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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22화 (2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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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최고시다.

태수를 찾아가서 이야기할 수는 있다. 그러면 신경이야 조금 더 써주겠지. 하지만 그런 청탁을 한 진혁을 어떻게 생각할까?

‘당연히 탐탁지 않게 생각하겠지. 그러니 그냥 관청에 발고하는 게 좋다.’

마침 천막에서 보았던 관리가 발고를 담당하는 관리였다는 건 행운.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도 여러 방법을 써서 태수의 귀에 들어가게 했을 것이다.

청탁을 통하지 않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발고를 했다. 그것만으로도 태수에게 약간의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역시 친우의 제자로군.’이라고 태수가 생각할 테니까.

‘태수가 직접 병사들까지 동원해서 괴물을 잡는다고 나섰어. 위험할 수도 있는데 말이지.’

그건 손 태수의 의지라고 생각했다. 전임 태수와는 다르다. 나는 직접 백성들의 안위를 챙길 것이다. 그런 성향을 보여준 거다.

기억 속의 손제형의 성격 그대로였다. 그런 손 태수가 가장 먼저 손을 댈 부분은 당연히 비리와 부정이다. 그러니 그걸 잘 건드리면 괜찮겠다고 생각한 거였다.

‘그래서 일부러 발고를 할 때 그런 티를 팍팍 냈지. 구도를 힘없는 백성 대 돈 많고 힘 있는 상단과 표국으로 잡았고.’

천막 안에서 관리를 옆에 둔 건 무슨 이유이겠는가. 가장 믿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태수의 의중도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일 테고. 그래서 생각보다 쉽게 진혁의 전략이 먹혔다.

만나서 청탁하지 않았으니 점수도 따고, 일은 일대로 진행되고. 게다가 이렇게 관이 나서주어야 판이 커진다. 그래야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리고.

‘그래야 포인트도 많이 얻지.’

진혁은 자신의 머리가 무척 좋아진 것 같다고 느꼈다. 아마도 원덕강의 기억을 흡수해서 그런 모양이었다.

***

“이러다가 문제 생기는 것 아닌가? 이번 태수는 보통 깐깐한 자가 아니라고 하던데..”

“아이고. 그래봤자 뭘 어쩌겠습니까. 증거가 없는데. 증거가..”

마진량은 걱정하지 말라며 성흥 상단 책임자를 달랬다.

“하기야 서류상으로는 완벽하니까. 그래도..”

책임자는 관리가 직접 다니면서 알아보고 있으니 쉽게 생각할 건 아니라고 말했다.

“발고를 했으니 움직이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게다가 태수 부임한 지 얼마 안 됐잖습니까. 일하는 티를 좀 내야 할 때지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런 일을 한 지도 수십 년이 되었다. 어디 비슷한 경우를 한두 번 겪었겠는가. 하지만 처벌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책임자가 이렇게 계속 걱정스러워 하는 티를 팍팍 내는 건 다른 이유가 있는 거다. 좀 챙겨달라는 뜻.

“이거 얼마 되지 않지만, 성의라고 생각하시죠.”

“어이고. 이게 무슨..”

말은 그렇게 했지만, 책임자는 주머니를 얼른 품에 챙겨 넣었다.

“허허. 이러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러네.”

역시나 돈의 위력은 확실했다. 성흥 상단에서 표국 앞으로 일거리를 바로 챙겨주었다.

“닷새 뒤 출발이니 시간은 적당하겠지?”

“당연한 말씀을. 문제없습니다.”

몸은 아직 불편했다. 하지만 얼추 움직일 수는 있었다. 게다가 내일 소림에서 사람이 오기로 했으니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네 혹시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 쓸만한 자들이 좀 있나?”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 건지..”

“자네 윗줄로 말이야.”

마진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 자신보다 고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거야 성흥 상단이 더 많이 알고 있을 터.

마진량의 표정을 본 책임자는 설명을 덧붙였다.

“사주까지 새로운 상로를 찾는 일이라서 그러네.”

“사주까지요? 이미 확보한 상로가 있지 않습니까?”

책임자는 조용히 손짓을 했다. 마진량이 가까이 오자 주변을 슬쩍 살피고는 조심스럽게 귓속말을 했다.

“원보 상단이라는 곳에서 지금 새로운 상로를 뚫는다고 사람을 모으고 있어.”

“원보 상단이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자네는 모를 거야. 하지만 결코 작은 상단은 아닐세.”

마진량은 그런가 보다 했다. 세상 모든 상단을 전부 아는 것도 아니니까.

“실패할 확률이 더 높겠지만, 만약 성공하면 어떻게 되겠나.”

“아무래도 타격이 있겠죠.”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길이 열리면 당연히 손해가 생긴다.

“그래. 그래서 상단주께서 그쪽 가는 데 따라 붙이라고 하셨네.”

“아하. 그렇군요.”

마진량은 상황을 전부 파악했다.

사실 상로를 개척한다는 건 핑계였다. 원보 상단을 감시하다가 실패하도록 만들거나, 성공할 기미가 보이면 빼앗는다. 그게 목적이었다.

“제가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넣어 보겠습니다.”

“그래. 가능한 정예들로만 꾸려서 갈 생각이니까 어쭙잖은 자들은 넣지 말게.”

“제가 어디 장사 하루 이틀 합니까. 염려 마시죠.”

마진량은 누구에게 연락할까 하다가 갑자기 목세강이 떠올랐다. 자신이 연락할 수 있는 사람 중에 목세강보다 고수는 없었으니까.

“좀 아쉽긴 하네. 하지만 이미 틀어졌으니..”

하지만 마진량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어떻게든 포섭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각 목세강은 묘령의 여인의 방문을 받았다.

“누구신지..”

처음 보는 여자였다.

“저는 원보 상단의 서예주라고 합니다. 목세강 대협께 인사드리겠습니다.”

“아. 예.. 그런데 무슨 일 때문이 오셨는지..”

임시 표사들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면서 주변을 기웃거렸다. 그걸 본 목세강은 자리를 옮길 것을 권했다.

“일단 제 방으로 가시죠.”

목세강은 서예주와 홍 무관을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서예주는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본론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렇게 부탁을 드리러 오게 되었습니다.”

“흐음.. 새로운 길이라..”

장안에서 사주까지 새로운 길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돈을 긁어모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걸 누군들 모르겠나.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궁금한 게 있었다. 자신이 누군 줄 알고 이렇게 부탁을 하러 왔단 말인가.?

“일개 임시 표사입니다. 혹시 잘못 알고 찾아오신 게 아니신지..”

“말씀을 들었습니다.”

목세강의 표정이 굳었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그려졌다. 상단의 높은 인물 같은데, 그런 사람이 직접 찾아왔다. 그렇다는 건 목세강의 실력을 알고 있다는 거다. 임시 표사라고 알고 있다면 이렇게 찾아왔겠는가.

“누구에게 들었습니까?”

“그건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하셔서.”

‘이런 영감탱이.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목세강은 자하 검선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고는 이런 걸 말할 사람이 없었으니까. 착각이었지만, 목세강 입장에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생각을 좀 해 보겠습니다.”

목세강은 즉답은 회피했다. 여러모로 생각도 하고 따져볼 게 많았으니까. 서예주도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알겠습니다. 저희도 사정이 있는지라 시간을 마냥 드릴 수는 없습니다. 사흘 뒤까지는 연락을 주셨으면 합니다.”

“좋습니다. 그때까지는 연락을 하죠.”

자하 검선이 이상한 짓을 많이 하기는 해도 자신에게 해로운 일을 할 사람은 아니다. 목세강은 밖으로 나왔다. 좀 걸으면서 생각을 할 생각으로.

“무슨 일입니까? 상단에서 찾아왔다던데.”

진혁이 다가와 물었다.

“음.. 자네 시간 좀 되나? 나가서 좀 걸었으면 하는데.”

“그러시죠.”

목세강은 진혁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동안 진혁의 행동이나 생각하는 걸 보아왔던 목세강이었다.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의논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겼다.

“위험하겠군요. 괴물을 자주 상대해야 할 수도 있겠고..”

괴물을 상대해야 한다? 그건 정말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무림 고수도, 군대도 물리치지 못했으니까. 공포의 대상.

“그렇지. 게다가 원보 상단이라는 곳이 어떤 덴지도 모르겠고.”

“일단은 원보 상단이 어떤 곳인지, 준비는 어떤 식으로 되어가고 있는지. 좀 알아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진혁은 바로 푸쉬하지 않았다. 그렇게 티 나게 움직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그래서 원보 상단과 준비 상태를 보게 할 생각이었다. 진짜 이야기를 하는 건 그다음 일이다.

***

진혁은 무척 바쁘게 움직였다. 때로는 하진혁으로, 때로는 철각패도로. 서협 표국과 성흥 상단의 정보를 모으기도 했고, 목세강과 같이 다니며 원보 상단에 관해 알아보기도 했다.

“원보 상단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는 탄탄한 곳인 것 같군.”

“준비도 착실해 보입니다. 다만, 고수의 숫자가 좀 적어 보이네요.”

목세강도 같은 의견이었다.

“고민이야. 같이 가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공연히 쓸데없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음.. 괴물을 많이 상대해 보셨어요?”

목세강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었으니까.

“어지간한 사람보다야 많겠지만, 사실 그리 많다고 볼 수는 없겠지.”

그저 몇 차례 싸운 게 전부다. 그걸 많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혁은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사부님을 해친 괴물을 잡기 위해 방법을 찾고 계신다고 하셨죠?”

목세강의 침묵은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그렇다면 직접 상대하면서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저는 좋다고 봅니다.”

진혁은 혼자서라면 거의 불가능한 방법이지만, 이렇게 충분히 준비를 한 무리와 함께라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적을 제대로 아는 건 병법의 기본. 준비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권하지 않았을 건데, 그렇지는 않아 보이네요.”

“흐음.. 직접 상대하면서 찾는다..”

목세강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는 말이었다. 괴물을 상대하는 방법, 괴물의 약점 같은 걸 찾으려면 직접 상대해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네 말이 맞아. 직접 부딪쳐보는 게 최선이지.”

목세강은 결심을 굳혔다. 그런 목세강에게 진혁은 슬그머니 부탁을 했다.

“저도 함께 갈 수 있을까요?”

“자네가?”

“예. 저도 괴물이 좀 궁금해서요.”

진혁은 심법과 관련한 단서를 얻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내공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면서.

“하기야. 자네도 답답하겠어.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을 테니까.”

목세강은 흔쾌히 허락했다. 둘 다 방법을 찾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한 명은 괴물, 한 명은 내공. 같은 처지라고 생각한 그는 생각보다 적극적이었다.

“자네는 사부에게서 들은 것도 많으니 분명 도움이 될 걸세. 내가 꼭 함께 해야 한다고 부탁하지.”

바람직한 상황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상대가 알아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니 얼마나 편한가.

“그나저나 자네 괜찮겠나? 성흥 상단에서 자네가 무고했다며 나설 모양이던데.”

“저야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세상이 하도 이상하니 그런 거 아닌가. 잘못이 없어도 만들어 내는 세상이야. 그놈들 조심하게.”

잘 안다. 없는 죄도 만들어내고 자기들 죄는 감쪽같이 감추거나 없애고. 하지만 그들도 제 발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면서.

‘기왕이면 판이 조금 더 커지면 좋은데..’

진혁은 상대에게 치명타를 날릴 준비를 해 놓았다. 하지만 혼자 움직이려니 한계가 있었다. 이대로라면 승리할 수는 있겠지만, 포인트는 임시 표사들한테 얻는 정도에 그칠 듯했다.

그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포인트를 얻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찾다 보니 길이 나왔다.

“그래. 준비는 잘 되어가는 것 같더군.”

“대협. 이게 다 대협 덕분이에요.”

서예주는 철각패도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목세강이 합류하자 다른 고수들도 순조롭게 영입할 수 있었다. 간단했다. 목세강과 잠깐 실력을 겨루어 보게 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목세강 정도의 고수가 있다는 걸 확인하자 합류를 결정한 거였다.

“그런데 성흥 상단이 방해를 하고 있다고?”

“그걸 어떻게..”

알 수밖에 없지. 성흥 상단을 그렇게 조사하고 다녔는데.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걱정이었어요. 아무래도 4대 상단 중 한 곳이라..”

뒷말은 안 들어도 뻔했다. 자금력도 풍부하고, 구린 짓도 많이 하고.

“그래서 말인데.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데.”

철각패도는 서예주에게 속삭였다. 성흥 상단에 타격을 줄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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