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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65화 (6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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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 자꾸 생기네요.

결국, 미노타우르스 한 마리를 또 잡았다. 이번에는 약간 운도 따랐다. 깊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어슬렁거리고 있는 놈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오크를 잡아먹으려고 멀리까지 온 것 같았는데, 그걸 보자마자 목세강을 불렀다.

“으아아아!!”

무사들의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이번에는 함정을 깊이 팔 시간이 없었다. 겨우 놈의 허리 정도 깊이의 함정.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고 찍고 손으로 낚아채려고 하고. 미노타우르스의 저항은 정말 격렬했다. 난폭하고 과격한 공격에 다들 초긴장 상태. 그만큼 공격하는 무사들은 죽을 맛이었다.

잠시라도 긴장을 풀었다가는 피떡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덩달아 진혁도 정말 이 정도로 집중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계속해서 미노타우르스 주변을 맴돌면서 혹시나 생길지도 모르는 불행한 사태를 대비했다. 잠시만 그리고 그런 판단은 옳았다.

“위험해!!”

진혁이 몸을 날려 무사 둘을 덮쳤다. 미노타우르스가 갑자기 몸을 뒤로 돌려서는 손을 홱 뻗어왔기 때문이었다.

무사 둘은 커다란 창을 들고 찔러가고 있었다. 찌르기가 효과를 보려면 가속도가 붙어야 한다. 그래서 틈을 노리다 놈이 뒤돌아 있을 때를 노려 찔러간 거였다. 막 가속도가 붙을 순간.

그 순간 미노타우르스가 뒤를 돌았다. 무사 둘은 멈추려고 했지만, 움직이던 탄력이 있어서 쉽게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자신의 몸통보다 큰 괴물의 손이 덮쳐오는 순간.

둘은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허리를 잡는 걸 느꼈고, 다음 순간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정신 안 차려? 까딱하면 죽을 뻔했잖아?!”

한천위가 다가와서는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둘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들의 창을 보면서 숨을 내쉬었다.

“하아.. 고마워. 하 표사.”

무사 하나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다른 한 명은 아직도 심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는지 말을 하지 못했다.

“잠시 쉬세요.”

진혁은 짧게 이야기하고는 다시 괴물 근처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들의 일을 보아서인지 무사들은 극도로 조심하면서 괴물을 상대하고 있었다.

미노타우르스는 조금씩 힘을 잃어갔다. 그리고 결국 쓰러졌다. 이전에 잡았던 놈보다 약간 더 큰 녀석이었다.

“하아.. 우리 이제 이런 미친 짓은 하지 말자고.”

“난 때려죽여도 못 해. 절대로 못 해.”

다들 그 자리에 널브러져서는 중얼거렸다. 힘이 하나도 없어서 일어나지 못하겠다면서. 영원히 누워 있을 기세였다.

하지만 얼마 후 고기 먹자는 말에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미노타우르스의 고기는 정말 별미였으니까.

그날은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별동대 사람들은 다음날 본대를 찾아갔다. 거대한 괴물의 머리를 구경하러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왔다.

“원래 이렇게 생겼구먼. 허어..”

저번에는 뼈만 남은 상태로 가져왔었는데, 이번에는 잡고 바로 옮기느라 가죽이나 털이 그대로인 상태였다.

두 상단의 사람들은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원보 상단의 저력을 확실하게 인정한 거였다.

힘없는 중소 상단이 아니었다. 적어도 천수에서 사주로 향하는 남쪽 길에서는 원보 상단이 으뜸이라고 인정했다. 자신들은 저런 괴물은 상대할 수 없다.

“당강도 만만치 않은데 저런 놈은 어떨까? 아니 가죽에 칼이 들어가나?”

“하이고. 언감생심 생각도 말라고. 저 사람들이야 뭔가 아는 게 있는 거지.”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보와 경험도 풍부한 자들. 그런 집단이라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서예주는 무사들에게 거의 절을 할 것처럼 대했다.

“정말 여러분께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제가 장안에 도착하면 제대로 셈을 쳐서 드리겠어요. 약속드립니다.”

서예주는 특별 수당을 확실하게 챙겨주겠다고 했다. 특히나 미노타우르스의 머리 두 개 값은 제대로 보상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든 무사들이 적절한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단다.

무사들의 사기가 한껏 올랐다. 돈 준다는 데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것도 많이 주겠다는데. 다시 별동대로 돌아온 무사들이 동료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환호성이 터졌다.

“어?”

또 느꼈다. 무언가 강하고 묵직한 진동.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무사들은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로지 진혁만 느끼는 감각.

마나의 진동? 마나의 파동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느껴졌다. 방향은 미노타우르스가 있는 지역. 아니. 그보다도 더 안쪽?

‘중심부라고 해야 하나? 가만. 미노타우르스보다 더 상위의 몬스터가 있는 건가?’

미노타우르스보다 상위라고 하면 그다지 많지는 않을 거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드래곤. 하지만 이건 그런 것보다는 정말 지진 같은 느낌인데.

지금 당장 진원지를 찾아가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몸을 빼는 건 불가능한 일. 그런데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큰 울림이 느껴졌다.

쿵 하고 묵직하고 육중한 충격이 전해졌다. 굳이 표현하자면 근처에서 폭탄이 터졌을 때 전해지는 그런 충격이랄까. 그리고는 그 뒤로 마나가 솨아악 소리를 내면서 몰려오는 게 느껴졌다.

“쿠오오오!!”

“카아악!”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괴성을 질러댔다. 무사들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 걸 느꼈는지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항상 몬스터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방에서 일제히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무슨 일이야? 왜 이래?”

진혁은 손을 들었다. 그리고 최대한 마나를 느낄 수 있도록 집중했다. 그러자 느껴졌다. 괴물들이 움직이는 것이.

몬스터들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듯이.

“저기. 괴물들이 움직이는데?”

괴물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몬스터들이 와도 녀석들이 마주할 건 깎아지는 듯한 절벽이다.

별동대가 있는 절벽 위까지 올라올 수 있는 몬스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이고.. 그나마 다행이네.”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뭔 일이래? 갑자기 이놈들이 떼거리로 미쳤나?”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없겠다고 하면서.

“가만. 그런데 저쪽으로 오면..”

절벽이 쭉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중간중간 통로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다.

별동대가 있는 곳은 안전했지만, 약간 후방에 그런 통로가 있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면 본대의 야영지가 바로 지척이다.

“본대에 신호 넣어. 무슨 일인지 모를 테니까 천위. 자네가 빨리 가서 알리고.”

“알겠어.”

이곳에서 경공이 가장 빠른 자는 한천위다. 사태의 위급함을 안 그가 급히 몸을 날렸고, 거의 동시에 요란한 호각소리가 울렸다.

- 삐이이이익!!

본대 쪽이 환해졌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모른다. 진혁은 별동대를 이끌고 급히 이동했다.

“폭약은?”

“넉넉하게 가져오기는 했는데..”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폭약은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적은 양으로도 많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으니 아무나 취급하게 두지를 않는 거다.

하지만 괴물이 나타난 이후로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상단, 특히나 대규모 상행을 할 때는 제한적으로 폭약을 가지고 갈 수 있게 된 거였다.

괴물을 막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통로를 막아버려야겠어.”

괴물들이 모두 몰려나온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생길 거다. 본대까지 절벽 위로 올라오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면 당장은 안전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방에 괴물이 득시글거리게 되면 참혹한 일이 생길 확률이 높다. 어떻게 살아남는다 해도 많은 사람이 죽을 테고.

“서둘러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

다들 이를 악물고 뛰었다.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괴물들이 몰려오는 게 보였으니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빨리 설치하세요.”

폭약을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렇게나 터트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폭약을 잘 아는 무사가 구멍을 뚫었다. 절벽을 무너뜨리려면 여러 곳에 구멍을 뚫고 폭약을 터트려야 한다.

마음이 조급하니 일이 더 더디게 느껴졌다. 구멍은 왜 이렇게 안 파지고 괴물은 왜 그리 빠르게 다가오는지.

다들 이를 악물고 일하고 있었지만, 시간은 별동대의 편이 아니었다. 이러다가는 본대가 쑥대밭이 되게 생겼다.

‘이제 짐을 싸서 움직이는 것 같은데..’

평소 괴물이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상황이 나빴다. 괴물들이 눈이 돌아가서 앞뒤 안 가리고 달리고 있었다. 저기 휩쓸렸다가는 뼈도 남지 않을 듯했다.

진혁은 결정을 해야 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작업에 다들 힘쓰고 있었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본대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할 걸 아니까.

건너편에서도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시간을 맞추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진혁도 이런 작업을 하는 걸 여러 번 보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지는 대략 안다.

진혁은 결심을 하고는 몸을 날렸다.

“어? 하 표사. 어디 가?”

대답하지 않았다. 진혁은 아래로 내려가서는 몬스터들이 달려오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저 녀석들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 이상 모두가 죽는다.

“하 표사! 빨리 올라와. 거기서 뭐 해?!”

다들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진혁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다 죽게 할 수는 없지.’

이걸 막을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살아남을 방법이 있지 않은가. 나중에 설명하기가 좀 귀찮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들을 다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 지이이이잉!!

마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니 검이 떨리면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이런 상황에서 자잘한 건 소용 없지. 큰놈으로 한방.”

무사들 몇 명이 아래로 내려오려는 게 보였다. 도우러 온다기보다는 다시 끌고 가려는 거겠지. 하지만 그러면 다 죽어.

진혁은 두르고 있는 보따리에서 가지고 있는 연막탄을 모두 꺼냈다.

- 퍼엉. 펑!

진혁의 주변이 연기로 뒤덮였다. 달려오던 무사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는 깜짝 놀라는 게 보였다.

진혁은 연기 속에서 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검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흐아아아아아압!!”

진혁이 검을 내리치자 거대한 빛의 덩어리가 정면을 향해 날아갔다. 거기에는 수많은 괴물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 콰아아아아아앙!!!

무시무시한 폭발음과 함께 정면을 가득 메우며 달려오던 괴물들이 사라졌다. 일부는 폭발에 휘말려 공중으로 날아갔고, 대부분은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뭉개졌다.

엄청난 먼지가 사방을 뒤덮었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서 손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래는 연기와 먼지가 자욱했으니까.

“어이! 하 표사. 괜찮아?”

“빨리 올라와. 거의 다 됐다고.”

진혁은 그 소리를 들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괴물들은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멈칫하기는 했지만, 빈자리를 메꾸면서 꾸역꾸역 몰려왔다.

‘아직은 한 번이 한계인가?’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아쉬웠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무공 중에서 가장 폭발력이 강한 무공이 지금 펼친 벽력참이었다.

기운을 모아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는 무공. 그것만 해도 인간이 펼칠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그러면 이걸 절벽에다가 대고 쓰면 되지 않느냐? 그건 좀 다른 문제였다. 이게 마나를 가지고 있는 괴물에 잘 먹히는 무공이다. 마나가 없는 생명체나 사물에는 효과가 약하다.

수많은 괴물을 날려 버리는 건 가능하지만, 절벽을 무너뜨리거나 하는 건 불가능하단 얘기다. 현천문의 무공이 대부분 그렇다.

‘하아.. 한 번만 더 사용할 수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지금 펼친 것의 30%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마나를 계산하면 그 정도는 더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혁은 자신의 앞으로 몰려드는 괴물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검을 치켜세웠다.

“하 표사. 하 표사!!”

누군가 어깨를 잡았다. 왕칠 아저씨였다. 그는 사색이 된 채 진혁의 손을 잡아끌었다.

“미쳤어? 빨리 피해. 어서 가자고.”

진혁은 깜짝 놀랐다. 괴물들이 조금 있으면 이곳을 휩쓸고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 아저씨가 미쳤나. 지금 바로 앞에 괴물 오는 거 안 보여? 나는 방법이 있다고. 아저씨는 없잖아. 이 멍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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