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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57화 (57/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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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뭔가 바뀐다.

“별동대를 운영하자고요?”

“예. 그렇습니다. 지금 이대로는 문제가 많습니다.”

진혁은 두 상단 때문에 움직임이 너무 위축되었다고 말했다.

“사실 통행로를 아직 확실하게 확보했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원보 상단의 조사단도 이 길을 딴 한 번 왔을 뿐이다. 오면서 나름대로 많은 조사를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상단에서도 분명히 몰래 시도할 겁니다.”

“그렇겠죠. 그리고는 자신들이 새로 개척한 길이라고 할 테고요.”

“그러니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수련을 위해서도 그럴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상단 사람들이 있어서 수련하는 것도 조심하고 있었다. 굳이 이쪽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필요는 없으니까.

이전에야 어차피 돈황에 갈 때까지는 공동 운명체인 사람들이다. 조금이라도 자신이나 동료의 실력이 나아지면 좋은 일.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렇긴 해요. 알겠어요. 별동대를 조금 큰 규모로 꾸리죠.”

서예주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인원을 빼내서 따로 움직이라고 했다. 너무 수가 많아서 진혁이 놀랄 정도였다.

“그렇게 많은 인원을 빼면 이곳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안전한 길로만 갈 테니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거예요. 대신에 천천히 이동할 테니 정보 수집과 경계에 신경을 써주세요.”

서예주는 별동대가 정보도 수집하지만, 사전에 주변을 정리하는 역할까지 해달라고 했다. 그렇다면 본대에 인원이 적어도 상관없을 거다.

“그렇다면 가능하겠네요. 하지만 다른 상단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건데..”

“제가 그건 책임지고 막을 겁니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자들이 있을 거예요. 그건 하 표사님이 좀 맡아주세요.”

훔쳐보지 말란다고 해서 움직이지 않을 자들이 아니다. 그러니 그건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진혁은 그 부분에 관해서는 복안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임시로 고용한 사람들까지 배려해주는 것이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상단 소속의 무사들만 데리고 가라고 해도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

“정말 임시로 고용된 자들까지 함께 움직여도 되겠습니까?”

별동대로 가면 이 길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된다. 진혁의 도움을 받으면서 수련을 할 수도 있다. 둘 다 엄청나게 중요한 일.

보통은 상단 소속 무사들만 데려가고, 임시로 고용된 무사들은 본대를 지키라고 했을 거다. 그런데 임시직 무사까지 데려가란다.

“예. 그래도 이곳까지 죽을 고비를 같이 넘긴 사람들이잖아요. 그만한 대우는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곳까지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 진혁은 생각했다. 이 여자는 의외로 멍청하구나.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분명히 뒤통수 맞는다. 돈황에 도착하니 괴초나 남쪽 길에 대한 정보가 이미 다 새어나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걸 경험했는데도 이러다니.

‘나중에 뒤통수 세게 얻어맞고 그때 가서 후회하겠지. 그리고 그런 상황이 되면 이미 때는 늦은 후이겠고.’

그래도 마음씨는 착하니 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안전도 생각을 해야 하니 목 대협과 고수들을 남기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상단에서 데려온 무사들도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서예주는 별로 걱정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사단 일에 신경을 쓰고 잘해주시는 거죠?”

“그게 제 일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혁의 말에 서예주는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물었다.

“하 표사님은 상단 소속도 아니시잖아요. 계약한 것에 불과하고.. 계약이 끝나면 남이 될 사이인데 이렇게 하시는 게..”

진혁은 허리를 곧게 펴며 말했다.

“의뢰인을 보호하고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행한다. 그게 표사입니다. 계약도 일종의 약속. 무인에게 신의는 생명만큼 무겁습니다.”

서예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상당히 감동하는 모양이었다. 포인트로 9점이나 들어온 걸 보면.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당당하게 밖으로 나왔다. 포인트로 7점이 또 들어왔다.

***

“철각패도와 그 녀석이 만난 적이 있다고?”

진원휘는 목세강의 말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목세강은 진원휘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태사부인 자하 검선의 친우였으니까.

“그때 다들 하 표사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단주를 구하려고 단신으로 괴물과 맞서는 모습은 정말 비장함. 그 자체였습니다.”

“허허. 하기야 그 아이의 성품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구나.”

목세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는 하 표사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철각패도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모양입니다. 돌아왔을 때 몸이 아주 엉망이었거든요.”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기야 그런 인연이 있으니 철각패도를 설득하겠다고 나선 거겠지.”

진원휘는 진혁에 대해서 더욱 애착이 갔다. 저런 인재를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게다가 무공을 가르치는 능력도 있다지 않은가.

이건 거의 만능에 가까운 인재였다. 무공 수위가 낮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자신이 데리고 부리는 자들이 한심하게 보일 정도로.

그런데 밖에서 갑자기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진원휘와 목세강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천막 밖으로 나갔다.

“죄송하지만 이 일은 조사단 인원끼리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나는 듣지 못한 일이라서 말이야. 그리고 몇 명 동행을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게 뭐 그리 어렵다고 이러는 게야?”

진혁의 말에 동정 상단의 호위 책임자가 계속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진혁도 완고했다.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무슨 일인가?”

“저자가 별동대에 자기 쪽 무사 몇 명을 붙이려고 수작을 부리고 있습니다.”

진원휘의 물음에 근처에 있던 무사가 대답했다.

“이미 이야기가 된 상황인데 지저분한 농간이구만.”

서예주가 상단 대표들과 이야기를 해서 이미 합의가 된 사항이었다. 물론 진원휘가 서예주의 손을 들어줘서 가능했던 합의이기는 했지만.

“이게 무슨 소란인가?”

동정 상단의 대표가 약속이라도 한 듯 나타났다. 호위 책임자가 대표에게 다가가서는 모두에게 들릴 법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괴물의 동향을 살피러 나간다고 하기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더니 거절을 해서 말입니다.”

“도움을 주겠다는데 거절을 했다고?”

진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상단의 대표분들이 이미 결정한 사항이라고 들었습니다.”

“결정이야 했지. 그런데 도움은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대놓고 억지를 쓰겠다고 작정을 한 모양.

“솔직히 말해서 우리 무사들의 도움을 받는 편이 안전하지 않겠나.”

동정 상단의 대표는 그러지 말고 무사 몇 명이라도 데려가라고 이야기했다.

“저자들이..”

목세강의 눈빛이 매서워지며 나섰다. 아니.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진원휘가 그를 말렸다.

“저 친구가 어떻게 하는지 조금만 더 보세.”

목세강은 분기가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은 참았다. 목세강이 이렇게 나서려고 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동정 상단은 조사단 무사들 전체를 무시했다. 너희들 보다야 동정 상단 무사들의 실력이 좋다. 그러니 같이 가면 너희들도 좋은 거 아니냐. 이런 말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차분하게 대응했다.

“괴물을 상대하는 건 무사들끼리의 다툼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건 경험이 많은 저희들이 하는 게 옳습니다.”

목세강이나 조사단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너희들이 괴물을 알아? 이런 건 전문가에게 맡겨. 이런 말이었으니까.

그러자 시비를 건 쪽에서 무어라 말을 해려고 했다. 하지만 진혁은 그걸 알고 잽싸게 말을 이었다.

“다른 것보다 합의된 사항이니 저는 지시 받은 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도움을 주고 싶으시다면 합의를 하신 후에 알려주십시오. 그러면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너무나도 원칙적이고 빈틈없는 이야기였다. 동정 상단 사람들은 입맛을 다셨다.

이게 진혁이 화를 내거나 꼬투리를 잡을 게 있으면, 어떻게 해볼 수 있다. 그러려고 일부러 자극한 거였다.

그런데 진혁이라는 사람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도 되는지 전혀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그저 차분하게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뭘 어찌해 볼 틈이 보이지 않았다.

“괴물이라.. 무공이란 말이야 사람을 상대하든 괴물을 상대하든 차이가 없는 거야.”

호위 책임자가 진혁에게 다가가며 거친 기세를 내보였다. 하지만 진혁은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상대의 기세에 눌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반발하지도 않았다. 그냥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가만히 서 있었다. 호위 책임자가 가까이 다가와서 눈을 부라리는 데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할 이야기는 다 하셨습니까?”

시비를 건 호위 책임자가 다 무안해지는 상황이었다. 조사단 무사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그러자 심기가 불편했는지 상단 대표가 입을 열었다.

“이봐. 여기 무사들과 우리 무사 중 어디가 괴물을 잘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말해서 그런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좀 그렇습니다. 어떻게 이런 자들하고..”

아예 조사단 무사들을 개무시하는 발언. 동정 상단 무사들 얼굴에도 비슷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너희들과 우리는 차원이 다르다. 비슷한 취급을 받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도움을 준다고 한 건 너희에게는 행운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우리와 너희가 비슷한 줄 아느냐. 이런 생각이 그들의 얼굴에 보였다.

“뭐야?”

“보자 보자 하니까 이것들이!”

조사단 무사들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하지만 진혁이 손을 들어 그들을 말렸다.

“자. 출발합니다.”

냉정하게 분위기를 잘라버리고 사람들을 이끄는 진혁. 무사들은 사납게 눈을 치켜뜨고는 진혁을 뒤따랐다.

동정 상단의 무사들은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자존심만 있다면서 키득댔다. 하지만 조사단 무사들은 투덜대면서도 진혁의 지시대로 외부로 이동했다.

“재미있는 친구야. 그렇지 않나?”

“어떤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친굽니다. 그건 제가 보장하지요.”

목세강은 진원휘에게 하 표사를 따라 나가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진원휘는 이번 상행이 끝나고 나면 현천문에 들러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걸 주고서라도 진혁을 데려오고 싶었다.

***

“그런데 괜찮을까? 저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

한천위가 말하자 왕칠도 맞장구쳤다.

“맞아요. 동정 상단 놈들 보니까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던데.”

“당연한 일입니다. 놈들은 따라 올겁니다.”

쉽게 포기할 놈들이 아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이니까. 조사단이 가는 길이니 자신들에게는 어떤 위협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다.

오히려 천문 상단이 조용한 게 이상했다. 천문 상단도 동정 상단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는 조용했다.

원래는 천문 상단도 무사들이 시비를 걸고 따라오려고 했다. 원래 그런 식으로 하는 게 4대 상단의 방식이었다.

진원휘가 그걸 막았다. 절대로 그러지 말라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원보 상단과 진혁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철각패도와의 관계도 염두에 두어서 그런 거였고. 그 모든 걸 고려하면 굳이 이런 작은 일에 나서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판단.

“괴물이 어떤 놈들인지 녀석들에게 보여줍시다.”

진혁은 무사들에게 말했다. 당강까지도 필요 없었다. 갈저만 상대해도 자신들의 생각이 잘못이라는 걸 깨달을 거다.

진혁은 이미 갈저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뒤따라 오고 있는 거 맞습니까?”

“잘 따라오고 있어.”

한천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굳이 기감을 높일 필요도 없었다. 놈들은 아예 대놓고 따라오고 있었으니까.

“조금 있으면 갈저가 자주 나오는 곳입니다. 괴초도 가지지 않고 이렇게 소란스럽게 왔으니 분명히 습격을 할 겁니다.”

진혁은 모두에게 준비를 시켰다. 갈저야 이곳까지 오면서 숱하게 상대했었다. 게다가 조사단 무사들은 모두 마나가 깃든 검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저들은 아니지. 옳지. 이동하는 구나.’

진혁의 생각대로 갈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혁은 곧바로 마나를 강하게 내뿜었다. 그러자 갈저의 무리는 이쪽으로 오지는 못하고 동정 상단의 무사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으아악!!”

따라오던 동정 상단의 무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축제의 시작이었다.

‘파티를 즐겨보라고. 내가 장담하지. 아주 색다른 파티일 거야.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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