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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46화 (4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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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라는 건 적당히가 없는 거다.

목세강과 한천위에게는 괴초를 좀 가져오겠다고 했으니 당분간은 걱정 없다. 나중에 괴초를 적당히 들고 합류하면 그만이지.

그것보다 사혈련 녀석들이 제법 쓸만한 정보를 많이 물어왔다. 검은 형제단과 성흥 상단이 최근에 자주 만났다는 사실.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도 알아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라고 시켰고, 조사단을 다시 습격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서예주에게 이야기를 한 건데.. 말을 너무 잘 들어줘도 좀 그러네..”

서예주가 말을 너무 잘 들어주니까 오히려 불편했다. 차라리 예전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게 훨씬 편한 것 같았다.

원래대로라면 조사단이 속도를 높여도 습격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검은 형제단이 토번왕과 큰 싸움이 붙을 뻔한 거였다.

말 그대로 붙을 뻔했다. 실제로는 붙지 않았다. 하지만 검은 형제단의 전사들 발이 묶였다. 그래서 조사단이 속도를 높이면 습격을 피해 돈황에 도착할 길이 생겼다.

“아무튼, 큰 위기는 하나 넘길 것 같고..”

문제는 성흥 상단이었다. 이 새끼들도 사건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지들도 전력을 보태겠다고 한 거다. 기왕 일을 처리하는 거 확실하게 하자는 거겠지.

“그래서 놈들이 움직였고,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조사단이 그대로 이동한다면 이들과 만날 테고, 시간이라도 끌리게 되면..”

검은 형제단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 그래서 움직이는 거다. 장애물을 피할 수 없으면? 그럼 제거하면 되지.

그런데 이동하면서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사혈련 사주 지부의 인원이 정예라고 보기는 힘들다.

어딘가 부족해 보이고 조금은 덜떨어진 것 같은 녀석들. 그런데 이번에는 일을 너무나도 잘 처리했다.

‘마치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말이지.’

자신이 모르는 힘이 작용한 것이 거의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고급 정보들을 그놈들이 때맞춰서 가져올 수 없었을 테니까.

세상에 우연이란 없는 법이다. 정보를 흘린 쪽도 무언가를 원해서 움직였을 거다. 검은 형제단? 성흥 상단?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노린 거겠지.

자기들 손을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타격을 줄 수 있으니 얼씨구나 했을 거야. 뭐. 좋아. 나에게도 이득이니까. 하지만 이번 일이 끝나면 어디서 움직였는지도 알아봐야겠어.

“뒤에서 일 꾸미는 놈들이 제일 위험하니까. 그런 놈들은 일단 눌러 놓고 시작해야 제대로 된 대화가 되거든.”

철각패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허공을 날아갔다.

놈들이 숨어있는 곳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디로 이동했는지도 알고 있었고, 조사단이 지나는 코스도 알고 있었으니까.

‘저기에 있군. 대략 50여 명 정도.’

가장 고수라고 해봐야 목세강보다 아래. 나머지는 일류가 대부분이었다. 이 정도면 성흥 상단 사주 지부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전력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20여 명은 용병을 고용했다고 했지. 이런 일에 이골이 난 놈들로.’

피 맛을 아는 놈들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능숙한 인간들. 철각패도는 멀리서 놈들을 지켜보다가 피식 웃었다.

방심하고 있었다. 이해는 간다. 조사단은 내일이나 되어야 지나갈 예정이고, 그 전에 검은 형제단이 이곳에 합류할 거다.

원래는 벌써 만났어야 하지만, 토번왕과의 문제로 조금 늦어진 상태. 그래서 무료하게 뭉그적거리고 있는 거다.

‘정신줄 놓고 이렇게 넓게 퍼져 있으면 나야 좋지.’

정면으로 붙어도 이길 수 있겠지만, 왜?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 구태여 힘들게 그럴 이유가 뭐가 있어? 철각패도는 아주 은밀하게 움직였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철각패도의 기척을 알아챌 정도가 되려면 이 무리의 책임자 정도는 되어야 할 거다. 하지만 그놈에게는 마지막에 접근할 거다. 그리고 지금처럼 이렇게.

- 피잇 피잇

철각패도는 지풍을 날렸다. 앉아서 어깨를 돌리고 있던 무사 하나가 석상처럼 굳었다.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소리도 내지 못했다. 마혈과 아혈을 동시에 짚였으니까.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마혈, 말을 할 수 없게 하는 아혈. 철각패도 정도의 무공 실력이면 조금 덜어져 있는 사람의 혈도를 짚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그것도 주변 사람들 전혀 모르게 할 수 있다. 그렇게 철각패도는 한 명씩 무력화시켜 나갔다.

핏핏 소리가 날 때마다 무사들이 석상이 되었다. 메두사를 본 그리스 용사처럼. 어떤 놈은 코를 파다가 굳기도 했고, 어떤 놈은 어떤 곳을 긁다가 그대로 굳어버리기도 했다.

무리를 이끄는 무사가 상황을 눈치챈 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십여 명에 불과할 때였다. 그는 갑자기 이상한 느낌에 주변을 돌아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젠장. 습격이다.”

성흥 상단의 무사들은 놀라서 주변을 살폈는데, 그들의 눈에는 동료들이 보였다.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돌덩어리 같은 동료들이.

“어느 고인이십니까?”

우두머리는 포권을 하며 소리를 쳤다. 철각패도는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무사들 사이를 걸었다.

“저희는 성흥 상단의 무사들입니다. 고인께서는 뉘신지..”

“나? 대답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데.. 니들에게 볼일이 있는 사람이지.”

철각패도는 유람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걸었다. 우두머리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눈앞의 고수는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자였다. 아득하게 높은 곳에 있는 고수.

“저희가 고인께 무슨 결례라도 했는지요. 그런 일이 있다면..”

하여간 지들보다 조금만 강한 것 같으면 바로 설설 기어요. 그런다고 내가 살살 할 것 같으냐? 그럴 거면 이런 식으로 하지도 않았지.

“아.. 아.. 말은 그만..”

철각패도가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조금 있으면 몇 놈이 수레를 끌고 여기 올 거야.”

철각패도의 말에 우두머리는 눈을 껌뻑이며 듣고만 있었다. 수레를 끌고 온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듯했다.

“니들을 업고 데려갈 수야 없잖아. 그러니까 수레에 실어서 데려가야지.”

우두머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들을 사로잡아서 데려가겠다는 말. 고문을 해서 무언가를 알아내거나 인질로 잡아서 무언가를 하려는 거다.

어느 쪽이든 좋은 꼴은 아닐 거다. 우두머리는 고민이 되었다. 덤벼들어도 이길 확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 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온갖 수모를 당할 거다.

“얘들아. 쳐..”

- 퍼억

우두머리는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철각패도의 주먹에 맞고 쓰러졌다.

“이런.. 뭐가 이렇게 약해? 힘을 조절했는데도.. 죽었나?”

철각패도의 말에 움직일 수 있는 무사들이 덜덜 떨었다. 압도적인 무력. 그리고 더 압도적인 얼굴. 얼굴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떨리는 무시무시한 낯짝이었다.

철각패도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여기 움직이지 않는 애들 니들이 저기 아래까지 날라.”

무사들의 인상이 구겨졌다. 참기 어려운 모욕. 무사 한 명이 소리쳤다.

“무사를 모욕하지 마라. 차라리.. 허억..”

차라리 라는 말이 나오자 갑자기 쉬잇 하는 소리와 함께 철각패도가 그 무사의 앞에 나타났다.

“차라리 뭐?”

무사는 엉덩방아를 찌었다. 막상 철각패도가 앞에 나타나자 숨조차 쉬기가 어려웠다. 그저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는 데도 심장이 조여오는 것 같고 죽을 것 같았다.

“자. 빨리 움직여라. 조금 있으면 애들 올 테니까. 어서 날라!!”

중저음의 묵직한 소리가 무사들의 가슴을 두들겨 팼다. 어서라고 말하자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눈을 부라리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말로 할 수 없는 치욕. 어디서 털어놓을 수도 없는 봉변이었지만,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일단을 살고 봐야 할 것 아닌가. 무사들은 눈치를 보면서 동료들을 안고서 아래로 움직였다.

철각패도 앞에 넘어져 있던 무사도 엉금엉금 기어서 동료에게로 다가갔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너.”

무사는 덜덜 떨면서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러자 철각패도는 한 곳을 가리켰다.

“너는 쟤 먼저 들고 내려가. 아직 안 죽은 것 같더라.”

철각패도가 가리킨 곳에서는 무리의 우두머리가 쓰러져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사혈련의 무리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장로님!”

그들은 소가 끄는 수레를 여러 대 가지고 왔는데,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무사들을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이 사람들은..”

“성흥 상단 무사들이다.”

다소 껄끄럽다는 표정이었다. 성흥 상단이면 아무리 사혈혈련이라고 해도 건드리기 부담스러운 세력.

“이놈들이 나를 공격했다. 그래서 내 친히 이놈들에게 가르침을 내려 준 게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미리 수레를 끌고 오라고 했다는 건가?

성흥 상단의 무사들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용했다. 아혈은 모두 풀린 상태였지만, 말을 하지는 못했다. 이미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살과 뼈를 다지는 교육은 효과 만점이었다. 모두가 철각패도의 말을 알아들었고, 그렇다고 인정했다. 하도 계속 반복하다 보니까 이제는 자신들이 먼저 공격한 것 같기도 했다.

“전부 끌고 가서 가둬라. 성흥 상단에 직접 죄를 물을 것이니.”

철각패도는 돌아갈 때 가능하면 최대한 소란을 피우면서 가라고 했다. 사주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철각패도는 최대한 강력함 임팩트를 남길 작정이었다. 성흥 상단을 돈황에서 지워버릴 생각이었으니까.

전쟁이었다면 이런 짓을 했어도 인정했을 거다. 전쟁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하지만 중소 상단이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걸 이런 식으로 밟으려고 해? 고생 끝에 간신히 알아낸 걸 다 죽이고 날름 빼앗으려고 해?

보아하니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던데. 그런 건 참을 수 없지. 그래서 니들은 싹 날릴 거다. 물론 그러면서 니들이 모은 거 니들한테 당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거다.

힘없어서 당한 그 억울한 사람들한테 좋은 일 하면서 포인트 좀 받을 거란 말이다.

“저기. 장로님.. 그러면 이놈들은 어찌할 생각이신지..”

고문을 할 건지를 묻는 거다. 고문해서 정보를 얻을 건지 멀쩡하게 남겨서 돈을 받을 건지. 보통 잡게 되면 둘 중 선택을 하게 된다.

“일단 가두기만 해라.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성흥 상단에 돈 받고 풀어줄 거다. 물론 이놈들은 정상적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철각패도의 독문 점혈에 당했으니까.

성흥 상단에 돈을 받고 짐 덩어리를 넘겨주는 셈. 그게 시작이 될 거다.

“사주에서 자리 잡으려면 이 정도 하면서 시작해야겠지?”

“아무렴요. 성흥 상단이라면 그래도 4대 상단 아닙니까. 사혈련의 이름이 드높아질 겁니다요.”

지부장이 무척 좋아했다. 소문이 크게 날 거다. 사혈련이 작정하고 돈황에 뛰어들었다는 소문이 날 수도 있다.

거기다가 검은 형제단까지 손을 보게 되면? 사혈련의 위세가 엄청나게 될 거다. 그리고 그때. 바로 그 타이밍이 철각패도가 원하는 걸 할 때다.

철각패도는 팔찌를 보았다. 최근에 레벨이 올라서인지 칸 하나 채우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일만 제대로 된다면. 그렇다면.

‘돈황 인구가 얼마나 되려나? 거기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으면 제법 되겠지?’

어쨌든 성흥 상단은 개미 새끼 한 마리, 주춧돌 한 개도 남기지 않을 거다.

***

“이야아아. 사주다!”

“드디어 왔다! 왔다고!”

사람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을 나누었다. 장안에서 출발해서 정말 온갖 일을 다 겪었다. 슬픔과 애환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가슴을 가득 채우는 감동만이 가득했다.

조사단은 일단 객잔을 잡았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푹 쉬라는 말에 다들 환호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진혁은 몰래 빠져나와 대장간을 찾았다. 중급 마나 스톤 때문이었다. 고열을 가하고 마나를 불어 넣으면 녹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쇠를 녹여 무기를 만들 때 중급 마나 스톤을 넣어면?

이제 그걸 확인할 생각이었다. 진혁은 미리 알아놓은 대장간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베스트에 들었더군요. 이게 얼마 만인지. 2년 정도 된 것 같네요.

덕분에 글 쓰다가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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