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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37화 (37/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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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게 갚아줄게.

조사단은 상황을 지켜보며 방어 준비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서 진혁은 어렵지 않게 일행에 합류할 수 있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성흥 상단이 공격받는다고만 생각했다. 이곳에 사람은 그렇게 두 무리만 있다고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정작 난리가 난 건 이곳을 덮치려 하던 200여 명이었다.

자세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천여 마리는 될 것 같았다. 그 무리가 한꺼번에 덮쳤으니 결과는 뻔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광경을 볼 수 없었다.

200여 명이 당하고 있는 장소는 이곳에서는 제법 거리도 있고, 작은 언덕 같은 것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어둡기도 했고. 게다가 바로 옆에서도 습격을 받고 있으니 그쪽에 온 신경이 쏠렸다.

“어? 하 표사. 언제 왔어? 아까부터 찾았는데.”

“나?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

한천위의 물음에 진혁은 태연히 대답했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한천위는 어수선해서 자신이 못 봤겠거니 생각하는 듯했다.

진혁의 위치는 전투가 벌어지면 가장 먼저 적을 맞이하게 되는 자리였다. 성흥 상단과 가장 가까운 곳. 갈저가 이곳까지 오게 되면 그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진혁이 속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임무는 간단했다. 적은 수면 격퇴한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면 본대가 퇴각할 시간을 번 다음 후퇴한다. 이게 내려온 명령이었다.

“구조는 아예 생각지 않는 건가?”

누군가 중얼거렸다. 다들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동맹을 맺기는 했지만, 계속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후우.. 이거 심상치 않은데?”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학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성흥 상단의 조사단은 빠르게 궤멸하고 있었다. 비명 소리, 울부짖는 갈저의 괴성. 불빛 사이로 보이는 피와 살덩어리가 흩날리는 끔찍한 광경.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다. 사람들이 괴물에게 당하는 모습은 끔찍했다. 계속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성흥 상단의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몸부림쳤다. 그들이 갈 곳이 어디 있겠는가. 한 방향뿐이었다. 원보 상단의 조사단이 있는 곳.

아직 두 다리로 달릴 수 있는 사람들은 하나둘 원보 상단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잔뜩 겁에 질린 사람. 숨이 턱에까지 차서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하급 무사. 발을 삐었는지 절뚝거리는 자. 하나같이 얼굴에는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했다.

바로 뒤에서 기괴한 소리를 내지르며 쫓아오는 갈저. 그 괴물이 당장에라도 뒷덜미를 물어뜯을 것 같은 공포에 다들 미친 사람 같은 얼굴로 내달렸다.

그걸 본 하진혁은 갑자기 뛰어 나갔다.

“어.. 하 표사! 어디 가?”

진혁은 도망쳐오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는 도망쳐 오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달렸다. 몇 사람을 지나 보낸 후 한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

그 사람은 진혁이 달려 나오자 반색을 하면서 기운을 냈다. 진혁도 빠르게 움직이며 그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쳤고, 진혁은 검을 들어 바로 뒤에 있는 갈저를 박았다.

- 뻐억!

그와 동시에 그 남자의 명치에 니킥을 날렸다.

“커헉!”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은 그 남자는 그 자리에 서서히 쓰러졌다. 진혁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틀림없었다. 이 남자는 성흥 상단의 수뇌부 중 한 명이었다.

‘이 새끼가 어딜 와? 너 같은 쓰레기 살리려고 우리가 목숨 걸고 싸우는 줄 알아?’

자신과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려고 한 놈이었다. 그런 놈까지 인간 대접을 할 생각 없었다. 지금까지야 이런저런 쓸모가 있어서 살려 두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진혁은 일어나려는 남자를 마구 밟았다. 충분히 밟고 나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또 다른 수뇌부를 찾기 위해서였다.

- 콰직

이번에는 발목을 부러뜨렸다. 쓰러지면서 남자는 눈을 부릅뜨고 진혁을 노려보았다. 왜 이런 짓을 하느냐는 눈으로.

뭐? 니들이 하려고 한 짓이잖아? 야습해서 다 죽이고 몇 명은 노예로 끌고 가려고 했으면서 그런 표정은 왜 지어? 그런 짓 꾸밀 때는 니들이 당할 것도 각오했어야지.

진혁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멀리서 이 광경을 보는 사람들은 하진혁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구하는 걸로 보였다.

실제로 갈저를 막으면서 수를 썼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다.

“하 표사! 기다려!”

“조심해. 우리가 곧 가니까 조금만 참아!”

몇몇 무사들이 하진혁을 구하기 위해 뛰어 나왔다.

아 놔. 이 도움 안 되는 아저씨들 보게나. 나는 문제 없으니까 오지 말라고. 그리고 니들이 오면 이 새끼들 처리하는 데 방해만 된다니까?

그때 하진혁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바로 조사단장이었다. 한천위나 왕칠이 달려오고 있어서 조금 위험하기는 했지만, 이 새끼는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진혁은 다시 한 번 다리에 힘을 주었다.

조사단장은 그래도 무예를 좀 익혔는지 칼을 휘둘러 갈저를 상대하면서 도망쳤다. 진혁은 그런 조사단장 옆으로 바짝 붙었다.

조금 있으면 무사들이 닥칠 테니 시간이 별로 없었다. 진혁이 옆에서 돕는 척하다가 합공을 해버렸다. 그런데 이게 참 묘했다. 뒤에서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말 조사단장을 도와 갈저를 막는 것처럼 보였다.

조사단장은 당황했다. 갑자기 무사가 와서 이제 살았다 싶었는데, 갑자기 놈이 협공을 하는 게 아닌가.

“어.. 이거..”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놀의 손톱이 목을 파고들었으니까. 막으려 했다. 분명히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진혁이 놀을 막는 것처럼 하다가 자신의 검을 막아버렸다.

“이런 씨.. 끄아악..”

조사단장의 눈이 더할 수 없이 커졌다.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어깨가 찢어지며 피가 낭자하게 흘렀다. 놀의 다른 쪽 손톱이 배를 향해 날아왔다. 그것도 막으려 했다. 막혔다. 진혁의 검에.

“안돼!!”

진혁은 소리를 지르며 녹색 줄무늬 놀에게 달려들었다. 그 소리를 들은 목세강과 헌천위가 더 빠르게 달려왔다.

그 사이 쓰러진 조사단장은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진혁이 자꾸만 발로 걷어찼기 때문이었다.

마구 밟았다. 뒤에서 보기에는 진각을 밟으면서 놀과 싸우는 걸로 보였다. 한천위와 목세강이 늦게 왔으면 훨씬 더 많이 밟아주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저 사람은 틀렸어.”

목세강이 쓰러진 조사단장의 상태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으니까.

“안 됩니다. 어떻게든 살려야 해요.”

진혁은 마구 검을 휘둘렀다. 곧이어 한천위도 도착했다. 그 역시 이미 손을 쓰기에는 늦었다고 말했다.

“데리고 가도 소용없어. 그것보다 빨리 빠져나가야 해. 이상한 저 갈저들의 수가 너무 많아.”

진혁은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나 때문에 이 사람이 죽게 되었다고 외치면서.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이 사람은 내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야!”

쓰러져 있는 조사단장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눈은 진혁을 쳐다보았다. 니가 죽인 게 맞다고 말하려는 듯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말하고 있잖아. 내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난 거짓말 잘 안 해.’

진혁은 잠깐. 아주 잠깐 차가운 눈으로 그 무사를 노려보았다. 조사단장은 무언가 더 말을 하고 싶은 듯했다. 하지만 눈동자에서 생명의 기운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잠시 후 진혁은 다시 일행에 합류했다. 갈저가 일부 오기는 했지만, 어쩐 일인지 근처를 맴돌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전투가 모두 끝난 후, 진혁은 아무런 말도 없이 침통한 표정을 한 채 앉아 있었다.

“다친 무사를 구하러 갔는데, 조금 늦은 모양이야. 그걸 자책하더라고.”

한천위의 말에 목세강이 덧붙였다.

“성흥 상단 쪽 무사 같았는데 끝까지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지. 헤유. 하 표사 심성이 원래 그러니까.”

조사단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진혁의 심성이야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어려운 사람은 도와주고 힘든 일 마다하지 않는 사람.

하 표사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괴물을 상대할 때도 어디선가 나타나서 도움을 주었고.

성흥 상단의 하급 무사들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하 표사. 그런 하 표사의 모습을 계속 보아온 사람들은 지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기운 내라고. 하 표사라고 모두를 구할 수는 없는 거잖아.”

“자네에게 다들 고마워하고 있어.”

“하 표사. 그 사람도 이해할 거야.”

다들 진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마디씩 던졌다. 살아남은 성흥 상단의 무사들도 고마워했다. 대부분 침울해 하고 있는 진혁을 안타까워하면서 응원했다. 몇 명은 직접 찾아와서는 기운을 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진혁은 사실 어지러워서 앉아 있는 거였다. 갑자기 너무나도 많은 메시지가 보여서 어질어질했다.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의 메시지가 보였다. 끝도 없이 올라왔다. 구해준 성흥 상단의 하급 무사들로부터 들어 오는 메시지였다. 팔찌에 불이 쫙쫙 들어왔다.

‘아무래도 내가 달려나간 게 컸겠지.’

인상이 강하게 남은 거다. 죽을 고비를 넘기려는 순간 가장 먼저 본 얼굴. 이전에도 좋았지만. 조금 전의 일로 진혁의 이미지가 더욱 좋아졌다.

더구나 성흥 상단의 무사들이 많이 살아남았다. 갈저가 수뇌부의 천막 쪽에서부터 공격을 해왔기 때문에 무사는 대부분 살았다.

마이너스 점수도 있기는 했다. 아까 진혁에게 당한 놈들은 전부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점수를 얻어서 몇 놈에게 받은 마이너스는 티도 나지 않았다.

‘아.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다.’

그래도 좋았다. 이렇게 포인트가 쏟아져 들어오는 거라면 매일 이렇게 어지러워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무사들은 가능하면 흡수하는 게 좋겠어요.”

서예주의 말에 홍 무관이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예주는 홍 무관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수뇌부는 한 명도 없단 말이죠?”

“예. 죽었거나 사라졌습니다. 이곳으로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철저하게 조사했다. 하지만 수뇌부는 한 명도 발견할 수 없었다. 확인도 불가능했다. 시체가 없었으니까. 습격을 하려 했던 200여 명도 대부분 죽었다.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뼛조각과 살덩어리들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아쉽네요. 몇 명이라도 잡을 수 있었으면. 아니면 증거라도 있었으면 나중에 써먹을 수 있었을 텐데..”

성흥 상단을 공격할 수 있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는데, 증거가 없었다. 대부분의 증거는 갈저의 뱃속에 들어가 있었다.

홍 무관은 서예주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무사들이 대부분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예? 왜죠? 여기서 돌아가는 것도 그리 만만치는 않을 텐데 왜?”

“그게.. 상당수가 이곳에 있기는 싫다고 한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일이니 그냥 돌아가겠다는 거였다.

그건 곤란했다. 성흥 상단이 남긴 물자가 제법 많았다. 그걸 쓰기 위해서라도 인력이 필요했다.

“게다가 우리 무사들도 동요하고 있습니다.”

함께 움직이던 성흥 상단이 순식간에 끝장나는 걸 직접 봤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빠지겠다는 사람들이 생겼다.

“어떻게든 설득해야죠. 내가 무사들을 만나서..”

“저기. 아가씨.. 이게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홍 무관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워낙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어서 설득이 쉽지 않다고 했다.

“어떻게든 잡아야 해요. 이제부터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길을 찾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데..”

서예주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골칫거리이던 자들이 궤멸하고 이제 모든 게 해결되었나 싶었는데, 더 큰 문제가 튀어나왔다.

“그래서 말인데 하 표사에게 부탁을 해보시는 게 어떨는지..”

“하진혁이라는 사람 말인가요?”

“예. 그 사람이 무사들 사이에서는 인망이 두텁습니다. 성흥 상단의 무사들도 하 표사라고 하면 무척 고마워하더군요.”

서예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진혁을 부르라고 했다. 성흥 상단의 무사들을 잡아둘 수만 있다면야 부탁하는 것 정도는 어려울 것 없다.

그런데 그 시각, 밖에서는 진혁과 무사들이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의견은 돌아가자고 하는 쪽이 더 많았다. 어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하 표사 생각은 어때?”

다들 하진혁을 쳐다보았다.

“사실 제가 말씀을 드릴 게 있습니다.”

하진혁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목세강은 그것이 무엇인지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저게 그 비밀? 검을 강하게 한 그 비밀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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