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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71화 (7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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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변하는 거 아니겠어요?

“거기. 뭐하는 겁니까?”

일단의 무사들이 다가왔다.

아니. 이 병신들이 뭐하는 거야? 소리 내니까 갈저들이 눈치챘잖아. 내가 애써서 무리에서 떼어내서 여기까지 끌고 온 놈들인데!!

“여긴 위험합니다. 괴물들이 출몰하는 지역이라서..”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갈저를 잡기 위해서 온 겁니다.”

다가온 무사들은 제갈세가의 무복을 입고 있었다. 융중산 부근은 제갈세가의 권역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들이 나타난 거야 문제 될 거 없다.

“갈저를요? 훗..”

무사들이 무리를 쓱 한 번 보더니 피식 웃었다. 여자 한 명이 포함된 여섯 명의 무리. 이런 조합으로 지금 괴물을 상대하러 온 거냐는 비웃음이었다.

온위립이 눈을 치켜뜨며 나서려고 했는데, 진혁이 말렸다. 제갈 세가의 말단 무사다. 비록 세가 약하기는 하지만 현천문의 장문인이 나서는 건 격에 맞지 않는 일.

진혁은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하고는 무사들에게 다가갔다.

“잘 모르시나 본데, 갈저라고 하더라도 수백 마리가 떼 지어 다닙니다.”

“야! 뭘 다 설명을 하고 그래? 대충 내쫓아!”

무사 한 명이 그래도 차근차근 설명하려 하자 선임으로 보이는 무사가 타박을 주었다.

“알고 있습니다. 저도 괴물을 상대해 본 경험이 많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이 정도 인원으로는..”

진혁은 제발 좀 꺼지라는 심정으로 이야기했다. 괴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까 알아서 하겠다고. 하지만 제갈 세가의 무사는 현천문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봐. 당신. 괴물을 상대해 봤다고?”

결국, 선임으로 보이는 무사가 직접 다가왔다.

“어디서 같지도 않은 말을.. 그런 농은 술자리에서나 하라고.”

괴물을 잘 알면 이런 소수로 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게 상식적으로는 맞는 일이기도 했다.

현천문 일행처럼 여섯이서 괴물을 잡으러 오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일반인이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진혁과 현천문 사람들은 경우가 다르다.

“어서 내려가쇼.”

무사는 여긴 위험하니까 어서들 내려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토벌대가 곧 도착할 테니 빨리들 준비하라고 하면서.

아마도 제갈 세가에서 높은 사람들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그럴 수가 없었다. 사냥을 위해서 공들여 이곳까지 몰아온 갈저들이 있었으니까.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허.. 거 참. 이게 다 당신들 위해서 그러는 거라니까. 그리고 여기서 당신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우리까지 골치 아파진다고.”

민간인을 통제하고 보호하라는 명령이라도 내려온 모양이었다. 진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야. 니들보다 우리가 훨씬 괴물 잡는 데는 특화되어 있거든? 어디서 같지도 않은 것들이 설쳐대? 대놓고 그렇게 말할 수 없는 게 짜증이 났다.

“갈저와 당강은 물론이고 더 큰 괴물까지 상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시지요.”

“에. 에.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어서 내려가요. 내려가!”

전혀 믿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자였다. 이걸 확 들이받아? 그런데 이쪽에 소란이 있는 걸 알고서 몇 명이 걸어왔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어려워하는 걸 보니 높은 사람들인 것 같았다.

“무슨 일인가?”

“예. 내려보내려고 했는데, 이자들이 말을 듣지 않아서..”

무사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면서 지시를 거부했다며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진혁이 앞으로 나섰다.

“저는 현천문의 하진혁이라고 합니다.”

“나는 당추엽이라고 하네. 내가 들은 말이 사실인가?”

당추엽. 무림맹의 식약당주이자 세가 연합의 원로 격인 인물이다. 제갈 세가의 인물인 줄 알고 나선 것인데 생각한 것보다 너무 거물이라 진혁은 놀랐다.

“사실입니다. 사주에 다녀오면서 갈저나 당강은 물론이고 알유도 상대를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진혁은 사문의 사람들과 경험 삼아 괴물을 상대하러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요? 정말 알유도 상대를 해보셨나요?”

“린매. 알유가 어떤 괴물인데 그걸 상대한다고 그래?”

젊은 남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혁은 두 사람의 신원을 확인했다.

- 제갈벽린 (여, 22세) 3봉 중 한 명. 내공 수위 27년

- 성장 가능 등급 : 절정 고수.

영약을 많이도 처먹였나 보네. 또래에 비해서 내공이 많은 걸 보니. 그리고 제갈벽린은 상당히 지적으로 생겼다. 아주 공부 잘하는 착한 여대생 느낌?

- 남궁표 (남, 32세) 무림맹 도검당 도각의 각주, 4룡의 일인. 내공 수위 39년

- 성장 가능 등급 : 초절정 고수.

이 새끼도 엄청 처먹었나 보네. 게다가 벌써 무림맹에서 각주란다. 성장 가능 등급은 초절정 고수고. 키야. 금수저에 잘나가는 놈이구만.

“사실입니다. 알유를 상대한 적이 있습니다.”

제갈벽린과 당추엽은 진혁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둘은 계속해서 진혁에게 질문을 던졌다. 알유의 생김새가 어떠냐. 다른 괴물과 다른 특징이 있느냐.

정말 온갖 걸 다 물어봤다. 진혁은 대충대충 답을 했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애초에 진혁의 말을 믿지 않았다.

“당주님. 이런 자들 많이 겪어보지 않으셨습니까. 당주님이 그쪽에 관심이 많은 걸 알고 뭐라고 얻으려고 접근하는 자들입니다.”

진혁은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허튼소리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습니다. 당주님.”

남궁표가 집결 장소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당추엽은 그래도 자꾸만 뭔가 물어보려 했다. 진혁은 당추엽이 어쩐지 괴의 진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더 와서는 당추엽과 제갈벽린을 데려갔다. 낭궁표는 진혁을 경멸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당신들은 여기서 나가라. 이곳은 당신 같은 자들이 올 곳이 아니야.”

“저희 문파의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남궁표는 피식 웃었다.

“정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하던가.”

병신. 뭐래니?

이게 너무 어처구니가 없으니까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은 약간의 오해가 겹친 결과였다. 당추엽은 약과 독에 관심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독을 연구 중이었다.

그런데 그걸 알고 돈을 뜯어내고자 접근하는 자들이 제법 많았다. 진혁도 그런 놈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던 거였다. 진혁의 말이 워낙 황당했으니까.

‘그래. 이거 다 니들 손해라고.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보자.’

진혁은 다시 일행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이야기가 다 잘 되었다면서 이동했다. 몰아 놓은 갈저들이 있는 곳으로.

주변이 시끄러워 대부분은 도망쳤는데, 다행스럽게도 아직 남아 있는 놈들이 있었다.

***

“오오!!”

온위립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감촉. 이 느낌. 정말 짜릿했다. 갈저를 베자 갑자기 이상한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약간 간질간질하면서도 기분이 묘한 것이 처음 경험하는 쾌감이었다. 어찌 보면 뜨거운 행위를 하기 전 애무를 할 때 느껴지는 것과 조금 비슷하다고나 할까.

“흐응..”

“어헝!! 허엉!!”

주변에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현천문의 사형제들은 갈저를 잡고서는 다들 몸을 꼬면서 비음을 흘렸다.

유일한 여자인 온미령만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애를 썼는데,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아항.. 으흥..”

진혁은 난감했다. 이거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었다.

‘어우.. 아까 그 무사들하고 떨어지길 잘했다. 으으.. 그 사람들이 봤다가는..’

미친놈들로 볼 거다. 괴물을 죽이고는 다들 몸을 비틀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데 그걸 정상으로 볼 사람이 어디 있나.

“커험.. 이거 뭔가 좋은 느낌이기는 한데.. 좀 그렇구나..”

온위립이 민망한지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진혁은 재빨리 사람들의 상태를 살폈다. 몇 마리를 잡고 나니 확실히 내공이 조금 늘었다. 다들 1년 정도씩은 는 것 같았다. 게다가.

- 성장 가능 등급 : 절정 고수 +

다들 미정이었던 글자가 바뀌었다. 절정 고수 +로. 절정 고수에서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 같았다.

게다가 현천문 사람들이 성장하자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 끈끈한 인연으로 이어진 클랜이 형성되었습니다.

- 클랜원은 온위립, 하진혁, 호승렴, 온미령, 유효군, 안규림. 총 여섯 명입니다.

- 클랜원 중 적합자는 하진혁뿐이므로 클랜원이 획득하는 모든 포인트는 하진혁에게 귀속됩니다.

어? 클랜?

진혁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현천문 사람들은 다들 기뻐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울먹거리고 있었다.

“잘 됐습니다. 이제 계속 괴물을 잡아서 내공을 늘리죠?”

진혁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빨리 내공을 늘려서 그동안 무시당하던 설움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었던 것보다 갈저가 약한 것 같구나. 너무 손쉬운데?”

온위립이 이상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제가 우연히 본 것인데..”

진혁은 책에서 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현천문의 무공은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무공이라는 것. 그래서 사람보다는 괴물에 효과가 크다는 점을.

“그래요? 이야. 그럼 괴물을 잡는 건 우리 현천문이 제일이라는 거잖아요?”

“그러게? 사람들 잡아먹는 괴물 놈들도 처리하고 내공도 늘리고. 더할 수 없이 좋은데?”

넷째와 막내가 신이 나는 듯 떠들었다.

“그리고 이 검은 괴물을 상대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검입니다. 이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비밀입니다.”

“아. 이 검이? 그래서 이 검을 사용하라고 한 게구나.”

온위립은 그리 말하고는 검을 자세히 살폈다. 진혁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검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무가지보나 다름없다.

온위립은 갑자기 서늘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지나감을 느꼈다. 지금 자신들에게 벌어지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느낀 거였다.

“다들 오늘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거라. 알겠느냐?”

온 문주는 특히 이 검에 관해서는 절대로 티를 내지 말라고 했다.

“모든 사람이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황실은 물론이고 무림과 상계까지 전부. 그런데 이 검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걸 알아보거라.”

게다가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공? 이거 알려지면 현천문은 바로 끝이다. 멸문지화를 당할 게 뻔하다.

“그러니 빨리 힘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현천문이 안전할 수 있습니다.”

“네 말이 맞다. 그런데 진혁아. 너는 지금 경지가 어느 정도 이르렸느냐?”

온위립의 질문에 진혁은 이류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내공은 십오 년 정도.

“하기야 그 정도가 되었으니 괴한들을 처리할 수 있었겠지.”

그 정도면 기습을 해서 괴한을 제압한 게 납득은 될 정도였다.

“어서 괴물을 잡으러 가시죠. 저쪽에서 괴물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래? 그러면 가야지.. 가기는 가야 하는데..”

사람들은 온미령을 쳐다보았다. 어쩐지 여자와 함께 가는 게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사람들을 한꺼번이 이끌었다.

이런저런 거 다 따지면 언제 성장하겠는가.

“조금만 지나면 괜찮습니다. 처음이라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겁니다.”

“그런 거지? 허허. 그래..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지.”

이걸 경험한 사람은 진혁 밖에 없다. 진혁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 한다. 현천문 사람들은 이번에는 이상한 소리를 내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갈저에게 다가갔다.

“으으흐응..”

“아아으으흥..”

참기 어려웠다. 그래도 이를 꽉 물고 참았다. 괴물을 잡는 것보다 소리를 참는 게 더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사냥을 하고 내려오는 현천문 사람들의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다.

“이게 마냥 쉬운 건 아니구만. 진혁이가 정말 놀랍구나.”

“대사형. 그걸 다 이겨냈다니 존경스럽습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 진혁에게 사람들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진혁은 멋쩍게 웃으면서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뻥을 계속 쳤다.

사실은 자신은 처음부터 이러지 않아서 모르는데. 에이. 뭐. 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조금은 무책임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려다가 일단의 무사들과 마주쳤다.

갈저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한 제갈 세가의 무사들이었다. 그들은 떨어진 자존감을 다른 곳에서 찾고자 했다.

“어이고. 이거 고생을 엄청 하셨나보네.”

아까 보았던 제갈 세가의 무인들이 진혁 일행을 보고는 피식거렸다. 행색이 말이 아니긴 했다. 다들 땀 범벅에 옷과 머리가 다 헝클어져 있었으니까.

“나 참. 괴물이 아무나 잡을 수 있는 건지 아나.”

“그러니까. 크큭.. 갈저의 피가 무슨 색인지도 모를걸?”

비웃는 무사 옆을 지나면서 진혁이 칼을 팍 털었다. 칼에서 녹색 방울이 땅으로 떨어졌다. 현천문의 다른 사람들도 무사 곁을 지나면서 일제히 칼을 털었다. 더 많은 녹색 물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내일은 당강을 잡으러 가 볼까요?“

“그러는 게 좋겠어요. 대사형. 갈저는 너무 쉽더라고.”

현천문 사람들은 크게 웃으면서 제갈 세가의 무인들의 곁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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