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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60화 (6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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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뭔가 바뀐다.

- 왕칠이 놀라운 의지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 왕칠의 성장 가능 등급이 일류 무인으로 조정되었습니다.

- 앞으로 왕칠이 얻는 포인트는 전부 하진혁에게 귀속됩니다.

엥? 이게 뭐야?

진혁은 깜짝 놀랐다. 너무 놀라서 오크 전사가 앞에 있는 것도 잠시 잊어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크르릉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정신을 차렸다.

- 촤악~

진혁의 검이 오크 전사의 몸통을 꿰뚫었다. 사납게 으르렁거리던 오크 전사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괜찮아요? 왕칠 아저씨?”

“어? 나는..”

왕칠은 약간 멍한 상태였다. 제대로 각성을 한 건 아니고 전투 중에 반각성 상태에 든 것 같았다. 진혁은 재빨리 왕칠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

“여기서 쉬면서 명상을 해요. 이 난리통에 잘 되지는 않겠지만, 사람을 붙여서 지키게 할 테니까 아까 그 감각 있죠?”

“그 감각?”

“오크으으으.. 그러니까 당강의 공격을 막았을 때 그 감각이요.”

휴. 또 말 실수 할 뻔했다. 하지만 워낙 정신이 없는 터라 왕칠도 제대로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진혁은 눈을 감으면 오히려 집중하기 어려울 테니까 반만 뜬 상태에서 집중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무사 한 명을 붙들고 그 앞을 지키라고 했다.

“아저씨에게 무척 중요한 순간이에요.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아셨죠?”

“알았어.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뒤로는 아무것도 보내지 않을 걸세.”

진혁은 바로 전장으로 뛰어들어 상황을 정리했다. 한천위가 활약하고 진혁이 잘 지휘를 한 덕에 상황은 곧 마무리되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어서..”

“다친 사람이 여럿 있기는 한데, 큰 부상은 아니야.”

중상도 있기는 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가 잘리거나 한 사람도 없었고. 그나마 다행인 상황.

사람들도 안도하면서 다친 사람들을 한곳에 모았다. 지금 바로 치료를 위해 본대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왕칠에게 쏠려 있었다. 왕칠은 가부좌를 한 상태로 앉아 있었는데, 잠시 후 눈을 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때? 뭔가 달라졌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 물었다. 왕칠은 달려오는 사람들을 무척 어색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렇게 주목을 받는 것이 너무 낯설어 그런 모양이었다.

“아니.. 뭐 별로..”

왕칠은 딱히 달라진 건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약간 더듬거리면서. 진혁은 유심히 왕칠을 관찰하면서 물었다.

“그때 그 감각은 기억이 나요?”

“그게..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왕칠은 겸연쩍게 웃으면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좀 아쉽기는 한데 그래도 약간 경지가 오른 것 같네요.”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허허..”

진혁의 말에 왕칠은 영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아. 하 표사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암튼 축하해.”

“그래. 그래도 뭔가 얻었다니 다행이지. 큰일 날 뻔했다면서..”

사람들은 모두 축하한다며 왕칠의 어깨를 두들겼다. 진혁은 그런 왕칠을 보면서 한껏 미소 지었다.

- 왕칠이 얻은 2 포인트가 귀속되었습니다.

- 왕칠이 얻은 2 포인트가 귀속되었습니다.

- 왕칠이 얻은 5 포인트가 귀속되었습니다.

포인트를 획득하는 다른 방법이 생겼다. 이제부터는 왕칠이 포인트를 얻어도 그게 내 것이 된다. 이렇게 좋을 수가.

진혁은 왕칠에게 다가갔다.

“잘 됐어요. 정말 잘 됐어요.”

진혁은 크게 기뻐했다. 다른 사람들도 축하하고 기뻐해 주었지만, 진혁은 정말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이게 미묘하게 다르다. 축하하고 기뻐하는 감정. 거기에 진심이 얼마만큼 담겼는지는 사람들이 대충 알 수 있다.

사람들은 확신했다. 지금 이곳에서 진혁보다 왕칠의 일을 기뻐해주는 사람은 없다고.

“하 표사가 왕칠하고 좀 친하긴 했지?”

“이 사람아. 하 표사가 어디 친해서 저러는 것 같은가. 원래 저런 성격이잖아. 다른 사람 일도 자기 일처럼 챙겨주고 기뻐하고.”

사람들은 진혁이 정말 자기 일처럼 좋아한다며 칭송했다. 그러기가 쉬운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몰랐다. 정말 진혁은 자기 일이라서 기뻐한다는 것을.

“정말 잘 됐어요. 정말로.”

진혁은 활짝 웃었다. 왕칠과 사람들도 환하게 웃었다. 각기 담긴 의미는 조금 달랐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아이고.. 아이고..”

사람들은 앓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부상자들이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일단 간단한 치료부터 하고 빨리 본대로 옮깁시다.”

진혁의 말에 사람들이 부산히 움직였다. 그리고 곧 부상자들을 본대가 있는 야영지로 옮겼다.

“아니 어쩌다가..”

별동대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뛰어 나왔다. 다친 사람들을 보고는 급히 치료를 담당한 자들을 불렀다.

“기초적인 치료가 잘 되어 있군요. 큰 염려는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의원은 진혁을 슬쩍 쳐다보았다. 솜씨를 보니 진혁이 손을 댄 것 같아서였다.

“무슨 일이죠? 갑작스럽게 부상자가 나왔다니.”

“당강 무리가 습격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진혁은 당강 이백여 마리가 갑작스럽게 습격을 해왔다고 했다. 실제로도 그 정도 수였고, 거기에 오크 전사가 둘 섞여 있었다.

당강 이백여 마리라는 말에 모두 놀랐다. 특히 상단 사람들의 놀라움은 더했다. 자신들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의 습격에도 쩔쩔맸으니까.

“임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은 없나요?”

서예주가 잠시 본대와 합류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괜찮습니다. 큰 지장은 없습니다.”

서예주는 진혁과 한천위를 비롯한 별동대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이 정도의 돌발 상황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상황은 다른 두 상단도 예의 깊게 주시하고 있었다.

“당강이 이백여 마리인데 죽은 사람도 없고, 다친 사람만 몇이라면 이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가?”

“예. 저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조사단의 무력은 지금까지의 예상보다도 높습니다.”

진원휘는 호위단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지만 무공 수준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고 하지 않았던가?”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를 겉으로만 보고 판단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도 실력을 조금 숨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원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나 그러니까. 자신의 실력을 전부 다 까 보이는 사람은 없다. 그랬다가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니까.

“그걸 감안하고 실력을 예상했었는데, 그것보다도 더 꽁꽁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군.”

“그렇게 보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진원휘는 상황을 지켜보다 서예주가 자신의 천막으로 들어가자 진혁을 불렀다. 있었던 일에 관해 좀 물어볼 심산으로. 하지만 다가온 진혁은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부상자 때문에 온 것이라 바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아닐세. 얘기야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지.”

진혁은 별동대를 이끌고 야영지를 빠져나갔다. 상단의 무사들은 조금은 경외의 시선으로 별동대를 쳐다보았다.

당강을 직접 상대해보았으니 그 무서움을 피부로 느꼈었다.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괴물. 그 괴물을 이백이나 상대하고도 거의 피해가 없는 별동대.

무사들은 별동대를 힐끔거리면서 수군거렸다.

“당강 이백 마리? 생각만 해도 끔찍하구만.”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저런 사람들이 왜 이런 데서 일을 하는 거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무사들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보 상단 뒷배가 든든하다는 소문이 있더라고.”

“뭐? 어디가 뒤를 봐준다는데?”

“나도 들은 얘긴데, 황실이라는 말이 있더라고.”

이야기를 하던 무사들은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고 했다.

“하기야. 그 정도 뒷배면 실력 있는 무사들을 모아 줬겠지.”

“내가 듣기론 사혈련이 비밀리에 키운 무력 집단이라던데?”

무사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별동대를 바라보았다. 별동대는 짙은 어둠을 헤치면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

바뀌었다. 왕칠의 성장 가능 등급이 바뀌었다. 그리고 왕칠이 얻는 포인트도 나에게 들어온다.

진혁은 솔직히 좀 감동 받았다. 그동안 왕칠은 무슨 짓을 해도 이류 무사가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일 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끼면서도 조금 안타깝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거였다.

‘노력하면 바뀔 수도 있구나. 정해진 게 아니야. 달라질 수 있다.’

큰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공짜로 얻은 것에 만족하면서 지내왔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왕칠과 같은 경우가 쉽지는 않을 거다. 여러 가지가 다 맞물려서 그런 기연을 얻은 것이겠지. 생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실전, 진혁의 빼어난 가르침.

하지만 왕칠의 부단한 노력이 없었다면 한계를 넘는 건 불가능했을 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생각했던 모든 걸 전부 바꿀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뭘 하나?”

“그냥 여러 가지로 좀 생각할 게 많아서요.”

한천위가 사람들이 찾는다며 진혁을 불렀다.

오늘 일과는 마무리되었고, 이제 수련을 할 시간. 왕칠의 발전을 본 사람들은 더욱 불타올랐다. 개중에는 의욕이 넘치는 경우도 있었다.

“왜 움직임이 바뀌었습니까? 제가 알려드린 건 이렇지 않았는데요.”

“이렇게 변형을 주는 게 훨씬 좋아보여서..”

진혁은 무사의 움직임을 살폈다. 왜 그런 변형을 주었는지 알 것 같았다. 변형을 준 것이 더 멋졌기 때문이었다.

“초식이라고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바뀔 수는 있어요.”

신체 조건이 다르니까. 하지만 기본에서 벗어나면 곤란하다. 그러면 완전히 다른 초식이 되어버리니까.

“힘들고 지치는 거 압니다. 기본이라는 건 참 따분하고 귀찮아요.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진혁은 평소보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이들도 더 나아질 수 있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동안은 이류 무사가 한계면 그 위로 가야 필요한 개념은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어차피 필요 없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언제든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누가 이들에게 삼류 인생이라고, 일류는 될 수 없다고 할 수 있나. 아니다. 될 수 있다. 할 수 있다.

“기초가 약하면 높이 올라갈 수 없어요. 힘들겠지만 같이 해봅시다.”

진혁은 냉철하지만 차갑지 않은 조언을 했다. 간혹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무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진혁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그래. 같이 해보자고. 같은 남로무사단이잖아.”

“남로무사단이요?”

진혁은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아까 아래 갔더니 다른 상단 사람들이 그럽디다. 우리보고 남로무사단이라고.”

워낙 활약이 두드러지다 보니 별칭 같은 게 붙은 모양이었다. 무사들은 괜찮은 이름 같다고 했다. 사실 아무에게나 별칭을 붙이겠나.

무림에서 별호가 있다는 건 인정을 받는다는 말과 똑같다.

어디 허접한 무사에게 별호가 붙는 경우 봤나? 없다. 유명 연예인에게는 이런저런 애칭이나 별명까지 붙지만, 무명 연예인은 이름도 모르는 것처럼.

그리고 이곳에 있는 무사 중에서 별호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까지는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남로무사단이라는 별칭이 생겼다.

개인의 별호는 아니었지만, 무사들은 모두 들뜬 표정이 되었다. 그걸 보고 진혁은 결심했다.

‘그래. 그 이름을 더 거창하게 만들자. 남로무사단이라고 하면 다들 인정할 정도로 만드는 거야.’

그러자면 이들의 실력이 지금보다 더 상승해야 한다. 그러자면 많은 무사들이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그러면..’

그러면 내가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포인트가 모일 테니까. 설마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을 일 같은 거 하겠지.

그럼 이제는 원맨쇼나 손발이 오그라드는 걸 안 해도 되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들을 성장시켜야 할 이유가 된다.

‘일단은 이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야지. 그러자면 당강만 가지고는 좀 그런데.. 그렇다고 너무 많은 몬스터와 싸우면 내가 다 커버하기도 힘들고.’

진혁은 순간적으로 미노타우르스를 떠올렸다.

이들을 데리고 미노타우르스를 사냥하면 어떻게 될까? 오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공포와 맞서야 할 거다. 엄청난 경험이 되겠지. 한 마리 정도면 아무도 죽지 않게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진혁은 무사들을 쳐다보았다. 다들 진지하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매서운 눈과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방울.

‘그래. 가자. 미노타우르스 잡으러.’

진혁은 무사들을 쳐다보면서 웃었다.

‘이게 다 이 사람들을 위한 길이니까. 내가 꼭 포인트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고.’

진혁은 계속해서 웃었다. 한 무사가 그 모습을 보았는데,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쩐지 스산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 작품 후기 ============================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쿠폰 덕분에 월세 걱정 없이 글에만 집중해도 될 것 같아요. 더 재미있는 글로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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