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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82화 (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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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잡으러 갑니다.

두궐륭 대장군은 풍채가 좋은 거한이었다. 딱 봐도 장군이구나 싶은 인물. 다혈질이나 화끈한 스타일은 아니었고, 근엄하고 무게 잡는 스타일이었다.

저런 놈들이 뒤로 딴짓을 더 많이 하지. 겉으로는 에헴 하면서 도포 자락 휘날리면 기방 다니는 선비 같은 스타일?

“다시 토벌을 해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굵직하고 웅웅거리는 중저음 목소리. 목욕탕에서 성악가가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토벌을 다시 한다는 게 아니라 고려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겁니다. 대장군.”

사혈련주는 조심스럽게 대장군의 위세를 더욱 드높일 방책이 있다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 사혈련주는 너무 비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으스대는 것 같지도 않았다. 적당한 수준을 잘 유지했다.

“그러니까 무림맹까지 포함된 토벌 계획을 세운다?”

“그렇습니다. 대장군. 그렇게 된다면 누가 공을 세우든 대장군의 업적이 될 것입니다.”

사혈련주는 군이 중심이 되는 토벌에 무림맹과 사혈련과 같은 세력이 자원해서 참가하는 모양새를 이야기했다. 두궐륭 대장군은 크게 흥미를 느끼는지 몸을 조금 앞으로 굽혔다.

“그런데 그들이 자원해서 나서겠나?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말이야.”

“그들 또한 황제 폐하의 백성 아니겠습니까. 요즘 같이 어수선하고 어려운 때에 당연히 나서야지요.”

누리는 것이 많은 자들이니 이런 때에 나서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사실 이건 철각패도가 약간 조언을 준 거였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개념. 명분으로도 아주 좋았고, 그렇게 해야 무림맹의 힘도 좀 빼 놓을 수 있고. 일거양득이다.

사혈련은 검을 바치고 토벌에 자원해서 참가하기로 했다. 대장군은 크게 만족하며 웃었다.

“다만 검은 만들기가 워낙 어렵고 사주에서부터 가져와야 해서 그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 점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어허. 이 사람이. 황제 폐하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데 그 정도야 대수겠나. 수는 크게 상관없네. 성의가 문제이지. 허허허.”

이야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대장군은 실적을 올릴 수 있으니 좋았고, 사혈련은 무림맹을 견제할 수 있으니 좋았다.

그러면서 무림맹 토벌도 이루어지니 내가 원하는 것도 생각대로 이루어질 테고.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협상이었다. 당사자가 아닌 무림맹은 좀 싫어하겠지만.

“그러면 내가 황명을 받아서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지. 다시 연락을 주겠네.”

“감사합니다. 대장군.”

대장군 두궐륭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채 밖으로 나갔고 곧 부관이 들어왔다. 부관이 왜 들어왔느냐.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의 마무리는 항상 비슷하다. 돈을 건네는 일이다. 사혈련주는 어마어마한 거액을 부관에게 건넸다. 현물이 아닌 사해 전장의 전표로.

“사해 전장이 사혈련 소속이었다니 놀랍군.”

알고 있었지만 놀라는 척해주었다. 사혈련주와 수뇌부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르는 일이니 아는 척하면 안 되는 일이다.

“그 정도 돈을 굴리려면 어지간한 뒷배가 없고서는 불가능하지.”

사혈련주는 말은 안 하지만 무림맹은 짐작하고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관이나 지방 호족들과 밀접하게 엮여 있어서 함부로 건드리지는 않는 거란다.

초기에 유력자들과 손을 잡느라고 고생했지만, 지금은 워낙 자리를 확고하게 잡은 후라 어떻게 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 만금 전장은?”

중원에서 가장 이름있는 잔장이라고 하면 사해 전장과 만금 전장이다.

“만금 전장은 마교의 돈줄이지.”

가관이었다. 조폭들이 운영하는 저축은행을 보는 느낌이랄까. 하기야 돈과 무력, 권력. 이런 것들이 얽히지 않은 곳이 있을까? 어디나 다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거다.

어느 시대, 어느 장소든 간에.

“그건 그렇고 무림맹에 당한 게 있으니 그대로 있을 수는 없는데..”

“그건 걱정하지 마라. 나도 생각이 있으니까.”

사혈련 지부가 몇 개 깨진 만큼 복수를 해야겠다는데, 철각패도는 회의적이었다. 그런 식의 소모전을 하면 사혈련만 피곤하다.

애초에 인원수나 자금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자존심 세우는 건 도움이 안 된다.

‘사혈련이 계속 그 모양 그 꼴인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반대한다거나 하면 귀찮아진다. 그래서 그냥 따로 움직이면서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사혈련주는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일단 두궐륭 대장군과의 관계가 돈독해진 것은 큰 수확이다. 무림맹도 여러 대신과 선이 닿아 있지만, 두궐륭 대장군만한 카드는 없으니까.

두궐륭과 맞서려면 내시총관인 채공공 밖에 없다. 문득 무림맹이 채공공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공공은 어떤 자이지?”

“그거 안 달린 것만 빼고는 다 가진 자라고 하면 될 거요.”

엄청난 재산도 축적했고, 황제의 총애도 듬뿍 받고 있다고 했다.

“태후와 황제의 총애를 받으니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자요. 그런데 주변에서 청탁 같은 걸 받는 일을 무척 꺼린다고 하던데..”

괴물의 습격을 받아 태후와 황제의 목숨이 위험할 때 채공공이 살렸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승승장구하고 지금의 권세를 얻었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총애를 받을 만도 하군. 그런데 그 정도면 청탁이 줄을 이을 텐데..”

“본인이 직접 받지는 않는다고 하니 영악한 자 아니요.”

황제를 등에 업고 재물도 많은 자. 그런 사람에게 선을 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당분간 이곳에 있으면서 종종 연락을 하지.”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으니 일단 철각패도의 몸은 장안에 둘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제 한 달이 거의 되었으니 진혁의 일도 슬슬 진행해야 한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지내자고. 나는 사혈련의 권력에는 큰 관심이 없어.”

“좋소.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라면 나도 거절할 이유가 없지.”

***

“크하하하. 대사형. 어째 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거구의 넷째, 유호군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진혁을 맞았다. 온미령도 진혁이 왔다는 말을 듣고는 밖으로 나왔다.

“면벽수련을 한 게 아니라 어디 유람이라도 한 거예요?”

“이런. 이 녀석아. 그럴 리가 있나. 다만 이번에는 큰 성취는 없었구나.”

진혁은 온미령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런데 그 말에 가장 기뻐한 건 둘째 호승렴이었다. 호승렴은 한 달 사이에 무슨 짓을 한 건지 엄청난 성장을 한 상태였다.

‘내공이 35년? 이놈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공이 30년이 넘어가면 정말 잘 오르지 않는다. 분명히 헤어지기 보았을 때가 딱 30년이었다. 그런데 35년이라니.

다른 사제들은 31년이나 32년 정도였다. 그렇다면 혼자서 무슨 짓을 했다는 건데.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 방법은 없었다. 주술사를 잡는 게 그나마 짭짤한데, 절대로 잡지 못하게 했다.

“내가 없을 때 술법을 쓰는 괴물을 건드린 건 아니겠지?”

“그런 놈은 보지도 못했수. 그나저나 멀끔한 게 편히 지낸 모양이우?”

호승렴은 툴툴대며 말했다. 여전히 진혁을 넘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

“어머. 오셨네요?”

“아니. 낭자가 여기에는 어쩐 일입니까?”

당소혜의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진혁에게 다가왔다.

“사천으로 돌아갈까 했는데, 토벌이 원래대로 진행된다는 말이 있어서 남았죠.”

“그렇다면 식약당주님과 있거나 당문 사람들과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이오.”

당소혜는 사정을 설명했다.

식약당주인 당추엽은 무림맹으로 돌아갔고, 당문 사람들은 모종의 일이 있어서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제가 어디 갈 데가 있어야죠. 그래서 미령이에게 당분간만 신세를 지기로 했죠.”

“그렇구려.”

웃기는 개소리. 그런 상황이라면 제갈 세가에 있으면 된다. 친하기로만 따진다면야 제갈벽린과 훨씬 친하니까. 같은 세가 연합이고.

그런데도 여기 있다는 건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뜻. 진혁은 당소혜가 현천문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것이 호승렴이나 몇몇 인물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현천문의 내공이나 무공에 관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그렇군요. 그럼 계시는 동안에는 편히 지내다가..”

진혁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무슨 일이죠? 하 공자님.”

“아. 아닙니다. 잠깐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요.”

진혁은 실례했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온위립의 방으로 향했다.

“돌아왔구나. 그래. 얻은 게 있었느냐.”

“이번에는 시간만 흘려보낸 것 같습니다.”

진혁의 말에 온위립은 미소를 지었다.

“항상 뭔가를 얻을 수야 있느냐.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 때가 있느니라.”

온위립은 휴식을 잘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진혁도 아는 말이었다. 원덕강이 항상 온위립에게 강조했던 말이었으니까.

‘휴식이라고 하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고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지.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제대로 쉬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온위립은 똑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말하면서 살짝 표정이 흐려졌다. 예전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 거겠지.

그 뒤로도 이야기를 좀 나누었지만,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가서 쉬려무나.”

진혁은 자신의 방으로 가서는 아까 느꼈던 그 이상한 느낌에 관해 생각했다. 어디선가 분명히 느꼈던 감각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아. 그때하고 비슷해..”

괴물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였을 때. 그 당시의 느낌과 비슷했다. 진혁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살짝 우려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어? 이건..”

어제보다 조금 더 강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괴물들이 난동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허어.. 이거 큰일이야. 정말 세상이 망하려고 그러는 건지..”

“그러게나 말일세.. 설마 여기까지 괴물들이 오는 건 아니겠지?”

사람들은 모두 괴물 이야기를 하면서 불안해했다. 그리고 조금 더 자세한 소식이 며칠 뒤 전해졌다.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괴물들도 나타났고, 교충과 같은 무시무시한 괴물의 수가 더 늘었다는구나.”

진혁은 유체상태에서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상한 곳에서 괴물들이 꾸역꾸역 나오는 모습. 마나 지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일어난 후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포탈이 작동하는 것 같은 느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진혁은 그런 포탈이 세상 여러 곳에 퍼져 있고, 거기를 통해서 몬스터들이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곳을 다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그랬다. 똑같은 시기에 괴물들이 난리를 치는 것도 그랬다. 거기다가 가상의 원을 그릴 때 안으로 들어갈수록 강한 몬스터가 있는 것도 마찬가지.

“그래서 두 달 뒤에 하기로 되어 있던 토벌이 중지되었다는구나.”

이런 젠장. 그렇게 기회를 만들려고 수를 썼는데 무슨 일이 이렇게 꼬여?

“이럴수록 더 토벌에 나서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지금은 너무 위험해서 일단 경과를 지켜본 연후에 결정하겠다는 것 같더구나.”

올바른 판단이었다. 하지만 현천문이 실력 발휘를 하는 걸 원했는데, 당분간은 어렵게 생겼다.

그래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조사를 나갔던 무사나 병사들이 떼죽음을 당한 거였다.

그래서 토벌에 나설 듯한 자세를 취했던 문파들이 전부 소극적이 되었다. 무림인끼리의 다툼이라면야 어떻게 될지 가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괴물을 상대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제아무리 고수들이 나선다 하더라도 몰살할 수도 있다. 그러니 문파들이 전부 몸을 사리는 거였다. 사정은 군도 마찬가지였다.

몇 차례 시도를 했지만 대부분 몰살당했다. 생각지도 못한 강력한 괴물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심은 더욱 흉흉해졌다.

그때였다. 목세강이 진혁을 찾아온 것이.

“가장 피해가 심한 곳이 화산 부근이라고 하더군. 그런데 이번에 특별히 조사단이 꾸려진다는 거야.”

“조사단이요?”

“그래. 무림과 군에서 고수들만 모아서 화산 부근을 조사한다더군.”

목세강은 진혁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머뭇거리기를 반복했다. 조사단에 함께할 수 없느냐는 말일 거다. 진혁이 먼저 이야기했다. 자신도 거기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가능은 할 건데 워낙 위험해서.. 나는 사부님의 복수 때문에라도 가야 하지만..”

진혁은 한몸 지키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며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아. 그런데 그 괴물은 어떤 놈이에요?”

“교충이라는 놈인데..”

교충이 어떤 놈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목세강은 치를 떨었다. 생각만 해도 오한이 드는 듯했다. 얼마나 공포스러운 놈이면 목세강 같은 사람이 저럴까 싶었다.

“무서운 놈이지. 강기가 전혀 듣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그 어마어마한 크기. 거기다가.. 머리가 둘이었어.”

“머리가 둘이요?”

머리가 둘이면 트윈 헤드 오우거? 그놈이라면 정말 최종보스급이잖아?

============================ 작품 후기 ============================

최근에 정말 감탄하면서 본 작품이 있어서 소개해드리려구요.

제목은 '링크 더 오크'

아는 작가분이 썼는데, 보면서 감탄했네요. 작가가 오크 빙의해서 쓴 것 같아요.

최근에 본 작품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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