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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64화 (6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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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 자꾸 생기네요.

서예주와 목세강, 그리고 진혁은 두 상단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괴물의 머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괴물을 또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으니 두 상단이 양보를 하지 않아서였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이게 정말 운이 좋아서 잡은 거라서..”

진혁은 부상당한 괴물을 발견해서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혁은 노력은 해보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목세강은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했다. 사실 좀 웃긴 상황이라 말을 하면 실수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면 이게 유일한 물건이 될 수도 있다. 이거군.”

진원휘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모두 생각하고 있었다. 다들 별동대 무사들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다시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표정. 진저리를 치는 모습을 보았다. 게다가 이 정도 괴물을 그리 쉽게 구할 수 없을 리가 없다고 판단한 거였다.

두 상단은 치열하게 눈치싸움을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서로 양보할 생각이 없으니 경쟁을 시작했다가는 조건이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갈 터. 그건 현명한 생각이 아니었다.

진원휘는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간 후 수하들을 불러 모아 논의를 했다.

“알유라는 괴물. 아니 저것과 비슷한 괴물이 잡혔다는 이야기가 있나?”

“아직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런 물건이 나왔다면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거대 괴물에 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병사들 수천 명이 달려들어도 당할 수가 없고, 성벽을 부숴버리는 엄청난 괴력을 지닌 괴물.

“저들이 저런 걸 또 구할 수 있을까?”

진원휘는 호위단장에게 물었다.

“제 생각입니다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번에는 목세강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은데.. 아시다시피 그는 이곳을 비우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목세강은 본대를 지키느라 지금까지 계속 본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잠깐 별동대에 갔다가 놈을 잡은 거였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괴물이 본대를 습격한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그러니 목세강이 본대를 비우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저들의 말대로 다친 놈이라서 잡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음...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진원휘는 우연이 너무 겹치는 거 아니냐고 의문을 표했다. 마침 목세강이 별동대에 갔을 때, 마침 다친 괴물이 별동대 앞에 나타났다?

“어르신. 좀 이상한 일이기는 하지만, 세상에는 믿기 어려운 일도 많지 않습니까.”

“하긴. 그리고 그런 걸 지금 따져 봐야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니..”

문제는 우연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저 물건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저것만 확보할 수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 황제에게 바친다면 엄청난 특혜를 받을 수도 있을 거다.

그걸 동정 상단에서도 모를 리가 없다. 그쪽도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터.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원보 상단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봐. 저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손에 넣어야 한다. 다들 알았어?”

“예. 어르신.”

진원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물건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물론 동정 상단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괴물의 머리를 가질 수만 있다면 원보 상단과의 거래에서 많은 부분을 양보할 수도 있었다. 이야기 도중에 힘으로 빼내오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무시당했다.

“저 괴물을 잡을 정도의 무력이 있는 데, 그들하고 붙어서 빼 오자고? 게다가 천문 상단의 진 영감까지 뻔히 보고 있는데? 니가 우리 상단을 망하게 하려고 작정을 했구나?”

말을 꺼낸 사람은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이런 일이 생기면 힘으로 빼앗는 것부터 생각했던 터라 자기도 모르게 말이 나온 걸 후회하면서.

같은 시각, 서예주는 무사들을 모두 불러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큰 일을 했다고 하면서 다친 사람은 없는지 물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오가다 서예주가 본론을 이야기했다.

“원래는 더 일찍 이야기를 하려다가 별동대가 나가는 바람에 말을 못하고 있었네요.”

서예주는 무사들에게 원보 상단에 아예 들어올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조건을 이야기했는데, 무사들은 꽤 놀랐다. 대우가 무척 좋아서였다.

진혁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동료 무사들은 장안까지 가면서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성장한 수준에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서예주가 이야기한 조건은 그걸 감안한 것보다 좋은 조건이었다.

“이번에 여러 상단과 이야기가 잘 되고 있다는 건 다들 잘 아실 거예요. 그래서 좋은 대우를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인후 말을 이었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여러분은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는 무사라는 생각을요.”

무사들은 뭐라고 말을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그냥 다들 어리벙벙했다. 진혁과 목세강은 조금 처지가 달랐지만, 다른 무사들은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기분은 좋은 듯했다. 그리고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았다. 사실 앞으로 실력이 더 는다고 해도 서예주가 말한 조건보다 좋은 대우를 받기는 어려울 거다.

“지금 대답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지금 나가 계신 분들한테도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서예주는 장안에 도착하기 전까지 마음을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화를 마친 무사들은 밖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네는 어쩌려고?”

“나는 원보 상단 들어갈 생각이야. 내가 어디 가서 이런 대우를 받겠어.”

대부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목세강은 진혁에게 슬쩍 물었다.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저는 일단 사문에 들려야 해서..”

“자네도 여기에 적을 두지는 않겠구만.”

목세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알유 상대해 보니까 어떠셨습니까?”

“흐음.. 정면으로는 힘들 것 같아.”

그는 일대일로 생사를 건 싸움을 하게 되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자네 같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 잡을 수 있겠지.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진혁은 목세강의 원수라는 괴물이 조금 궁금해졌다.

“혹시 그 복수해야 한다는 괴물과 알유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그놈하고 알유라.. 아마 비교가 안 될거야.”

목세강은 알유가 강한 괴물이기는 하지만, 그놈에 비하면 애 같은 괴물이라고 했다. 진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노타우르스가 애 같은 몬스터가 뭐가 있지?’

바로 떠오르는 게 없었다. 뭐. 있기야 있을 거다. 하지만 듣자마자 이거라고 떠오르는 몬스터는 없었다.

“그 괴물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어.. 그 놈은..”

목세강이 이야기를 하려는데, 사람이 와서 말을 전했다. 서예주가 잠시 보자는 말이었다. 목세강은 다녀오겠다며 일어났고, 진혁은 얼마 후 사람들과 함께 복귀해야 했다.

“어떤 놈이지?”

진혁은 별동대에 돌아와서도 미지의 몬스터에 관해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부 재계약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해야지. 그런 조건이면 안 하는 게 병신 아냐?”

“조건도 조건이지만 우리가 사실 괴물 상대하는 게 특기잖아.”

“하긴 그래. 사람 상대하는 것보다야 괴물 상대하는 걸 더 잘하지.”

맞는 말이었다. 무사들은 괴물 상대하는 데 더 특화되어 있었다. 진혁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련을 하는 시간에 사람들에게 제안했다.

“대련이요?”

“예. 괴물을 상대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을 상대해야 할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무사들은 대련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며 반겼다. 다들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심리도 작용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대련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진혁은 실력이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무리를 지어 주었다. 다들 큰 불만은 없었다. 자기 실력을 대부분 알고 있었으니까.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긴 했는데, 대련을 해보더니 곧바로 수긍했다. 덤비는 족족 깨졌으니까.

“다른 사람의 대련을 보는 것도 공부가 됩니다.”

진혁이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집중해서 관찰하고 있었다. 다들 무술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었고, 눈을 뜬 상태였으니까.

다들 동료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이제는 지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싹트고 있었다.

호적수와의 치열한 경쟁만큼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사실 거대 문파의 수준이 높은 것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기재를 끌어모아서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도 이유지만, 경쟁이 치열하니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기 살기로 하게 되지.’

하지만 거대 문파보다 지금 별동대 무사들의 분위기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생사의 고비와 함께하면서 다들 단단해져 있었다. 거기다가 영약도 먹고 실전도 치르고.

연무장에서 훈련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한 거다. 훨씬 험난하고 힘겨운 경험을. 그래서인지 다들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거칠고 치열하게 싸웠다. 날카롭고 맹렬한 기세의 충돌. 실전과 다를 바 없는 대련.

대련 자체가 상당히 실전적인 연습이지만, 이건 분위기가 달랐다. 미노타우르스를 사냥한 경험 탓인지 무사들에게서 야생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하앗!”

힘차고 간결한 기합소리와 함께 사납게 움직이는 검.

- 채앵. 챙 챙

검이 부딪치며 나는 쇳소리.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대련하는 무사들 사이에서 은은한 피 냄새가 나는 듯했다.

무협 소설을 보면 종종 초식을 큰소리로 외치는 경우가 있다. 태극 무슨 검! 천룡 어쩌구 도법. 뭐 그런 식으로.

정말 말도 안 되는 거다. 초식을 입으로 말하는 경우는 없다. 뭐하러 상대에게 그걸 알려주겠는가.

야구로 치면 투수가 포크보오올! 몸쪽 슬라이더어어! 이러면서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미친놈이다.

진혁은 헛웃음을 웃고는 다시 무사들을 쳐다보았다. 다들 진지했다. 구경하는 사람이나 대련을 하는 사람이나. 격렬한 움직임이 없는 곳에서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

미노타우르스를 더 잡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단 그놈을 잡으려면 너무 멀리까지 이동해야 했다. 게다가 준비를 할 것도 많았다.

본대와 함께 움직이면서 하려니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기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두어 번 정도 기회가 있었다.

목세강 없이 잡으려고 했었는데, 실패했다. 아무래도 한천위로는 부족했다. 진혁이 나서면 가능했겠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미노타우르스를 잡으면 좋겠지만, 그냥 동료들을 한계까지 굴리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정말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하는 건가?’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실력은 정말 많이 늘었다. 대련을 한 게 효과가 컸다.

돈황으로 출발하기 전과는 엄청난 차이. 왕칠은 내공이 약해서 그렇지 이류의 끝자락에 가 있는 듯했다. 조금만 더하면 일류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만. 뭔가 이상한데?”

진혁은 이상한 울림 같은 걸 느꼈다.

“무슨 일이야? 뭐라도 나타났어?”

한천위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무사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분명히 느꼈다. 묵직함 떨림. 무언가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지진이 난 것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지진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느꼈을 거다.

진혁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제가 잠깐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요즘 알유 때문에 예민해져서 그런가 보네. 좀 쉬어.”

사람들이 피곤해서 그런 것 같다며 걱정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은근히 알유는 이 근처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는 그런 무시무시한 놈은 만나기 싫은 모양이었다.

진혁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알유는 제가 잘 찾아볼게요.”

“아니. 그럴 것까지야 있나. 좀 쉬어. 너무 피곤해 보여서 그래.”

진혁은 무사들을 보면서 웃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꼭 만나게 해드리겠습니다. 큰 도끼 든 아주 튼실한 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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