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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를 얻는 다른 방법.
- ...로부터 2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로부터 1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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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계속해서 포인트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게 다 어제저녁에 벌인 일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다 보니까 여기 무슨 일이 있었나 본데?”
“장원 하나가 털린 모양이야.”
맞는 말이었다. 진혁도 오면서 들었다. 장원 주인이 불구가 되었다. 무관 사람들이 여럿 다쳐서 무관이 망할 지경이다. 그런 소리를 이곳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그놈들이 천벌을 받은 거라고 했다. 누가 했는지 몰라도 속이 시원하다는 말도 들렸다. 그러면서 포인트가 계속 들어왔다.
‘점수가 적은 건 누구인지 확실하게 몰라서 그런 건가?’
2포인트가 최대였다. 대부분 1포인트. 철각패도가 했다는 걸 사람들이 알지 못해서 그런 듯했다.
그리고 돈을 나눠준 것에 대한 포인트도 계속 들어왔다. 새벽이나 아침에 들어온 포인트는 돈을 보고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니 싱글벙글할 수밖에.
“들어가지요?”
한천위가 다가와서 들어가자고 권했다. 어제 그 일 때문인지 천위의 태도가 평소와는 달랐다. 조금 어려워하면서 정중하게 대한다고나 할까.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진혁은 짐을 지키느라 남겨진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갑급 표사인 목세강과 을급 표사 두 명이 짐을 지키기로 되어 있었다.
을급 표사 둘은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다들 실컷 먹고 편히 쉴 텐데 밖에서 짐이나 지키고 있어야 하니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목세강은 무표정한 얼굴로 수레 위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중간에 음식을 가져다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제야 을급 표사의 얼굴이 풀어졌다.
“이게 뭐야?”
부푼 마음으로 객잔에 들어선 사람들은 음식이 나온 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도 초라했기 때문이었다.
2층에 있는 표국 사람들은 보나 마나 상다리가 휘도록 차려놓고 먹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1층에 나온 음식은 밀가루 덩어리에 풀떼기. 고기라고는 푸성귀 사이에 살짝 섞여 있는 게 전부였다.
뭔가 푸짐해 보이기는 했지만, 먹을 건 없는 상차림. 한천위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동안 많이 참았는데 이건 너무 심하다 싶어서였다. 그는 벌떡 일어나 2층으로 가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를 뜯어말렸다.
“참게. 참아.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래. 오히려 안 좋은 꼴만 당한다니까.”
표국 사람들에게 찍히면 고달프다. 아직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멀었다. 그런데 여기서 초를 치면 앞으로 더한 고초를 겪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렇게 음식이 나온 것도 본보기일지 모른다. 우리에게 잘못 보이면 이렇게 된다는 하나의 예. 참 지저분한 짓이었다. 먹는 것 가지고 이런다니. 진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에게 포권을 했다.
“죄송합니다. 다 저 때문에.”
“그게 무슨 소리야. 하 표사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말게. 아무도 하 표사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진혁이 어떤 사람인지 전부 겪었다. 사람 좋고 친절하고 겸손하고. 실력도 좋아서 무공에도 도움을 주고 의술도 제법이라 간단한 치료도 여럿 받았다.
그런데 진혁 탓을 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전부 표국 사람들을 욕했다. 위에서도 이런 상황을 아는 듯했다. 왕 표사가 아래를 슬쩍 보더니 한껏 비웃는 표정을 지어 보였으니까.
‘저 새끼가?’
진혁은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뒷간이라도 가는 척하면서 밖으로 나갔고, 곧바로 팔찌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정신이 잠깐 아찔하더니 주변을 둘러보니 청운장 주변의 숲 속이었다. 어제 운기행공을 마치고 몸을 바꿨던 바로 그 장소. 표국이 머무는 객잔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오케이. 너. 기다려라.”
철각패도는 내공을 쓰며 몸을 날렸다. 검은 선이 주욱 허공에 그어졌고, 이내 점이 되어 사라졌다.
***
- 콰앙.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나자 객잔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문 쪽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주목을 한껏 받으면서 등장한 건 거구의 중년 남자. 흉악함이 얼굴과 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철각패도였다.
“어서옵.. 쇼..”
인사를 하던 점소이가 말을 살짝 더듬었다. 눈을 부라리면서 들어온 철각패도를 보고는 대부분 눈을 피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으니까.
고수. 그것도 사파의 고수라는 생각이 들자 다들 몸을 사렸다. 철각패도는 거침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점소이가 말리려고 했지만,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이미 2층에 도달해 있었다.
철각패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식탁에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들이었다. 1층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진수성찬이 차려진 모습. 특히나 표국주와 황서군이 있는 식탁은 호화로움 그 자체였다.
철각패도가 2층에 등장하자 모두 긴장하는 눈치였다. 인상이 더러웠으니까. 특히나 황서군과 표국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진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빈자리에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여기 주문!!”
굵직하고 탁한 목소리에 점소이가 냉큼 달려왔다. 손이 살짝 떨리는 것으로 보아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교자하고 이 집에서 잘하는 양고기. 그리고 술은 가장 독한 걸로.”
점소이는 알았다고 하고는 후다닥 사라졌다. 잠시도 철각패도의 옆에 있기 싫다는 듯이. 진혁은 쓰윽 주변을 둘러보면서 탁자를 손으로 탁탁 두들겼다.
객잔의 2층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뭔가 터질 것 같은 분위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크게 웃고 떠들던 표국 사람들은 무기를 끌어당긴 채 제대로 음식을 먹지도 못했다.
당연했다. 진혁이 적대적인 기운을 은근히 흘리고 있으니 긴장감이 맴돌 수밖에. 진혁이 이러는 건 이유가 있었다.
“대협. 존성대명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사파의 고수로 보이는 자가 은근히 신경을 쓰이게 할 때 표사는 어떻게 행동할까? 가능하면 분란을 피하려고 한다. 표행의 목적은 대부분 물건을 안전하게 정해진 장소까지 운반한 거다.
그러니 위험이나 분란은 가능하면 피하려고 한다. 칼을 뽑는 건 정말 마지막 수단. 필요하면 적당한 재물을 넘겨주거나 인맥을 내세워 협상하기도 한다.
왕 표사가 와서 이렇게 이름을 물어본 것까지는 예상한 대로였다. 왕 표사가 딱 그 정도 위치였으니까. 행동대장 정도의 위치. 그래서 진혁에게 자꾸 시비를 걸었던 것도 왕 표사의 위치가 그런 탓도 있었다.
“그걸 니가 알아서 뭐하게?”
생각지도 못한 거친 말투. 하지만 왕 표사는 기분 상했다는 표시를 낼 수 없었다. 상대가 고수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으니까.
‘그래. 그렇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게 너 같은 놈들 특성이니까.’
왕 표사는 난처한 듯한 표정을 하다 다시 정중하게 말을 했다. 그런데 그가 모르는 게 있었다. 진혁이 기운을 써서 소리가 퍼지는 걸 약간 막았다는 사실을.
“저희는 사협 표국입니다. 국주님께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통성명이라도 하고 싶어 하십니다. 저쪽에는 무림맹에서 나오신 무당의 황서군 각주님도 계신데..”
진혁은 갑자기 탁자를 힘껏 때렸다.
- 콰앙.
내공으로 조절해서 부서지지는 않으면서 소리만 엄청나게 했다. 2층에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1층과 주방에 있는 사람까지 철각패도가 있는 곳을 힐끔거렸다.
“뭐?! 이놈이 뚫린 입이라고 말을 함부로 하는구나!!”
왕 표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했다고 이렇게 화를 낸단 말인가. 그저 통성명을 하고자 한다는 말을 전했을 뿐인데. 그것도 아주 정중하게.
‘통성명을 싫어하는 건가?’
왕 표사가 당황할 때 철각패도의 우렁찬 소리가 2층을 가득 메웠다.
“나 철각패도를 우습게 보았구나. 사협 표국이 그렇게 대단한 곳이더냐!!”
왕 표사는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내가 뭘 어쨌다고. 내가 뭘?’
게다가 철각패도의 무시무시한 기세를 몸으로 받고 있으니 죽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 왕 표사 뒤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철각패도..!”
“철각패도라니..”
표국주인 마진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각패도라고 하면 최근 악명이 자자한 사파의 거두였다. 상대는 거물. 일개 표사에게 맡겨 둘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상대는 대놓고 시비를 걸어오고 있었다. 이럴 때는 어쭙잖은 자가 나서는 것보다 표국주가 직접 나서는 게 옳았다. 표국주는 일부러 큰소리를 내며 외쳤다.
“본인은 사협 표국을 이끌고 있는 마진량이라고 하오.”
그는 철각패도를 향해 걸어가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일단 눈앞에 있는 자는 철각패도가 맞는지 살폈다. 강호에는 신분을 사칭하는 자도 생각외로 많았으니까.
‘곰 같이 커다란 덩치에 얼굴에 난 검상.’
무림인 중에는 덩치가 큰 사람이 많다. 무공을 연마하다 보면 신체적으로 발달하게 되고 일반인보다는 먹는 것도 나았으니까. 게다가 얼굴에 검상이 있는 자는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 정도 기세를 보일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철각패도가 아니더라도 사파의 거두가 분명하다.’
마진량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은 철각패도를 향해 걸어가면서 더욱 강하게 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윗줄의 고수 같았다. 가까이 갈수록 피부가 저릿저릿할 정도였다. 이 정도의 기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마진량의 말이 공손해졌다.
“본 표국의 왕 표사가 무슨 말을 했기에 그리 화를 내시는지요.”
“알고 싶소?”
마진량은 그렇다고 하고는 대답을 기다렸다.
“이 자가 사협 표국이라는 이름을 들먹이면서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라고 하던데.. 사협 표국이 그렇게 위세 좋은 곳인 줄 처음 알았군.”
철각패도의 말에 왕 표사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자신이 언제 저런 말을 했단 말인가. 이건 모함이었다. 왕 표사는 표국주가 쳐다보자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아니라고.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마진량 표국주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왕 표사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리가 있겠나.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대협. 뭔가 오해가 있으신 듯한데..”
“오해?”
철각패도의 굵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니까 저 표사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내가 오해를 한 거다?”
큰소리는 아니었지만, 섬뜩한 기분이 드는 목소리였다. 살벌한 기운이 객잔의 2층을 휩쓸었고, 표국 사람들이 각자의 병장기에 손을 얹었다. 언제라도 병기를 뽑을 수 있도록.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아니면. 내가 잘못 듣기라도 했다는 건가?”
묵직한 소리가 2층에 있는 사람들의 심장을 두들겼다. 한 음절을 말할 때마다 몽둥이 같은 걸로 쿵쿵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닙니다.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표국주가 황급히 손을 저었다. 이 상황은 1층에 있는 임시 표사들도 주시하고 있었는데, 조금은 고소해 하고 있었다. 왕 표사는 이곳까지 오면서 계속 시비를 걸고 무시하는 언행을 했으니까.
말꼬리를 잡거나 비아냥거리는 게 특기였는데, 사파의 고수에게 비슷하게 당하는 걸 보니 속으로는 통쾌했다.
‘이 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심사가 뒤틀렸구나. 대놓고 시비를 거는 거야.’
마진량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곧바로 상대가 원하는 게 무언지 알아보기 위해서 말을 걸었다.
“혹시 원하시는 게 있으신지.. 저희가 성심껏 대접하겠습니다.”
“뭐라? 내가 은자라도 노리고 이런다는 건가?”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대협께 성의를 보이고 싶어서 이러는 겁니다.”
철각패도가 목소리를 높이자 마진량은 바로 자세를 낮추었다.
“난 표국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네. 단지 나에게 무례를 한 저자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왕 표사의 얼굴을 썩은 고기처럼 변해갔다. 저 무시무시한 고수가 손을 쓰면 단순히 어디 부러지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