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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4화 (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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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능력.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을 때 진혁의 눈에는 엄청난 메시지가 보였다.

- ...로부터 14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로부터 11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로부터 9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로부터 17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로부터 11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로부터 15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진혁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사람들은 그 미소를 보면서 더욱 감동 받았고, 추가 메시지가 진혁에게 쏟아졌다.

‘키야~ 폭렙이다!’

팔찌에 포인트가 차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게 쭉쭉 차오르다 칸을 채우자 다른 메시지가 보였다.

- 능력의 $# %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레벨업을 할 때마다 보이는 메시지였다. 조금 이상한 건 숫자 부분에 이상한 게 보인다는 거였다. 게임을 할 때 어떤 오류로 숫자가 깨져 보이는 현상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 후로도 포인트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와서 7레벨 하고도 70% 정도가 되었다.

***

임시 표사 선발에서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건 진혁이었다. 백면서생처럼 보이는 그가 마헌량 표두를 상대로 50초를 버텨냈으니까.

그 덕분에 사람들은 시험을 볼 기회를 얻었다. 독이 오른 표국 측에서 깐깐하게 나오는 바람에 합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진혁을 포함해서 셋밖에 없었으니까. 조금 놀라운 건 한천위가 통과했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런 건 진혁의 관심 밖이었다.

“칸이 하나 더 찼으니까 뭔가 변한 게 있을 텐데..”

뭔가 변한 게 있으면 그것도 알려주면 좋을 텐데, 그게 없었다. 깨진 글자 같은 게 가끔 보이기는 했지만, 뭔지 알 수가 없으니.

게임이라고 한다면 엄청나게 불친절한 시스템. 그런데 이게 또 나름 쪼이는 맛이 있었다. 뭐가 변했을지 이런저런 걸 해보면서 찾는 재미가 있었다. 보물찾기하는 기분이랄까.

“어느 쪽에 있을까. 정보? 안목?”

하지만 변한 게 뭔지 딱히 찾을 수는 없었다. 표행을 떠나는 날까지도. 그런데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겼다. 이번 표행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뭐 그리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어? 이번 표행이 처음도 아니라면서.”

한천위가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그날의 인연으로 친해지고 난 후로 계속해서 진혁을 따라다녔다.

“그냥 좀 신경이 쓰이는 게 있어서..”

“뭐가?”

“저기. 저 사람 말입니다.”

진혁은 표국주와 함께 있는 젊은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한천위는 누굴 말하는 건가 살피다 황서군을 알아보고는 중얼거렸다.

“저 사람은 무당의 황서군 아닌가? 표국주가 특별히 초빙해 왔다는.”

“예. 그러니까 좀 이상하다는 겁니다.”

진혁의 말에 천위는 갸웃거렸다. 황서군 정도의 고수가 함께하면 좋은 일이지 뭐가 이상하냐는 표정이었다.

“황서군은 무림맹에서도 지위가 제법 높은 사람 아닙니까.”

무림맹에서 무력을 담당하는 도검당. 황서군은 그 도검당에서 당주 바로 아래, 서열 2위였다. 무당에서 차기 도검당주로 밀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촉망받는 청년 고수.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런 지방의 작은 표국에 온다? 사협 표국으로서야 엄청나게 큰 표행이라고 하지만, 대형 표국에서는 코웃음 칠 정도의 규모.

4대 표국의 지방 분국에서도 이보다 더 큰 표행이 흔하다. 그런데 이런 곳에 황서군이라는 거물이 와 있다. 표국주와 특별한 관계도 아닌데.

‘분명히 뭔가 있어.’

좋지 않은 일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진혁은 오히려 그런 상황을 더 반겼다. 뭔가 일이 일어날수록 포인트를 얻을 기회는 더 많아지니까.

‘두고 보면 알겠지.’

***

예전에야 객잔에도 묵고 그랬지만, 괴물이 나타난 이후로는 표행의 대부분은 노숙이었다. 편하고 안전한 길만 찾아갈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목적지까지 가는 기간이 몇 배는 늘어난다.

어쩔 수 없이 다소 위험을 감수하고 움직이는 게 요즘 표국이나 상단의 현실. 때문에 표행은 고될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은 그만큼 지쳤다.

“아이고. 이거 오랜만에 길을 나서니 뼈마디가 쑤시네.”

을급 표사인 왕칠이 웃으면서 말했다. 30대 중반이라고 소개를 한 넉살이 좋은 사람이었다. 무술 실력은 그저 그런 사람이었는데, 말이 무척 많은 자였다.

“현천문 사람이라고 했지? 캬. 어쩐지 내가 표두하고 딱 붙었다는 이야기 듣자마자 현천문이 딱 떠올랐다니까.”

“현천문이 그렇게 유명합니까? 사람들은 잘 모르던데..”

한천위가 호기심이 생기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왕칠은 몸을 한천위 쪽으로 냉큼 돌리더니 신이 나서 이야기를 했다.

“현천문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로 유명한데.. 문주서부터 문도들까지 모두 협객인 걸로 유명하지.”

왕칠은 진혁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현천문의 온 문주는 성품이 올곧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걸로 유명하지. 9파 1방이라고 해도 잘못된 일이라고 하면 그냥 넘어가질 않는다니까.”

“그게 정말입니까. 그거 대단한데요?”

9파 1방이 하는 일이라도 나선다?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고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철모르는 강호 초출이 그럴 수는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햇병아리야 무슨 짓인들 못 하겠나.

하지만 한 문파의 문주가 그 정도 되려면 세력이나 본인의 무공 수위가 받쳐주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은 자라면 중간에 무슨 일을 당해도 당했을 테니까.

정파라고 다 정의롭고 옳은 일만 하는 건 아니다. 큰 세력을 유지하려면 온갖 일이 다 있으니까. 건물이 크면 그림자도 큰 법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문주라는 분이 엄청난 고수인가 봅니다.”

“음.. 나도 들은 거긴 하지만 고수라고 하기는 좀..”

왕칠은 말을 흐렸다. 진혁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기 좀 꺼림칙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혁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쪽 지방에서는 잘 알려진 말이지만, 현천문은 내공이 쌓이지 않는 걸로 유명하지.”

“내공이 쌓이지 않는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심법이 그렇다던데. 아무리 수련을 해도 내공이 거의 쌓이지 않는다는구먼.”

무인에게는 치명적인 일이다. 내공이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몇십 년간 무공을 연마해서 무학에 통달한 사람과 내공이 10년 정도 되는 그저 그런 무인이 겨루면 어떻게 될까. 물론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내공이 10년인 쪽이 이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속도와 파워를 따라갈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내공이 쌓이지 않는다니. 한천위는 이야기를 하다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내공이 약하다면 절대로 고수일 리가 없는데, 9파 1방의 일에도 나선다?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현천문은 관하고 상당히 사이가 좋거든. 그 덕도 좀 있겠지.”

“아.. 그렇다면 뭐..”

관부와 친하다면 이야기는 또 다르다. 진혁도 피식 웃었다. 무림과 관은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무협지의 말이 정말인 줄 알았는데, 다 뻥이었다.

생각해보니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무림인이라고 사람들 막 죽이고 그러는 데 관이 관여하지 않는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그런 걸 놔두면 관리나 황실의 말이 먹히겠는가. 오히려 무림과 관은 상당히 밀접했다.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현천문은 부족한 내공 때문인지 무학에 관해서 아주 깊이가 있다고 하더라고. 내공의 부족함을 보완하려고 그런 거겠지.”

“저 친구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군요. 자세나 움직임을 보면 정말 고수의 풍모가 느껴지니..”

한천위의 말에 왕칠이 눈을 반짝였다. 그는 슬그머니 엉덩이를 털고는 진혁에게 다가가더니 슬그머니 말을 걸었다.

“내가 들은 이야기인데, 그.. 저기..”

왕칠은 주변을 살피며 뜸을 들였다.

“편하게 이야기하시지요.”

“허허.. 그게.. 그러니까.. 다른 사람 무공을 좀 봐주기도 한다던데..”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으니까. 사실 임시 표사를 하러 온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무공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는 자들이었다.

그런 것에 한이 맺힌 사람들. 무공이 약하다고 무시당하고 대접도 받지 못하고. 어디를 가나 눈치를 봐야 하고. 하지만 무림인은 아무에게나 무공을 알려주지 않는다.

“저기. 그러면 나도 좀 봐줄 수 있을까?”

“그러죠.”

진혁은 흔쾌히 대답했다. 그 모습에 왕칠은 크게 기뻐했고, 한천위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다른 사람의 무공을 봐준다는 게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진혁도 처음에는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 했다가, 오해를 산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항상 조심했다.

“저에게 부탁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하는 말인데.. 저는 그냥 제가 아는 걸 알려드리는 것뿐입니다. 개중에는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진혁은 자신이 대단한 고수가 아니니 그런 점 감안하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런 식으로 깔아 놓아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봐. 거기. 뭐하는 거야?”

표사 한 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임시 표사가 아닌 표국에 원래부터 있던 표사. 진혁은 정규직 표사라고 불렀다. 정규직 표사는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이것들이. 식사 준비 안 하고 노닥거리고 있네? 아이고. 어디 유람 오셨어요?”

“아유.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왕칠이 손을 비비며 일어났다. 웃는 얼굴로. 하지만 돌아온 건 주먹질이었다. 표사는 주먹으로 왕칠의 머리를 툭툭 때렸다.

“이런 건 말 나오기 전에 좀 할 수 없나? 꼭 와서 지적을 해야 움직여요.”

“하이고. 죄송합니다. 바로 하겠습니다.”

왕칠은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원래 다 그런 건 아니었는데, 임시직 을급 표사가 이런 잡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막 대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었다.

표행이라는 게 고생스러운 일이고, 언제 적이 나타날지 모른다. 그것이 괴물이든 산적이든. 적이 나타나면 서로의 등을 맡기고 칼을 휘둘러야 하는 사이. 그러니 표행을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묘한 유대감 같은 게 있다.

‘나 때문이군. 이거 좀 미안하게 됐는데?’

표사가 이렇게 와서 시비를 거는 건 진혁 때문이었다. 마헌량 표두가 50초를 쓰고도 백면서생 같은 자를 쓰러뜨리지 못했다는 말이 돌았다. 한마디로 사협표국의 위신에 상처가 난 거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 표국 사람들은 진혁을 다소 적대적으로 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표사는 진혁을 노려보며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툭 내뱄었다.

“내공도 일천한 게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겠는데, 조심해. 표행에서는 말이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야.”

꼭 무슨 해코지라도 하겠다는 말투. 하지만 그런 거에 기가 눌릴 진혁이 아니었다. 진혁은 다소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건 마헌량 표두님에 대한 모욕입니다. 표두님이 얕은 수작 따위에 넘어갈 분이시라는 겁니까?”

“뭐? 그건..”

표사는 진혁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맞는다고 하면 표두를 깔아뭉개는 말이었고, 아니라고 하면 진혁의 실력을 인정하는 거였으니까. 표사는 짜증이 나는 듯 입술을 질겅질겅 씹더니 몸을 홱 돌려 가버렸다.

“이런 썅. 저 새끼 진짜 한 번만 걸리면..”

표사는 가는 길에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진혁의 눈에는 메시지가 보였다.

- 왕소삼 표사로부터 ?8점을 획득하셨습니다.

상당히 빡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빠지는 건 감수할 수 있다. 문제는 기분이 더럽다는 거였다. 이런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다 보면 기분이 좋을 때도 있지만, 짜증이 날 때도 아주 많다.

‘그런 게 계속 쌓이면 좋지 않지.’

진혁은 눈매를 가늘게 뜨고 왕 표사 쪽을 쳐다보았다. 저 자식을 손봐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우리 객잔에 들르는 게 이틀 뒤던가?”

“아마 그럴걸?”

천위의 대답을 들은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오늘 좀 움직여 놔야겠어. 가능하면 객잔 근처로.’

식사를 마치고 잠을 청할 시간. 사람들은 피곤했는지 잠 속으로 빠르게 빠져들었다. 번을 서는 사람만 남기고서. 진혁은 눈치를 살피다 조용히 팔찌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갑자기 진혁의 몸이 사라졌다.

다들 자고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짙은 어둠이 모든 걸 가리고 있어서 아무도 눈치채지는 못했지만. 사실 깨어 있어도 알기 어려웠지만, 어쨌든, 잠자리에 진혁의 몸이 없었다.

그리고 진혁이 노숙하는 장소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어느 산의 중턱. 거기서 엄청난 거구의 사람이 동굴에서 걸어 나왔다. 2 미터도 넘어 보이는 단단한 몸에 험상궂은 얼굴. 거기다 눈가로부터 뺨까지 길게 나 있는 검상. 슬쩍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는 오른손목을 슬쩍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검은색 팔찌가 있었다.

“두 달 만인가? 오래 안 썼더니 좀 찌뿌둥한데?”

진혁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사람들이 보면 아마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얼마 전부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사파의 고수 철각패도였으니까.

진혁은 몸이 두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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