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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40화 (4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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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성장하는 비법?

서예주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사람은 사심이 전혀 없었구나. 나를 이용하거나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구나. 내가 이 사람을 오해했구나.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목에 메었다.

이 사람은 지금까지 나를 돕기 위해서 그렇게 열심이었는데, 나는 뭐지? 그런 사람을 불신하고 이상한 대우를 하고. 고작 내 얄팍한 능력을 믿고서. 고작 내 생각만 믿고서.

그래서 결국 이 사람을 죽게 해? 아니야. 그러면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안 돼요. 같이 가요..”

서예주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이런 사람을 죽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 자신을 용서 할 수 없었다.

진혁은 뒤를 돌아보았다. 서예주는 눈이 새빨개져서는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진혁은 희미하게 웃었다.

“먼저 가요. 어떻게든 뒤따라 갈 테니까.”

서예주는 뭐라고 이야기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진혁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기 때문이었다.

“으아아아!!”

오크를 향해 달려나가는 진혁. 서예주는 손을 뻗었지만, 진혁에게 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달려 나온 홍 무관에게 이끌려 가면서도 진혁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제발. 제발 저 사람을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서예주는 빌고 또 빌었다. 그가 살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하지만 이내 진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수많은 당강의 무리에 휩싸였고, 갑자기 엄청난 연기가 부근을 뒤덮었기 때문이었다.

“하 표사! 하 표사!!”

한천위가 사람들을 뿌리치며 소리 질렀다.

“놔! 놓으라고!!”

“안돼. 여길 막지 않으면 다 죽어!”

“웃기지 마. 하 표사 아니었으면 우린 이미 다 죽었어!”

한천위는 번들거리는 눈으로 사람들을 쏘아보았다.

- 퍽

한천위가 허물어지듯 그 자리에 쓰러졌다. 목세강의 손을 든 채 한숨을 내쉬었다.

“무너뜨리고 불 붙여.”

“목 대협! 아니 왜? 저기에 하 표사가..”

왕칠이 격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목세강의 얼굴을 보고는 입을 닫았다.

비통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가슴 가득한 슬픔을 억지로 누르는 걸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목세강의 눈은 잔뜩 충혈되어 핏빛으로 보였고, 입가의 근육이 덜덜 떨렸다.

“하 표사도.. 하 표사도 그걸 원할 거다.”

목세강은 그리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차마 진혁이 있는 방향을 쳐다볼 수 없다는 듯이. 돌과 나무를 무너뜨리는 사람도, 거기에 불을 붙이는 사람도 모두 침통한 표정이었다.

“하 표사.. 살아 있지? 그렇지?”

왕칠이 소리를 질렀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어.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못 해줬다고오!!”

그러니까 꼭 살아 있어라. 내가 받은 것의 정말 한 조각이라도 갚을 수 있게 살아 있어라. 왕칠은 그렇게 흐느꼈다.

당강으로부터 살아남았지만, 기뻐하는 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누군가가 죽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다들 말이 없었다.

***

“어휴.. 조금만 늦었어도 죽을 뻔했네.”

철각패도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아찔한 경험이었다. 막 오크들에게 죽겠다 싶은 순간 가지고 있던 공을 모두 던졌다. 삽시간에 주변이 연기로 가득 찼고, 오크들은 서로 뒤엉켜 나뒹굴었다.

오크가 일어났을 때 사냥감으로 생각했던 진혁은 아무 곳에도 없었다. 진혁은 몸을 바꿨으니까.

몸을 바꾸는 데는 정신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정말 다행이었다.

일단 안전하게 빠져나왔으니 본격적으로 성장할 차례.

“몬스터 천지인데 제대로 싸우지를 못했다니. 쯧.. 이제 본격적으로 키워야지.”

몬스터를 잡을수록 마나가 흡수되고 활성화가 진행 된다. 활성화가 진행될수록 진혁은 강해지고.

“이제부터 사냥 타임.”

철각패도는 일단 진혁이 있던 장소로 움직였다. 반나절 정도 걸렸는데, 오크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사단이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하 표사! 하 표사 있으면 대답 좀 해봐!”

“그쪽도 찾아봐. 샅샅이 뒤져!”

사람들이 아직 자신을 찾고 있었다. 자신을 찾을 거라고 생각지도 않았다. 설사 찾는다고 하더라도 지금쯤은 떠났을 줄 알았고. 하지만 조사단은 그 다음 날까지도 진혁을 찾아 돌아다녔다.

철각패도는 몰래 사람들의 말을 엿들었는데, 서예주가 하루만 더 찾아보자고 했다는 거였다. 사람들도 모두 동의했고.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도 찾았다. 진혁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도 많이 느꼈다. 진혁은 그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포인트가 들어왔으니까. 좋긴 한데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좀 지루했다.

몸은 없어진 자리에서 다시 생긴다. 그러니 사람들이 빠져야 그 자리에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이토록 생각해준다는 게 고맙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아. 귀찮네. 빨리 몸 바꿔야 하는데..”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공연히 눈가가 촉촉해졌다.

“에이.. 이 사람들이..”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사람들이 사라지자 재빨리 진혁의 몸으로 바꾸었다. 이제는 사냥을 할 시간. 진혁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소수로 다니는 오크를 찾았다.

사냥은 순조로웠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 몬스터들에게 진혁은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간혹가다 몬스터들이 소리를 질러 동료를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몸을 바꾸면 그만이다. 진혁은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오케이. 세 마리면 껌이지.”

오크 세 마리. 사냥감을 발견한 진혁은 나무에서 몸을 날렸다.

“크륵?”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오크 하나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다른 두 마리의 오크는 눈치도 채지 못한 상태. 진혁은 회전하면서 검으로 베어 갔고, 다른 두 마리도 소리를 지를 틈도 없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죽은 오크로부터 마나가 흘러나와 진혁의 몸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보이는 메시지.

- 능력의 $# %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얼마나 늘었는지는 정확하게는 모른다. 하지만 대략 감으로 한 절반 정도는 된 듯했다. 50% 정도의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았으니까.

사냥을 시작하고 대략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그의 손에 사라진 놀과 오크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조금 과장하면 마을 두어 개는 없어졌을 거다.

“어디 보자. 마나 스톤이..”

가장 고역은 시체를 뒤지는 거였다. 하지만 마나 스톤은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물건. 사냥을 하고 최대한 모았다.

“이번에는 두 개네? 제법 실한 놈들이었어.”

오크도 전부 마나 스톤이 있는 건 아니었다. 대략 서너 마리당 하나 정도? 그런데 세 마리 중 두 개나 나왔으니 이 정도면 성공적이다.

오크의 마나 스톤도 놀의 것과 비슷했다. 같은 녹색이었는데, 크기만 조금 더 컸다. 진혁은 주머니에 마나 스톤을 넣고는 다른 사냥감을 찾으려고 일어났다. 그런데 갑자기.

“크워어어어어어!!”

괴성이 들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 그동안 보았던 오크보다 훨씬 커다란 덩치를 가진 오크가 보였다. 터질듯한 근육으로 온몸이 뒤덮인 무지막지한 오크.

“뭐야? 저번에 그 줄무늬 놀하고 비슷한 케이스인가?”

기존의 놀과는 다른,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놈들이 아예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이놈도 그런 건가 싶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오크와는 체급이 다른 녀석이었다. 하지만 딱히 긴장감이 생긴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냥감이 조금 커졌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하지만 근육질의 오크는 조금 생각이 다른 듯했다. 진혁을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눈빛이었다. 진혁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오크보다는 조금 싸우는 맛이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크륵?”

자신보다 작고 약하게 생긴 놈이 자신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자 이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내 가래가 끓는 듯한 소리를 지르면서 덤벼들었다.

- 턱

확실히 달랐다. 진혁은 일부러 녀석의 주먹을 잡아 보았는데, 일반적인 오크보다 힘이 배는 강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덩치는 크지만 스피드는 더 빨랐다.

“호오.. 이거 제법인데? 천위하고 붙여 놓으면 재미있겠어.”

코팅한 무기를 들면 한천위가 이길 것 같았고, 평범한 무기라면 만만치 않을 듯했다. 왕칠은 필패였다.

다른 놈들이 몰려올 수도 있다는 걱정만 없었으면 오래 테스트를 했을 것이다. 아무리 진혁이라도 수백 마리를 혼자서 상대할 수는 없다. 물론 몸을 바꾸거나 하면 되지만,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최대한 빨리 원하는 걸 이룬 다음에 조사단에 복귀할 생각이었으니까.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게 마련이거든.”

그러니 가장 감정이 폭발하기 좋을 때에 합류해야 한다. 그래야 포인트가 많이 들어올 테니까. 진혁은 대략 보름 정도로 생각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아무리 격한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 지금 합류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직은 괜찮은 듯했다.

‘괴물을 상대하거나 밤에 수련할 때 내 얘기를 하는 것보니까 조금 더 있어도 괜찮겠지.’

진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거대한 덩치의 오크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

“오크 전사라고 해야 하나?”

찾아보았지만, 덩치가 큰 오크가 따로 마을을 이루고 사는 건 아니었다. 대신 오크 마을 마다 이렇게 큰 녀석들이 몇 마리씩은 있었다.

일부러 그런 놈들을 골라서 사냥했다. 그리고.

“마나 스톤의 색깔은 뭐지?”

오크 전사에게서는 색깔이 다른 마나 스톤이 나왔다. 푸른색 마나 스톤이었다. 그리고 오크 전사는 모두 마나 스톤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마나를 사용해서 녹이는 것도 가능했는데, 느낌이 조금 달랐다. 녹색 마나 스톤과는 뭔가가 다른 듯했다.

녹색은 물처럼 녹일 수 있었는데, 푸른색은 그렇지 않은 것만 보아도 다른 건 확실했다.

“아우. 답답해. 뭐 이런 게 있어?”

뭐하나 속 시원하게 알 수 있는 게 없이 전부 직접 찾아야 하니 짜증이 났다. 가이드 없이 게임을 하는 느낌이랄까.

“정보 같은 거라도 보이면 좀 좋아?”

사람이 아니라 사물에도 정보 같은 게 보일까 싶어서 이리저리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물건은 어떤 정보도 보이지..

“뭐야?”

보였다. 이전까지는 보이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보였다.

- 중급 마나 스톤

중급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마나 스톤.

고열을 가한 상태에서 마나를 불어넣으면 녹는다.

다른 물질과 잘 섞이는 특성이 있다.

얼마 전까지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며칠 전에 레벨업을 하면서 새로 생긴 능력인 듯했다. 새로운 능력이 생겨서 좋기는 했는데, 참 불친절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거 생기면 띠링 하고 알려주고 그래야지. 정말 게임이었으면 홈피 터졌겠다.”

진혁은 다른 물건도 뭐가 보이나 실험해 보았다. 그런데 다른 물체는 정보가 보이지 않았다. 마나 스톤의 정보만 보였다.

레벨이 오르면 다른 물건 정보도 보이는 건가? 아니면 마나와 관련된 물건만 정보를 볼 수 있나? 하아. 정말 이거 만든 새끼 패주고 싶다. 젠장.

진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했다. 하지만 어쩌랴. 상황에 적응하는 수밖에. 진혁은 청색 마나 스톤의 정보를 다시 보았다.

“그냥은 녹지 않고 고열을 가해야 한다?”

진혁은 이걸 보고 갑자기 떠오른 게 있었다.

“가만. 고열이라.. 이거 무기를 만들 때 섞으면 대박이겠는데?”

당장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중급 마나 스톤이 섞인 무기. 확신할 수는 없지만, 코팅한 검보다 효과가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코팅하는 것은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야 하는데, 이건 그냥 녹일 때만 한 번 마나를 불어넣어 주면 끝 아닌가. 훨씬 간단했다.

“쯧. 이거 지금은 확인할 수가 없네.”

이 근처에는 대장간이 없다. 천수까지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자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러니 확인 작업은 뒤로 미루어야 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볼까?”

중급 마나 스톤이 있다는 건 상급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오크나 놀을 상대했는데, 다른 몬스터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놈들에게서는 다른 게 나올 수도 있으니까. 진혁은 아이템 같은 것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능력 올려주는 거나 그런 거 드랍 하면 좋을 건데..”

그런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바로 다음 날, 새로운 몬스터와 싸우고 나서.

============================ 작품 후기 ============================

예약하는 걸 깜빡 했습니다. 죄송해요 ㅠㅠ  날씨가 더워서 미쳤나 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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