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3 / 0150 ----------------------------------------------
니들이 괴물을 알아?
교충. 산해경에는 사람같이 생겼으며 머리가 둘이라고 나온다.
‘오우거도 아니고 트윈헤드 오우거라니.’
목세강이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미노타우르스보다도 훨씬 강하다고 할 만했다.
오우거만 하더라도 미노타우르스보다는 강하다.
숲의 제왕. 나무를 뽑아서 무기로 사용할 정도의 괴력. 두껍고 단단한 가죽에 마법 내성까지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오우거를 아이처럼 가지고 노는 것이 트윈헤드 오우거다.
드래곤을 제외하면 당할 몬스터가 없다고 하는 것이 빈말이 아니다. 최강의 살육자라고 불리는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고.
“왜? 혹시 그놈에 대해 뭔가 알고 있나?”
“아니요. 머리가 둘이라는 게 신기해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목세강은 주변을 살피더니 진혁에게 귓속말을 했다.
“사실 이번에 화산에 조사대가 가는 건 거기에 이상한 것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야.”
“이상한 물건이요?”
목세강은 화산의 연화봉에서 이상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러 가는 거라고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 s{f js#f[ bj 물건은 관리자와 연관이 있습니다.
- 연화봉에 가서 물건을 취득하면 관리자에게 연락할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관리자? 진혁은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분명히 이도걸이 이야기했었다. 관리자가 있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고.
‘관리자와 연락을 할 수가 있어?’
그건 상당한 메리트가 있는 일이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정보가 너무 없다는 거였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대충만 알고 진행하고 있는 거다.
대부분의 것을 짐작해서 하고 있고, 모르는 것투성이. 그러니 관리자란 놈이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는데, 찾을 수 있으면 분명히 도움이 될 거다.
“언제 출발하면 됩니까?”
“정말 괜찮겠나?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는데.”
진혁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당연히 도와야죠. 목세강 아저씨 일인데 그럼 제가 모른 척할 줄 알았습니까?”
“자네 정말..”
기대는 하고 왔다. 괴물에 관해서 잘 아는 게 진혁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알유도 잡을 수 없었고, 수많은 괴물을 물리치며 길을 뚫지도 못했을 거다.
하지만 너무나도 위험한 길. 자신이야 사부의 복수를 위해서 당연히 간다고 하지만, 진혁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데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가겠다고 했다.
그래. 하 표사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지. 목세강은 슬며시 웃었다.
“고맙네.”
“뭘요. 그런데 지금 떠나실 건가요?”
목세강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갈 거라고 했다. 원래는 화산으로 바로 갔어야 하는 건데, 이곳에 들리느라 시간이 빠듯하다면서.
진혁은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고는 목세강과 동행했다. 도대체 빛을 내는 물건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 그리고 관리자를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그런데 화산 부근에 도착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아니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진혁은 조사단에 끼워줄 수 없다는 거였다. 조사단의 책임자인 군부의 장수와 무림맹의 대표격인 총관당주가 모두 반대했다.
“조사단이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아는가? 일개 표사를 집어넣다니.”
총관당주인 매화일검 우영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총관당주면 무림맹의 전반적인 대소사를 모두 총괄하는 자리다. 이런 조사단에는 도검당주가 오는 것이 더 적합했다.
하지만 별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영덕은 화산 출신이다. 화산의 연화봉은 화산파가 있던 장소. 그런 이유로 매화일검이 자원해서 이곳으로 온 거였다.
“능력이 있는 자입니다. 이 친구의 능력은 제가 보장을..”
“헛소리 하지 말거라. 네가 무얼 보장한다는 거냐?”
매화일검 우영덕은 원리원칙대로 진행하는 것이니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했다. 군부의 장수도 같은 생각이었고.
목세강은 밖으로 나와서는 크게 한탄했다.
“하아.. 이번 일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건만..”
“아닙니다. 원칙이 그렇다는데 뭐 어쩌겠습니까?”
진혁은 괜찮다고 했지만, 목세강은 무척 흥분했다.
“가장 중요한 건 연화봉에 있는 물건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는 것 아닌가. 그걸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받아들여야지.”
목세강도 그걸 우려해서 추천서까지 받아왔다고 했다. 원보 상단의 서예주와 천문 상단의 진원휘의 추천장을.
서예주의 추천장이야 무시할 수도 있지만, 진원휘의 추천장은 좀 다르다. 4대 상단 중 한 곳의 상단주가 아닌가. 하지만 그런데도 무시당한 거다.
“자네가 큰 표국의 표두 정도만 되었어도 이러지는 않았을 거야. 나 참..”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능력은 보지 못하고 껍데기만 보려 한다면서.
“무당이나 화산같은 구파일방 출신이면 다 능력이 있는 건가? 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쓸모가 있는 거냐고.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어도 능력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는 울분이 풀리지 않는지 계속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하지만 수뇌부가 있는 곳은 조용했다. 말소리는 오히려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그거 말 잘했소이다.”
진혁은 고개를 돌려 누구인가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익히 아는 자였기 때문이었다.
‘혈도 임평백? 저 싸움귀신이 여기는 왜 온 거지?’
“우리도 한 팔 거들러 왔는데 필요 없다고 하더이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누구신지..”
임평백이 가까이 다가오며 인사했다.
“사혈련의 임평백이라 하오.”
“임평백이라고 하면.. 혈도..”
임평백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이다. 강호의 동도들이 혈도라고 부르기도 하오.”
“나는 목세강이라고 하오이다. 이쪽은 현천문의 하진혁이라고 하고.”
진혁도 포권을 하면서 인사를 했다. 그런데 또 옆쪽에서 반가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니. 하 표사 아닌가.”
“왕칠 아저씨?”
“와하하하. 자네라면 올 줄 알았지.”
왕칠을 비롯한 남로무사단의 무인 몇 명이서 진혁에게 다가왔다.
“아니 여기는 어쩐 일로 오신 거죠?”
“서 상단주가 목 대협을 도우라고 보냈지. 그런데 우리도 어차피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끼지를 못하겠더라고.”
왕칠과 무인들은 투덜거렸다. 자신들도 괴물을 상대하는 건 자신이 있는데, 그걸 알아주지 않는다면서.
“그러니까 일반 무사들이기 때문에 받아 줄 수 없다는 건가요?”
“그렇다니까. 말은 원칙이라고 하는데, 그냥 책임지기 싫은 거지.”
가장 큰 이유는 무시였다. 조사단의 면면은 무척 화려했다. 대부분 초절정에 이른 자들로만 구성되었다. 가장 처지는 자가 일류의 끝자락에 오른 자일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괴물을 상대하려면 그 정도 경지는 되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거기에 이르지 못한 진혁과 남로 무사단의 무인들은 전부 퇴짜를 맞은 거다.
사혈련은 무림맹에서 함께할 수 없다며 거부한 거였고. 군부의 장수야 반대하기 어려웠을 거다. 조사단의 대부분이 무림맹 고수들이었으니까.
“저 인원으로만 가게 되면 만약에 뭔가 잘못되어도 상관없다 이거지.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라고.”
왕칠이 투덜거렸는데, 그 말을 다른 남로무사단 무인 한 명이 받았다.
“그런데 우리가 들어갔다가 뭐가 잘못되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이지. 저런 놈들 집어넣어서 문제 생긴 거 아니냐고 분명히 말이 나올 테니까.”
맞는 말이다. 무림맹이나 군부나 마찬가지일 거다. 그런 건수가 있으면 물어뜯으려고 하는 정적들이 다 있을 거다. 그러니 그런 핑곗거리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
다시 말하면 조사단의 임무는 성공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다만 나에게 피해가 생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그런 말이지. 참 한심하지 않나? 저러니 괴물들을 아직 제대로 물리치지 못하는 거라고.”
목세강까지 고개를 저었다. 맞는 말이다. 그런 인간들 천지다. 여기나 예전 세상이나. 내 자리만 안전하면 그만이지 일이 잘되고 말고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자들.
가만. 그렇다면 조사단에 합류할 가능성은 없는데? 우리를 받으면 만약의 경우 책임을 전부 뒤집어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
진혁은 주변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끼리라도 조사를 해 볼까요?”
“우리끼리?”
사람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의견이 나뉘었다. 목세강과 왕칠, 남로무사단 일부는 좋다고 했다.
“하 표사하고라면 나야 무조건이지.”
남로무사단의 일부는 위험하다며 곤란하다는 표정이었다. 임평백과 그가 데려온 네 명의 무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고.
진혁은 목세강의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목 대협은 조사단에 합류해서 할 수 있으니..”
“아니. 자네와 남로무사단과 함께라면 난 그쪽으로 합류하겠네.”
목세강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그편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네.”
“나도 받아준다면 같이 하겠소.”
혈도 임평백이 이야기했다. 그는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었다. 하기야 무림맹에서 얼마나 무시를 했겠나.
게다가 괴물과 한껏 싸우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싸움이라면 밥 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놈이니 그럴 법도 했다.
“하지만 조사단에서 그걸 인정해 줄까요?”
“우리가 모든 책임을 진다고 하면 가능할 걸세.”
목세강이 그건 자신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조사단의 수뇌부가 있는 곳을 들어갔다. 목세강 혼자서.
그는 잠시 후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왔다.
“조사단과는 별개로 움직이고, 무슨 일이 생겨도 조사단과는 무관하다고 했더니 맘대로 하라는군.”
“잘됐네요. 그런데..”
진혁은 사혈련 사람들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남로무사단이야 계속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이니 괜찮았다. 하지만 사혈련 사람들은 같이해도 좋을지 의문이었다.
“그것도 그거지만 참여하지 않을 사람도 있으니 그것부터 정리하자고.”
남로무사단 사람 중에서는 조사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다시 장안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억지로 참여할 건 없는 일이니까.
그러고 나니 목세강과 왕칠, 진혁을 제외하고 네 명의 무인이 더 남았다. 그러자 혈도 임평백이 수하 넷을 데리고 다가왔다.
목세강이 나서서 혈도를 맞이했다.
“사실 좀 꺼려지긴 합니다.”
“압니다. 하지만 우리도 그냥 돌아가기에는 면이 서질 않아서.”
둘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세강은 다시 사람들에게 와서는 이야기를 전했다. 자신의 지휘에 따르기로 했다고.
“그걸 믿을 수가 있습니까.”
왕칠은 받지 말자고 했다. 믿을 수 없는 놈들이라면서.
진혁은 살짝 고민이 되었다. 혈도 임평백의 성격상 잡스러운 수를 쓰고 그러지는 않을 거다. 게다가 무공도 다들 수준급이니 도움은 확실히 될 거다.
일반적인 몬스터를 상대할 때야 목세강이나 임평백 같은 고수가 필요 없다. 하지만 미노타우르스 같은 상위 포식자들을 상대할 때는 절정 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 명보다는 둘이 더 좋겠지. 내가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니까.’
진혁은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목세강이 의견을 물어왔을 때, 조건을 하나 걸고는 찬성했다.
“목 대협의 지시에 무조건 따른다고 하면 받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괴물이 있는 곳에서는 허튼짓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괴물이 있는 곳에서는 무조건 사람들끼리 뭉쳐야 한다. 안 그랬다가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에이. 그래. 어차피 비슷한 대접 받은 사람들인데, 어디 한번 뭉쳐 보자고.”
그렇게 또 다른 조사단이 만들어졌다. 군부와 무림맹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조사단에 비해서는 무척 초라했다. 인원수도 삼분지 일 정도 밖에는 안 되었고, 이름값으로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세를 절대로 조사단보다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도 잡지 못한 미노타우르스도 잡은 경험이 있는 남로무사단이다. 험난한 사지에서 서로를 믿고 싸워온 동지들.
그들의 오히려 적당히 흥분하며 앞으로 맞이할 상황을 준비했다. 조사단의 고수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상관없었다.
“저들이 괴물을 알겠어? 살아남는 건 우리라고.”
왕칠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쥐었다. 그들의 모습에서는 두려움이나 망설임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 모습을 임평백와 사혈련 무사들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