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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뭔가 바뀐다.
“어디 보자..”
진혁은 마지막 중급 마나 스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나 스톤은 곧 흐물흐물해지더니 쇳물에 녹아들었다.
“하아. 이제 끝이다.”
드디어 중금 마나 스톤을 모두 사용했다. 사람들 몰래 하느라고 아주 죽을 맛이었다.
진혁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욱 그랬다. 철각패도와 협상 이후로 진혁도 조금 유명해져서 찾는 자들이 많아졌다.
철각패도야 워낙 괴팍한 컨셉을 하고 있으니 피할 수 있었지만, 진혁은 아니었다. 그래서 시간을 내는 데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그래도 끝이 났다. 허유.. 세상 일이 쉬운 게 하나도 없어요..”
힘은 들었지만 만족스러웠다. 포인트도 착착 들어오고 있었다. 사주 사람들이 철각패도를 칭송하다 보니까 제법 짭짤하게 포인트가 쌓였다.
“그런데 이거 앞으로도 검을 계속 공급해야 하는데 참 곤란하네..”
괴물을 상대하는 검을 만들려면 중급 마나 스톤이 필요하다. 물론 하급 마나 스톤을 녹여서 코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진혁 혼자서 날밤을 새워도 몇십 개가 고작이다.
그것도 아무도 진혁을 방해하지 않을 때나 가능한 일. 그러니 그건 제외.
게다가 중급 마나 스톤은 오크 전사에게서만 나온다. 그걸 잡는 건 진혁이 세상에서 가장 잘한다. 철각패도도 못 잡을 건 없지만, 비효율적.
“그러니까 중급 마나 스톤을 구해서 그걸 쇳물에 녹인 다음 그걸로 검을 만들어서 제공해야 하는데..”
굉장히 복잡했다. 지금 있는 쇳덩어리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지만, 두 달이나 버틸 수 있으려나?
토번왕과 서역의 바바 상단을 통해서 마나 검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만만치 않았다. 방법이 없는지 정말 온갖 생각을 했다. 머리를 있는 대로 쥐어짰다.
“하아.. 방법이 없네.. 방법이 없어.”
그런데 그때. 진혁의 눈앞에 갑자기 커다란 검은 공 같은 게 보였다.
“어? 이게 뭐지?”
진혁이 고개를 흔드니 다시 사라졌다.
“가만. 뭐야? 내가 잘못 본 건가?”
검은 공 같기도 했고, 구멍 같기도 했다. 진혁은 왜 그게 보였는지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마나 스톤을 옮기는 걸 생각했지. 몸이 두 개라서 불편하다고. 그리고..”
그러면서 게임 생각을 했다. 게임 시스템이 적용되는 것 같으니 인벤토리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떠올렸다. 그러자.
- 부우웅.
이상한 소리와 함께 검은 구멍 같은 게 생겼다.
“가만. 이거 혹시..”
무언가 떠오른 게 있었다. 조금 전에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바로 그거. 혹시 모르니 진혁은 검은 구멍을 잘 살폈다. 축구공만 한 크기였는데, 그 안은 짙고 깊은 어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천천히 손가락을 가져가서 콕콕 찔러 보았다. 구멍 안으로 손가락이 쏙 들어갔다. 손을 넣었는데, 어깨까지도 들락날락했다.
“이거 아공간 아냐?”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 아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임 시스템과 비슷하니까 인벤토리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아공간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자 정말 아공간이 생겨난 거였다. 진혁은 잠시 멍하니 아공간을 바라보았다.
“생각만 했는데 생겨났다 이거지?”
아공간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검은 구멍은 바로 사라졌다.
“시동어도 필요 없다는 거네.. 가만 몸이 바뀌어도 같은 아공간을 공유하는 건가?”
기왕 확인하는 것이니 철각패도로 몸을 바꾸어서 확인해 보았다. 됐다. 몸은 두 개지만, 하나의 아공간을 공유했다.
철각패도는 검은 구멍을 확인하고는 그 안에 가지고 있던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혁으로 몸을 바꾸고 다시 아공간을 소환했다.
“보통은 찾을 물건을 생각하고 손을 집어넣지?”
지금까지 소설에서 봐왔던 대로였다. 검을 생각하면서 손을 넣었다. 검이 손에 잡혔다.
아공간을 통해 검을 꺼내 확인을 해보았다. 철각패도가 넣은 그 검이 맞았다.
“나. 지금까지 뭐한 거니?”
그동안 뻘짓을 한 게 떠올랐다. 물건을 사람이 없는 곳에 가져다 놓고 재빨리 다른 몸으로 가서 그 물건을 품에 넣었다. 혹시 그 사이에 누가 가져갈까 봐 마음 졸이면서.
“가만. 이게 원래 사용할 수 있었던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처음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짓을 다 해보았다. 제대론 된 설명이 없으니 별짓을 다 한 거였다.
개중에는 아이템 창이나 아공간 같은 것도 확인했다. 말도 해보고 생각도 해보고. 하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러면 그때는 안 되고 지금은 왜..?
갑자기 떠오른 게 있었다. 팔찌에 포인트가 가득 차면서 벌어졌던 일이.
- 1단계 포인트가 모두 충족되었습니다.
- 2단계가 진행됩니다.
- 2단계 진입. 흡수 제한이 해제되고 *#$가 개방됩니다.
이런 쓰벌.. 아공간이 개방된다는 거였잖아?
진혁은 뒷골을 잡았다. 장안을 떠나기 전부터 아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동안 그걸 몰라서 온갖 멍청한 짓을 했던 거다.
‘하아.. 이런.. 아우우우.. 진작 알았으면 그동안 개고생 하지 않았어도 되는 거잖아?“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관리자. 관리자!”
혹시 몰라서 관리자를 불러보았다. 이도걸은 관리자를 보았다고 했으니 관리자가 있을 거다. 거짓일 수도 있지만,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있어야 했다.
그래야 이 씨발스러운 마음을 풀 수 있으니까. 정말 눈앞에 나타나면 딱 죽지 않을 정도로 두들겨 패고 싶었다.
“관리자 새끼 나오면 죽여버릴 거야. 이 새끼 보이기만 해봐라..”
진혁은 씩씩댔다. 하지만 어쩌겠나. 관리자라는 존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데. 그냥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분을 삭여야 했다.
“확실하게 테스트하자. 거리에도 상관이 없는지 크기나 무게 같은 것도 제한이 있는지.”
일단 거리에는 제한이 없는 듯했다. 철각패도가 최대한 멀리 이동해서 확인을 해보았는데, 아공간에는 문제가 없었다.
크기는 제한이 있었다. 아공간 구멍이 축구공 정도의 크기였는데, 그것보다 조금 더 큰 건 넣을 수가 있었다.
신축성이 있는 것처럼 공간이 조금 늘어나면서 들어갔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큰 물건은 아예 넣을 수가 없었다.
- 쿵!
철각패도는 커다란 바위를 땅바닥에 버렸다. 아공간에 바위를 억지로 넣으려 했는데, 도저히 들어가지 않았다.
무게는 크게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무거운 것도 안에 들어갔다. 얼마만큼 들어가는 지도 확실하게는 확인하지 못했다.
일단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넣어 보았는데, 꽤 많이 들어갔다. 커다란 방 하나에 꽉 찬 물건을 넣을 정도는 되는 듯했다.
“이거 잘 활용하면 떼돈 벌겠는데? 물건을 굳이 나를 필요가 없잖아?”
철각패도는 돈황에 있고, 진혁은 장안에 있다고 치자. 돈황에 있는 물건을 바로 장안에서 빼낼 수 있는 거다.
“아냐. 공연히 의심받을 짓을 할 이유가 없지. 내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문제는 포인트. 그리고 팔찌.
“당분간 철각패도는 돈황에 남겨두면 되겠어.”
이도걸에게서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 그리고 팔찌도 구할 수 있으면 구하고.
“이도걸은 팔찌가 필요 없을 수도 있으니까.”
잘만하면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제 포인트도 거의 꽉 차간다. 마지막 칸이 징그럽게 안 차긴 하는데, 그래도 서서히 차오르는 게 보였다.
“이걸로 끝이면 좋을 텐데..”
***
토번왕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괴물들을 물리쳤다. 물론 약한 갈저가 있는 곳만 집중적으로 공략했는데, 그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철각패도에게서 검을 제공받기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일이었다. 덕분에 토번왕은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구세주처럼 받들었다.
그때마다 토번왕은 공을 다른 인물에게 돌렸다.
“이건 모두 그분의 은덕입니다. 그분께서 이 괴물을 상대할 용기와 무기를 내려주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토번왕이 신의 사자라고 말했다. 신의 계시를 받아서 괴물을 물리친다는 거였다.
사람들은 토번왕에게 계시를 내린 신을 칭송하기 시작했다. 그게 모두 포인트였다. 그 포인트는 다시 장안으로 향하는 진혁에게 쏟아졌다.
‘오오.. 전부 1 포인트인데 모이니까 어마어마하네.’
좀 어지럽기는 했지만, 포인트가 쌓이는 재미에 참을 만했다.
“자네는 뭐가 그리 좋은가?”
진원휘가 슬쩍 옆으로 오더니 물었다.
“사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즐거워서 그렇습니다.”
진혁은 대충 얼버무렸다. 진원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는 다른 사람들과 말을 나누었다.
남쪽 길을 통해서 장안으로 가는 일정에 천문 상단과 동정 상단의 일부가 함께하기로 했다. 사실상 염탐이었지만,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겉으로만 한 번 본다고 해서 제대로 알 수는 없다. 이곳에서 치열하게 괴물들과 싸우고 부대낀 경험이 없는 이상, 이곳을 안다고 절대로 말할 수 없을 거다.
“이거 너무 심심하구만. 괴물은 구경도 하지를 못하겠어. 이게 다 괴초 덕인가?”
진원휘는 괴초를 들고 유심히 살폈다. 하지만 죽었다 깨나도 모를 거다. 어떤 게 효과가 있는 괴초인지.
진혁만이 그걸 구분할 수 있다. 그건 서예주를 비롯한 극소수만이 알고 있다. 진원휘도 그것까지는 알아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괴초야 천수의 약초꾼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건 효과가 있고 어떤 건 효과가 없어서..”
“그런가? 그걸 구분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인데..”
진혁의 말에 다른 상단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다. 이곳을 경험한 사람이 하는 말 한마디는 정말 중요한 정보다. 천문 상단이나 동정 상단 사람들은 진혁뿐 아니라 다른 무사들에게도 접근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 봤자다. 진짜배기는 나만 알고 있으니까.
“괴물은 만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정말 끔찍하니까요.”
“그렇겠지. 나도 상행을 보냈다가 크게 낭패를 본 적이 많지.”
진원휘는 괴물을 어떻게든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야 마음 놓고 장사를 다닐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요즘 점점 힘이 든다고도 했다. 상단 간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져서 천문 상단도 예전 같지 않다면서.
천문 상단은 호북에서 일어났고, 동정 상단은 소주에서 일어났다. 두 상단 모두 무당을 중심으로 한 5대 검파와 손을 잡고 있다.
그런데 동정 상단이 최근에 기세를 올리고 있고, 천문 상단은 상대적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동정 상단의 상단주인 왕표가 무림맹의 자금을 담당하는 전금당의 당주가 되고 나서부터였다.
“점점 힘에 부치는 걸 느껴. 게다가 나는 사혈련이 앞으로 큰 파란을 몰고 오리라 생각하네.”
그는 철각패도 같은 자가 나타난 이상 사혈련이 큰 폭풍을 몰고 올 거라고 했다.
“내가 살아봤자 얼마나 더 살겠나. 한 20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겠지.”
20년? 할아버지 지금 나이가 92살이야. 20년 후면 112살이고. 이 할아버지 진짜 욕심 많네.
“그런데 이 길이 뭔가 돌파구가 될 것 같아. 내 감이 그렇단 말이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냥 여길 지나다니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진원휘에 대한 경계심은 늦추지 않았다. 자꾸만 찔러보는 것이 진혁에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되니 여러모로 불편해졌다. 무사들을 지도하는 것도 좀 그랬고, 오크 전사를 사냥하러 몰래 빠지기도 어려웠다.
다른 상단 사람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이거 골치 아프네? 오크 전사는 틈틈이 사냥을 해둬야 하는데..’
그래야 바바 상단과의 끈도 계속 이어갈 수 있고, 토번왕을 지원해서 포인트도 계속 받을 수 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진혁은 바로 서예주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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