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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라는 건 적당히가 없는 거다.
다음 날부터 사혈련 지부장은 바쁘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군이었다. 책임자인 장수 이도걸을 찾아가 적당히 기름칠을 했다. 그는 적당히 챙길 수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했다. 공연히 끼어들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다음으로는 4대 상단 중 세 곳을 찾아가 적당히 인사를 했다. 그리고 소문을 크게 냈다. 성흥 상단에 당한 사람들에게 재산을 돌려주며 부탁하니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다.
사주 전체가 술렁였다. 사혈련의 파격적인 행보에 다들 놀란 눈치였다.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응 4대 상단 중 남은 세 곳이었다. 세 상단의 관계자들은 모여서 대책을 의논했다.
“이거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성흥 상단과는 원한 관계가 있어서 벌인 일이라지 않습니까. 게다가 재물도 그동안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말입니다.”
상단 연합은 무척이나 느슨한 관계였다. 오히려 경쟁자가 하나 줄어서 좋아하는 듯한 분위기도 있었다.
“일단 지켜봅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소이다.”
“성흥의 일은 성흥에서 알아서 하겠지요.”
다른 세력도 마찬가지였다. 4대 상단 연합에서 가만히 있는데 움직일 명분이 없었다. 명분이 있더라도 조심했을 거다. 사혈련의 전력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건 철각패도라는 장로급 고수였다. 이런 변방에서는 보기 어려운 고수다. 비록 한 명이지만 무시할 수 없다. 그 한 명이 수십 명을 때려눕히고도 남으니까.
사혈련의 전력 분석이 끝나지 않았으니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검은 형제단은 손을 보려고 시도는 했는데, 토번왕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지라 전사들을 따로 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어설픈 전력으로 갔다가 당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사혈련을 주목하고 있었다. 사혈련은 그렇게 사주에서 벌어지는 논란의 핵이 되어가고 있었다.
“장로님. 검은 형제단의 감시가 붙었습니다.”
“당연한 일이니 호들갑 떨 것 없다.”
어차피 성흥 상단을 지운 다음은 검은 형제단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규모가 좀 컸다. 그래서 준비가 좀 필요했다.
“일단 너희들에게 알려 줄 것이 있다.”
철각패도는 사혈련 지부장을 비롯한 몇 명에게 괴초를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이걸 가지고 있으면 괴물을 피할 수 있다 이겁니까? 장로님?”
“우와. 진짜 신기한 풀입니다요.”
사혈련 간부들은 철각패도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장안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직접 실험도 해가면서 알아낸 거라고 하지 않나.
오히려 그런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건 너희들만 알고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 온 조사단도 알고는 있는 듯하지만..”
“아. 그 조사단 말슴이시군요.”
워낙 사건이 빵빵 터지는 바람에 조사단의 일은 다소 묻힌 감이 있었다. 하지만 주목을 받지 않으려고 해도 받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새로운 상로를 개척했으니 그건 엄청난 일이었다. 개중에는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작은 규모로 상로를 개척한 게 말이 안 된다는 거였다.
“운 좋게 살아서 온 정도로 치부하는 자들도 있습니다요.”
“그럴 수도 있겠지. 통과해 온 것과 상로를 확실하게 확보한 건 전혀 다른 말이니까.”
하지만 곧 믿게 될 것이다. 몇 가지 정보가 공개되면서.
“그리고 너희들에게 검을 몇 자루 줄 것이다.”
“검을 말입니까? 어떤 검을 말씀하시는 건지..”
다들 기대하는 눈치였다. 철각패도는 검을 몇 자루 건네주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검에 마나를 코팅한 거였다.
사혈련 녀석들의 표정이 묘했다. 장로가 주는 거니 감사히 받아야겠는데,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서였다.
“이 검이 어떤 검인 줄 아느냐?”
괴물을 잡는데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검이라고 하자 표정이 확 바뀌었다. 철각패도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검은 천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검이었으니까.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아니. 이렇게 귀한 물건을..”
장사치는 아니었지만, 물건의 가치를 모를 수가 없다. 괴물이 왜 무서운가.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아서 그런 거다. 그런데 괴물의 가죽을 손쉽게 베어낼 수 있는 검이라니.
“그렇다면 지금 안에서 만들고 있는 것도 혹시..”
대장장이를 수배해서 검을 만들게 했다. 도구를 포함한 필요한 것들을 구비 해 주고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게 가두었다. 사혈련 놈들도 밖에서 지키게만 하고 들어가지는 못하게 하고.
“비슷한 거다. 그러니 잘 보관해라.”
검을 넘겨주자 지부장이 얼른 천으로 감싸더니 품에 꼭 안았다. 그러더니 지부에서 가장 튼튼한 금고에 넣는다며 난리를 피웠다. 철각패도는 그런 사혈련 사람들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이놈들이 다른 마음을 먹는지 아닌지 테스트를 해 볼 필요가 있어.’
괴초도 코팅한 검도 어차피 자신이 있어야 효율이 극대화된다. 검은 자신 아니면 아예 만들 수도 없다.
그러니 지금처럼 주어도 별 상관없다. 오히려 보물을 던져주고 시키는 대로 잘 움직이는지, 욕심을 부리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원보 상단이 떠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이곳에서 거대 상단들과 접촉도 해야 하고 할 일이 제법 많다. 그러니 그 사이에 모습을 감추고 이들을 지켜볼 생각이다.
잘 따르면 조금 더 좋은 기회를 주고, 아니면 제거할 거다. 배신자는 언젠가는 또 배신하기 마련이니까.
“그건 그렇고 무기가 완성될 때가 된 것 같은데..”
철각패도는 대장장이들이 작업을 하는 곳으로 움직였다.
“장로님. 오셨습니까.”
사혈련 녀석들이 극도의 존경을 표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작업은 끝났느냐?”
“얼마 전부터 소리가 나지 않는 걸로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철각패도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장장이들의 얼굴에 서리는 두려운 표정. 하지만 누군가는 나서야 했다. 그중 가장 나이가 많은 대장장이가 검을 들고 나왔다. 손을 살짝 떨면서.
“호오. 이게 완성된 검이냐?”
“그.. 그렇습니다..”
혹시 잘못되면 어쩌나 싶었는지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철객패도는 아무 말 없이 검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후아.. 살았다..”
죽음의 신, 공포의 마왕. 사주에서 철각패도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가 피바람을 몰고 다닌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사혈련 녀석들이 낸 소문이 부풀려지면서 그리 알려진 거였다.
게다가 검은 형제단의 본부에서 있었던 일, 성흥 상단의 무사를 단신으로 제압한 일 등이 알려지며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천하제일 고수라는 말까지 돌았다. 대적할 자가 없는 무공에 잔인하고 포악한 성격의 소유자. 두려운 게 당연했다. 대장장이들은 모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야? 죽일 생각은 전혀 없는데, 지들 멋대로 생각하고..’
철각패도는 투덜거리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그가 이동하는 이유는 단 하나. 이 검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진혁으로 몸을 바꾼 그 장소로 날아갔다. 장소에 도착해서는 진혁으로 다시 몸을 바꾼 후 검을 살폈다.
“오오.. 됐어. 이거야. 바로 이거야..”
진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검의 가치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마나가 넘실거리는 검. 코팅을 한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검이었다.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훌륭한 검이었다. 이 정도 검이면 이제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검은 형제단을 잡기 위해서 사람을 만날 차례였다.
조사단을 뒤에서 도운 사람. 그 미지의 인물을.
***
사주의 암시장은 유명하다. 은밀해야 할 암시장이 유명하다는 말 자체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유명한 건 사실이었다.
암시장이라고 해서 음습한 건물 지하나 비밀스러운 장소에 있는 걸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냥 사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것도 상당한 규모로.
떠들썩한 분위기에 온갖 것들을 다 팔았다. 노예 시장도 암시장 중 한 축을 이루고 있었다.
꿈틀거리는 근육질의 남자, 다양한 인종의 여자.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철각패도의 눈을 끄는 건 괴물들이었다.
“크아아아!!”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괴물 몇 마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갈저라고 불리는 놀이 다섯 마리, 당강이라고 불리는 오크가 두 마리 있었다.
괴물들은 철창을 마구 흔들며 자신의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듣기로는 돈 많은 갑부나 고위직에 있는 자들이 종종 찾는다고 했다.
중원에서도 찾는 자가 있었고, 서역에서도 없어서 못 판다고 했다. 사는 자들은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는 용도로 산다는 거였다.
다른 사람은 가지고 있지 않은 특별한 것. 공포의 대상이지만 자신은 그런 괴물조차 발아래 두고 있다는 우월감. 그리고 그걸 보러 온 손님들의 표정을 보고 쾌감을 느끼는 거다.
철창에 갇혀 있으니 그동안 싸웠던 괴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 하지만 오늘의 목적은 괴물을 보는 게 아니다.
“철각패도 대인이십니까.”
공손하게 말을 거는 남자. 어딘가 기품이 흐르는 중년 남자였다.
“맞소이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철각패도는 처음에 토번왕을 주목했다. 검은 형제단과 싸우고 있으니 도움을 줄 이유는 충분했다. 그래서 토번왕이라는 가르랑다에 대해 조사하라고 시켰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토번왕이 지금처럼 세력을 키운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잘 쳐줘야 이년 정도? 그전에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미미한 세력이었다.
가르랑다라는 자가 상당한 고수라고는 했다. 하지만 세력을 일군다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다. 고수가 많은 사람을 죽이는 건 쉽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이끌기는 어렵다.
‘돈이지. 돈이 없으면 세력을 키울 수가 없어.’
사람이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전부 돈이다. 그런데 확실한 수입원이 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뭔가 배후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그 배후가 어디인지 캐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사혈련으로 기별이 왔다.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서역 상인 중 한 사람. 이름도 나이도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인물.’
철각패도는 자신을 안내하는 남자를 보니 주인이라는 자도 범상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입니다. 무기가 있으시면 저에게 잠시 맡기시지요.”
“무기를 맡겨라?”
뭘 믿고? 철각패도는 남자를 슬쩍 째려보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어지간한 사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만한 기세. 하지만 남자는 몸을 살짝 떨었지만, 자세를 유지했다.
‘정신력이 강한 자. 훌륭하군.’
철각패도는 기세를 거두면서 검을 내밀었다.
“이건 가지고 들어오게. 이야기하다가 필요하게 될 터이니.”
“알겠습니다.”
남자는 별다른 질문 없이 검을 가지고 먼저 들어갔다.
천막 안은 무척 넓고 화려했다. 중앙에 약간 통통한 중년 남자 한 명, 양옆으로 커다란 잎사귀 같은 부채를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는 육감적인 여자 둘. 그 옆으로 고수 두 명.
이곳에서 처음으로 본 고수들이었다. 절정 고수의 경지로 보이는 자들. 서역 사람이었는데, 기세를 안으로 갈무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서 오시지요. 철각패도 대인. 그렇지 않아도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중앙에 있는 남자가 자리를 권했다. 철각패도는 앞으로 가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소문이 과한 것이 아니었군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견줄 사람이 없다는 소문이 맞는 듯합니다. 이 두 사람이 이토록 긴장한 걸 보면 말입니다. 하하.”
서역과 중원 사람의 혼혈로 보이는 남자는 무시무시할 정도의 미남이었다. 정말 조각 같은 미남이란 이런 남자를 말하는 거구나 싶었다.
“인사드리지요. 저는 하산이라고 합니다. 서역에 있는 작은 상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하산? 산에서 내려간다는 거냐? 그런데 듣다 보니까 생각나는 게 있었다. 아하. 이름이 핫산인가 보구나.
당신이었군. 토번왕에게 돈을 대고 돈황을 쥐락펴락하는 큰 손 중 한 사람. 핫산.
“철각패도요. 인사는 저 검으로 했으면 하오만..”
철각패도가 손을 뻗자 안내자가 가지고 있던 검이 휘리릭 날아왔다. 그러자 고수 두 명이 형형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핫산의 앞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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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날씨가... 밖은 위험합니다. 점심 먹으러 가다 포기할 뻔했네요. 다들 건강 잘 챙기세요. 건강이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