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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34화 (3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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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게 갚아줄게.

진혁은 작은 녹색 돌을 집어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사위가 모두 어둠으로 가려진 밤. 아영을 하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지만, 진혁의 움직임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나가 응축되어 있다. 그리고 미세하게 흘러나오고 있고.’

진혁은 마옥도 혹시 마나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성질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수련실에 있는 마옥 침상은 마나를 품고 있는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미세하게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크기도 어마어마했다.

마옥을 깎아서 침상을 만들었을 정도이니 얼마나 크겠는가. 그렇게 큰 마나 스톤이 나올 정도면 드래곤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 저벅. 저벅.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진혁은 자연스럽게 마나 스톤을 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거 내가 방해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

목세강이었다. 그는 진혁이 이쪽으로 가는 걸 보고는 찾아왔다고 했다. 물어볼 것이 있다면서.

“갈저라는 괴물 말일세. 상대하면서 무언가 이상한 점 같은 거 느끼지 못했나?”

“이상한 점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지..”

목세강은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음.. 그러니까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말이지.”

목세강은 전투를 치르면서 자세히 살폈는데,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게 느꼈다고 했다. 전에 상대했을 때는 경황이 없어서 몰랐는데, 어제는 분명히 느낌이 왔다는 거였다.

“사실 괴물을 상대한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혹시 그 괴물만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야. 이 아저씨 마나 느끼는 거야? 아니 무공에 대한 재능도 뛰어난데 마나까지 느낄 수 있다고? 정말 세상은 불공평한 것 같았다.

“무언가 있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단 말이야. 만약 그게 갈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그렇다면 분명히 괴물을 처치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걸 찾으면 사부의 복수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고.

진혁은 목세강이라면 사부의 복수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런 재능에 집념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 같았다.

“가만. 비슷한 걸 다른 데서도 느꼈던 것 같은데.. 어디선가 느꼈던 감각인데..”

목세강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을 하다 갑자기 손뼉을 쳤다.

“아. 맞다. 그 검. 그 검에서도 비슷한 걸 느꼈던..”

목세간은 말을 하다 입을 닫았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였기 때문이었다. 진혁은 그런 걸 알았지만 그래도 슬쩍 물었다.

“검이라니요?”

“흠.. 그게..”

목세강은 고민했다. 말하지 않기로 약조를 했으니까. 하지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괴물을 처치할 수 있는 단서를 잡고 싶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으니 이해하게.”

목세강은 자세한 부분은 빼고 말을 해주었다.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검이 있다. 그 검을 구경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비슷한 기운을 느꼈다.

“검을 사용하면 어떻게 된다고 하던가요?”

“다른 검으로는 잘 베어지지 않던 괴물을 벨 수 있었다고 하더군.”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진혁은 호기심이 일었다. 마나를 품은 검인 것 같았다. 그 검을 사용해보고 싶었다. 마나가 어떤 식으로 깃들여져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었고.

진혁은 잠시 생각할 것이 있다며 혼자 남아 마나 스톤을 가지고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보았다.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활용 방법을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

뜻밖에도 동맹 제의가 들어왔다. 성흥 상단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 온 거였다.

“동맹이라니. 뜻밖이군요.”

“이쪽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는 잘 알 거 아닙니까. 우리끼리 반목을 해서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지요.”

상대 대표는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예주는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일단 안전하게 움직이다가 상황 봐서 어찌할지 결정하겠다는 거였다.

인적인 드문 깊숙한 곳까지 가면 조사단 하나가 몰살한다고 한들 누가 알겠나. 그녀는 정말 이렇게까지 나오는 성흥 상단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작은 상단이 목숨을 걸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막다니. 여기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어마어마할 거다.

“저희도 생각을 좀 해 보죠.”

서예주는 일단 튕겼다. 하지만 동맹 제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동하면 할수록 점점 더 많은 괴물들이 나왔다. 대부분 갈저였는데, 그 수가 어마어마했다.

출몰 지역이 표시된 지도가 없었다면 얼마 가지도 않아 몰살했을 수도 있었을 거다. 사람들은 괴물과 마주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는 날에는 바로 괴물의 뱃속으로 들어갈 거라는 생각에 다들 극도로 긴장했다.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는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그저 초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 정도면 안에는 어떻겠나. 정말 길을 찾을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양측은 한시적으로 동맹을 맺었다.

그런데 정말 웃기는 게 동맹을 맺으러 온 날, 성흥 상단의 조사단에서 진혁에게 접근해 왔다.

“얘기는 많이 들었소이다.”

“그저 무명소졸에 불과합니다.”

“하하. 겸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협에 대해 알아볼 만큼 알아보고 왔습니다.”

상대 조사단에서는 은밀한 제안을 해 왔다.

“우리 쪽으로 오면 제대로 된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 알아보니 이곳에서는 대우가 형편없다고 하더군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진혁의 활약이나 여러 면에 비하면 대우가 나쁜 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진혁은 그걸 오히려 좋아했다. 사람들이 안쓰러워하면서 더 고마워했으니까.

하 표사 덕분이야. 이번에도 고마웠어. 하 표사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면서 뭐라도 챙겨주려고 애썼다. 그래서 만족스러웠다.

진혁이 대우를 잘 받는다고 생각해봐라. 사람들은 그래도 고마워는 하겠지만, 지금처럼은 아닐 거다. 그만큼 많은 걸 받고 누리니까. 덜 받고 대우가 형편없으니 더 고마워하는 거다.

‘그래서 포인트가 많이 들어오는 거고.’

벌써 포인트는 팔찌의 세 번째 칸으로 넘어갔다. 레벨 12가 넘었다는 말. 그런데 저쪽으로 넘어간다? 믿은 만큼 배신감도 큰 거다. 악감정이 생겨 마이너스가 될 확률도 높았다.

“저는 지금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허허.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가만히 있으면 그게 당연한 건 줄 압니다.”

상대는 답답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하지만 진혁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일행도 전부 이곳에 있으니 옮길 생각이 없습니다.”

“그것도 다 알고 왔습니다. 일행분들까지 전부 저희가 좋은 조건으로 모시겠습니다.”

어지간히 몸이 단 모양이었다. 하기야 자기들은 괴물을 상대하면서 픽픽 죽어 나가는데, 이쪽은 그럭저럭 잘 막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 사람들은 신의를 저버릴 사람들이 아닙니다. 말씀은 고맙지만 이만 돌아가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진혁은 웃으면서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자 상대는 주변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이건 비밀이니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는 마셔야 합니다.”

그는 조만간 큰일이 터질 거라고 했다. 직접적으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성흥 상단이 공격할 거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게 말했다.

“이 바닥에서는 시세를 잘 판단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가는 법이에요.”

상대는 진혁 같은 인재가 해를 당할까 안타까워서 그런다면서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미 그렇게 나올 거 다 알고 있거든?

하지만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계속 설득했다.

“혹시 이쪽 전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건 착각이에요. 괴물들 우리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고수들을 일부러 숨기는 거라고 했다. 그게 뭐? 그러는 것도 대충 알고 있거든?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내가 정보를 볼 수가 있거든.

“죄송합니다.”

“허어. 안타깝도다. 안타까워..”

상대는 무척 아쉬워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면서 진혁을 한번 흘깃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째려보기는 개뿔. 그렇게 보면 어쩔 건데?

피식 웃었다. 괴물들이 날뛰는 이곳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이다. 해코지를 한다? 얼마든지 해도 좋다. 대신 그 대가를 받아야 할 거다. 목숨으로.

혹시 죽이려고 덤비면 어떻게 하느냐? 급하면 몸 바꾸면 된다. 피하지 못할 상황? 그래도 상관없다. 거기에 대한 대비도 되어 있으니까.

진혁을 팔찌에 있는 7이라는 숫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히죽 웃었다. 저 숫자가 있는 한 자신은 안전하니까.

“쓸데없는 건 잊어버리고 연구나 계속해 볼까.”

진혁은 숲으로 나가서 마나 스톤을 꺼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돌. 하지만 이건 마나 스톤이다. 마나의 결정체.

“무인들이 내공을 사용해도 몬스터와 상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마나 때문이다.”

몬스터들은 마나를 호신강기 처럼 두르고 있다. 그게 내공의 위력을 반감시킨다. 놀의 경우를 통해서 이미 확인했다.

분명히 마나가 보호막처럼 작용하고 있었다. 놀이야 마나 보호막이 약해서 처리할 수 있었지만, 대형 몬스터의 경우는 어려울 거다.

‘오우거나 트롤 정도가 되면 재앙이겠지.’

마나 보호막이 문제다. 그것만 제거할 수 있으면 강기를 사용하는 고수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다. 대형 몬스터라고 할지라도.

“마나를 검에다 바른 걸까? 아니면 흡수시킬 수 있다면?”

목세강이 말한 검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보검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단서가 너무나도 없었다.

진혁은 마나 스톤을 쪼갰다. 몬스터마다 마나 스톤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몬스터를 잡고 뒤져본 적이 없으니까.

일단 지금 가지고 있는 마나 스톤은 가슴에서 나왔지. 유력한 건 심장 쪽. 다음에는 꼭 확인을 해야겠다.

진혁은 쪼갠 마나 스톤을 가지고 테스트를 계속했다. 그리고 자신의 내공을 활용하면 마나 스톤을 녹일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아니지.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내공이 아니라 마나지.’

쉽지는 않았다. 무작정 마나를 강하게 불어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고 적정한 수준이 있었다. 아주 세밀하게 마나 스톤의 기운과 동기화를 시킨다고 해야 하나?

말은 간단했지만, 기운을 맞춘다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진혁도 원덕강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주 세밀하고 섬세한 작업.

진혁은 자신의 손바닥에 있는 액체처럼 변한 마나를 쳐다보았다. 결정일 때는 약간 녹색이었지만, 액체처럼 되니 물처럼 투명했다.

“일단 검에다가 해보자.”

진혁은 자신의 검에 실험을 해보았다. 액체처럼 된 마나를 검의 표면에 발랐다. 얇고 넓게 골고루 발랐다. 투명한 마나가 검의 표면에 코팅이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티도 나지 않았다. 이리저리 휘둘러도 보고 가만히 내버려 두기도 했다. 조금씩 마나가 날아가는 게 느껴졌지만, 아주 미약한 수준이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진혁은 코팅 된 마나를 다시 액체처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방법은 알아낼 수 없었다.

“일단 코팅된 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봐야겠어.”

진혁은 다음 날 목세강과 한천위, 왕칠의 검을 잠시만 빌려 달라고 했다. 무인은 자신의 무기를 함부로 남에게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진혁이었고, 잠시 후에 돌려주겠다고 하니 모두 승낙했다. 진혁은 세 사람의 검에 마나를 코팅했다.

목세강은 예민해서 혹시 알아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코팅을 마쳤다. 검을 돌려주었을 때, 세 사람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목세강도 집중을 하지 않아서인지 달라진 점을 모르는 듯했다.

하지만 세 검의 위력은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갈저가 습격을 해 왔을 때 세 사람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 내가 무공이 갑자기 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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