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하는 표사-77화 (77/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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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야 하느니라.

진혁의 행동이 약간 이상하긴 했지만, 온위립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치료가 급하니 빨리 약초를 넘기라는 걸로 생각했다. 평소 진혁의 행동을 생각하면 능히 그럴 수 있는 일.

“알겠다. 그래. 지금은 치료가 급하지.”

온위립은 태열쇄양을 가지고 제갈 세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온 문주. 이거 죄송하게 되었소이다.”

제갈중택은 무거운 표정으로 양해를 구했다. 영약이 생각했던 것이 미치지 못해서 오늘 치료를 못 하게 되었다면서.

“아닙니다. 그것보다 이걸 좀 보시지요. 대제자인 진혁이 구한 약초입니다.”

“약초요?”

약초라는 말을 듣자 괴의와 당추엽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약초? 무슨 약초인 게냐?”

괴의의 눈아 갑자기 커졌다.

“오오.. 이건 태열쇄양이 아니냐.”

괴의 진부는 조심스럽게 태열쇄양을 받아들었다. 당추엽도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정신없이 약초를 살폈다. 그 모습에 무슨 일인가 하고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제갈중택은 두 사람의 반응에 기대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거면 치료가 가능하겠습니까?”

“그럼 가능하다마다. 이 녀석이면 치료를 하고도 넘치지.”

괴의와 당추엽은 이 정도 되는 태열쇄양은 처음 보았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둘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는데, 진혁은 그 모습을 보고 떠오르는 게 있었다.

‘핫산. 그 인간이 그렇게 아까워하던 이유가 있었구만?’

핫산은 물건을 넘겨주는 대신 철각패도에게 도움을 한번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내걸었다. 철각패도의 위치나 실력을 생각하면 너무 과한 조건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핫산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면서 거듭 강조했다. 이 태열쇄양은 보통 물건이 아니라고. 얼마나 아까웠는지, 마지막까지 약초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왕한테 주려고 한 게 아니라 자기가 먹으려고 했던 거 아냐?’

그런 생각을 하니 괴의와 당추엽이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게 좀 이상하기는 했다. 둘 다 나이가 지긋하고 머리가 허옇게 된 사람들 아닌가.

내공이 높으면 노화가 늦춰지기는 하지만 아예 멈추는 건 아니다. 반로환동을 하기 전에는 노화를 극복할 수 없다.

무림 고수도 나이를 먹으면 몸의 기능이 약해진다. 주름살도 늘어가고 흰머리도 나고. 당연히 남성도 약해진다.

‘그러고 보니 관심을 보이는 게 전부 중년이 넘은 남자들이잖아? 이 아저씨들이 정말.’

진혁은 가까이 가서는 슬쩍 말을 걸었다.

“그러면 치료는 언제 시작하실 생각이십니까. 한시라도 빨리 제갈 소저를 고치는 것이..”

“어허허험.. 그렇지..”

괴의는 헛기침을 하고는 태열쇄양을 다시 종이에 쌌다.

“바로 시작하지. 온 문주와 자네는 안에 들어가 있게. 나와 추엽이가 준비를 해서 들어갈 터이니.”

“알겠습니다.”

진혁은 대답을 하고는 온위립과 함께 환자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도중 사제들을 보았는데, 갑자기 온미령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가만. 미령이가 키가 커서 그렇지 지금 보니까 닮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진혁은 지금까지 부녀 사이로 알고 있었던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치료를 시작해야 하서 그 문제는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치료는 순조로웠다.

“기운을 잠시 묶어두게.”

“기운이 거궐혈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으면 됩니다.”

태열쇄양의 약 기운에 침술과 내공이 제갈벽린을 괴롭히던 차가운 기운을 잡아가고 있었다. 그걸 방해하는 마나는 온위립에 의해서 꽁꽁 묶여 있었고.

차가운 기운이 힘을 잃어감에 따라서 마나 또한 점차 약해지고 있었다. 조금 힘이 달린다 싶을 때는 진혁이 옆에서 몰래 도왔고.

“거의 다 되었어.”

괴의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제갈중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보기에도 딸의 안색이 훨씬 좋아졌으니까.

파리했던 기운은 거의 사라지고 홍조가 돌고 있었다. 약초의 기운과 다 명의의 의술. 거기다가 온위립의 특이한 내공과 추궁과혈이 조합된 덕이다.

온위립은 명성대로 대단했다. 여체에 손을 댔는데, 일말의 사심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제갈중택은 역시나 고매한 인격자라며 감탄했다.

“추엽이. 자네가 마무리하게.”

“알겠네. 자. 내가 신호를 하면 기운을 모두 중완혈로 밀어붙이게.”

당추엽은 신호를 보냈고, 사람들이 일제히 기운을 움직였다. 원래 제갈벽린의 몸에 있어서는 안 될 기운이 모두 중완혈로 모였다.

“지금!”

당추엽의 침이 제갈벽린의 중완혈을 찔렀다. 그러자 침이 파랗게 변하면서 얼어붙었다. 남은 한기를 침을 통해 빨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침만이 아니라 당추엽의 오른손도 약간 푸르스름하게 변했다. 그러기를 반 각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다들 호흡을 멈춘 채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이 가장 위험한 순간.

“푸후후~”

당추엽이 크게 호흡을 하면서 침을 뽑았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손을 뗐고. 이제 끝이었다. 제갈벽린은 발그레한 얼굴로 잠이 들어 있었다.

“다들 수고했으이. 이제 다 끝났어.”

당추엽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이제는 환자가 쉬도록 놔두기만 하면 된다.

다들 물건을 챙기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 모두 만면에 뿌듯한 감정이 올라와 있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들. 감사하오. 온 문주.”

제갈중탁이 치료를 한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클클. 의원이 사람 치료하는 게 어디 인사받을 일이더냐. 됐다.”

괴의는 자신은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다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당추엽도 자신은 조금 거든 것뿐이라고 말했다.

“내가 뭐 한 게 있어야지. 그리고 조카 녀석 그리 만든 것도 내 불찰인데 이 정도 힘을 쓴 거야 당연하지. 그보다는 온 문주가 수고했어.”

“아닙니다. 저도 당연한 일을..”

제갈중탁이 온 문주의 손을 꼭 잡았다.

“정말 고맙소이다. 영약도 그렇고 이렇게 도움까지 주시다니. 제갈 세가는 온 문주의 도움을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아닙니다. 영약도 그렇고 실질적인 도움이 된 것도 제자인 진혁이의 공이 더 컸습니다.”

온위립은 진혁에게 공을 돌렸다.

“그보다 완치가 되었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온위립과 제갈중택은 손을 맞잡은 채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야? 온위립 뺨이 조금 발그레해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인가?’

진혁은 옆에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온위립과는 3척 7촌의 거리를 유지했다.

***

제갈 세가의 사람들은 온 문주와 현천문 사람들을 성인군자라며 칭송했다. 천고의 영약도 아무런 조건 없이 내주고 물심양면으로 치료를 도왔다면서.

하지만 남궁표는 무언가 못마땅한 듯한 얼굴이었다. 그는 치료가 끝나자 제갈벽린을 한 번 보더니 곧 무림맹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제갈 세가와 현천문이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당추엽까지도 모르는 걸 보면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뭔가 있죠?”

생글생글 웃으면서 당소혜가 말했다. 원래는 무림맹에 갈 예정이었던 당소혜는 당추엽이 남아있다는 핑계를 대고는 현천문 주변을 알짱거렸다.

“아닙니다. 뭐가 있겠습니까.”

진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당소혜는 그런 진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코를 찡그렸다. 어지간한 남자들은 자신에게 다 껌뻑 넘어가는데 진혁은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였다.

“저 안 이뻐요?”

“아니요. 아름다우십니다. 소저.”

사실은 너무 육덕지셔서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소저.

당소혜는 현대의 기준으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통통하고 귀여운 느낌이라서 호감이 갈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엄청난 미인이라거나 정신을 빼앗길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진혁만 그랬다. 다른 사람들은 당소혜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현천문의 세 사제들도 당소혜가 오기만 하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지만 진혁은 예전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 그런 여자라서 딱히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재미없어요. 당신. 남자가 좀 화끈하고 그런 면도 있어야지.”

당소혜는 이곳 여자들과는 달리 상당히 활발하고 직설적이었다. 그녀는 허리에 손을 척 올리고 말했는데, 그걸 본 호승렴이 얼굴이 벌게지면서 고개를 돌렸다.

‘오호라. 짜식. 이 소저가 니 스타일이구나? 그래. 이 사형이 잘 연결해 주마.’

진혁은 슬쩍 당소혜에게 다가가면서 물었다.

“그런데 소저. 오늘 괴물을 퇴치하러 가는 데 가실 생각 없으십니까?”

“어머. 오늘 그런 일이 있었나요? 저는 좋아요.”

당소혜는 환하게 웃으면서 팔짝팔짝 뛰었다. 둘째 호승렴이 그 모습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고 있었다.

히야. 이 아가씨 요물이네. 당추엽에게서 들어서 오늘 사냥가는 거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단 말이지?

이런 스타일 잘 안다. 뭔가 능력 좀 있다 싶은 남자들은 주변에 두고 싶어하는 여자. 일종의 어장관리녀다. 어지간한 남자는 이 여자에게 걸리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저기 있는 둘째 호승렴도 마찬가지고.

“식약당주님은 물론이고 제갈 세가의 분들도 여러분 함께 가시기로 했으니 아마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그렇군요. 기대할게요.”

당소혜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식약당주 언급을 하니 대번에 눈치를 챈 거다. 오늘 사냥 가는 거 알고 있으면서 왜 오바하느냐는 걸 알아채고는 슬쩍 물러선 것.

당소혜가 돌아가자 호승렴이 나를 째려봤다. 내가 너 도와주려고 이러는 거야. 이 병신아. 어떻게든 이어줄 테니까 잘 해봐라. 그게 너에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후 일행은 융중산으로 향했다. 당추엽은 그 이상한 술법을 쓰는 괴물을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어떻게든 괴물들을 잡을 방도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기도 전에 새로운 괴물들이 나오고 있으니. 이거 큰일입니다. 큰일.”

당추엽은 분명히 괴물도 힘을 쓰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거라고 했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는 게 천하의 이치 아닙니까.”

“무언가 단서가 있겠지요.”

온위립은 제갈중택과 담소를 나누면서 함께 걸었다. 당소혜는 온미령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고 있었다. 호승렴이 중간에 힐끔힐끔 뒤따라 오는 당소혜를 쳐다보았고.

그럴 때마다 당소혜는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겼다. 그럴 때마다 호승렴은 심장 어택 당한 얼굴이 되었고. 어우. 저거 봐. 하는 짓을 보면 당소혜는 여우였다.

당소혜와 호승렴을 이어주는 게 과연 잘하는 건지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앞에 괴물이 보입니다.”

무사의 말에 사람들 사이에 긴장감이 퍼졌다. 진혁은 대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주술사 한 마리를 포함한 20여 마리의 무리.

“일단 주변을 살피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라.”

제갈중택이 무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제갈 세가의 사람들은 전부 초긴장 상태. 신경이 모두 곤두선 게 보였다.

하지만 현천문 사람들은 다들 유유자적이었다. 이런 놈들 숱하게 상대해 봤으니까. 그 모습에 당소혜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저희가 앞서겠습니다.”

호승렴이 나서서 이야기했다.

실력을 보여주고 싶겠지. 당소혜가 있는 데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거야. 진혁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제갈중택은 주저했지만, 온위립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미 상대해 본 경험이 있다면서.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야..”

호승렴이 가장 선두에 서고 현천문의 제자들이 뒤따르는 진형을 짰다. 그 주변을 제갈 세가의 무인들이 따르고.

원래는 진혁이 항상 선두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양보를 한 거였다. 물론 그렇게 해도 놈들을 잡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뭔가 찜찜했다. 계속해서 무언가가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뭐지?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그리고 진혁은 호승렴이 뛰어 나가면서 검을 휘두르려 할 때 깨달았다.

‘아. 이런 썅. 이놈들 잡으면 사제들이 신음 소리를...’

몬스터를 잡으면 앗흥앗흥 할 것 아닌가. 진혁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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