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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42화 (4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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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할 수도 있기는 한데..

미노타우르스를 계속 잡기는 했는데, 아이템은 나오지 않았다. 더 잡아볼까 했는데, 이제는 슬슬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어디 보자.”

진혁은 타이밍을 보았다. 조사단을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이동하고 있었다. 극도로 조심하면서 전진했다. 아무래도 조심하느라 그러는 모양이었다.

활기도 하나도 없었고, 다들 지친 표정이었다. 저래서는 무슨 일을 당해도 당할 것 같았다. 진혁은 일단 복귀 준비를 했다.

마나 스톤과 다른 것들은 전부 철각패도에게 옮겼다. 이런저런 자잘한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게 있었다.

“하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지만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 난리통에 상처 하나도 없이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게다가.

“상처도 많고 정말 간신히. 아주 극적으로 살아남았다고 보여야 포인트가 많을 거야.”

진혁은 검과 몽둥이를 쳐다보았다. 일단은 검부터 들었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굳힌 진혁은 천천히 검으로 자신의 몸을 긋기 시작했다.

“쓰읍... 어우..”

아팠다. 생살을 째는 데 아프지 않을 리가 있나. 하지만 이런 상처는 기본으로 있어 줘야 한다.

처음 했을 때는 조금 어려웠는데, 하다 보니까 또 할만했다. 상처를 내고 일부는 지혈과 소독을 했다. 일부는 상처를 더 벌어지게도 하고.

“그래.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의 심정으로..”

정성을 다해서 상처를 곳곳에 만들었다. 그다음은 몽둥이.

“읍.. 윽..”

검과는 다른 형태의 고통이었다. 이 상처는 운기를 하고 점혈을 이용해서 조금 된 멍자국처럼 보이도록 조작했다.

의원이 자세히 살피면 알아보겠지만, 누가 그러겠나. 대충 흉하게만 보이면 된다. 진혁은 정말 죽다가 살아난 사람 같은 꼴을 만들었다.

“아유.. 더는 못하겠다. 이걸로 끝.”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는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진혁은 조사단이 멈추어 야영준비를 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조사단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야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 저거 뭐지?”

경계를 서던 무사가 손을 이마에 대고는 한쪽을 바라보았다. 무언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게 보여서였다.

“뭔데? 갈저야? 아니면 당강?”

옆에 있는 무사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괴초를 사용하고 안전한 곳만 확인하고 움직여서 그동안 큰일은 없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 무사는 바짝 긴장을 했다.

“글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무언가가 비틀거리면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사람 같았다. 사람? 사람일 리가 없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자신들이 전부였으니까.

“저거 사람 아냐?”

“그래? 그렇지? 자네도 저게 사람처럼 보이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계속 주시했다. 그런데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무사의 눈이 갑자기 왕방울만 해졌다.

“어? 저거.. 저거 하 표사 아니야? 어?”

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키며 무사가 소리쳤다. 옆에 있는 무사는 입을 떡 벌린 채 어어 하는 소리만 냈다.

“뭐? 하 표사?”

무사가 지른 소리를 듣고 몇 사람이 달려왔다. 개중에는 왕칠과 한천위도 있었다.

“어. 그런 것 같아. 저기 봐. 저기 보라고.”

사람들은 무사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보았다. 사람이 오고 있었다. 당장 쓰러질 것 같이 비틀거리면서 힘겹게, 아주 힘겹게. 땅을 디디고 서 있는 것 자체가 버거운 듯이.

“하 표사아아아!!”

왕칠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뛰어 나갔다.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게 환영이라도 좋았다. 갔더니 손가락 사이로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어도 좋았다. 왕칠은 달렸다.

하 표사를 볼 수만 있다면.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볼 수만 있다면 그것이 환상이나 귀신이라도 상관없었다.

다른 무사들도 일제히 뛰쳐나갔다. 분명히 하 표사였다. 무척 힘겨워 보이기는 했지만, 분명히 그였다. 자신들의 마음속에 그렇게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바로 그였다.

“으아아아아!!”

왕칠은 진혁을 잡고 소리를 질렀다. 손에 느껴지는 감촉. 현실이었다. 하 표사가 살아 있었다. 하 표사의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고, 하 표사의 육신이 느껴졌다.

“오랜만이에요. 왕칠 아저씨.”

“어어엉~”

왕칠은 뭐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나오는 건 울음뿐이었다. 그리고 다른 무사들도 바로 들이닥쳤다.

“진짜야? 진짜 하 표사가 맞아!”

“그동안 어디 있었어? 어?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사람들은 진혁을 부여잡고 같이 나뒹굴었다. 서로 진혁을 잡고 안으려고 난리를 쳤다. 미친 놈들 같았다.

‘어이. 아저씨들. 감동적이긴 한데, 나 아프거든? 쓰읍.. 아씨. 그런데 기분 진짜 좀 그런데?’

“어디요? 진짜예요? 진짜 하 표사님이 살아 있어요?”

서예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머리도 풀어헤친 채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지금 다친 사람한테 무슨 짓이에요?”

그녀는 홍 무관에게 빨리 진혁을 옮기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제야 진혁을 보고는 놀랐다. 옷은 누더기와 같았고, 몸 전체가 상처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야. 빨리 옮겨.”

“약. 준비하고 물 끓이고!”

난리법석이었다. 진혁은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말하기도 힘들다는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사람들은 급히 진혁을 천막으로 옮기고는 서로 치료를 하겠다고 부산을 떨었다.

진혁은 일단 기절한 척했다. 무슨 말을 해도 이상할 것 같아서였다.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자신들이 빨리 데려왔어야 했다며 서로 자책했다.

“조용히 해욧! 환자를 넘어뜨린 것도 모자라서 안정도 못하게 이럴 거에욧?”

서예주의 날카로운 소리에 사람들이 소리를 죽였다. 그녀는 하 표사님한테 무슨 일 있으면 전부 각오하라고 하고는 홍 무관에게 빨리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라고 했다. 무척 떨리고 가녀린 목소리로.

홍 무관은 진혁의 몸 여기저기를 살폈다.

“외상이 무척 심합니다.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고..”

그는 진혁의 내상도 상당히 심한 것 같다고 했다.

“맥도 그렇고 기운이 무척 불안정합니다.”

당연한 일이다. 상태를 살피려 할 때마다 기운을 움직여서 그렇게 보이도록 했으니까.

“그래요? 그래도 살 수는 있는 거죠? 그렇죠?”

서예주의 질문에 홍 무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잘 치료만 하면..”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서예주는 거의 울먹였다. 그녀는 기절한 척하고 있는 진혁에게 다가가며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다. 미안하다거나 속죄하는 그런 말이었을 거다.

“일단 치료를 받아야 하니 정신이 돌아오면 그때 말씀을 나누시죠.”

“그냥 저도 옆에 있을게요. 제가 어떻게 편하게 쉬겠어요.”

홍 무관은 억지로 서예주를 데리고 나갔다.

다행이었다. 워낙 눈치가 빨라서 연기를 들키면 어쩌나 했는데, 일단은 한고비 넘겼다. 그리고 조사단 사람들이 자신을 생각하는 그 뜨겁고 격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포인트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올레~

***

“괜찮으세요?”

“예. 이제 다 나았습니다.”

진혁은 멀쩡하다면서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그분은.. 다른 말씀은 없으셨는지..”

진혁은 철각패도의 구원을 받았다고 뻥쳤다. 그 수많은 오크 떼로부터 도망쳤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거의 죽게 되었는데, 엄청난 고수의 도움을 받아 목숨만 건졌다고 했다.

계속 위독한 상황이라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 철각패도였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철각배도는 조사단 근처까지 데려다 주고 사라졌다.

따지고 보면 사실 이것도 허점투성이의 말이었지만, 서예주는 철석같이 믿었다. 다른 사람들도 정말 다행이라고만 했고.

진혁이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해왔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살아있으니 그걸로 되었다는 식이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제가 대부분 기절해 있었던 터라..”

마지막에 조사할 게 있어서 가봐야 한다는 말만 남겼다고 했다.

“그분이 이 근처에 계시겠군요.”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뭐. 같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역시 거짓말이 아니면 연기가 아주 자연스럽다. 서예주는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진혁은 자신도 한 팔 거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쉬세요. 그러다 덧나기라도 하면..”

“아닙니다. 누워있기만 하면 오히려 회복이 더딥니다.”

“그래도..”

하아. 이게 좀 안 좋은 점이었다. 그전에는 자꾸 의심하고 이상하게 봐서 짜증이 좀 났었는데, 이제는 180도 바뀌었다.

너무 잘해주려고 신경을 썼다. 진혁이 하는 말이라면 오크가 채식 동물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저기요. 캐릭터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거거든요? 이 정도로 휙휙 바뀌고 그러면 사람들이 욕해요.’

하지만 살살 달래야지 뭐 어쩌겠나.

“만약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말을 하죠. 저도 제 몸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러시는 분이 그렇게..”

서예주는 발끈하려다가 말을 멈추었다. 그런 사람이 제 몸 사리지 않고 오크에게 달려들었느냐는 말을. 그 일. 진혁이 죽을 뻔했던 그 일을 말할 수 없었다. 생각만하면 가슴이 메어질 것 같아서였다.

잠시 감정을 추스른 서예주는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단서를 하나 붙여서.

“좋아요. 하지만 주변에서 다른 분들이 이상하다고 하면 바로 치료받으셔야 해요. 아셨죠?”

“물론입니다.”

그렇게 진혁은 자유를 얻었다. 서예주의 간호를 받으며 있으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매사에 조심해야 하니 감옥이 따로 없었다.

“하 표사. 이제 다 나은 거지?”

“괜찮지? 이야. 이제 멀끔해졌네?”

밖에 나가니 조사단 사람들이 웃으며 다가왔다. 손을 맞잡고 어깨를 서로 두드렸다. 말은 그리 많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들은 맞잡은 서로의 거친 손에서 백마디 말보다 많은 걸 나누었다. 그걸로 족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갈저다. 녹색 줄무늬 갈저야.”

갈저가 조사단을 발견하고 오는 모양이었다. 괴초를 사용하기는 했는데, 녹색 줄무늬 갈저는 간혹 덤비기도 했다. 아주 굶주렸거나 흥분한 상태일 때.

진혁도 검을 잡고 앞에 나섰다. 그리고 슬그머니 반지를 꼈다.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을 해봐야지.’

동료라고 인식한다는 게 뭘까 고민했었다. 그러다 이게 마법 아이템이라는 걸 떠올렸다. 마법 아이템이니까 그냥 내가 동료라고 생각만 하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 거였다.

그런데 조금 전 손을 맞잡았을 때. 이 사람들이 정말 내 동료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손을 잡았을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띠딩 하는 맑은소리와 함께 그 사람이 잠깐 반짝였다. 이거 혹시?

그래서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자. 전처럼 잘 해보죠?”

진혁은 손을 들었다. 사람들은 웃으면서 진혁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얼마 후 전투가 시작되었다.

녹색 줄무늬 갈저가 그냥 갈저보다는 조금 강하다. 하지만 조사단에 큰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다. 특히나 숫자가 지금처럼 적을 때는 더 그렇다.

- 촤악~

목세강의 검강이 녹색 피보라를 만들었다. 한천위의 검은 매섭고 정확하게 약점을 파고들었다. 왕칠은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무리하지도 흥분하지도 않았다.

다들 힘을 합쳐 어렵지 않게 갈저를 물리쳤다.

“이야. 오랜만이라 괜찮을까 했는데, 너무 싱거운데?”

“하 표사가 있으니까 확실히 쉬운 것 같아. 몸도 가벼운 것 같다니까?”

진혁은 웃으면서 대꾸했다.

“그게 저 때문인가요. 다들 실력이 좋아져서 그런 거죠.”

“아니야. 확실히 오늘 좀 몸이 가벼웠어. 칼도 더 잘들어 가는 것 같았고.”

한천위의 말에 다들 그런 것 같다고 맞장구쳤다. 날카로운 녀석 같으니라고. 그 미묘한 걸 알아채다니. 역시나 재능 있는 인간은 뭐가 다르긴 다르다.

맞아. 그럴 거야. 몸도 가볍고. 칼도 잘 먹혔겠지. 한 3% 정도?

============================ 작품 후기 ============================

많은 분들의 성원 감사합니다. ^^ 댓글은 전부 보고 있습니다. 지적해 주신 부분은 잘 살펴서 더 재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현재는 하루에 두 편 쓰는 것도 만만치 않아서 거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게 만만치 않은 분량이거든요. ㅠㅠ

그래도 제 작품을 좋아해 주시니 기운이 나네요. 노블에 오랜만에 왔는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응원 코멘트에 쿠폰까지. ㅠㅠ 힘내서 완결까지 쭉 달리겠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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