 철각패도야 포인트를 노리고 그런 거였지만, 이들은 그런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까. 대신 알아낸 것도 있었다.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번에는 낙양에서 일을 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군요. 장안과 낙양에서 비무를 했으니..”
“그럼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뭔가 대책을 세우자고 했다. 하지만 철각패도는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무공이 워낙 강했으니까.
사람들은 철각패도의 무공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꺼렸다. 협개가 떡이 되도록 맞았다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
철각패도의 무공을 이야기하자면 무림맹의 원로이자 대선배인 협개의 일도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보다도 우위에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입에 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철각패도의 명성이 높아진다는 게 좀 이상하군요. 나누어준 재물 때문에 오히려 백성들이 곤욕을 치렀을 건데..”
“그게 그렇지 않다고 하더이다. 장안의 태수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더군요.”
재물을 뜯긴 놈들이 가만히 있겠나. 재물을 다시 회수하려고 했다. 그때 손제형이 나선 거다.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가리겠다면서.
처음에는 돈의 주인들이 좋아했다. 그게 자신의 돈인 건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비리가 줄줄이 나오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손제형은 돈은 그대로 백성들이 가지게 하고 비리를 저지른 부패한 자들에게 형벌을 내렸다.
“그러니 알면서도 전전긍긍할 밖에요.”
“허허. 그런 일이 있었구려. 가만. 그럼 낙양도 비슷할 거 아니오.“
“그럴 가능성이 있지요. 애초에 그걸 노리고서 두 곳을 고른 걸 수도 있어요.”
그건 아니었다. 장안이야 가장 가까운 대도시이니 그런 거고, 낙양이 그다음으로 가까운 대도시여서 선택한 거였다.
“참으로 철두철미한 자 아니오. 무공도 그렇게 높은데 심계까지 뛰어나다니.”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런 자가 사혈련에 나타났으니 강호가 어지러워지겠어요.”
“하지만 낙양에는 그가 있지 않습니까.”
누군가 분광검 은태명을 언급했다.
은태명은 철각패도라는 이름에 이를 갈고 있었다. 협개와의 비무가 벌어졌을 때도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갔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은 끝나고 철각패도는 사라진 후였다. 은홍명의 일로 철각패도를 죽여버리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던 은태명 아닌가.
그는 화를 삼키면서 자신의 손에 걸리기만 하면 그날로 끝장을 볼 거라고 공언했다.
“재미있겠군요. 그럼 은태명에게 철각패도가 낙양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서를 보냅시다.”
무림맹에서의 회의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다들 철각패도와 맞붙는 건 꺼리던 참이라 잘 되었다고 하면서.
그리고 다른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자신들의 문파가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이번 일로 자신들의 수입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그 시각, 진혁은 트윈헤드 오우거를 관찰하고 있었다.
“한번 살짝만 붙어 볼까?”
놈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 전력을 다하면 어느 정도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진혁은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야영지는 이곳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
진혁은 특별히 혼자 움직이는 걸 인정받았다. 목세강을 비롯한 남로무사단은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조사단에서는 진혁을 신경도 쓰지 않았고.
그래서 이렇게 혼자서 장시간 따로 있을 수 있었다. 덕분에 철각패도로 몸을 바꾸고서 활동을 하기 수월했다.
“어디 한 번 체크를 해 볼까.”
진혁은 검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지금까지 전력을 다한 적이 거의 없었다. 싸우더라도 대부분은 누군가와 함께였으니까.
그래서 전력을 다하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내는지 테스트도 할 겸해서 마나를 모아보았다.
검에서 환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마나를 모으면 모을수록 그 밝기는 점점 더 강해졌다.
‘소드마스터의 검강이 이것과 비슷한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촤아악~
검이 바위를 스치고 지나가자 바위에 깊은 홈이 생겼다. 단단한 바위가 삶은 무처럼 잘라졌다. 이 정도 위력이면 제아무리 질긴 가죽을 가진 트윈헤드 오우거라도 무사하지는 못할 듯했다.
“차앗!”
진혁은 검강을 날렸다. 환한 빛 덩어리가 정면으로 날아갔다.
- 쿠웅
기운을 적당히 사용했는데도 저 멀리 있는 산에까지 날아가서는 작은 폭음을 냈다. 혹시나 싶어서 야영지 주변을 살폈는데,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아마도 트윈헤드 오우거의 짓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연화봉 정상에서 나는 빛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 저거 검에서 나는 빛하고 상당히 비슷한데?”
진혁은 검에 마나를 다시 불어넣었다. 연화봉과 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역시나 색이나 느낌이 상당히 비슷했다.
“저것도 마나를 내뿜고 있는 건가?”
마나를 내뿜는 거라면 비슷해 보이는 게 이해가 되었다.
“그나저나 며칠 후면 무림맹에서 사람이 도착한다고 했는데..”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진혁은 그 전에 연화봉 정상에 올라가서 저 물건이 어떤 것인지 확인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오늘은 낙양에서 털어야 할 곳이 있었다. 진혁은 정신을 집중했고, 잠깐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나더니 시야가 바뀌었다.
“좋아. 가 볼까?”
철각패도는 품에서 복면을 꺼내 뒤로 묶었다. 손수건 같은 복면이 코 아래쪽을 가려주었다. 뒤집어쓰는 복면이 더 효과적이긴 했지만, 손수건 같은 복면을 사용했다.
“그래야 실수인 척하면서 얼굴 보여주기가 편하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래도 직접 얼굴을 보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막 보여줄 수는 없고.
이번 낙양에서도 얼굴을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보여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보다는 일단 오늘의 목표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어디 보자. 이 근처인데..”
허공을 유유히 날아가던 철각패도는 목적지 부근임을 깨닫고 속도를 조금 줄였다. 날이 어두워 분간이 잘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목표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워낙 화려하고 큰 집이어서 모를 수가 없었다. 사실 낙양에 와서 대상을 선정하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 정말 뭐 같은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중에서 고르는 게 너무 힘들었던 거다.
정말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은 놈들이 수백 명은 되는 것 같았다. 거기에 빌붙어서 개 같은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 적어도 백여 명 이상.
그러니 수만 명 이상이 백성들한테 빨대를 꽂고 피와 땀을 쪽쪽 빼먹고 있는 거다. 철각패도는 우드득 소리를 내면서 주먹을 풀었다.
- 콰앙!
대문이 폭탄을 맞은 것처럼 부서졌다. 사방으로 날아가는 파편들. 철각패도는 대문을 통해 당당하게 들어갔다.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그래서 뭐 어쩔건데?
철각패도는 피식 웃으면서 나오는 족족 때려눕혔다. 하인 같은 놈들은 그냥 적당히 손을 봤고, 고용된 무사 같은 놈들은 몇 달은 고생하도록 만들었다.
“아니. 이것들은 정보 수집 같은 것도 안 하나. 지금 이런 애들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손쉽게 일이 끝나게 되었으니 나쁠 건 없었다. 철각패도는 거침없이 이 집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중간에 덤비는 놈. 주인의 문 앞에서 폼을 잡고 있는 놈. 별별 놈들이 있었지만, 한수 이상 손을 쓴 경우는 없었다.
압도적인 무력. 그 모습을 보고는 다른 자들은 모두 도망갔다. 자신들로서는 어찌해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다들 몸을 피했다.
“하여간 학습 능력이 없어요. 학습 능력이. 오늘은 그냥 빨리 마무리하고 쉬어야겠다.”
주인장은 의외로 순순히 재물이 있는 곳을 말했다. 하기야 말하지 않아 봐야 고통만 심해질 테니 현명한 것일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두지는 않을 거니까 그렇게 좋아하지는 말라고.
재물을 챙기고 주인에게 손을 써서 남은 여생을 평범하지 못하게 살도록 만들고. 여기까지는 다른 때와 똑같았다. 그런데 그 이후가 다른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진혁이 재물을 가지고 나오려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공중에서 떨어졌다.
‘뭐야? 이것들은.’
실력이 제법인 놈들이었다.
비슷한 경우가 있기는 했다. 연락을 받고 재빨리 달려온 경우가. 하지만 그 수준이 달랐다. 이놈들은 무관 같은 데서 온 게 아니었다.
한 명 한 명이 무관의 관장보다 나아 보였다. 그런 놈들이 십여 명. 그리고 척 봐도 고수라고 보이는 자들이 서넛.
“네놈이 철각패도냐?”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검집으로 철각패도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다면 어쩔 테냐?”
“그럼 오늘이 네 제삿날이 되는 거지.”
“생긴건 그렇지 않은데 농담을 무척 잘하는군.”
철각패도는 피식거리면서 말했다. 니놈이 고수이기는 하지만 부하들하고 다 같이 덤벼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한 놈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분광검 은태명이라고 한다. 너를 벨 사람이니 이름 정도는 알아두거라.”
“아.. 그..”
철객패도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생각났다. 종남에서 온 그 잘난 척하던 놈이 청강검 은홍명이라고 했지.
“이상한 얘기 하면서 도망치다가 맞아 뻗은 그놈! 맞아. 그놈하고 비슷하게 생겼네.”
철각패도는 큰소리로 이야기했다. 목소리에 약간 웃음기도 섞여 있었다. 그러자 은태명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이놈! 그게 무슨 헛소리냐!”
“헛소리? 아. 그놈이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철각패도는 그날 일을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은태명은 그러길 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급하게 덤벼든 걸 보면 그런 게 확실했다.
- 촤앗~
은태명의 검은 무척 빨랐다. 분광검이라는 별호가 거저 붙은 건 아니었다. 생각보다 뛰어난 실력에 놀라며 살짝 뒤로 물러섰는데, 은태명은 그 모습에 기가 살았다.
“이놈. 오늘로 네놈은 끝장이다.”
은태명은 손을 들어 올렸고 공격에 부하들도 가세했다. 철각패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깍지를 끼고 손목을 빙글빙글 돌렸다.
“뭐 착각은 자유니까. 보자.. 그래도 종남이면 적당한 개새끼니까 밥은 손으로 먹게 해 줄게.”
철각패도는 손을 내밀어 까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