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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81화 (8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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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잡으러 갑니다.

사혈련주의 얼굴에 의문이 가득했다. 왜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왜?..”

하지만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철각패도가 냅다 주먹을 내질렀으니까.

“이런..”

사혈련주가 확실히 고수는 고수였다. 어찌 보면 느닷없는 공격이었을 텐데 아주 자연스럽게 회피했다. 몸이 공중으로 살짝 뜬 것 같더니 뒤로 둥실 밀려나면서 주먹을 피했다.

공격과 회피가 너무나도 빨라 사혈련주가 주먹을 피했을 때는 ‘이런’이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뭔가?”

사혈련주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갑자기 자신을 공격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철각패도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야기했을 텐데.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사혈련주는 대충 눈치챈 것 같았다. 역시 머리 좋은 놈들은 다르다니까. 말 많이 하지 않아도 되니까 참 편해.

“오해가 있었군. 그래.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사혈련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공을 끌어올렸다. 주변에 아지랑이 같은 게 보이는 게 보였다. 철각패도는 그걸 보고 련주가 자신 못지 않은 경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철각패도 역시 내공을 모았다. 방안은 둘의 기운으로 인해 서서히 달아올랐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엄청난 긴장감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타핫!”

- 치이잇!

이번에는 사혈련주가 손으로 내리쳤고, 철각패도가 손바닥으로 공격을 막았다. 서로의 기운이 맞부딪치자 기묘한 소리가 났다.

“흐읍!!”

“어딜..”

사혈련주가 내공을 더 끌어올리면서 밀어붙였고, 철각패도 또한 기운을 모아서 맞섰다. 사혈련주의 손과 철각패도의 손바닥. 그 둘은 실제로는 맞닿아 있지 않았다.

- 치이이잇!

둘 다 내공으로 손을 감싸고 있어서 실제로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닿은 부위에 힘을 가하자 살짝 빛 같은 것이 나타났고, 고기 굽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둘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는데, 서로 상대방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상대가 이 정도 경지인 줄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둘 다 상대가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자신보다는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붙어 보니 만만치 았았다.

‘자신 있게 부른 이유가 있었구만. 강기를 압축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니..’

강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다 같은 수준이 아니다. 높은 경지일수록 강기를 압축한다.

고수일수록 검강이 선명하고 색이 짙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압축 때문이다. 압축한 강기는 더 단단하고 강하며, 내공의 소모가 적다.

그런데 사혈련주는 압축하는 정도가 상당했다. 철각패도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 승부가 어렵다는 건 아니다.

‘놀랍긴 하지만. 거기까지.’

철각패도는 몸을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쉽게 끝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러니 전력을 다해서 단숨에 제압해야 한다. 그는 천천히 춤을 추듯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혈련주는 처음에는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싸우다 말고 상대가 갑자기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으니까. 춤을 추는 건지 태극권을 하는 건지.

하지만 바로 안색이 변했다. 철각패도의 움직임에서 전해지는 압박감이 상상 이상이었다. 불현듯 느껴지는 불안감. 하지만 그는 애써 무시했다.

본능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질리 없다고 사혈련주는 생각했다. 그래서 힘을 다 끌어모아 공세를 펼쳤다.

- 츠으으읏

종이를 찢는 듯한 소리를 내며 강기가 날아갔다. 하지만 철각패도는 너무나도 편하게 날아오는 강기를 도로 밀어냈다. 그와 동시에 빙글 돌면서 상대의 옆구리와 머리를 때렸다.

사혈련주가 방어했지만,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목과 명치를 노리고 손날과 주먹이 날아왔고, 어깨와 옆구리를 주먹과 팔꿈치로 가격했다.

방안에는 턱 턱 하는 소리만 울렸다. 곡식이 들어있는 가죽 주머니를 치는 것 같은 소리. 하지만 두 사람의 피부는 지금까지 닿은 적이 없었다. 모두 강기가 충돌하면서 내는 소리.

‘젠장..’

사혈련주는 식은땀이 흘렀다.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지만, 치명적인 살수가 오가고 있었다. 조금만 삐끗하면 바로 저세상으로 가게 된다.

문제는 자신의 공격은 너무나도 쉽게 막히는데, 철각패도의 공격은 간신히 막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수비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는데, 파괴력은 무시무시했다. 강기로 막고 있는데도 충격파에 뼈가 울릴 정도였다.

‘분명히 강기는 엇비슷한 것 같은데..’

강기의 색이나 느낌으로 보아 내공이나 경지는 엇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상대가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

당장에라도 철각패도의 손날이 자신의 갈비뼈를 부수고 들어와서 펄떡거리는 심장을 움켜쥘 것 같았다. 아니면 목뼈를 으스러뜨리거나.

그런데 갑자기 철각패도가 뒤로 물러서면 공격을 멈추었다.

“후아.. 후아..”

사혈련주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내몰렸다는 증거. 반면에 철각패도는 호흡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쯤 되면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바라는 게 뭐요?”

“뭐요? 말을 좀 더 공손하게 했으면 하는데..”

“후후. 내가 그래도 사혈련주요. 그렇게 모욕을 당할 바에는 죽는 편이 낫지.”

철각패도는 씨익 웃었다. 아무렴. 사혈련주 정도 되는 인물이 바로 꼬랑지를 말고 벌벌 기면 재미가 없지.

‘제대로 밟아 놓을까? 아니면 체면 정도는 살려줄까?’

철각패도는 체면은 살려주기로 했다. 애를 너무 기죽이면 밖에 나가서 일을 잘 못 한다.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 이 정도에서 우쭈쭈 해주는 게 좋았다.

“좋아. 말이야 중요한 게 아니지.”

철각패도는 의자에 가서 털썩 앉았다.

“일단 앉지. 이제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좋소. 그럽시다.”

말투가 살짝 바뀌었다. 아까는 같은 말이라도 아랫사람 대하는 듯한 말투였다면, 지금은 반쯤 높이는 듯한 느낌? 이 정도면 딱 좋은 거다.

“무림맹은 왜 자극을 한 거지? 굳이 이 시점에서 그럴 이유가 있었나?”

돌릴 것 없이 곧바로 찔러 들어갔다. 사혈련주는 묘한 시선으로 철각패도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소.”

철각패도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무림맹에서 사혈련 지부들을 공격했으니까. 이미 여러 곳이 궤멸 되었지.”

“그런 일이 있었나?”

철각패도는 그렇게 말을 하다가 자신을 노려보는 사혈련주의 시선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 시선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그러니까 사주에서 성흥 상단이 당했으니 거기에 대한 보복을 한 거다?”

“그렇소. 성흥 상단은 소림의 가장 큰 후원자. 그런 곳이 당했으니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사혈련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 그동안 큰 마찰 없이 지냈는데, 갑자기 무림맹의 공격을 받은 거였다.

사혈련주는 화들짝 놀라서 사태를 알아보았고, 원인이 성흥 상단이라는 걸 알았다.

원흉은 철각패도지만, 그렇다고 사주까지 가서 일을 도모하기는 어려우니 중원에 있는 사혈련 지부들을 박살 낸 거였다.

그런 생각을 하지 조금 미안한 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철각패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패도를 추구하는 악당 아닌가. 철각패도는 피식 웃었다.

“그거야 니들이 허약해서 그런 거고. 아예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하게 밟아줬으면 문제없는 거 아닌가.”

철각패도의 말에 사혈련주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들은 것보다 훨씬 미친놈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건 그렇고 황실은 어떻게 움직인 건가?”

“사활이 걸린 문제인데 가릴 것이 있나. 무림맹을 제어할 수단은 강호에는 없지. 있다고 한다면 그건..”

황실밖에는 없다. 무림맹이라도 황실의 명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무림맹도 황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을 했는지가 궁금했다.

“군부와 무림맹은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지.”

사혈련주는 철각패도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현재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건 두 사람이라고 했다. 대장군인 두궐륭. 그리고 내시총관이 채공공.

어린 황제 대신 막후에서 국정을 주무르는 두 사람. 그런데 채공공이 군이 괴물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을 가지고 계속 공격하고 있다는 거였다.

“곤란한 문제긴 하겠군. 사실은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괴물을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하지만 괴물이 날뛰는 만큼 군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지.”

묘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사혈련주가 접근했단다. 두궐륭에게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서.

“비법?”

“괴물에게 잘 먹히는 검이 있다고 들었다.”

있지. 있긴 있는데, 그건 내 건데?

“당장 죽게 생겼는데 일단은 어떻게든 수를 내야 할 거 아닌가.”

사혈련주는 철각패도가 그런 검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걸 미끼로 협상을 했단다.

이거 봐라? 자기 것도 아니면서 맘대로 협상을 해? 이거 완전히 웃기는 짜장이네?

“두궐륭은 혹하더군. 나중에 부른 건 그래서 연락한 거다. 그 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혹하긴 했을 것 같았다. 밀리고 있는 대장군 입장에서야 그 검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나. 그 검으로 무장시켜서 성과를 내면 권력이 훨씬 강해질 테니까.

무림맹의 일도 비슷하다. 군이 하지 못하고 있는데, 무림맹에 나서서 괴물을 토벌하고 그러면 분위기 싸해진다. 군대는 뭐하느냐는 말이 나올 거고 정적들은 그걸 가지고 물어 뜯을 거 아닌가.

“그래서 그 검을 좀 달라?”

“그렇다. 사혈련이 온전해야 당신도 힘을 쓸 것 아닌가.”

일단 무림맹이 설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흥 상단이 한 짓을 보면 그런 꼴을 백번 정도 더 당해도 쌌다.

중소기업이 뭔가 좀 해보려는데 그걸 달라붙어서 방해했다. 나중에 돈이 될 것 같으니까 싹 죽이고 빼앗으려고 했고.

웃기는 건 그런 쓰레기들일수록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크다. 그래서 당하고는 못산다며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좋아. 무기 제공해주지.”

그런 일이라면 사혈련에 힘을 좀 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잠깐. 하지만.”

철각패도는 사혈련주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많이 생산할 수도 없고, 물건을 사주에서 가져와야 한다.”

“그건 괜찮소. 시간은 좀 걸려도 큰 상관은 없으니까.”

철각패도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련주를 보았다. 한참을 쳐다보다 말을 툭 던졌다.

“사혈련은 너 가져라. 대신 내가 원하는 건 알려 줄 테니 그대로 하고.”

사혈련주가 흠칫했다. 자신을 앞에 내세우지만, 실권은 철각패도가 갖겠다는 소리 아닌가. 하지만 그걸 거절할 수 없었다.

“자잘한 거야 들어줄 수 있지만, 무림맹이나 황실과 연관된 문제는 좀..”

머리 굴리는 게 딱 보였다. 거절하고는 싶은데 그러기는 어렵고. 그래서 핑계를 대는 거다.

“걱정 마라. 사혈련에 해가 되거나 할 수 없는 걸 시키지는 않을 테니.”

“흐음.. 그렇다면야..”

일단 얘기는 이렇게 해 놓고. 나중에 그런 경우가 생기면 시키면 되지 뭐. 악당이 괜히 악당이야? 이런 거 말도 바꾸고 약속도 어기고 그러니까 악당이지.

말 안 들으면? 그럼 냅다 패면 돼지 뭐.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철각패도는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을 알려주었다.

“무림맹이 토벌하는 거. 그거 다시 하도록 만들어.”

“아니.. 그걸 왜?”

“내가 필요하니까.”

간단한 대답. 사혈련주는 무척 난감해 했는데, 철각패도는 상관하지 않았다.

“방법이야 찾아보고. 아. 대신 무기는 공급을 해 주지. 대신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거야.”

“이거 이미 하지 못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곤란..”

철각패도는 씨익 웃었다.

“무기 건네주지 못하면 곤란하지 않아? 그러면 무림맹과 군부의 동시 공격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철각패도가 무기를 주지 않으면 두궐륭 대장군도 사혈련을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다. 어떤 상상을 하는지 사혈련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방법을 찾아보겠다. 흐음..”

“빨리 마무리하지. 며칠 내로 끝내. 그리고 두궐륭인가? 그 사람 만날 때 나도 같이 간다.”

이런 놈은 쉽게 믿을 수 없다. 그러니 협상할 때 같이 가서 뭐라고 하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사혈련주의 표정이 썩은 돼지 간 색깔하고 비슷해졌다.

뭐. 내가 알 바 아니지. 무림맹 토벌만 재개되면 그만이니까. 그래야 현천문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거든.

철각패도는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밖으로 나갔다.

“그럼 수고하라고.”

사혈련주는 철각패도를 노려보았다. 야근시키고 먼저 퇴근하는 상사를 보는 그런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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