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하는 표사-39화 (39/150)

0039 / 0150 ----------------------------------------------

빠르게 성장하는 비법?

“여기서는 물결이 치듯 스윽 움직여야 좋아요. 그래야 힘이 모여서 강한 일격을..”

아무나 고수가 될 수는 없다고 태클을 걸었던 무사. 그는 진혁의 조언을 듣는 데 전념했다. 온 신경을 진혁의 말과 행동에 집중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놓칠 수 없었으니까.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다. 사람들이 하도 좋다고 하니 한번 받아나 볼까?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게 받아보니까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음.. 제법 아는 게 많은데?’ 하다가 ‘호오.. 그렇구나. 이렇게 하니까 다르긴 하군.’ 이런 마음이 되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결국에는 ‘어? 이런 것까지 어떻게 알지? 이 사람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무공을 배웠던 사부도 이 정도로 잘 알려주지는 못할 것 같았다.

‘아. 사부. 그 개새..’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무사는 명문 정파 출신이었다. 잠깐 배우다 때려치우긴 했지만. 사부라는 새끼 때문이었다. 돈만 밝히고 여제자 더듬기나 하고.

그걸 뭐라고 했더니 사문의 존장에게 불경을 범한 쓰레기로 만들어 버렸다. 니미. 그 후로 낭인으로 떠돌았다.

“한번 해 보시고 이상한 거 있으시면 얘기하세요.”

“예. 그런데..”

무사는 진혁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왜 이런 걸 알려주는 겁니까? 이걸 해서 얻을 게 뭐가 있다고..”

미치도록 궁금했다. 이 인간은 왜 이런 걸 알려주지? 본인에게 무슨 이득이 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답은 뒤쪽에서 나왔다.

“하이고. 우리 하 표사가 성품이 훌륭해서 그런 거지.”

땀으로 범벅이 된 왕칠이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무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품? 그런 성품을 가진 사람이 정말 있는 건가? 의심의 눈초리가 보이자 왕칠이 버럭 화를 냈다.

“우리 하 표사가 이득이나 재물 같은 거 바라는 그런 쫌팽이인 줄 알아?”

진혁은 뜨끔했다.

‘그런 사람 맞는데.. 포인트 얻으려고 하는 건데..’

하지만 주위 무사들은 왕칠의 말에 동의했다. 진혁은 그런 거 바라지 않고 정말 다른 사람을 위해서 성심성의를 다하는 대협이라고 했다.

무사는 진혁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말에 쑥스러워하고 있었다. 정말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본 진혁은 사람들 말대로였다.

이런 건 아무도 자신에게 해주지 않았다. 사부라는 사람도, 선배나 동료라는 자들도 자기 이익을 챙기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남을 이용해 먹을까 생각만 했다.

자신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푼 사람은 어렸을 때 돌아가신 어머니 말고는 없었다. 그는 다른 무사에게 가는 진혁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마음은 진혁에게 전달되었다.

- 갈 무사로부터 6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진혁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짜식. 이번에는 감동이 좀 약했나보네. 이렇게 잔잔하게 가는 건 아무래도 포인트가 약하단 말이야.

포인트는 처음에 무공을 봐 줄 때가 가장 높다. 그때 가장 큰 감동을 받는 모양이었다. 물론 이후로도 계속 고마워하기는 한다. 그런데 그 강도가 점점 약해진다.

고마움이 7점 6점 5점 낮아지다가 나중에는 당연한 걸로 생각하는 놈도 있다.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 줄 안다더니. 자기 차례가 조금 늦어지면 마이너스 포인트를 날리는 새끼도 있었다.

물론 그걸 아는 티는 못 낸다. 대신 그 날은 자세를 좀 힘들게 하지.

‘그래서 중간에 살짝 피곤한 척도 하고, 다른 자극도 줘 보고 했지만..’

역시나 그날만 반짝했을 뿐 점점 포인트는 줄어들었다. 그걸 막을 수는 없다. 이제는 슬슬 변화를 주어야 할 시점인 것 같았다.

진혁이 그렇게 고민하는 모습을 서예주와 홍 무관이 쳐다보고 있었다.

“아저씨. 저 사람 말이에요. 정말 왜 저런 걸 하는 걸까요?”

“제가 속마음까지 알기는 어렵지만, 원래 저런 사람이라고들 합니다.”

서예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나를 돌보지 않고 타인을 위해서 나서는 사람이?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사협 표국에서의 일이나 장안에서의 일 말입니다.”

“그게 진심일까요? 다른 게 없이?”

홍 무관은 말을 하지 않았다. 서예주가 어떤 기분일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녀는 아직 어린 나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자신이 쓰러지면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압박감.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존재. 늘 이용하려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속아주어야 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오히려 저는 철각패도라는 사람이 의심스럽습니다.”

“그분이요?”

서예주는 의외라는 듯 홍 무관을 쳐다보았다. 계속해서 도움을 주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는 표정.

“우리를 도와줄 이유가 없습니다. 돈이나 정보나. 그리고 계속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서예주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이상한 건 철각패도가 더했다. 그런데도 믿음이 갔다. 왜 그런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그래서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자네. 그게 뭔가?”

“아. 이거요? 혹시나 해서 챙겨온 물건들입니다.”

진혁은 목세강에게 대답하면서 물건들을 꾸러미에 집어넣었다. 다행스럽게도 목세강은 물건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건중에서 다른 거야 별거 아니었지만, 한 가지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터트리면 엄청난 연기가 나오는 작은 공같이 생긴 물건.

만화 같은 데서 닌자가 펑 하고 터트리면 연기가 나는 그런 물건과 흡사했다. 진혁이 호신용으로 준비한 회심의 카드. 이걸 사용하면 몸을 바꾸는 게 용이하다. 연기가 사람들의 시야를 가려주니까.

진혁과 철각패도. 둘이라고 해도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이 물건을 넉넉하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목세강은 진혁의 물건에는 전혀 관심 없었다. 그는 검을 내밀며 말했다.

“검에서 기운이 약해진 것 같아서 말일세.”

“아. 정말 그러네요. 곧 해드릴게요.”

진혁은 검에 코팅을 하는 건 셋에게만 말했다. 왕칠과 한천위, 목세강은 다른 사람에게는 입을 열지 않았고.

“그런데 이것도 그 풀을 가지고 어떻게 하는 건가?”

“예. 그렇기는 한데 이것도 사문의 심법을 사용해야 하거든요.”

진혁만 할 수 있다는 소리. 목세강은 자세한 방법 같은 건 굳이 캐묻지 않았다. 심법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묻기 어렵다.

심법이나 타인에게는 절대로 말해서는 안 되는 거다. 무공도 마찬가지지만 눈에 보이니까 어느 정도는 용인이 된다. 절초나 내공의 운용이야 절대 금물이지만, 초식은 알려지는 경우도 있다.

“알았네. 그런데..”

목세강은 무언가 말을 하려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혁도 낌새를 알아차리고 한 방향을 쳐다보았다.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서.

“잠시 여기 있게.”

목세강은 급히 몸을 날렸다. 하지만 진혁도 재빨리 움직였다. 기운으로 볼 때 갈저가 아니었다. 그보다 상위의 몬스터가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당강이다. 당강의 습격이다.”

망을 보던 무사가 소리를 지르는 듯했다. 당강이라면 오크다. 놀보다는 훨씬 강한 몬스터. 진혁은 상황이 어떤지 나무 위로 올라가 살폈다.

‘수가 많다. 이 근처에 오크의 마을이 있는 건가?’

무척 많은 수의 오크가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대략 천여 마리? 조사단의 인원이 4백 명이 조금 넘으니 두 배가 넘는다는 말이다.

비슷한 수의 갈저가 공격해 와도 맞상대하기는 어렵다. 비전투인원 제하면 그 수가 팍 줄어드니까. 게다가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안전한 길을 찾는 게 우선. 그래서 몬스터가 많이 나오는 길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빨리 짐 챙겨서 이동한다.”

상단이 어수선해졌다. 진혁은 잠시 생각을 했다. 결론을 내리는 데까지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는 결심했다.

‘지금이다.’

지금이 실행할 찬스였다. 여기에 있어 봐야 더는 포인트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 이렇게 가다가는 돈황에 갔다가 올 때까지 계속 이 모양일 것 같았다.

그러면 엄청난 시간 낭비. 그러니 지금이 변화를 꾀할 시기다. 진혁은 물건을 챙겨 품에 넣고 일어났다. 그런데 그가 오크를 맞이하려 움직이려는데 홍 무관이 그를 잡았다.

“여기를 좀 지키게. 알겠지?”

그러더니 천막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아가씨. 빨리 움직이셔야 합니다.”

“알았어요.. 잠시만..”

다급한 서예주의 목소리가 천막 안에서 들렸다. 뭘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밖으로 나오기 곤란한 모양이었다.

홍 무관은 그리 말하고는 상단 전체를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여러 가지 지시를 내렸다. 그 사이 계속해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한참 뒤에 서예주가 나왔다.

“빨리 가시죠. 위험합니다.”

진혁과 한천위를 비롯한 몇 명의 무사가 서예주를 데리고 뒤쪽으로 이동했다. 상황은 급박했다. 오크가 눈에 보일 정도까지 가까이 온 상태였으니까.

“크워어어!!”

“크르륵.. 쿠아아!!”

갈저와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체급이 다르니 공포나 두려움이 몇 배가 되었다. 무사들도 무척 힘겨워했다.

“난 앞으로 갈 테니까 여기는 하 표사 자네가 맡아.”

한천위가 상황을 보다 앞쪽으로 뛰어갔다. 무사들이 현저하게 밀리고 있어서였다. 목세강이 분전하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지금이 타이밍이다. 나도 같이 가는 게 좋겠어.’

진혁은 서예주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한천위와 진혁이 가세하자 그나마 조금 괜찮아졌다.

아마도 설치해 놓은 함정이나 장비들이 없었다면 순식간에 몰살했을 거다. 그렇지만 오크는 질려나 올무, 나무로 만든 장애물을 거칠게 부수면서 전진했다.

갈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빠른 속도. 상단 사람들은 갈저에 익숙해져서인지 오크가 거의 왔는데도 이제 겨우 대피를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퇴로에 저지선이 만들어져 있다는 거였다. 나무와 돌을 쌓아 놓았는데, 그 무더기를 무너뜨리고 거기에다가 불을 붙이는 거다.

“이놈들은 후우.. 후우.. 정말 쉽지 않군.”

목세강이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사실 목세강이 아니었다면 이미 오크가 사람들을 덮치고도 남았다. 그는 위급함을 알고는 내공을 전부 끌어올려 오크를 막았다.

진혁은 가장 앞에서 오크를 막으며 천천히 후퇴했다. 저지선까지만 도망칠 수 있으면 무사할 수 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개중에는 서예주도 있었는데, 다리를 다쳤는지 빨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자네가 저쪽으로 가게.”

목세강이 서예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진혁이 방어에 능하니 상단주를 보호하라는 의미. 진혁은 알았다고 하고는 이동했다.

- 쿠르르르으응

그런데 갑자기 땅이 흔들렸다. 지진이라도 난 모양. 문제는 비탈에서 흙이 쏟아져 내려왔다는 거였다.

먼지가 사방을 뒤덮어 눈앞을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그 순간 누군가가 진혁의 손을 잡았다. 서예주였다. 그녀는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빨리 가야 합니다. 여기 있으면 죽어요.”

진혁은 그녀를 이끌고 앞으로 달렸다. 그녀는 절뚝거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러나 속도가 나지를 않았다. 얼마를 갔을까. 먼지가 조금 걷혔는데, 주변을 보니 사람들은 이미 대부분 저지선 근처에 도달해 있었다.

오크는 어디 있나 보았다. 오크는 갑작스러운 지진에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다가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린 듯했다.

“크륵.. 크르륵..”

“크어어어어!”

진혁과 서예주를 발견한 오크들이 둘을 향해 덮쳐왔다. 키가 무사들보다도 훨씬 큰 오크들이 땅을 울리며 달려왔다.

“아..”

서예주는 눈을 감았다. 이제 끝났다는 표정이었다. 진혁은 그런 서예주를 확 밀쳤다.

“여기는 나에게 맡기고 어서 가세요.”

서예주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진혁을 바라보았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빨리. 어서 가지 않으면 죽어! 빨리 가라니까!!”

“하지만.. 하지만.. 하 표사님..”

그녀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 말을 더듬었다.

“둘 다 죽을 거야? 빨리 움직여!!”

진혁은 결연한 표정을 하고는 검을 세웠다. 서예주는 죽음을 각오하고 오크를 막으려는 진혁의 넓은 등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진혁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짜증을 내고 있었다.

‘빨리 좀 가. 이 여자야. 몸 좀 바꾸게.’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예약한 줄 알았는데 안했네요 ㅠ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