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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 자꾸 생기네요.
“후우.. 후우..”
목세강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살짝 후회하고 있었다. 알유라는 괴물이 이토록 무시무시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별동대가 보급을 받으러 와서는 알유라는 괴물, 소를 닮은 거대한 괴물 이야기를 했다. 사부의 복수가 인생의 목표인 목세강은 당연히 관심을 보였다.
“빨리. 이쪽으로!”
한천위가 다급하게 손짓했다. 조금 거리를 벌린 줄 알았는데, 알유가 거의 코앞까지 와 있었다.
“젠장. 뭐가 이렇게 빨라?”
숨을 돌릴 틈도 없었다. 목세강은 재빨리 약속된 장소로 이동했다. 소의 머리를 한 괴물 놈은 씩씩대면서 목세강을 뒤쫓았고.
‘그래. 이놈이면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
그동안 처리했던 당강이나 갈저 같은 작은 괴물은 복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알류라는 괴물은 그 크기부터 자신이 상대하려는 놈과 비슷했다.
이놈을 상대하다 보면 사부를 해친 그놈을 잡을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거다. 목세강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바람처럼 달렸다.
그 광경을 한천위는 진한 검강을 뽑은 채 기다렸다. 별동대 중에서 가장 고수는 목세강. 그 다음은 한천위였다. 전에는 한천위보다 경지가 높은 자들이 서넛 있었지만, 한천위가 최근 그들을 뛰어넘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거의 다 왔다. 함정을 파 놓았고, 각종 장비를 준비해 놓았다. 오늘은 반드시 이놈을 잡겠다고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그래. 그래.. 그래애애... 지금!!”
한천위의 소리를 들은 목세강의 홱 뒤로 돌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공세를 취했다. 목세강은 허공으로 뛰어올랐고, 은은한 빛을 내뿜은 검강이 미노타우르스의 눈을 찔러갔다.
“크워워!!”
갑작스러운 공격에 미노타우르스는 화가 난 듯 괴성을 지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목세강을 두 조각 낼 것 같았던 거대한 도끼는 허망하게 허공을 갈랐다. 목세강이 공격을 멈추고 아래로 피했기 때문이었다.
“차아앗!!”
한천위가 뛰어들며 미노타우르스의 발목을 공격했다. 괴물은 급히 피하려 했지만, 공격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다.
- 치이잇~
괴상한 소리가 나면서 발뒤꿈치 쪽 가죽이 갈라졌다. 하지만 한천위는 탄식을 내뱉었다.
“아우. 이런.. 얕았어.”
제대로 베질 못했다. 조금만 더 깊었더라도 한쪽 다리는 쓰지 못했을 텐데. 하지만 미노타우르스를 공격하는 건 한천위만 있는 게 아니었다.
“타하아앗!”
목세강 역시 약속한 대로 발목 부근을 노렸다.
그동안 미노타우르스를 상대하면서 별동대 사람들은 작전을 계속해서 수정했다. 결론은 정면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거였다.
밧줄이나 그물 같은 걸 써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미노타우르스가 조금만 힘을 쓰면 전부 끊어지고 찢어졌다. 그래서 목세강과 한천위가 다리 쪽을 공격하는 작전을 세웠다.
기동력을 빼앗으면 아무래도 상대하기 편했으니까. 그리고 이 근처에 함정도 파놓았다. 다른 무사들은
“쿠어어엉!!”
하지만 미노타우르스는 만만한 놈이 아니었다. 녀석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목세강도 피하거나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흘려 막았다.
흘려서 막아도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목세강이 그 정도이니 다른 사람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오로지 진혁만이 미노타우르스와 정면으로 승부를 할 수 있지만, 실력을 숨겼다. 그래서 목세강과 한천위는 지금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놈과 싸우고 있었다.
‘잘하네. 둘 정도면 어떻게든 미노타우르스를 잡을 수는 있겠어.’
하지만 조금만 실수를 해도 바로 죽을 수 있다. 그만큼 흉험하고 맹렬한 싸움. 난무하는 검광에 눈이 부시고, 폭음에 귀가 멀 지경이었다.
‘됐다. 놈이 다리를 조금 절고 있어.’
계속해서 공격을 받다 보니 놈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자 놈은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걸 내버려 둘 별동대가 아니었다.
“던져! 한꺼번에 쏟아 부어!!”
사방에서 그물이 날아가고 밧줄이 걸렸다. 물론 그걸로 미노타우르스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은 끌 수 있지.
“쿠어엉!”
미노타우르스는 손으로 그물을 종이처럼 찢었다. 그리고 계속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 앞을 진혁이 가로막았다. 마나를 맥시멈으로 끌어올린 채.
평소의 미노타우르스였다면 무조건 달려들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부상을 당해 도망치는 상황. 놈은 진혁을 피해 옆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놈이 움직인 쪽에는.
- 콰지지지직~
“쿠어엉?”
바닥이 무너지며 미노타우르스가 함정에 빠졌다. 워낙 큰 놈이라 꽤 깊이 팠는데도 목이 함정 밖으로 나왔다.
“다들 막아!!”
무사들은 함정 주위에 몰려들어 빠져나오려는 미노타우르스를 막았다.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미노타우르스였지만, 놈을 막는 건 쉽지 않았다.
목세강과 한천위가 계속해서 검강을 날렸고, 다른 무사들도 계속해서 놈을 공격했다.
“쿠어어어엉!”
미노타우르스가 괴성을 지르며 반항했다. 펄쩍 뛰어올라 함정을 빠져나오려고도 했고, 팔을 들어 도끼를 휘두르기도 했다.
별동대 전체가 합심해서 녀석을 막았다. 그리고 싸움이 계속될수록 놈은 지쳐갔다.
그리고 목세강은 동료들의 실력에 감탄을 거듭하고 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언제 이렇게 실력이 늘었지?’
계속해서 실력이 좋아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별동대를 만들어 나가기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실력만 좋아진 게 아니었다. 벌써 전투가 이어진 지 한 시진이 넘었다. 한 시진이면 두 시간이다. 그런데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두 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한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별동대 전체가 날카로운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집중력이 조금만 흐트러졌더라도 부상자가 나왔을 거야. 죽었을 지도 모르고.’
미노타우르스가 갑작스럽게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있다. 지친 듯 주춤거리다가 느닷없이 공격하면 당하는 사람이 나오기 십상. 하지만 아직 다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자. 조금만 더. 거의 잡았다!”
진혁이 소리쳤다. 그러자 무사들은 더욱 힘을 내고 집중해서 괴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검강을 쓸 줄 아는 자는 직접 공격을 했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다른 방법으로 공격했다.
특별히 만든 커다란 창으로 찌른다거나 충차 같은 걸 여럿이서 같이 움직이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무수한 공격을 받고도 미노타우르스는 버텼다.
하지만 매에는 장사가 없는 법. 미노타우르스의 움직임이 점점 둔해졌다.
물론 무사들도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내공도 체력도 모두 바닥나기 직전. 이미 탈진해서 빠진 무사들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승리는 별동대 무사들의 것이었다. 두 시진. 네 시간의 혈투 끝내 결국 미노타우르스는 죽었다. 마지막으로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더니 쓰러졌다.
“죽은 거 확실하지? 어?”
혹시 몰라 무사들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리저리 찔러보고 확인했다. 미노타우르스는 확실하게 죽었다.
“우아아아아!!”
“잡았다! 우리가 잡았어!!”
사람들은 모두 소리를 질렀다. 몸이 찢어지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지금의 기쁨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사들은 주먹을 꽉 쥔 채 하늘을 향해서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다.
***
‘내공을 탈진할 때까지 사용하는 게 확실히 효과가 좋긴 하구나.’
진혁은 무사들의 실력이 느는 걸 직접 확인하고는 놀랐다. 정말 극한까지 내몰리는 전투를 한 번 하고 나면 실력이 쑥쑥 늘었다.
내공도 미약하나마 늘었고, 집중력도 향상되었다. 내공을 운용하는 방법이나 요령도 크게 좋아졌다.
“정말 다른 사람들을 보는 것 같은데?”
목세강의 말에 한천위가 맞장구를 쳤다.
“지옥에 한쪽 발을 디뎠다가 나온 게 벌써 몇 번씩 되니까 그럴 만도 하지요.”
한천위는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진저리를 쳤다. 다른 무사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정말 이 괴물을 한 번 잡아보자는 목표가 아니었다면 견디기 어려웠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 목표를 향해서 달렸고, 결국 이루어냈다.
“하 표사도 뭔가 얻은 게 있는 것 같던데..”
목세강의 말에 사람들이 전부 진혁을 쳐다보았다.
무사들이 집중력을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종종 위험에 처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면서 도움을 주었다.
지금까지는 들키지 않았는데, 역시나 목세강의 눈은 속일 수가 없는 듯했다.
“약간 얻은 게 있었습니다. 내공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진혁의 말에 사람들이 다들 환호했다.
“정말이야? 이야. 축하해.”
“잘 됐다. 어유.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미안했는지..”
다들 진혁에 대해서는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다. 항상 받기만 하고 해준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
물론 지금도 딱히 해준 건 없었지만, 그래도 진혁의 실력도 늘었다니 그나마 무사들의 마음이 좀 편안해진 거였다.
“그런데 제가 문헌에서 보니까 저 녀석 고기가 그렇게 맛이 좋다고 하던데..”
“에? 저 괴물 고기를 먹는다고?”
무사들은 조금 꺼림칙한 모양이었다. 먹었다가 이상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들 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조금만 떼어다가 한 번 먹어보죠.”
진혁은 이미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래서 천연덕스럽게 고기를 조금 떼어다가 불에 구웠다.
지글지글 고기가 불에 익기 시작하자 고소한 냄새가 사방에 퍼졌다. 이동 중에 고기를 먹는 일은 극히 드물다.
산짐승이나 새를 잡는 경우에나 먹을 수 있는데, 그것도 대부분은 윗사람들 차지다. 일반 무사들까지 차례가 오는 건 아주 드문 일.
“어.. 어때? 괜찮아?”
다들 침을 꼴딱 삼키면서 진혁에게 물었다. 진혁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음미하듯 고개를 씹었다.
이빨이 고기를 건드리자 육즙이 주르륵 배어 나왔다. 고기는 부드러웠고, 감칠맛이 입안과 목을 자극했다.
“하아.. 이거 끝내주는데요? 소고기하고 맛은 비슷한데 훨씬 맛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어디. 나도 좀..”
“어.. 어..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지..”
진혁의 말을 들은 무사들이 달려들어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애초에 조금만 떼어온 거라 몇 사람만 한점 씩 먹을 수 있었다.
“허어.. 이게.. 와..”
“음.. 허으음...”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기가 막힌 맛. 무사들은 먹는 사람들의 표정만 보고도 군침을 흘렸다.
“에이. 모르겠다. 그래 먹자. 먹어.”
무사들이 달려가 고기를 잘라왔다. 워낙 큰 놈이라 별동대 전체가 푸짐하게 먹고도 남았다.
***
“우와.. 저게 뭐야?”
본대로 오는 별동대를 보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커다란 뿔이 달린 두개골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뿔이 사람의 팔보다도 굵었고, 괴물 두개골의 크기가 사람보다도 컸다. 두 상단 사람들도 전부 나와서 구경했는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게 뭔가요?”
서예주는 깜짝 놀랐다. 이미 죽은 괴물의 뼈에 불과한데도 보고 있자니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알유라고 하는 괴물의 머리입니다.”
별동대 무사들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이 괴물을 잡은 것이 우리라는 자부심이 걸음걸이나 태도에서 바로 드러났다.
“이보게. 서 상단주.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하세.”
진원휘가 급히 다가오더니 서예주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얘기는 들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이 신기한 물건을 달라고 할 것이다.
“아니. 나도 좀 같이 얘기를 하지. 진 대인. 저만 빼놓으려 하시다니. 섭섭합니다.”
동정 상단에서도 끼어들었다. 이런 물건은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지금까지 이런 거대한 괴물을 잡았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있다손 치더라도 이렇게 온전한 형태의 증거물이 나온 적은 없다. 이건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보물이었다.
“내 돈을 얼마든지 내겠네.”
“진 대인. 왜 이러십니까. 돈은 우리도 많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거래 조건에 관해서 이야기를 좀 해 봅시다. 서 상단주.”
서예주는 무척 난처한 표정이었다. 어지간한 거면 경쟁을 붙여서 좋은 조건을 내미는 쪽에 넘길 텐데, 이건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얻지 못한 쪽의 반발이 거셀 테니까. 그녀는 무사들을 보면서 물었다.
“이거 혹시 하나 더 구할 수 있나요?”
그녀의 말에 무사들의 표정이 홱 변했다. 눈을 크게 뜨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서예주를 노려보았다. 이걸 잡으면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는지 아느냐고 항의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음.. 시도는 해 보겠습니다만..”
진혁이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무사들이 일제히 진혁을 째려보았다. 그 개고생을 또 해야 하느냐는 눈빛으로. 주먹을 꽉 쥔 것이 잘하면 달려들어서 때릴 기세였다. 하지만 진혁은 태연하게 그들을 쳐다보았다.
‘이게 다 당신들을 위해서 하는 거예요. 아직 한계를 넘은 사람이 없거든요. 이번에는 잘해서 한계를 넘어야죠? 뭐. 안 되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