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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을 대처하는 방법.
반로환동을 한 전대 고수? 이 아저씨 보게. 상상력이 아주 장르소설가 수준이야.
“아닙니다. 반로환동이라니요.”
“그렇지? 하기야 나도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래도 그것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고 했다. 반로환동을 한 전대 고수. 내공이 느껴지지 않는 건 반박귀진의 경지라 그런 거라고 생각했단다.
“정말입니다. 사부님이 워낙 경험이 많으면서 제가 보고 들은 게 많거든요.”
목세강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진혁의 말을 전혀 믿지 않으면서.
“자네도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기야 나도 마찬가지니 피장파장이군.”
잠시 어색한 침묵이 돌고 난 후 다시 목세강이 입을 열었다.
“자네는 왜 임시 표사를 하나? 내가 물을 말은 아니지만, 굳이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목세강은 진혁이 실력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내공도 상당 수준 있다고 보는 모양이었고. 사실 틀린 건 아니다. 역시 고수는 뭔가 달랐다.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포인트 얻으려고 합니다.’
속으로야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리 답변할 수는 없다. 그냥 내공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다고만 이야기했다. 목세강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사문의 심법이 그런지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표사 말고는 할 만한게..”
“비정규직?”
말이 헛나왔다. 하지만 태연하게 수습했다.
“제 고향에서는 그렇게 불렀습니다.”
“뭐. 틀린 말도 아니군. 정식으로 맡은 게 아니니 비정규직이라고 할 수도 있겠어.”
다행스럽게도 그냥 넘어갔다. 목세강은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자네. 혹시 괴물을 본 적 있나?”
“아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군.”
목세강은 정말 무시무시한 놈들이라고 했다.
“자네는 직접 봐서 알겠지만, 나는 검강을 사용할 줄 아네. 사실 무인이 검강을 쓸 줄 알게 되면 많은 게 바뀌지.”
강기는 강기로만 막을 수 있다. 강기를 사용하게 되면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고 했다. 천하에 당할 자가 없을 것 같고.
“그런데 후우.. 그놈들에게는 소용이 없었어.”
자기 덩치만한 괴물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도 버거웠다고 했다. 진혁은 상당히 놀랐다. 괴물의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라서였다. 주변에 괴물을 상대해 본 사람도 거의 없었고.
“다른 이유도 있지만, 혹시라도 그놈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나 싶어서 이렇게 떠도는 걸세. 세상 어디엔가는 그런 방법이 있겠지.”
진혁은 그저 맞장구를 쳐주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괴물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었으니까. 자신이 흡수한 두 고수의 기억에도 괴물에 관한 건 없었다.
“혹시 내 무공도 좀 봐줄 수 있겠나?”
진혁은 놀랐다. 목세강은 검강을 사용하는 고수. 그가 자신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의아했다. 자신은 내공도 없는 한참 하수인데 말이다.
“그냥 혹시나 해서 그러는 걸세. 딱히 기대를 하는 건 아니니 그냥 한 번 봐주게.”
그동안 떠돌았지만, 어떤 단서도 잡을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세강은 다음 사람과 교대를 하고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남에게 보여주면 안 되는 거니 잘 보라고 말했다.
“후우.. 후우..”
심호흡 몇 번으로 목세강의 기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맑고 청량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 목세강 (남, 53세) 임시 표사, 내공수위 57년
- 성장 가능 등급 : 초절정 고수
무시무시한 고수. 그런데 저런 고수도 괴물을 상대하기 버겁다니. 도대체 괴물이 어느 정도기에 그런 건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목숨이 위태로운데 호기심 때문에 괴물을 살피러 가거나 하고 싶지는 않았다.
목세강의 몸과 검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느리게 움직인다고 힘이 없거나 허술해 보이지는 않았다. 공간을 가득 메운 팽팽함과 긴장감.
‘이런 게 정말 고수구나.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붉은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완벽한 움직임. 이것이 진정한 고수의 경지라는 걸 목세강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진혁의 눈에 다른 것이 보였다.
‘뭐지? 이 선은?’
목세강의 몸에 여러 개의 점과 선이 보였다. 선을 따라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게 보였고. 잠시 살피던 진혁은 그게 뭔지 알아챘다.
‘내공의 움직임이다.’
거기다가 다른 정보도 보였다. 진혁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화산? 자하구궁검?”
그 순간 목세강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그리고는 눈매를 번득이며 칼로 진혁의 목을 베어 갔다.
검은 진혁의 피부에 살짝 닿은 채 멈추었다. 조금만 더 움직였으면 목을 베었을 상황. 하지만 목세강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자네가 이 검법을 어떻게 알지?”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 들어있었다. 화산파에서도 아는 이가 거의 없는 무공이다. 그런데 진혁이 어떻게 이 무공을 안단 말인가. 만약 진혁이 자신이 생각한 쪽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당장 벨 것이다.
진혁은 아차 싶었다.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것인데, 문제가 커져 버렸다. 하지만 수습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본 적이 있으니까요. 자하구궁검을.”
“본 적이 있다?”
목세강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칼도 거두지 않았고. 하지만 진혁은 태연하게 말했다.
“화산파의 어떤 분이 사부님을 찾아오신 적이 있습니다. 사부님과 그분은 며칠 동안 어떤 무공에 관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셨죠.”
진혁은 그때 이 무공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름이 자하구궁검이라는 것도 들었고. 그리 말했지만 목세강은 쉽게 믿지 않았다.
“사부가 누구시지?”
진혁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현천문의 원덕강이라는 분이라고. 이름을 들었지만, 목세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들은 적이 없는 이름이었으니까.
목세강이 쉽게 검을 내지르지 못하는 건 딱 한 가지 때문이었다. 사부는 이 무공의 재현을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 그걸 들었기에 쉽게 검을 움직이지 못했다.
“화산파에서 실전되었던 무공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걸 되살리기 위해서 고심하셨다더군요.”
실제로 보았다. 목세강의 사부가 도움을 청했던 사람이 바로 진혁이 흡수한 고수 중 한 명이었다. 현천문의 원덕강. 진혁은 그의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다른 곳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는데, 크게 세 곳이 문제라고 들었습니다.”
도저히 풀리지 않아 도움을 청한다고 했다. 절대로 다른 곳에는 알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 같이 연구했다. 종종 비무를 하기도 해서 본 적이 있다.
이야기하는 동안 목세강은 검을 치웠다. 다른 건 몰라도 크게 세 부분이 문제라는 건 아무도 모르는 거였으니까.
‘그래. 그쪽에서도 알 수 없는 이야기야. 그렇다면 정말 이 녀석 이야기가?’
“아시겠지만, 사부님도 내공 수위가 얼마 안 되셨죠. 그래서 오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군.”
“사부님은 정말 세상에 모르는 무공이 없는 분이셨거든요.”
원덕강은 불쌍한 사람이었다. 그의 기억에는 연구하고 고민한 것밖에 없었다. 현천문의 내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하를 돌아다닌 거였다. 그것도 한평생을.
그러다 목세강의 사부를 만나게 된 거다. 도움을 달라는 청을 받아들인 것도 혹시나 심법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고.
‘가만. 그런데 아까 내공을 움직일 때 약간 이상한 부분이 있었는데?’
내공이 움직이다 붉은색이 되는 부분이 보였다. 내공 운용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말. 뭐라고 메시지가 있기는 했는데 갑자기 칼을 들이미는 바람에 자세히 보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알려준다?’
고민이 되었다. 자세야 얼마든지 알려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거니까. 하지만 내공을 움직이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문파의 비전이고 다른 사람은 절대로 알아서는 안 되는 거다.
게다가 공식적으로 진혁은 내공이 거의 없다. 실제로야 1 갑자 정도지만. 그래서 내공에 관한 건 거의 모른다는 컨셉을 유지했다. 그러니 알려줄 방법이 없었다.
“내가 오해를 했군. 미안하네.”
“아닙니다. 오해를 하실 만도 하죠.”
그렇게 어색한 대화를 끝으로 목세강과 헤어졌다.
‘아. 요거 알려줄 수만 있으면 포인트인데..’
안타까웠다. 진혁은 머리를 쥐어 짜내 방법을 고민하느라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
보름 정도를 이동했다. 목세강과는 아주 어색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친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관계가 되었다.
“지나간 게 어제 낮이라고 하니까 내일 정도면 만날 수 있을 거야.”
“깜짝 놀라겠지. 어디 만나면 그 자식들이 뭐라고 하는지 보겠어.”
사협 표국과의 거리는 반나절도 나지 않았다. 생각대로라면 내일이면 만나게 될 듯했다.
사람들은 만나면 단단히 따지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표물 일부를 가지고 온 대가도 받아내겠다고 떠들었고.
사람들은 식사를 마치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한천위와 왕칠은 따로 움직였다. 둘은 매일 수련을 하느라 정신없었다.
진혁은 다른 사람의 무공도 봐주었지만, 매일 수련하면서 노력하는 자는 없었다. 사실 왕칠도 한천위가 아니었다면 매일 수련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한천위는 독기가 있어. 왕칠이 그 덕을 많이 보네.’
확실히 좋아졌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왕칠은 작은 벽을 하나 넘은 것 같았다. 고수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삼류 무사에게는 엄청난 발전.
“좋네요. 이제는 제대로 된 자세가 몸에 익은 것 같습니다.”
“정말입니까? 진짜 좋아졌어요?”
왕칠은 주먹을 불끈 쥐면서 기쁜 표정을 지었다. 진혁이 생각하기에 너무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정말 기쁩니다. 이렇게 칭찬받는 건 처음이거든요.”
“예? 그랬나요?”
진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칭찬을 해 준 적이 없었나?’
“하 표사님은 항상 지적하고 도와주셨지요. 그런데 이렇게 칭찬을 들은 건 처음이라니까요. 정말 힘이 나네요.”
왕칠은 무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이룬 것 같다고 좋아했다.
그동안 변변한 가르침 없이 혼자서 무공을 익혔다. 이게 잘하는 건지 아닌지도 모른 채 검을 휘둘렀고. 그래서 삼류를 벗어나지 못했다. 왕 표사 같은 놈에게 업신여김당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모든 게 달라졌다. 진혁의 도움으로 진짜 무인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실감은 나지 않았다. 정말 실력이 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진혁에게 칭찬을 들으니 가슴에서 무언가가 펑 하고 터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드디어 무언가를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앞으로는 자주 칭찬해드려야겠는데요?”
“아이구. 그러실 거야 없습니다.”
‘그래. 자주 하면 약발 떨어지니까. 적당할 때 해야겠다.’
칭찬을 해 주니 포인트가 쏠쏠했다. 앞으로는 이런 것도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천위에게도 비슷한 칭찬을 해주었다.
“정말 일취월장이네요. 이제는 마헌량 표두와 겨루어도 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 설마요.”
“아니요. 제가 보기에는 충분합니다.”
한천위도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전 먼저 좀 쉬겠습니다.”
한천위와 왕칠은 조금만 더 하다고 오겠다며 검을 휘둘렀다. 신중하고 정신을 집중한 모습. 은은한 달빛 아래 수련에 열중하는 두 남자의 모습은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비록 한 사람은 삼류 무사였지만, 그의 열정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진혁은 흐뭇한 표정을 한 채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있어보자. 여기는 또 어떤 개새끼들이 있나..”
철각패도의 몸으로 돌아온 진혁은 이번에 작살 낼 놈들은 누구인지 살폈다. 그놈들에게는 천벌을 내리고 재산은 빼앗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다른 몸으로 사람들 도와주는 것도 괜찮지만, 역시 철각패도로 화끈하게 움직이는 게 좋긴 해.”
하진혁으로 사람들을 따스하게 감싸는 건 그 나름대로 보람이 있다. 하지만 상당히 피곤하고 답답했다. 역시 때려잡고 주먹 쓰는 게 기분은 끝내줬다.
진혁은 철각패도의 몸을 움직여 이번에 털 대상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중간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상당한 고수의 기운이. 그래서 돌아가려고 했다. 굳이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았다.
“누구냐?”
걸렸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