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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54화 (5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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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정리만 되는 거 아냐?

서예주와 조사단 사람들이 나서서 진혁을 말렸다. 세상을 잘 모르는 유생 같은 자라고 하면서 무마했다.

그러자 구룡 상단은 그걸 빌미 삼아 더 심하게 다그쳤다. 당장 모든 정보와 안내 할 사람들을 넘기라고 했다. 대가로 고작 몇 푼을 주겠다고 하면서

“그런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어허.. 이봐요. 서 상단주. 그렇게 뻗댄다고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구룡 상단에서는 방법이 없으니 지금이라도 넘기라고 강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해 질 거라면서.

“서역 상단과 사혈련 등 여러 곳과 접촉 중입니다. 그들의 협조를 받을 수 있으면 가능성이..”

“아.. 거 참 말귀를 못 알아듣네. 야. 이년아. 서역 상단하고 사혈련이 미쳤다고 너희들하고 손을 잡겠냐? 어? 이게 그래도 잘 해주려고 하니까 분위기 파악을 못 하네.”

구룡 상단은 며칠 말미를 줄 테니 잘 생각해보라고 하고는 나가버렸다.

“뭐야? 저 새끼들은. 원래 지들 거야? 뭔데 내놓으라 마라 하는 건데?”

왕칠이 소리를 질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힘들게 이룩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그걸 공짜로 강탈하겠다고 하니 분통이 터진 거다.

“어쩌겠나. 힘이 약하면 어쩔 수가 없지.”

무사 한 명이 힘없이 말했다. 다들 맥이 빠진 듯했다. 이런 일을 겪는 게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진혁은 아니었다. 앞으로 나서서 담담하게 자신의 주장을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남쪽 길을 확보했다는 건 그만한 무력을 갖추었다는 말도 됩니다. 수많은 괴물을 헤치고 나왔습니다.”

조사단 사람들의 시선이 진혁을 향했다.

“우리는 약하지 않습니다. 저들에게 저렇게 무시당할 만큼 힘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린 인원도 너무 적고..”

“상단주님 말대로 서역 상단이나 사혈련의 협조를 얻으면 됩니다.”

다 아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게 잘되지 않으니까 그렇지.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바바 상단도 사혈련도.

“제가 가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진혁이 나서자 서예주가 바로 반대했다.

“요즘은 위험하니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겠어요. 서역 상단 근처에서도 검은 형제단과 무력 충돌이 잦다고 하니까요. 더구나 사혈련을 찾아갔다 죽어 나간 사람도 있다고 해요.”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협조를 얻어야..”

“하 표사님 마음은 잘 알아요. 항상 감사해요.”

서예주는 그래도 지금은 그냥 지켜보자고 했다. 진혁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진혁은 황당했다. 야. 이 여자야. 그냥 가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내가 이미 다 판을 짜 놓은 거라고.

- 서예주로부터 6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쓸데없이 고마워하지 마. 그냥 협상하라고 보내주기만 하면 된다니까?’

하지만 서예주는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면서.

‘야. 이 멍청아. 야! 야!!’

***

상황이 급격하게 흘러갔다. 검은 형제단 수뇌부가 계속해서 실종되었고, 토번왕은 모든 전사들을 소집했다. 곧 큰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금검 교무국은 정말 살인에 환장한 놈이었다. 검은 형제단 수뇌부를 암살할 때 단독으로 움직였는데, 혹시나 싶어서 미행을 했다. 철각패도의 무공이 워낙 높아서 가능했다.

정말 끔찍했다. 장난을 치듯 사람을 잡아 놓고는 천천히 죽였다. 마치 죽어가는 과정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이. 하지만 솜씨 하나는 최고였다. 금검이라는 별호와는 달리 암살자에 특화된 자였다.

“그건 그렇고 토번왕도 곧 움직일 테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일정을 당겼다. 진원휘와 이야기를 하고 나니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긴. 자기들 이권이라면 펄쩍 뛰는 자들이다. 이렇게 당하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그러니 그들이 아예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세력을 키워야 한다.

분란이 자꾸 일어나면 민심만 흉흉해지고 좋을 게 없다. 확실하게 안정시켜야 포인트를 얻기도 좋다. 그래. 이게 다 포인트 때문이다.

“장로님. 구룡 상단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사혈련 지부장이 말했다. 요즘 들어서 부쩍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혈련이 잘 나갈 것 같으니 미리미리 인연을 만들어 놓겠다는 심산.

“들어오라고 해라.”

지부장이 상단 녀석들을 데리고 왔는데, 상당히 겁먹는 눈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내가 요즘 엄청나게 까칠하게 굴고 있거든.

오는 놈들마다 트집을 잡아서 두들겨 주었다. 꼬투리 잡을 건 정말 많았다. 말꼬리 잡는 것부터 시작해서 태도나 복장까지.

왜 그런 경험들 다들 있을 거다. 군대나 직장 상사, 혹은 선배가 맘먹고 꼬투리 잡으려고 덤벼서 골치 아팠던 적. 그런 경험 있으면 절대로 피하지 못한다는 거 동감할 거다.

아무리 조심하고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최근에 다른 사람들에게 철각패도는 까칠 대마왕쯤 인식되고 있었다. 이게 왜 그러느냐. 다 이유가 있다.

게다가 구룡 상단 놈들은 조금 안면도 있고 말이지.

“뭐라? 그러니까 내가 잔인무도한 무뢰배라고?”

“아.. 아닙니다. 대인. 제가 언제..”

“니가 지금 니 입으로 그러지 않았더냐.”

구룡 상단 녀석들은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사실 무공이 높다는 의례적인 칭찬이었다. 높은 무공에 다들 벌벌 떤다는 식의 칭찬.

하지만 무슨 말을 해도 너희 운명은 결정되어 있었어. 그냥 니들 입이 방정이라고 생각해라.

“이런 오만방자한 놈들을 보았다. 당장 물러가라!”

철각패도는 장력을 날렸고, 구룡 상단 사람들은 다들 바닥에 나뒹굴었다. 손을 제법 맵게 써서 다들 가슴을 부여잡고 끙끙댔다.

그들은 무어라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철각패도의 흉측한 표정을 보고는 다들 도망쳤으니까.

‘자. 이제 떡밥은 충분히 뿌렸고..’

며칠 후, 진혁은 진원휘와 만났다. 사혈련과 토번왕이 연합해서 검은 형제단을 아예 지워버린 직후였다. 검은 형제단의 수뇌부는 몰살시켰고, 조무래기들은 사혈련이 대부분 흡수했다.

“허어.. 이렇게나 빨리 일이 진행될 줄이야.. 그나저나 자네의 식견이 정말 놀랍군.”

“과찬이십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진원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동안 진원휘에게 엄청난 갈굼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작은 상단의 일개 무사도 아는 걸 너희들이 왜 모르느냐. 그동안 정보 수집에 들어간 돈은 다 착복한 거 아니냐. 아니면 그 돈으로 술이나 처먹으면서 놀러 다녔느냐.

정말 별소리를 다 들었다. 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진혁의 말은 사실로 증명이 되었고, 자신들은 그런 정보를 몰랐으니까.

“그나저나 큰일이야. 사혈련이 이곳을 장악했으니 앞으로 어찌할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로 보면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진혁은 검은 형제단을 깡그리 없애고 재산을 사람들에게 돌려준 걸 예로 들었다.

“사람들이 오히려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떤 세력도 하지 않았던 일 아닙니까. 싸움에서 이기고 난 후에 사람들에게 빼앗긴 돈을 돌려주다니요.”

성흥 상단도 그렇고 검은 형제단도 똑같았다. 일처리를 하는 걸 보면 사파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거야 이곳에서 세력을 키우기 위한 꿍꿍이에서 그러는 거지. 본성은 어디 가는 게 아닐세.”

“하지만 속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진혁은 검은 형제단이 있었을 때보다 상황이 좋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거야 우리 바람이고.”

“협상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협상이라는 말에 상단 사람들이 모두 비웃었다.

“아니. 철각패도가 어떤 놈인지나 알면서 그러는 겐가?”

“보자 보자 하니 자기만 잘난 줄 아는 구만.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말대로 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진혁은 당당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 아닙니까. 제가 가서 이야길 해보겠습니다.”

“자네가? 자네가 간다고 한들 무슨 이야기가 되겠나?”

진원휘도 고개를 저었다.

“모두가 같이 이득이 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진혁은 갈등의 골이 깊고 서로 탐욕을 버리지 못해서 그러는 것 같다고. 조금씩만 양보하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상적인 이야기야. 그런 게 가능하다면 세상에 다툼이란 것도 없겠지.”

“맞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의 이야기 아닙니까. 협상을 무슨 애들 장난으로 아나.”

진원휘의 말에 상단 사람들이 맞장구쳤다.

이 사람들이 진짜. 할 수 있다니까? 거 참 더럽게 시끄럽네. 하지만 너무 티를 낼 수야 없지. 적당히 연기도 좀 하면서 분위기 만들어야겠어.

“어렵다는 거 잘 압니다. 이번 일도 그랬습니다. 괴물이 바글바글한 남쪽 길을 개척한다고 했을 때 다들 그러더군요. 세상 물정 모른다고. 안 된다고.”

진혁의 말에 사람들이 입을 닫았다.

“하지만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 아닙니까? 장안에서 조사단이 출발하지 않았으면 남쪽 길은 확보하지 못했을 겁니다.”

만약 실패해도 뭔가 성과가 있다면 그 다음번에는 될 수 있다. 게다가 지금 분위기를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진혁은 담담히 주장했다.

“자네는 참 이상하군..”

“예? 뭐가 이상하다는 말이신지..”

진원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정말 가능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일인데 이상하게 자네가 말하면 될 것 같거든. 거 참 이상한 일이야. 이상한 일..”

진원휘는 확실히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그것이 감이든 통찰력이든 뭐든 간에 진원휘에게는 뭔가 있긴 있었다. 하기야 나이가 92살이니. 손자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제 능력이겠습니까. 저는 그저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충실할 뿐입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 꿈 같은 소리 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 그런데 자네는 좀 달라. 뭔가가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요괴 영감. 보통 사람은 아니군.

“그렇다면 원보 상단은 철각패도와 협상을 할 생각인 건가?”

“상단주님만 승낙한다면 제가 가려고 합니다.”

서예주야 요즘 진혁이 어떤 걸 요구해도 다 들어준다. 반대하는 사람이 몇 있겠지만, 협상 건도 들어줄 거다.

“그렇다면 자네가 갈 때 우리 상단도 같이 협상을 해 보겠나?”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천문 상단의 사람들이 들고 일어선 게 빨랐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상단주님.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런 근본도 없는 애송이에게 그런 중대사를 맡기다니요.”

진원휘는 매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쏘아 보았다.

“너희들이 일을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 아니냐. 그럼 너희들이 할 테냐?!”

“차라리 저희들이 가서 협상을 하겠습니다.”

상단 사람들은 맡겨만 달라고 했다. 저런 핏덩어리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훨씬 잘해낼 수 있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웃기고 있네. 누구 마음대로? 마음대로 해보쇼. 내가 피떡이 되도록 다져줄 테니까.

“자네에게는 좀 미안하게 됐군. 그래도 이 녀석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게 맞는 일이지.”

“미안하시다니요. 그럴 거 없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진혁은 태연하게 괜찮다고 하며 웃었다. 하지만 그 미소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바로 그날 세 곳의 상단은 사혈련에 사람을 보냈다. 사혈련이 이 지역을 접수한 거나 마찬가지니 인사는 해야 했으니까.

다들 피떡이 되어 돌아왔다. 크게 노한 철각패도가 다시 찾아오면 다들 지옥 구경을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오늘은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며 경고했다. 금검 교무국이 급하게 상의할 일이 있다며 왔다가 크게 낭패를 본 뒤로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다.

접근했다가는 정말로 죽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 상황에서 진혁이 협상을 하겠다고 나섰다. 서예주와 진원휘가 필사적으로 말렸다. 정말 죽을지 모른다고.

“오해를 풀면 의외로 쉽게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물러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결심이 굳은 걸 알고는 진원휘가 크게 감탄했다.

“자네는 정말 두려움이란 걸 모르는 사람 같군. 정말 대단하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진혁은 사혈련 안으로 들어갔고, 다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진혁도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혼자서 이상한 짓을 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이거 연출을 잘해야겠는데? 하아.. 정말 이런 짓 좀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거 포인트 언제 다 모으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동한 진혁은 철각패도가 있는, 아니 없는 문앞에서 말했다.

“대협. 원보 상단의 하진혁이라고 합니다. 드릴 말씀이 있으니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진혁이 안으로 들어가는 걸 뒤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진혁이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큰소리가 나왔다.

“내 경고를 무시한 것이더냐!”

“아닙니다. 대협. 제 말을 들어보시지요.”

사람들은 모두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안에서는 사람들이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무척 이상하고 음.. 하여간 좀 그런 장면이었다.

============================ 작품 후기 ============================

쉬니까 좀 나아졌습니다. 앞으로는 차질 없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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