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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73화 (7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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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필요하세요?

괴의의 거처에서 빠져나온 진혁은 바로 철각패도의 몸으로 바꾸었다.

“읏..”

순식간에 몸이 바뀐다는 건 언제 해도 신기한 일이었다. 융중산에 있던 진혁의 몸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돈황에 있는 철각패도의 몸이 나타난다.

‘그러면 사라진 몸은 어디에 있는 거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하루라도 빨리 이런 이상한 상태에서 벗어나서 정상의 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태열쇄양도 알아보면서 밀렸던 일 같은 것도 좀 처리해야겠다.’

철각패도는 일단은 사혈련 지부로 날아갔다. 사혈련 지부는 철각패도가 왕림하자 언제나 그렇듯이 난리가 났다.

“오셨습니까요? 헤헤..”

지부장이 손바닥을 비비면서 철각패도를 맞이했다. 조금만 실수해도 의원 신세를 져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지, 지부장은 계속 눈치를 보았다.

“그동안 별일은 없었느냐.”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요. 아.. 그 불수암에 소원을 빌러 가는 사람들이 늘었습죠. 헤헤..”

“불수암?”

부처의 손이 새겨진 바위. 철각패도가 장력을 날린 바위가 갑자기 관광 명소가 되었단다. 거기서 소원을 빌면 다 이루어진다나? 어쩐지 포인트가 조금 더 들어오는 것 같더라니.

“그건 됐고. 태열쇄양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빨리 좀 알아봐야겠다.”

“태열쇄양 말씀이십니까? 혹시..”

지부장이 야릇한 표정으로 철각패도를 쳐다보았다. 태열쇄양은 영약이기도 했지만, 기적의 정력제로도 이름이 높았다.

남자가 정력제를 찾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도 급하게. 지부장은 그런 생각을 한 거였다.

“혹시?”

“아.. 아닙니다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지부장은 대답하고는 급히 달려나갔다. 혹시라도 철각패도가 자신의 생각을 눈치챘을까 싶어서였다.

“뭐야? 웃기는 놈일세..”

철각패도는 그렇게 말하고는 지금까지 돈황에서 특별한 일이 없었는지 살폈다. 딱히 문제 될 건 없었고, 사혈련의 지배력도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 성흥 상단과 검은 형제단에게서 턴 금액을 전부 나누어 주었다.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한데, 모든 사람들이 마음 놓고 장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권력이나 힘으로 빼앗는 걸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철각패도를 거의 신처럼 떠받들었다.

불수암에 가서 소원을 비는 것도 사람들이 철각패도를 숭상했기에 가능한 거였다.

“뭐. 꼭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나쁘지 않았다. 계속해서 포인트가 들어오고 있으니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료들을 살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부장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알아냈습니다. 태열쇄양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알아냈습니다요.”

“그래? 빨리도 알아냈구나. 그래 누가 가지고 있다더냐?”

“바바 상단의 주인이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음? 핫산이? 그러고 보니 그 친구를 본지도 좀 됐지?

철각패도는 바로 연락을 하고 핫산을 만나러 움직였다. 그런데 길거리를 가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엎드려서 소리를 질러댔다.

“오오! 카르마파시여!”

“카르마파!”

일부였지만, 몇몇 사람들이 광신도 같이 열광했다. 철각패도는 낯뜨겁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공중으로 신형을 뽑아 올렸다.

그러자 허공을 날아가는 철각패도를 보면서 사람들이 더욱 열정적으로 절을 하기 시작했다. 큰소리로 무언가를 외치면서.

“아무런 짓도 안 했는데 저 사람들은 왜 저러는 거야?”

철각패도는 고개를 저으면서 투덜거렸다. 그렇게 절정의 경공을 펼치니 핫산의 천막까지는 금방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인.”

핫산은 웃으면서 자리를 권했다. 철각패도는 자리에 앉으면서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구시렁거렸다. 이상한 사람들이라면서.

“허허. 대인은 정말 이상한 분입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냐?”

핫산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저들이 대인을 신처럼 떠받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세상에 어느 누가 대인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핫산은 오히려 철각패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가 있느냐는 거였다.

“사람이 권력을 갖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욕심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권력을 잡은 자들은 전부 착취하고 쥐어짠다고 했다. 얼마나 그러지 않은척 하느냐가 문제일 뿐이지 전부 그런다는 거였다.

“그런데 대인은 전혀 다르시지 않습니까. 오히려 재물을 나누어주고 저들을 보호해 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저들에게는 대인이 신과 같은 존재이지요.”

“그게 뭐 대수로운 일이라고. 원래 그래야 할 것을 한 거지.”

조금 찔렸다. 원하는 게 달라서 그런 거였다. 권력을 잡은 자들은 재물을 얻고 지배하기를 원하니 그렇게 행동했을 거다. 철각패도는 포인트를 원해서 지금처럼 행동하는 거고.

“저도 대인 같은 분은 처음 봅니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핫산은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악마의 가면을 쓴 성인이라고. 사람들은 꼭 맞는 표현이라며 좋아했다.

철각패도의 외모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사람을 산 채로 씹어먹는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하는 행동은 신이나 부처의 재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가 힘을 쓰는 건 오로지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에게만이었다. 약자에게는 더할 수 없이 자비롭고 따스했다.

“태열쇄양이 필요하시다고 들었습니다만..”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지. 치료를 할 일이 있어서.”

핫산은 노쇠한 왕에게 바치려고 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인이 필요하시다면 가져가시지요. 제가 빚진 것도 있으니 그 정도는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공짜로 받을 수야 있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법이다.

“원하는 것을 말하라. 제대로 셈을 하고 가져갈 터이니.”

핫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익을 나누는 관계가 어설픈 신뢰보다 단단한 법이지요. 알겠습니다.”

하여간 머리 좋은 놈들은 이래서 편해. 별거 아닌 말을 해도 알아서 다 좋게 해석을 해주거든. 그래. 맘대로 생각해라.

“당장 필요하신 겁니까?”

“흐음..”

당장 필요한 건가? 꼭 그렇지는 않았다. 그냥 있는지만 확인하러 왔다.

“당장은 아니다.”

“그렇다면 제가 좀 생각을 해도 되겠습니까?”

철각패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상황을 봐서 결정할 문제였으니까.

“그러면 필요하게 되면 연락을 하지.”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원하는 걸 생각해 놓겠습니다.”

“혹시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핫산은 알았다고 하고는 철각패도를 배웅했다. 허공을 날아가는 철각패도를 보면서 핫산은 중얼거렸다.

“저 사람의 밑에 있으면 어쩐지 안전할 것 같지 않나?”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고 일 처리 또한 교묘하니 당할 자가 없을 듯합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의지하고 싶어하는 거겠지.”

힘든 시기이다. 사방에서 괴물이 날뛰고 그걸 빌미로 착취하려는 자들이 득세하고. 그런 세상에서 철각패도 같은 사람이 나타났으니 사람들이 더 열광한다고 생각했다.

그라면 어떤 것으로부터도 안전하게 지켜줄 것 같으니까.

***

돌아 와보니 융중산 일대에 비상이 걸렸다. 제갈 세가의 가주인 제갈중택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전부 몰려와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 자중하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

이 양반이 속 보이는 짓을 하네? 저거 핑계 대고 오늘은 쉬자는 거잖아? 그럴 수는 없지.

“우리야 그저 괴물을 처치하는 것뿐인데 문제가 될 것이 있겠습니까.”

진혁은 사람들을 이끌고 다시 산을 올랐다. 어차피 괴물들이 있는 곳은 전부 알 수 있다. 마나를 느낄 수 있으니까.

진혁이 먼저 가서 유인하거나 수를 써서 몇 마리씩 끌고 오면 되는 거다. 놀은 너무 쉬운 감이 있어서 주로 오크를 끌고 왔다.

현천문의 사람들은 다들 맛이 간 상태였다. 처음에는 괴롭고 힘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의 무의식 속에서 움직였고, 나중에는 환각까지 경험했다.

“지금 여기가 어디더냐.”

“사부님. 우리가 왜 여기 있는 걸까요?”

진혁은 자신이 너무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내공 수위는 아주 순조롭게 늘어났다. 기왕 할 거라면 질질 끌면서 오래 하는 것보다 이렇게 빨리해치우는 편이 좋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다들 대답하지 못했다. 현천문 사람들은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면서 걸었다.

‘나중에 다 나한테 고맙다고 할 겁니다.’

지금이야 잘 모르겠지만, 이미 많은 발전을 한 상태다. 이제는 오크보다 조금 윗줄에 있는 놈들을 잡아도 될 정도.

진혁은 새로 나타난 놈들을 잡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 홉고블린이라고 생각되는 놈들. 주술사까지 있는 것 같아서 조금 꺼림칙하긴 했지만, 그래도 시도해볼 만은 하다고 생각되었다.

‘일단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보자. 정보도 좀 수집하고.’

진혁은 괴의의 거처로 향했다. 그곳은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제갈벽린은 세가 연합의 미래라고 불렸던 기재다. 특히 진법에 관해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러니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든 것도 당연한 일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갈 세가에서 가져온 영약으로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고 했다. 그렇게 무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괴의가 진혁을 발견하고는 급히 불렀다.

“자네 잠깐 나를 좀 도와줘야겠네.”

“예? 어떤 걸 도와달라는 말씀이신지..”

괴의는 진혁을 구석진 곳으로 데려가며 이야기했다.

“자네 사문의 내공이 괴초의 성질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괴의는 제갈벽린을 치료하면서 자꾸만 이상한 걸 느꼈다고 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치료를 방해하고 있어. 그런데 그게 괴초의 기운하고 뭔가 비슷한 것 같단 말이야.”

제갈 세가에서 가져온 영약은 엄청났다. 그래서 완치는 안 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상태가 호전되리라 생각했단다. 의학의 상식으로 보면 그랬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제갈벽린의 상태는 아직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치료를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게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괴초의 기운과 흡사한 면이 있다는 걸 알아낸 거였다.

“그런데 확실치가 않단 말이야. 이게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다. 괴의는 미지의 힘이 작용한다는 걸 알아냈고, 그게 마나라는 것도 찾아낸 거다. 정말 천재이자 대가는 뭔가 다르긴 달랐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의 내공으로 몇 가지를 좀 해봤으면 하는데..”

미지의 기운을 없애거나 막는 것이 가능한지 알아보려 한다는 거였다. 진혁은 잠시 생각하다 거절했다.

“제가 일신의 내공이 매우 약합니다. 제 내공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 그렇지. 자네 사문이..”

괴의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표정이 확 변했다.

“그런데 최근에 기연이 있어서 내공의 문제를 일부 해결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아. 그래? 어떤 방법이?”

진혁은 온위립 문주를 추천했다.

“저야 내공이 일천하지만, 문주님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주목을 받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현천문 사람 누가 포인트를 얻더라도 자신에게 들어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주목을 받게 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

“흐음.. 하긴 자네는 연배도 얼마 되지 않으니... 그렇지만, 온 문주라면..”

“하지만 아직 알리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인데 공연히 말을 꺼냈다가..”

이런 일일수록 신중해야 한다. 제갈벽린이 죽어가고 있는 심각한 상황. 게다가 현천문은 사람들이 이름도 모르는 아주 작은 문파에 불과하다.

이럴 경우 공연히 나섰다가 잘못되기라도 큰일 나는 거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 대상으로 삼기에 현천문 같은 작은 문파가 딱이다. 괴의도 그런 사정을 모르지 않았다.

“그렇지. 이런 일일수록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지.”

괴의는 일단 내일 조심스럽게 확인부터 하자고 했다.

다음날, 진혁은 온위립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흔쾌히 승낙을 받아냈다.

“인명이 위급한 상황인데 당연히 도와야지.”

하지만 호의가 항상 환영을 받는 건 아니었다. 진혁와 온 문주는 괴의의 거처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죄송하지만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제갈 세가의 무사들이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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