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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74화 (7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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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필요하세요?

출입을 막은 것은 제갈 세가의 가주 제갈중택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괴의와 당추엽의 의견 충돌 때문이었다.

“저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일 아닙니까.”

제갈중택이 이해를 해달라며 말했다. 사실 괴의나 당추엽이나 모두 의술로는 명성이 자자한 명숙들이었다. 하지만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당추엽은 섣불리 건드리는 것보다 곧 도착할 화리의 내단을 이용해 치료하자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도 일리는 있었다.

제갈 세가의 영약을 이용해 치료할 때 알 수 없는 증상이 생겨 상태가 나빠졌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니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게 당추엽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기다리자고 했다. 어차피 곧 화리의 내단이 올 테니까 현상유지만 하면 된다는 거였다.

“뭐라? 내 말이 말 같지 않다 이건가?”

괴의는 버럭 화를 냈다. 그는 다른 의견을 냈다.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니 확인을 해보자는 거였다. 그래야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가 있다는 것이었고.

그리고 그러려면 현천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제갈중택은 당추엽을 선택했다. 세가 연합의 일원이기도 했고, 평소 친분이 두터운 쪽은 당추엽이었으니까. 게다가 현천문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와 닿지 않았다.

“그럼 당장 여기서 나가라. 이놈아. 내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지! 어? 그렇고말고!”

제갈중택은 난처한 표정이었다. 괴의는 성격이야 알고 있다. 이렇게 나오는 게 당연한 일. 하지만 이곳에서 지금 제갈벽린을 옮기기는 어려웠다.

“선배님. 제 체면을 봐서라도 좀 봐주시지요. 제가 이 은혜는 톡톡히 갚겠습니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어서 나가. 이놈아!”

괴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환자고 뭐고 상관하지 않겠다고 난리를 쳤다.

“이보게. 화리의 내단이 올 때까지만 참아주게.”

당추엽이 나서서 머리를 숙였다. 평소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당추엽이 고개를 숙이자 괴의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화리의 내단이 오면 해결되지 않겠나. 그러면 나도 따로 사례를 하지.”

당추엽의 얼굴은 며칠 사이에 폭삭 늙어 보였다. 조카인 제갈벽린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그를 힘겹게 만들었던 것이다.

괴의와 당추엽은 원수처럼 싸우기는 하지만, 서로를 잘 아는 사이다. 괴의 진부는 혀를 끌끌 찼다.

조카를 살려야 한다는 것에 너무 매몰되어서 시야가 좁아진 탓이다. 평소의 당추엽이라면 괴의의 의견에 당연히 찬성했을 거다. 그도 미지의 힘이 있다는 걸 보았으니까.

괴의 진부는 안타까웠다. 지금 당추엽의 결정이 오히려 제갈벽린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주가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까.

“화리의 내단이 온 후에는 늦을지 모르네. 그때 가서 나를 탓하지 말게.”

괴의는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문쪽으로 향했다. 진혁과 온 문주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미안하게 됐네. 사정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라고 해 놓고서는. 면목이 없네.”

“아닙니다. 저는 괜찮으니 개의치 마시지요.”

온 문주는 오히려 환자의 상태를 걱정했다. 그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는 말을 하고는 돌아섰다.

그 모습을 본 제갈중택은 저들이 누구냐고 물었다. 낭궁표는 조금은 까칠한 투로 대답했다.

“황당한 말을 하는 자들입니다. 자기들이 알유를 상대했다고 하더군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알유를?”

“저번에는 당주님과 린매에게 수작을 걸더니 이번에는 괴의에게 손을 뻗친 모양입니다.”

남궁표의 말에 제갈중택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는 근처에 있는 세가의 무사를 불러서는 귓속말로 지시를 내렸다. 현천문에 관해서 빨리 알아보라는 지시였다.

“알유 이야기만 나오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을 건데..”

남궁표는 못마땅한 시선으로 진혁 일행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다 괴의가 물러나자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거친 말투로 경고했다.

“무얼 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접근하지 마라. 다시 내 눈에 보이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뭐야? 이 미친놈은. 어제부터 계속 헛소리를 지껄이고 난리야?

하지만 신경 껐다. 지인이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신경이 날카로워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 아픈 여자한테 감사해라. 그 여자가 널 살렸다.’

진혁은 뒤돌아 피식 웃었다. 그리고 현천문 사람들과 함께 다시 융중산으로 향했다.

***

산을 오르면서 진혁은 생각했다.

‘확실히 주술이나 마법은 무인들에게는 쥐약이겠어. 방어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내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물리 공격을 하는 몬스터야 어떻게든 막는다 치자. 하지만 주술이나 마법 공격은 방어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천문은 다르지. 마나가 있으니 그런 공격에도 내성이 있을 거야.’

진혁은 일단 자신이 먼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홉 고블린 주술사를 찾아 산을 뒤지고 다녔다.

“크워워웍!!”

열 마리 정도의 홉 고블린 무리를 발견한 것은 대략 반 시진 정도가 지난 후였다. 그리고 그중 한 마리는 주술사로 보였다.

“오케이.”

진혁은 일단 칼을 빼 들고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주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 일단은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무기를 든 놈들이 진혁을 가로막았고 주술사는 뒤쪽에 물러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 채앵! 챙!

홉 고블린은 오크보다 약간 덩치가 컸는데, 당연히 진혁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녀석들을 시험해보기 위해서 일부러 적당히 상대했다.

그래도 홉 고블린이 일방적으로 밀렸다. 그러자 주술사로 보이는 놈이 갑자기 지팡이를 들더니 괴상한 소리를 냈다.

“카르르르 와롤르르!!”

느낌이 왔다. 갑자기 마나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지더니 음습한 느낌이 몸을 덮쳐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주변을 맴돌던 지저분한 기운은 이내 사라져버렸다.

타격 같은 게 오지도 않았다. 그저 근처를 알짱거리다가 사라진 느낌이랄까. 미녀에게 접근은 했는데, 우물쭈물 말도 못해보고 물러난 초식남 같은 기운이었다.

“카르륵?”

진혁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자 주술사가 자신의 지팡이를 쳐다보았다. 그놈은 다시 지팡이를 들고는 괴상한 소리를 냈다. 그러자 홉 고블린들의 시선이 일제히 주술사에게로 향했다.

주순사는 진혁을 향해 힘차게 지팡이를 뻗었다. 그러자 홉 고블린들이 고개를 진혁에게로 돌렸다.

“뭐? 어쩌라고?”

진혁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검을 쥔 채 놈들을 향해 걸어갔다. 놈들이 크륵크륵거리면서 분주해졌다.

진혁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꼴이 도망칠지 싸울지 의논을 하는 것 같았다.

“이미 늦었어. 이 정도면 딱 좋을 것 같다.”

놈들의 운명은 그렇게 정해졌다. 진혁은 놈들을 적당히 두들기면서 일행이 있는 쪽으로 몰았다. 놈들은 자신들의 동족이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번번이 진혁에게 가로막혀 어쩔 수 없이 현천문 사람들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해야 했다.

“다들 전투 준비하세요.”

진혁의 외침에 온위립을 포함한 다섯 명은 검을 들었다. 곧이어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으아아압!”

- 카앙! 챙!

진혁은 전투에는 거의 상관하지 않았다. 아주 위태로운 상황까지는 생기지 않았으니까. 아니 오크였다면 벌써 상황이 종료되고도 남았을 거다.

하지만 홉 고블린 쪽에 주술사가 한 마리 있다는 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었다.

주술사는 적재적소에 주술을 걸었다. 어떤 주술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주로 저주나 얼음 계열의 주술 같았다.

“으으으.. 하아아앗!!”

몸에 약간 푸른빛이 감돌던 호승렴. 그는 기합을 지르면서 주술을 떨쳐냈다. 그가 주술에서 벗어나는 동안 넷째와 막내가 그를 지켰다.

놈들이 전략적으로 나오자 현천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뭉쳤다.

‘역시 내성이 있어. 주술이 잘 먹히지 않는다. 어느 정도 먹혀도 운기를 해서 바로 풀어내고.’

역시 현천문의 무공은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사형제 모두 어느 정도 내성이 있었다.

‘내 상태로 볼 때, 마나를 많이 흡수하면 할수록 내성도 강해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대로 성장한다면 몬스터는 두려울 게 없다는 거다. 특히나 주술이나 마법을 쓰는 몬스터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효율은 좋지 못한데? 홉 고블린 무리를 잡는 것보다 오크를 잡는 게 훨씬..’

그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오크를 잡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온위립이 주술사의 목을 검으로 날렸다. 그리고.

- 파아아아앗!!

이건 마나의 축복이었다. 주술사에게서 어마어마한 마나가 뿜어져 나오더니 현천문 사람들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으허허허어어어어엉!!”

“아흐흐으으으으응!”

모두가 몸을 비비 꼬면서 야릇한 소리를 질러댔다. 온몸을 누군가가 간지럽히고 안에 무언가가 막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던 거다.

‘대박. 이거 주술사 한 마리 잡는 게 전사 백마리 잡는 것보다 나은 것 같은데?’

사실 요령만 생기면 주술사 잡는 게 어려운 게 아니다. 현천문 사람들은 주술에 내성이 있으니까.

‘이거다. 주술사만 쏙쏙 빼먹고 다니면 폭렙이다.’

진혁은 현천문 사람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다들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 지팡이 든 놈. 그놈을 잡으니까 뭔가 엄청난 게 느껴졌어요.”

“그래. 진혁아. 그놈을 잡고 나니 눈앞이 번쩍거리면서 번개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구나.”

예. 그런 것 같았어요. 소리 지르면서 어우.. 가관이었지요. 여기는 폰이 없어서 촬영해 놓지 못한 게 한이네요. 평생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었는데.

진혁은 웃었다.

“앞으로 그놈 위주로 잡고 다니면 되겠어요.”

거구의 넷째 유호군과 여자인 셋째도 온미령도 환하게 웃었다.

“대사형. 그러죠. 이거 갑자기 기운이 부쩍 나는 것 같은데요? 으허허허.”

“저도요. 정말 내공이 막 늘어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

사람들은 진혁을 따라 움직였고, 그렇게 그날 융중산 부근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여러 차례 들렸다.

***

“허어.. 이를 어쩐단 말이냐.”

당추엽은 비틀거리다 간신히 벽을 짚었다. 화리의 내단을 사용해서 치료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미지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이제는 확실히 깨달았다. 그 힘을 내버려두고서는 제갈벽린의 상세를 호전시킬 수 없다는 것을.

화리의 내단을 사용해서 한 것이라고는 그저 상세를 조금 호전시키고 의식이 돌아오게 한 것뿐이었다.

“벽린이를.. 그리고 제갈 가주를 내가 무슨 면목으로 본단 말이냐.”

상세가 조금씩 나빠지고 있었다. 그게 문제였다. 괴의도 일말의 희망을 가졌었다. 하지만 장시간의 치료로 기운이 탈진한 데다 허탈해져서 힘없이 중얼거렸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그 기운을 내버려두면 힘들 수도 있다고.”

“자네. 혹시 무슨 방법이 있나? 자네가 그 기운이 뭐랑 비슷하다고 했지 않은가.”

당추엽이 괴의의 손을 잡더니 애걸하듯 말했다.

“일단 그들을 불러서 시도해 보는 수밖에..”

“그들이라면..”

“현천문의 사람들일세. 아까 여기서 내쫓겼던.”

밖에서 가슴을 졸이고 있던 제갈중택은 아차 싶었다. 설마하니 화리의 내단도 소용이 없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거다. 당추엽의 실력을 믿기도 했고.

딸의 생사가 걸린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이 지금으로써는 좋지 못한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일.

“어서 가서 현천문 분들을 모셔오너라. 어서.”

가주의 명을 받은 제갈 세가의 무사들이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후 온위립을 비롯한 현천문 사람들이 도착했다.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무례가 있었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제갈 세가의 가주는 극히 정중한 태도로 현천문 사람들을 맞이했다.

“인명이 위급한 일인데 사소한 것에 어찌 마음을 쓰겠습니까. 이미 잊었으니 괘념치 마시지요.”

온위립은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당당한 태도로 말했다. 제갈중택은 온위립을 보면서 조금은 놀랐다. 눈에 흐르는 정기나 몸에 맴도는 기세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나름 고수이고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봤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그가 볼 때 온 문주는 결코 허투루 볼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아니. 이런 인물이 어찌 아직 무명이란 말인가. 나와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자인데..’

게다가 현천문의 제자들도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안광이 형형한 것이 상당한 고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제갈중택은 세상에는 기인이사가 모래알처럼 많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느꼈다.

“안으로 드시지요.”

자연스럽게 제갈중택의 태도가 정중해졌다. 그렇게 주술사를 잡고 폭렙을 한 현천문 사람들은 괴의의 거처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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