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18/19)

3

그러나 일주일이 다 되었는데도 태영은 돌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며칠 전부터는 연락조차 드물어졌다. 전화는 거의 불가능했고, 뒤늦게 메시지에 답장이 오는 정도였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저, 이사님.”

태영이 돌아왔어야 하는 날 저녁, 은재는 초조한 얼굴로 3층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때 강 비서가 다가왔다.

“저 도련님께서…… 이틀 전에 입국하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틀 전이라고요?”

“네. 확인해 보니 이틀 전에 입국하셔서 저택으로 오시다가, 무슨 일이 생기셨는지 현재는 호텔에 계신 것으로 보고받았습니다.”

호텔. 은재는 어쩐지 불안해져 양팔을 감쌌다.

“혼자, 태영이 혼자 있나요?”

“그런 것 같습니다. 윤 비서와도 연락이 잘 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일부러 저를 위해 데려간 윤 비서도 떼 놓고……. 은재는 며칠 전 만났던 한시호를 떠올렸다. 그날 그 소동 이후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런데 태영이 말없이 호텔에서 지낸다는 것을 알게 되자 조각조각 쪼개어 흘려보냈던 불안이 한데 뭉쳐 속에 쌓이는 게 느껴졌다. 그것이 점점 커져 종내 가슴을 쿵, 쪼개어 놓았다.

한시호는 알고 있고 저는 모르는 일.

“어느 호텔이죠?”

은재는 덤덤한 척 배를 감싸며 물었다. 괜찮아, 괜찮아 귤아……. 그렇게 읊조리며 강 비서를 응시했다.

* * *

“약이…… 안 듣는다고.”

―진짜 각인 때문에 그런가 봐. 그 전까지는 괜찮았잖아.

“……젠장.”

―더 갖다줄까? 약은 충분히 있어?

“넘치도록 많아. 한 병을 통째로 들이부었고. 그런데도 자꾸 열이 올라서 죽을 것 같아.”

방 전체를 어둡게 만들어 놓은 태영은 눈썹께를 문지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 짧은 숨에도 뜨거운 열기가 가득 묻어 있었다.

―다른 약이라도 더 갖다줘?

“……각인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했다며. 그럼 안 들어.”

―얼마나 남은 것 같아, 러트.

“한 3일 정도.”

―큰일 났네.

이틀 전, 한시호와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일을 정리하고 돌아온 태영은 저택에 들어오다 터진 러트에 급히 호텔로 옮겨 가야 했다. 오늘 원래 귀국하기로 한 날이니 은재에게 말을 해야 하는데. 러트 때문에 호텔에 있겠다고 하면 또 걱정할 것을 알기에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말해야겠지. 여기서 며칠만 있다가 가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야겠지.

―한시호는 그 뒤로 별다르게 연락은 없었어. 이사님이 잘 말씀하신 모양이야.

하지만 자꾸만 목소리가 낮아지고 갈라져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전화해 달래 주고 싶었지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음성을 들으면 오히려 더 걱정할 것을 알았다.

“그래. 끊자.”

―……정말 너 괜찮겠어?

“안 괜찮아.”

―…….

“그런데 방법 있어? 참아야지.”

말을 할수록 애써 억누른 것이 뜨겁게 배 속에서부터 치밀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버거웠다. 발이 무겁고 하체가 전반적으로 묵직해졌다. 제가 각인한 오메가의 페로몬이 꼭 환취처럼 느껴졌다.

그를 품 안에 넣고 안을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그의 희고 늘씬한 목덜미에 코를 박고 숨을 쉰다면, 그의 부드러운 향을 마시고, 제 아이를 품고 있어 살짝 도드라진 그 배를 만져 줄 수 있다면 원이 없을 텐데.

“……씨발.”

생각을 할수록 제 페로몬이 거세지는 것이 느껴졌다. 진작 러트에 대해 말하고 오는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제 남아 있지도 않았다. 이 정도로 인내심을 붙잡고 있기 위해서는 최대한 그의 생각은 뭐든 하지 말아야 했다.

그럼에도 자꾸만 은재의 페로몬이 느껴졌다. 은재가 제가 없어 불안해하는 게 느껴졌다.

당장 가서 그를 안아 주고 싶었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귤이를, 당신을 아프게 할까 봐 잠시 나와 있는 거지 너무 보고 싶다고. 온몸에 입을 맞추고 발에 입 맞추고 싶다고. 발 아래에 꿇어 앉아 온몸을 핥고 싶다고. 지금도 존경해 마지않는 당신의 발에 복종하고 싶다고.

끝내 태영은 이리저리 공간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열은 더욱 올랐다. 은재의 불안이 계속 느껴져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또 그의 생각에 아랫도리에 열이 모였다. 염치도 없이 이 와중에 꺼떡거리는 게 느껴졌다.

……빌어먹을 형질. 태영은 그냥 제 성기를 부수고 싶다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쥐었다. 곧장 전화를 할까 하다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고심 끝에 전화번호를 눌렀다.

동시에 차임벨이 울렸다. 아무래도 테오가 다른 약을 놓고 간 모양이었다. 태영은 셔츠 단추를 두어 개 더 풀며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어쩐지 전화벨 소리가 문 쪽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환취 같던 요요한 페로몬이 비강으로 넘어와 배 속에 모여들고 있었다.

문으로 다가갈수록…… 근원지에 다가간 것처럼 열이 더 솟구쳐 올랐다.

태영이 벌컥 문을 열었다.

“…….”

“…….”

그곳에는 은재가 서 있었다. 태영의 옷을 걸쳐 입은 모양새로, 조금 야윈 얼굴로 핸드폰을 든 채.

태영은 왜인지 울 것 같은 얼굴의 그를 보자마자 참지 못하고 끌어안았다. 제 핸드폰을 어딘가로 던져 버리고 은재를 번쩍 들어 올리며 입을 맞췄다.

각인한 이들의 페로몬이 급속도로 융화되며 공간에 가득히 퍼져 나갔다. 두 사람이 뒤엉키며 숨소리와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절박했다.

“……흣.”

은재는 가쁜 소리를 뱉으며 양손으로 태영을 깊게 끌어안았다. 고개를 숙여 태영을 품 안 가득 안으며 입을 크게 벌려 그를 맞았다. 온몸으로 조여 안았으면서도 부족한 듯 더 닿으려했다.

그들은 침대 위에 나란히 쓰러졌다. 제 옷을 입고 서 있는 은재를 본 순간 이성의 끈은 끊어졌다. 은재는 본능적으로 귤이가 깔리지 않도록 배를 감싸며 살짝 태영의 어깨를 밀었다. 무게도 많이 나가고, 커다란 태영이 이전처럼 짓누르듯 절 안으면 귤이에겐 위험했다. 본능적인 공포가 일었다.

“밀어내지, 마세요.”

그러나 태영은 그 작은 손짓마저 견딜 수 없는지 낮은 음성으로 뇌까렸다. 짐승이 목을 울려 내는 소리처럼 말하며 은재를 직시했다.

평소보다 훨씬 더 어둡게 침잠한 눈빛이 그야말로 은재를 핥아 올리고 있었다.

숨을 삼킨 은재는 조심스레 떨리는 손을 뻗었다. 이전과 너무나 다른 눈빛을 하고, 본 적 없던 눈빛을 하고 제 위를 점령하고 있는 알파를 끌어당겨 안았다.

눈앞으로 그가 내뿜는 열기가 빽빽하게 다가왔다.

“……너 러트구나.”

하아……. 태영은 대답 대신 숨을 터뜨렸다. 마구 뿜어져 나오는 은재의 페로몬을 갈취하듯 마시며 하체를 맞대고 벌써부터 힘 있게 쳐올리기 시작했다. 은재는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흔들렸다.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맨살과 닿아 있는 것은 손뿐이었지만 부르르 떨며 신음했다.

시야가 흔들렸다. 그를 붙잡고 있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강한 힘에 곧장 온몸이 들썩이며 감각들이 더욱 날 서게 일어서기 시작했다.

“……읏.”

삽입이라도 한 듯 고간을 맞대고 쳐올리던 태영은 이내 긴 숨을 토해 냈다. 이전보다 더 붉어진 듯한 공기가 그의 얼굴 주변으로 어렸다.

“러트라서 여기에…….”

“……왜 오셨어요.”

옷을 입은 채 사정을 했는지 목을 꺾어 핏대를 세운 태영이 우두둑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목소리 안에 담긴 욕구가 눈앞에 보일 정도로 선명하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부르르 몸 깊은 곳이 떨렸다.

“돌아가세요.”

“…….”

“후…… 저 이제 못 참아요. 가세요.”

가라는 말과 달리 은재를 꽉 끌어안고 아직도 하체를 비비면서, 조금씩 제 목을 지나 상의 안으로 들어오는 손에 파르르 속눈썹을 떨면서 가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의식이 이렇게라도 남아 있을 때, 당신이 사랑하는 태영이의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제발 가라고.

“귤이, 다쳐요.”

“안 다쳐.”

“이사님도 위험해요.”

“안 위험해. 안 다쳐. 괜찮아……. 귤이가 있는 그곳까지만 안 들어가면 돼.”

은재는 태영의 셔츠 단추를 풀어내며 기어코 상의를 벗겼다. 조금 더 그을린 듯한 상반신을 만져 가며 제가 입고 있는 옷의 단추로 손을 돌렸다.

하지만 태영은 그 손을 잡아 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하면…… 거기까지 넣을 것 같아요.”

“안 그럴 거잖아.”

“…….”

“하고 싶어.”

“…….”

“……너하고 하고 싶어. 우리 제대로 한 지 오래됐잖아. 하고 싶어.”

손이 마주 닿자 태영은 또다시 참지 못하고 은재의 아랫입술을 물어뜯으며 키스했다. 비릿하게 피가 터져 나올 때까지 거칠게 키스한 태영은 거듭 목을 울리는 소리를 내며 쌓인 열을 토해 냈다.

은재가 제 눈앞에 있는 한, 그가 제 곁에 있는 한은 그가 다치지 않게, 아프지 않게…….

“후…… 그럼 제가 손으로 해 드릴 테니까.”

“싫어.”

은재는 태영의 가슴을 밀어내며 그를 눕혔다. 태영의 단단한 배를 깔고 앉아 페로몬으로 가득 찬 이 공간에 발을 디딜 때부터 젖어 있던 하체를 비볐다.

“이 상태로…… 어떻게 돌아가.”

도대체 얼마나 젖은 건지 이미 옷까지 다 물들어 있었다. 짙게 색이 변해 동그랗게 물든 비부가 고스란히 보일 지경이었다. 자연스레 은재의 작은 골반을 쥐었던 태영은 제 손을 겹쳐 잡고 열에 달떠 요분질을 하는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나 돌아가?”

……젠장. 태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은재의 몸을 돌려 그의 옷과 속옷을 찢을 듯이 벗겨 냈다. 은재의 골반을 붙잡고 들어 올려 뚝뚝 물이 떨어지는 곳에 곧장 입술을 박았다.

“……아흑!”

아무리 손으로 흉내 내려 해도 따라 할 수 없는 농밀한 움직임이 내벽으로 밀어닥쳤다. 은재는 벌써 허벅지를 덜덜 떨며 신음했다.

“아, 좋아. 좋아 태영아…….”

엉덩이를 들썩이며 태영의 바지춤을 잡고 끙끙 앓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허벅지 한쪽을 물들이고 있는 것을 보며 버클을 풀었다. 속옷에 힘겹게 갇혀 있는 성기의 형태를 덧그리며 퉁, 하고 튀어나오는 것을 두 손에 쥐었다.

“안 돼요.”

그리고 입을 벌려 그것을 머금으려 하자 태영이 급하게 몸을 일으켜 제지했다.

“그때 한 번만, 하기로 했어요.”

“……해 줄게.”

“다쳐요. 저 진짜 못 참아요. 그때도 얼마나 힘들었는데…… 오늘은 절대 안 돼요.”

“그럼 이건 어떡해.”

“손만. 손만 쓰세요. 입에 넣지 마세요.”

“…….”

“넣으면, 돌려보낼 거예요.”

한다고 하면 하는 성격임을 알기에 은재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움직임이 끝나기도 전에 은재는 다시 붙잡혀 다리를 벌려야 했다. 엉덩이 사이를 벌려 젖은 비부에 다시 혀를 대고 손을 넣은 태영은, 이전보다 더 울컥울컥 쏟아지는 액체를 혀로 문지르며 회음부까지 주욱 이어 내렸다.

“아으…….”

은재는 제 얼굴 옆에서 꺼덕이는 것을 움켜쥐고 그 위에 뜨거운 숨을 뱉었다. 뺨을 대고 비비며 어루만졌다. 그러자 태영도 낮은 숨을 토했다. 은재의 가슴 쪽에 깔린 배에 힘이 들어가 더욱 단단해지며 핏줄이 더 뚜렷하게 떠올랐다.

“……읏!”

“아직도 좁네…….”

태영은 손가락 두 개를 넣어 조여 대는 내벽을 쑤셨다. 찰싹 달라붙어 선홍색 속살을 드러내는 내벽을 오가며 그 손을 타고 흐르는 액체를 핥았다.

하으……. 은재는 허리를 떨며 움켜쥔 것을 두어 번 흔들었다. 그 가벼운 손짓에도 태영은 프리컴을 흘렸다. 귀두가 움찔대는 것이 곧이라도 다시 사정을 할 것 같았다. 은재는 제 손을 꽉 차고도 위로 솟은 것을 보며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넣지 말아요.”

무엇을 느꼈는지, 태영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읊조렸다. 아예 비부에 코를 박고 입술을 묻은 채 말하며 음낭을 흡입하듯 빨고 있었다. 노골적으로 핥는 소리를 내며 척척한 내벽 속에 혀를 박아 움직이고 있었다.

“응…….”

대답인지 신음인지 모를 것을 흘린 은재는 조심스레 혀를 빼냈다.

“……이사님.”

“혀만…….”

은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던 태영이 더욱 낮아져 갈라진 소리로 경고했다. 은재는 고개를 저으며 혀로 태영의 귀두를 긁었다. 입에 넣고 빠는 것도 아니고, 그저 윗부분을 살짝 긁은 것이었다.

“읏.”

그럼에도 태영의 성기는 잠시 움찔대는가 싶더니 이내 정액을 터뜨렸다. 다시 혀를 대려 하던 은재는 별안간 얼굴에 정액을 맞아 굳어졌다.

그러면서도 붙잡은 성기는 놓지 않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하는 것처럼 뿌리를 쥐고 흔들며 다시 사정을 유도했다. 죽지도 않은 우람한 것을 꼭 쥐고 있었다.

“……어떻게 참으라고 이래요.”

태영은 은재의 몸을 들어 올려 제 쪽으로 얼굴이 오게 했다. 그러자 한쪽 눈만 겨우 떠올린 은재가 기운 없는 얼굴로 웃어 보였다. 혀와 붉은 입술, 눈 위엔 잔뜩 정액을 묻혀 놓고 숨을 고르며 헐떡이고 있었다.

“눈 감으세요.”

태영은 주저 없이 제 혀로 정액을 닦아 냈다. 은재의 속눈썹 사이사이, 콧대와 인중, 입술과 혀를 모조리 핥고 빨아 주었다. 조금도 비릿한 맛이 남지 않도록 세심하게 핥아 주며 손으로는 은재의 뒤를 넓혔다.

“으흣…….”

얼굴이 핥아지는 것은 어딘가 짐승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목을 울리며 숨을 참을 때부터 그랬는데, 이렇게 핥아지니 정말 짐승의 교미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은재 또한 자꾸만 갸르릉대는 신음을 터뜨렸다. 태영의 단단한 뼈와 근육을 손으로 더듬으며 엉덩이를 들썩였고, 아직 사정하지 못한 성기를 그 배에 비비며 뒤를 적셨다.

“나 자위 기구 아닌데.”

한참 얼굴을 핥아 주던 태영이 속눈썹에 혀를 비비며 말했다. 그제야 제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 은재는 눈을 뜨지도 못하고 굳어졌다. 평소보다 훨씬 더 가라앉은 낮은 음성이 소름 끼치도록 머리를 강타했다.

“계속하세요. 이사님도 싸야지.”

피식 웃은 태영은 손수 은재의 엉덩이를 붙잡고 앞뒤로 움직여 주었다. 은재는 약간 부끄러워졌지만 그의 팔을 붙잡은 채 눈을 질끈 감고 원하는 대로 허리를 움직였다. 쾌감을 좇아 허리 짓을 하며 입을 벌렸다.

눈앞에, 바로 코앞에 태영이 있음을 알지만 눈을 감고 있으니 괜찮았다. 그가 한시도 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홀로 자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겠지만 참을 수 있었다. 자꾸만 저를 이상하게 만드는, 생전 별로 느끼지도 않던 감각들을 못 견디게 만든 알파의 몸에 대고 절정을 끌어 올렸다.

결국 은재는 태영의 배에 비벼지는 감각으로 파정에 이르렀다. 약하게 몸을 떨며 험악하게 갈라진 배에 정액을 툭툭 흘렸다.

그리고 그 여운을 갈무리하기도 전에, 두꺼운 것이 불쑥 뒤를 벌리며 밀고 들어왔다.

“……아윽!”

“너무 깊으면, 말해요.”

“……깊어, 깊어. 아!”

“절반도 안 들어갔는데.”

“잠깐……! 아!”

“혼자 즐기면 안 되죠. 내가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데…….”

두 눈을 크게 뜬 은재는 제가 다칠까 꽉 잡고 있는 태영의 손에 붙잡혀 끊임없이 삽입되는 것을 받아 내야 했다. 몽둥이를, 뜨겁게 데운 철근 같은 것을 밀어 넣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싸구려 포르노에 나오는 기구를 뒤로 넣는 듯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끊임없이 무언가가 들어올 수 없었다.

핏줄이 선 것이 느껴지고, 빡빡한 내벽을 힘주어 밀어 가며 들어오는 맥박 치는 무언가가 느껴졌지만 도저히 성기라고 믿을 수 없었다. 공사장에 있는 철근 기둥, 자꾸만 머릿속에서는 그런 그림이 연상되었다. 한참 어린 나이만큼이나 늘 벌떡벌떡 아래를 세우는 어린 알파를 연인으로 두어서 그런지, 요즘 따라 머릿속이…….

“……흐윽!”

“또 싸셨어요?”

깊은 곳까지 성기가 가득 밀려들기가 무섭게 태영의 몸 위로 재차 정액이 투둑 떨어졌다. 태영은 은재의 이마에 입술을 붙이며 낮게 웃었다.

“우리 이사님…… 이제 넣어 주기만 해도 좋아하시네.”

“아, 잠깐만…… 너무 커…….”

“큰 거 좋아하시잖아요.”

“너무 오랜만이라서…….”

은재는 제가 또 사정을 했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페로몬과 쾌감에 취해 헐떡였다. 태영을 끌어안고, 몸을 쩍 하고 벌려 놓은 것을 어떻게든 품어 보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성기는 커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욱 선명해진 굵기와 열기가 배를 넘어 목구멍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노팅, 하면……. 안 돼.”

“알겠어요. 직전에, 후…… 빼 볼게요.”

“……아, 윽!”

그 말과 동시에 태영은 은재의 허리를 위로 들어 올렸다가 끌어 내렸다. 은재는 귤이가 있는 곳까지 기어코 치미는 성기에 온몸을 바르작거리며 태영을 밀어냈다. 쾌감과 공포가 뒤섞인 얼굴로 숨을 삼켰다.

“깊, 깊어. 안 돼. 읏!”

그대로 더 깊은 곳까지 진입하려던 태영은 그 몸부림에 제 것을 빼내고 은재를 바로 눕혔다. 공간 가득, 아마 이 층 가득 태영의 페로몬이 넘치고 있을 게 분명했다. 러트가 온 우성 알파의 독한 페로몬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 페로몬에, 특히나 각인한 알파의 페로몬에 취해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하고 뻐끔거리며 앓기만 하던 은재였는데. 아가 태영이가 있는 곳을 건드리자마자 놀라 몸을 떨었다.

빠득, 그가 이를 가는 소리가 울렸다.

씨발……. 정신 좀, 제발. 태영은 절대 은재와 귤이를 다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억지로 떠올리며 정자세로 눕힌 은재의 다리를 제 어깨에 걸쳤다. 늘씬한 다리에 쪽쪽 입을 맞추고 다시 제 것을 푹! 찍어 올렸다.

“……흣!”

“또 깊으면, 밀어내세요. 발로, 차요.”

“……아, 아……!”

그렇지만 태영은 이전처럼 지나치게 깊은 곳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 은재가 이전 손가락으로 아슬아슬하게 스쳤던 그 볼록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노리며 안을 쳐 댔다. 찰싹 달라붙은 내벽이 빠져나가는 것도, 또 진입을 하는 것도 어렵게 하고 있었다. 그 빽빽함을 밀어내며 허리에 힘을 주어 힘 있게 쳐올렸다.

“……으읏!”

은재는 태영을 발로 밀어내고 싶은 것을 참으며 이불을 꾹 쥐었다. 그러자 태영은 그 손을 겹쳐 쥐며 더 거세게 제 것을 밀어 넣었다.

결국 은재는 까무러치듯 숨을 삼키며 허리를 뒤틀었다. 태영은 그 어깨를 붙잡아 지그시 누르며 방향을 바꾸어 삽입했다. 굳이 노리지 않아도 온 내벽을 밀어내며 들어오는 성기인데, 자꾸만 제일 약한 부분을 겨냥하니 벌벌 몸이 튀었다.

“흐으윽……!”

가볍게 웃은 태영은 은재의 쪽으로 몸을 숙였다. 은재는 다가오는 태영의 목을 안고 키스하며 퍽퍽! 간신히 추삽질을 견뎠다. 그야말로 몸이 반으로 접혀, 살갗이 터지도록 치대는 힘을 견뎌야했다.

엉덩이와 허벅지는 붉어져 부어 있었다. 내벽은 태영의 모양대로 꿈틀거리면서도 빠듯하게 조여 물었고, 작은 입구는 이미 한계를 넘어서까지 벌어졌다. 한껏 벌어져 팽팽해진 입구에서 가쁘게 액체가 흘러내렸다. 은재가 흥분한 만큼 줄줄 투명한 액체가 새며 엉덩이골과 태영의 허벅지, 침구를 적셨다.

“……아으흣!”

쾅! 태영은 귤이가 자고 있는 곳 직전에 겨우 멈춰 정액을 터뜨렸다. 은재는 부들부들 떨며 아무것도 토하지 못하고 마른 절정에 몸을 떨기만 했다. 그럼에도 빠져나가지 않은 것 때문에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힘 빼세요.”

바로 직전에 사정을 해 놓고도 태영은 마치 이제 막 삽입을 한 것처럼 속도를 높여 추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태영의 것이라고, 사람의 것이라고 믿기지 않는 성기에 정액이 엉겨 빠져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은재의 몸에서 나온 액체가 또 따라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거품이 일어 하얗게 된 액체를 묻힌 성기가 입구 주변에 그 음란한 액체들을 묻혀 가며 은재를 몰아붙였다. 은재는 거듭 마른 절정에서 높은 신음을 터뜨리며 발등을 둥글게 말았다.

“물 드릴까요?”

“……응, 흐읏.”

“입 벌리세요.”

러트임을 증명하듯 태영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은재는 이제 눈도 뜨지 못하고 있음에도 태영은 한창이었다.

“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그래도 태영은 은재를 배려했다. 은재가 기절하듯 잠이 들면 제 것을 반절만 삽입했다. 손이나 발을 빌려 혼자 풀기도 했고, 은재의 뒤를 대신 말라붙을 정도로 빨아 가며 혼자 풀기도 했다.

그러다가 은재가 눈을 뜨면 음식을 밀어 넣은 뒤 다시 그 몸 안을 열고 들어갔다. 뜨끈해진 몸을 온전히 만끽하며, 평소 은재가 허락해 주지 않는 곳에 마구 흔적을 남기고 입을 맞췄다. 엉덩이에도 제 흔적을 남기고 발뒤꿈치를 베어 물었다. 팔 뒤쪽에도 흔적을 남겼다가 회음부를 물어뜯었다. 허벅지 안쪽에도 치흔을 남기고, 부은 듯한 눈물점 부근에도 계속 혀를 댔다.

태영은 주스를 제 입에 머금었다가 은재의 입가로 흘려 주었다. 꼴깍꼴깍…… 버겁게 주스를 받아 마신 은재는 차가운 베란다 창을 움켜쥐며 나붓하게 흔들렸다. 땀범벅이던 머리칼은 다시 말랐다가 젖기를 반복했고, 은재의 눈동자는 나른하다 못해 아득했다. 고된 일에 며칠간 시달린 것처럼 입술을 씹으며 감각을 견뎠다.

“아아…….”

“……후.”

태영은 들고 있던 은재의 다리 한쪽을 내려 주며 은재가 편안히 설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경련하는 다리를 바로 세워 차가운 창에 밀어붙이며 느릿하게 키스했다.

“서 있기가, 힘들어…….”

은재는 태영을 양손으로 붙잡아 뺨을 만지고 키스하며 눈을 내려감았다. 눈을 뜨고 있는 것도 버거웠다. 계속 더 깊은 수마가 몸을 당기고 있었는데, 현실의 색마 같은 알파가 그곳으로 끌려가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절정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연인들이 기대어 선 창 주변으로 부옇게 온기가 번졌다. 은재는 창을 쥐다 곧 태영의 어깨에 이마를 묻었다. 부드러운 박자로 오가며 퍼져 나가던 쾌감이 숨결로 토해져 다시 공중에 흩뿌려졌다. 느릿한 삽입이 감각을 잠식해 갔다.

빽빽한 몸 안쪽에서 다시금 정액이 고였다. 은재와 태영이 동시에 숨을 터뜨렸다.

“누우실래요?”

“……응.”

여전히 쌩쌩한 태영은 곧장 은재를 들어 다른 방으로 향했다. 이미 방 두 개가 더러워진 후였다. 시트가 온통 젖어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마다 방을 바꿨는데, 벌써 세 번째 방이었다.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이자 은재는 숨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태영은 수건으로 은재의 몸을 닦아 주다가도 제 페로몬을 가득 묻힌 몸을 보며 달려들었다. 제 흔적으로 뒤덮여 겨우 숨만 쉬고 있는 몸에 계속해서 흥분이 차올랐다.

“아, 잠깐. 태영아…….”

퉁퉁 부은 유두를 물어뜯으며 홀쭉해진 배까지 내려온 태영은 잠잠한 귤이를 쓰다듬듯 입술로 배를 훑었다. 은재는 태영의 뒤통수를 만지며 크게 숨을 삼켰다. 어쩐지…… 느낄 수가 있었다. 귤이는 지금 태영의 페로몬을 잔뜩 흡수하고 있다고. 초반에 받지 못했던 것을 지금 마음껏 받아 마시며 만족하고 있다고.

“좀 부었네요.”

한참 배에 입 맞추던 태영은 은재의 다리를 벌려 부은 입구에 손을 넣었다. 자꾸만 새는 정액을 아예 긁으려 손가락 두 개를 갈고리처럼 만들었다.

“……흣.”

예민해진 은재는 그 감각에도 숨을 삼켰다. 이제 성기는 제대로 서지도 않았지만 오싹한 감각은 더욱 잘 느껴졌다. 안에 태영의 체온이 스치기만 해도 쭈뼛 머리가 섰다.

“너무 많이 쌌나.”

밖에도 많이 쌌는데. 워낙 길게 섹스가 이어진 통에 긁어도 긁어도 정액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태영은 그렇게 한참 안을 긁다 목까지 붉히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있는 은재를 발견했다.

아직도 눈가가 부어 있었다. 눈물점에 붉은 기운이 남아 누가 보아도 섹스를 한 몰골임을 알 수 있었다. 입술이 떨리며 듣기 좋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손가락이 더 좋으세요?”

태영은 손가락을 넣은 채 몸을 숙여 눈물점에 입을 맞췄다. 은재는 희미하게 돌아오는 정신에 대답을 삼키고 널따란 어깨를 안았다.

도대체 언제 가라앉는 건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성기가 다시 매끄럽게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내벽은 약간 부었음에도 잔뜩 젖어 푹신했다. 태영은 제 것을 조여 데우는 감각에 한숨을 터뜨리며 느리게 왕복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음, 읏…….”

“저보다, 손가락이 더 좋으세요?”

“…….”

“지금도요? 지금은 반밖에 안 넣었는데…….”

적당히 크고 기분 좋은 수준이었다. 고작 절반이 들어왔을 때…….

“아. 이전에 테오가 그걸 줬는데 잊었네.”

태영은 불쑥 은재를 들어 올려 안고선 어딘가로 걸어갔다. 덕분에 절반 정도 들어와 있던 것이 미세하게 더 깊은 곳까지 들어와 쿵쿵 내벽을 찔렀다. 은재는 크게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간신히 태영의 어깨를 쥐어뜯었다.

소리를 내는 것조차 쾌감으로 치환되어 몸에 달라붙고 있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진동이 내벽을 뒤흔들며 물기를 자아냈다.

“잠시만요.”

이미 태영의 몸 곳곳은 물어뜯겨 있었고, 손톱자국이 낭자했다. 그것이 별로 아프지도 않는지, 그는 잠시 은재를 창가에 내려놓고 짐 사이에서 꺼낸 무언가를 제 성기 끝에 주욱 밀어 넣었다.

콘돔인가 했는데…….

“그게, 뭐야.”

“범퍼라는데. 다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거.”

“……아.”

“약 갖다주면서 혹시 모르니까 주더라고요, 테오가.”

“처음부터 쓰지.”

은재는 그것을 보자 약간 서러워져 웅얼거렸다. 그 눈가에 웃으며 입을 맞춘 태영은 다시 은재의 안에 진입하며 숨을 터뜨렸다.

“여기까지밖에 안 들어가요.”

“……이것도 깊어.”

쑤욱 밀려드는 성기는 오히려 절반보다 훨씬 더 깊게 들어와 있었다. 아무리 그것을 끼운다고 한들 삐져나오는 길이가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은재가 숨을 삼키며 아랫입술을 씹었다.

“그래도요.”

서서히 태영이 허리에 힘을 주어 쳐올리기 시작했다. 은재는 이렇게 안겨 있는 자세를 늘 불안해했다. 자신이 조금도 조절할 수 없어서였다. 그가 올려치는 그 반동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내려와 깊게 성기를 물어야만 했다.

그래서 태영의 어깨를 밀자, 태영은 곧장 뜻을 알아듣고 근처 협탁에 은재를 엎드리게 해 주었다. 뒤로 허리를 빼고 배가 눌리지 않도록 자세를 만들어 준 뒤 거침없이 진입했다.

“흐으읏…….”

부드러운 리듬과 함께 성기가 오갔지만 은재는 발끝을 들썩이고 있었다. 이제는 성기가 그저 들어오는 감각에도 사정을 할 것 같았다. 쌀 것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오금이 푹푹 꺼지며 눈앞이 노랗게 변해 빙글빙글 돌았다.

“이번까지만 하고, 좀 주무세요.”

“흐, 읏. 응.”

태영은 점점 더 힘주어 쳐올렸다. 은재는 덜컹이는 협탁을 잡고 척추를 가르는 쾌감을 견디다 다리 한쪽을 들어 올렸다.

그 다리를 붙잡은 채 휙 들어 자세를 바꿔 준 태영은 은재가 깊게 숨을 삼키며 떠는 모습에 작게 눈가를 찌푸렸다. 은재는 눈도 뜨지 못하고 있었다. 꽂힌 채 협탁 위에 눕는 자세가 되어 성기가 각도를 바꿔 찔러 댔다. 심지어 태영은 한 손으로 은재의 성기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음낭을 잡고, 회음부를 문지르며 찢어질 것 같은 입구를 만지고 있었다.

“읏, 아, 으!”

팽팽하게 주름이 당겨졌는데도 그 안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손가락에 은재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압박감과 쾌감이 아래를 찢으며 넘쳐 흘렀다. 동시에 급한 요의가 몰려왔다.

“쌀 것, 같아. 아!”

“싸세요.”

쿵, 쿵, 쿵! 협탁이 부서질 것 같은 소리와 힘이 밀려왔다. 은재는 제 손으로 아래를 어떻게든 가리려 애썼다. 이미 한 몸으로 연결이 되어 있음에도 회음부와 성기를 만지지 못하게 하려 했다. 성감에 사로잡혀 사고 파악이 조금도 되지 않고 있었다.

“다쳐요, 저 잡으세요.”

태영은 그 손을 제 몸에 얹게 하며 씹어 말하듯 말을 토했다. 그러곤 더 깊게 들어가려다 막혀 욕을 씹었다.

지금도 부어오른 내벽은 성기를 씹어 댔지만, 여전히 빽빽하게 달라붙었지만 더 안쪽을 원했다.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던 은재의 은밀한 안을.

“후, 젠장.”

결국 태영이 제 것을 빼고 범퍼를 곧장 빼 버렸다. 쑤욱, 단번에 깊은 곳까지 성기를 욱여넣었다. 언제나 저를 환영하는 조임과 뜨거움을 느끼며, 더 깊은 삽입을 원하는지 척척하게 성기를 적시는 액체를 느끼며 길게 빠져나갔다가 다시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귤이가 있는데도 배에 윤곽이 도드라질 정도로 깊었다.

“……흐윽!”

은재는 귤이가 건드려지는 것 같은 기분에, 그리고 자꾸만 낯선 곳을 찌르는 듯한 기분에 불타오르는 듯 맺히는 아찔함을 느꼈다. 요의가 더 선명해졌다. 사정감과는 달랐다. 화장실에 가야 했다.

“……아! 읏!”

이제 완전히 삽입된 성기는 빠져나가는 것도, 다시 들어오는 것도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내벽과 성기가 쓸리는 감각이 미칠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도 태영은 은재를 들어 올려 어깨를 씹고, 목을 씹으며 등줄기를 손으로 긁고 있었다. 피하려고 해 봐도 오히려 배가 들썩이는 것만 더 자세히 보이는 듯했다.

“그, 만. 태영아, 흐!”

은재의 성기가 조금씩 발기해 일어섰다. 태영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은재를 걸터앉힌 뒤 손으로 귀두를 마구 문질렀다. 요도를 긁고 제 것을 깊게 쳐올리며 앞뒤 모두 쉴 수 없도록 구석으로 내몰았다.

“하윽, 흐으윽!”

점점 더 은재의 소리가 사나워졌다. 난폭한 쾌감이 하체에서부터 척추로, 머리 위로, 발끝으로 번졌다. 내벽이 꽉꽉 성기를 조이며 그 모양대로 길이 나는 게 느껴졌고, 성기에 피가 몰리며 사정감과 요의가 뒤섞여 뭉쳤다.

목에 핏줄까지 세우고 뒤집어지는 모습에 태영도 턱을 씹었다. 있는 힘껏 내벽을 부술 듯 쳐올리며 성기를 당겼다. 껍질을 모두 까 버릴 것처럼 손에 쥐고 흔들며 절 조이는 내벽을 계속 열었다.

흥분이 다시 진득하게 쌓이자 내벽이 성기에 달라붙어 움직였다. 찰싹 조여 와 성기를 오물오물 삼키고 씹었다. 그래서 태영도 이를 바득바득 갈며 목을 울렸다. 쥐고 있는 성기를 더욱 거세게 쥐고 흔들며 귀두를 문질렀다. 뜨거운 숨을 은재의 귓가에 토해 내며 비명 같은 신음을 들었다. 제 어깨를 피가 날 정도로 긁는 감각이 느껴질 때마다 더 세게, 있는 힘껏 추삽질을 했다.

“……아으윽!”

숨이 넘어가는 비명과 함께 은재가 기어코 뒤로 훌쩍 넘어갔다. 태영은 그 몸을 끝까지 붙잡아 하체를 비볐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싸지 못한 성기를 내려다보며 무엇이라도 짜내려는 듯 굴었다.

“제발, 으읏, 제발…… 흑.”

은재는 숫제 울고 있었다. 도무지 가시지 않는 쾌감에 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덕이며 그저 태영에게서 도망만 가려 했다. 곱아든 발가락으로 허공을 밀어내며 가쁘게 가슴을 들썩였다.

다칠까 싶어 태영은 아예 은재를 끌어안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잠깐도 견디기가 어려운지 은재는 연신 벗어나려 애를 썼다. 누운 채로 엉금엉금 바닥을 밀었다.

황당한 숨을 터뜨린 태영은 그 몸을 잡아 죽 끌고 오며 뒤집었다. 잔뜩 젖은 비부에 입술을 묻고 손으로 성기를 흔들며 척추를 쓸었다.

“하윽, 흐으읏!”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은재가 펄떡였다. 아예 주저앉아 버리면 그 혀를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 바닥으로 엉덩이를 어떻게든 내리려 했다.

그렇지만 힘이 다 빠진 몸으로 태영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엉엉 울어도 가시지 않는 쾌감에 계속 몸이 떠밀렸다. 더욱더 지독해진 혀가 주름 하나하나를 훑고 내벽을 핥으며 들어와 안을 헤집었다. 손과는 다른 미끈한 감각으로 안을 핥으며 숨을 불어넣었다. 성기에서 한 번도 떨어지지 않는 손은 기어코 사정을 원하는 듯 음낭을 주무르며 따라붙었다.

평생 사는 동안 다시는 섹스라는 것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너무나 지독해 몸에서 다시는 정액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름을 부르며 허우적거리는 손을 뻗어도 태영은 입을 맞추고, 손을 잡아 주기만 할뿐 물러나지 않았다. 맛이 가도 한참 간 눈빛으로 비부를 음란한 소리로 먹어 치우며 성기를 흔들었다. 내벽에 고였던 액체를 마시는 것처럼 뒤를 흡입하며, 억세게 은재의 골반을 끌어와 고정시켰다.

“응, 흐응…… 흣.”

눈앞이 가물가물해졌다. 이대로 곧 정신이 끊어질 거라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태영은 그 정신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하는지 혀를 떼어 내고 곧장 다시 제 것을 쿵! 쳐올려 박았다.

“……!”

은재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 충격에 입을 벌리기만 했다.

역시 손은 쉬지 않았다. 은재를 짓눌러 뒤에서 박아 올리며 성기를 쥐어짰다. 다시 힘을 받아 팽팽해진 귀두를 본격적으로 긁어 가며 도톰하다 못해 커진 내벽의 돌기를 마구 비볐다.

“……아으윽!”

은재는 태영의 무릎을 쥐며 손톱으로 긁었지만, 그것은 태영을 부추기는 것에 가까웠다. 은재의 이마가 다치지 않도록 몸을 들어 올리며 뒤로 꺾인 팔을 한 손으로 잡고 깊게 박아 넣었다. 난폭한 소리가 몇 번이나 연이어 이어졌다.

“……아, 윽!”

태영의 것이 노팅할 것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태영은 빠르게 제 성기를 빼내 은재의 엉덩이골 사이에 묻었다. 그러고도 참기 힘들어 두어 번을 더 뻐끔대는 구멍에 깊게 처넣었다가 빼고, 다시 깊게 욱여넣기를 반복했다.

서서히 노팅이 시작될 때쯤, 성기를 뽑아 낸 태영은 척척해진 은재의 엉덩이 사이에 넣고 비비기 시작했다. 은재는 그 감각에도 혼절할 듯 교성을 터뜨렸다. 회음부와 엉덩이골을 오가는 감각에, 태영이 제 것을 지그시 눌러 엉덩이 사이에 갇히게 하는 그 감각에 드디어 정신을 놓쳤다.

꺼덕이며 서 있던 성기는 끝내 항복을 선언하듯 쪼르르 무언가를 흘렸다. 그들이 꿇고 앉아 있던 바닥에 맑게 액체가 고이기 시작했다.

“…….”

태영은 기절한 은재를 추슬러 안으며 아직도 새어 나오는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 * *

“……죄송해요.”

웅크려 누운 은재는 제 뒤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커다란 알파를 돌아보지도 않고 이불을 더 끌어당기기만 했다.

“이사님…….”

“…….”

“얼굴 좀 보여 주세요. 보고 싶어요…….”

러트가 끝난 알파의 얼굴은 더욱 빛이 났다. 원래도 눈에 띄는 외모인데, 적당히 욕구가 채워지자 혈색이 몹시도 좋아져 있었다. 몸도 더 단단해졌고, 페로몬도 야성적인 색을 버리고 깔끔하게 바뀌었다. 육식 동물이 포식 후 여유를 가진 것만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하지만 그 알파의 연인인 오메가는 아니었다. 입을 열 수조차 없었다. 쉰 목소리밖에 나오지 않았고, 이불을 끌어당기는 것도 버거웠다. 숨을 쉴 때마다 폐가 아픈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귤이는 이 와중에 신이 나 자꾸 배를 발로 차는 건데…….

귤이는 아무래도 알파 아빠의 페로몬이 너무 좋은 모양이었다.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배가 조금 더 나온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죄송해요, 이사님…….”

태영은 이제야 원래대로 돌아와 은재의 허리에 이마를 비비며 애교를 피웠다. 그 몸짓에도 은재는 헉, 하며 숨을 삼켰다.

심각성을 다시 한번 파악한 태영은 허겁지겁 은재의 앞으로 달려와 다시 무릎을 꿇었다. 누가 보아도 엉엉 운 게 분명한 은재의 얼굴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죄송해요.”

“…….”

“그래서 제가, 호텔에서 보내려고 한 건데…….”

이불을 당겨 얼굴을 감추던 은재가 이어진 말에 태영을 노려보았다. 태영은 움찔하며 눈을 더 얌전히 내리깔았다.

“죄송해요. 이사님께 진작 말하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잘 안 나와서요. 분명 들으시면 러트인 거 아시고 오실 것 같았어요. 이사님 오시면, 제가 참기가 너무 어려워서…….”

“……안 참았잖아.”

은재가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하자, 태영이 자리에서 또 허겁지겁 일어서 귤 주스를 가져왔다. 마음 같아서는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귤이가 주스 냄새를 맡고 요동치고 있었다. 그래서 주스를 받아 마시고 다시 표정을 바꿨다.

“참은 거예요.”

“…….”

“이사님하고 귤이 안 다치게 하려고, 많이 참았어요.”

“……그게 참은 거야?”

“네.”

태영은 당당했다.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은재는 숨을 내쉬며 반질반질해진 제 어린 연인을 내려다보았다.

“그렇다고 혼자 보내려고 하는 게 어딨어.”

“……지금도 이사님은 힘드시잖아요.”

“그래도…… 걱정 많이 했어.”

“죄송해요.”

태영은 무릎으로 기어와 침대에 뺨을 기댔다. 은재는 손끝으로 그 뺨을 가볍게 간질였다. 그리고 잠시 태영의 변함없는 눈빛을 마주하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는…… 불안해, 태영아.”

“…….”

“네가 너무 멋있어서 불안하고, 네가 너무 잘나서 불안하고, 너무 어려서 불안하고, 내가 너한테 상처를 줬던 걸 잘 알고 있어서 불안하고……. 너 없이 사는 게 어려울 것 같아서 용기 냈는데도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

“…….”

“그러니까, 그냥 뭐든 말해 줘. 나는 지금도 자꾸만 도망치고 싶어. 네가 너무 좋아서 내가 볼품없어 보여.”

이 호텔에 오기까지, 은재는 차에서 얼마나 고민했는지 몰랐다. 고작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한시호가 있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다. 아닌 것을 알면서도 머리가 자꾸 그런 상상을 떠올렸다.

그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못 미더운 건 자신이었다. 늘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자신. 아직도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자신.

은재는 그런 나를 이해해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어려운 고백이었지만, 겨우 이런 말을 하는 데 왠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졌지만……. 그 부정적인 감정 대신 절 둘러싼 애정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과거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 태영을 위해서도, 저와 귤이를 위해서도 달라져야만 했다.

천천히 태영이 몸을 세웠다. 허락을 구하듯 느리게 움직여 은재의 품 안으로 들어와 안겼다. 이미 다 자란 몸인데, 아무리 구겨 봐도 은재보다 큰 몸이지만 그의 품에 안겨 허리를 끌어안았다.

“한시호 만나셨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

“여지 주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내키지 않았던 사람이에요.”

“알아. 네가 어떻게 그 사람 대했을지 알아. 너 의심 안 해.”

“그래도 속상하셨잖아요. 이제 그런 일 절대 없게 할게요.”

“그 사람이 널 좋아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내가 조금 더 당당하지 못해서 속이 상해.”

태영은 묵묵히 은재의 그 고백을 들었다. 무엇을 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그저 뱉는 고백.

단순히 제 소년이라서가 아니라, 제 약한 부분을 보여 주어도 괜찮은 연인이기에 내어놓은 그 사랑스러운 고백.

“또 속상한 건 없으셨어요?”

“있어.”

“어떤 거요?”

곧장 이어지는 대답에 태영은 눈을 맞추며 작게 웃었다. 은재는 태영의 높은 콧대를 만지다 이내 코끝을 아프게 눌렀다.

“왜 페로몬 묻히게 놔둬.”

“……아.”

“이건 네 잘못이야. 받아 준 거잖아.”

각인을 해서 그런지, 이제는 다른 오메가들이 노골적으로 페로몬을 쏟아도 이전만큼 느끼기 힘들었다. 은재의 페로몬 외에는 별다르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변명은 접어 두고 태영은 죄송하다 말했다.

“또요.”

“다음에도…… 혼자 러트 보내려고 할 거야?”

“당연히 아니죠. 이사님 있는데 왜요. 이번은 귤이 때문에 그런 거고요.”

“……둘째 생겼는데 또 그러면?”

은재는 민망한 듯 시선을 피하면서도 분명히 물었다. 태영은 은재의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며 고개를 저었다.

“셋째 때도, 넷째 때도 이사님하고 보낼게요.”

“그렇게 많이 낳을 생각 없어. 우리는 귤이만 낳을 거야…….”

전해지는 숨을 받아 마신 은재가 손을 내어 태영을 조금 더 껴안았다. 몸을 올려 제 가슴에 은재를 묻으며 안은 태영은 그의 부드러운 귓바퀴와 뒷덜미를 만져 주었다.

한결 더 편안해지고 날연해진 숨이 둘에게서 연달아 터져 나왔다.

“한시호는 어떻게 알았대, 너 러트인 거. 우성은 티도 거의 안 나는데.”

“그런 쪽으로 예민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제 페로몬이 그때 더 진해졌는지 말 안 해도 알더라고요.”

“…….”

“다른 건요?”

“비쥬도 하지 마. 네 얼굴 나만 만지고 싶어. 못 만지게 해, 어디든.”

“그럼 이사님 얼굴도 저만 만지는 거죠?”

“당연하지.”

“알았어요. 또.”

각인한 이들의 페로몬이 한데 섞이며 새로운 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태영은 제 것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농밀한 그 향을 맡으며 낮게 숨을 터뜨렸다.

“다른 오메가들하고 친하게 지내지 마.”

“그럴게요. 또요.”

“그리고…… 우리 결혼식도 하자. 염치가 조금 없어 보여도 내 거라고 다 말해야겠어. 소문낼래.”

“좋아요. 결혼식 크게 해요. 또 뭐 할까요.”

“이제 귤이도 괜찮으니까…… 집에서도 제대로 섹스해.”

“그럴게요. 이거 다 내가 더 좋은 일인 것 같지만.”

또 말하세요. 태영은 그 뒤로도 한참이나 원하는 것을 물었다. 은재는 다시 잠에 빠져들면서도 아주 사소한 것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주변에 떠도는 그 농밀한 향을 들이마시고, 또 내뿜으며 잠결에도 있는 힘껏 제 알파를 끌어안았다.

태영은 그제야 편해진 제 연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

“나보다 오래 살지 마.”

그 너른 품에 얼굴을 숨긴 은재는 마지막으로 숨소리처럼 옅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보다 더 오래 살 거야.”

이전에 말했던 것들과 달리 정확한 설명도, 이해도 잘 가지 않는 말이었지만 태영은 묵묵히 은재를 끌어안기만 했다.

에린을 만났다고 전해 듣기는 했는데…….

“각인한 사람들은 상대가 없으면 많이 힘들대. 그러니까 나보다 오래 살지 마, 태영아. 네가 오래 기다렸으니까…… 마지막은 꼭 내가 할게.”

하지만 태영은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는 제 연인을 내려다보며, 이마를 맞대고 비비기만 했다.

“사랑해요.”

“……나도.”

고요하게 섞인 페로몬이 그들의 위로 함께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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