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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팅 웨딩-46화 (46/60)

46화

4인 소파는 대형이었고, 여주가 혼자 누워 있을 때만 해도 널찍했다.

그러나 남태오의 무게가 실리자 소파는 그까지는 무리였는지 버거워 보였다.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침대가 있는 방도 있었다.

문제는 지금 남태오, 이 남자에게는 그걸 고려할 조금의 여유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의 모든 신경은 지금 제가 소파에 짚고 있는 두 팔 사이에 쏠려 있었다.

여주를 제 품에 가두듯이 양팔을 벌리고 있는 상태였다.

“흐음.”

그가 두 손에 제 몸의 무게를 지탱한 채로, 더 비스듬히 기울였다.

형광등 불빛 아래 유독 창백한 살결과 맞닿자 체향이 확 올라왔다.

그가 쓰는 것과 같은 브랜드일 텐데도, 뒤로 갈수록 향이 전혀 달랐다.

살결 특유의 향인 듯하면서 은은하게 달콤한 게 중독적이었다.

그 매혹적인 향도 잊게 만드는 입술이 곱게 다물려 있었다.

붉으면서도 도톰한 그것에 시선을 빼앗겼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핏기가 없었는데, 그동안 이곳에서 잘 지낸 덕이었다.

“키스해도 됩니까.”

잠든 여주에게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상대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 또한 그건 괘념치 않았다.

그저 앞으로의 행위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침묵은 긍정으로 간주합니다.”

남태오는 꼭 술에 취한 것처럼 정신이 점점 몽롱해졌다.

퇴근할 때 회식이 있기는 했지만, 이성을 잃을 정도로 마시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남 회장의 통화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날 리 없었다.

“하아.”

닿은 입술의 뜨거움에 놀란 그가 멈칫했으나 다시 돌진했다.

정작 뜨거운 것은 제 몸에서 끓어오르는 열기였다.

적당히 차가운 그녀의 입술을 다시 베어 물은 그가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하아. 하아.”

대체 왜 이렇게…… 달짝지근하지?

지난번 하다 만 키스를 생각해 보니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때 느끼지 못했던 몫까지 지금 하는 것이려니, 그는 부드러운 촉감에 집중했다.

“흐응.”

신기하게도 잠든 줄 알았던 여주가 그의 침입에 반응했다.

제 것이 아닌 미지근한 숨결이 그의 혀끝으로 느껴졌다.

가만히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기보다 그녀가 무의식중에 호흡하니까, 자연스럽게 서로의 타액이 농밀하게 뒤섞였다.

“흐읏.”

남태오는 여주의 신음에 순간, 귀가 멀어 버리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

귓가를 타고 들어온 그 여릿한 음성은 달팽이관에 척 달라붙어 그의 온몸을 지배하듯 한층 더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제 남태오는 간절히 원하던 것을 눈앞에 두고 참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한참을 더 제 것처럼 세차게 빨아들이던 그가 서서히 몸을 아래로 내려갔다.

새털처럼 가볍게 새하얀 목덜미로 안착한 입술은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차여주, 진짜 자?”

지금이라도 깨어나 주면 좋을 텐데.

남태오가 바람을 담아 속삭였지만, 상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나.

남태오가 두 번째 도둑 키스를 감행하려던 그때였다.

“흐읏. ……대, 대표님?”

잠기운이 잔뜩 묻어나 낮게 고인 음성이었다.

순간, 남태오는 심장이 덜컹 움직이는 것처럼 삐걱거렸다.

눈을 반쯤 뜬 여주가 그를 가늠하듯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나 맞는데.”

살짝 부은 눈가는 선홍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길다란 속눈썹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하품을 하느라 조그맣게 벌려진 입 사이로 보이는 빨간 혀까지.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각도였던 남태오에게는 시각적으로 무척 음험한 상상을 자아냈다.

“나, 아직도 여주 씨한테 대표님입니까?”

그가 여주의 턱 밑으로 검지를 넣고 위쪽으로 들어올렸다.

덕분에 고개가 한껏 꺾어진 상태로 그와 속눈썹이 맞닿을 만큼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아, 아니…… 지금 이게.”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됐던지 여주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남태오는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고 이마를 바싹 붙였다.

“내가 키스하던 중이었습니다.”

“……저 깨우시지 않고.”

바삐 굴려지던 눈동자가 멈춰 서서, 그의 얼굴을 가득 담아 냈다.

맑기만 했던 눈이 저로 꽉 들어차는데, 그걸로는 부족했다.

그는 불현듯 저 눈에 물기가 고여 드는 걸 보고 싶어졌다.

어떡하지. 차여주가 우는 걸 보고 싶은데.

그러면 울려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울리는 방법이 딱 하나였다.

그는 욕망으로 탁해진 제 목소리를 인지하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하려고 했다.

“불렀는데 안 일어났어요. 그래서 자는 사람 붙들고 밀어붙였네, 내가.”

“……언제 왔어요? 저 잠귀 밝은 편인데…… 전혀 몰랐어요.”

“잠귀 좀 어두워도 괜찮았는데.”

이건 진심이었다.

조금 더 있다가 깼어도 됐을 텐데.

그는 한순간이라도 더 여주를 가질 순간을 놓친 것이 안타까웠다.

잠들었을 때는 그의 입맞춤에 충실히 반응하던 몸과 다르게, 깨어난 그녀의 이성이 납득하게 설명할 시간이 지금 그에게는 없었다.

“태, 태오 씨?”

“나 못 참겠습니다.”

남태오가 그 말과 동시에 근처 테이블에 있던 여주의 핸드폰을 낚아챘다.

보란 듯이 전원 버튼을 눌러 종료시키고, 이내 제 것도 똑같이 불능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을 조금의 가능성도 모두 차단해 버렸다.

저 멀리, 여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던져 버린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근데, 꼭 참아야 하나?”

그 잔혹하리만치, 서늘하면서도 잘생긴 얼굴에는 그녀 역시 제 유혹을 떨쳐 버리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여주 역시 어차피 잠에서 깬 마당에, 지난번에 이어 가지 못했던 걸 계속하고 싶었다.

여주는 손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자그맣게 속삭였다.

“……오늘은 참지 마세요.”

“고마워요. 여주 씨.”

남태오는 부드럽게 여주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옷을 벗었다.

이성을 잃은 손끝에서 아무렇게나 던져진 옷가지들이 소파 아래로 흘러내렸다.

여주 역시 스스로 옷을 벗고 있었는데 원피스가 길어, 팔에 걸려 잘 벗겨지지 않았다.

능숙하게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탈의를 거든 남태오가 담대하게 커다란 손으로 속옷의 끈을 거머쥐었다.

“미안. 내가 이렇게 다급한 적은 또 처음이라.”

스르륵 끈을 타고 내려온 손가락이 브래지어의 밑에서부터 단숨에 거칠게 밀어 올렸다.

오직 그의 힘으로 인해 풀려 버리고 말자, 흰 둔덕이 봉긋하게 솟아올랐다.

남태오는 뒷목이 저릿해지는 걸 느끼면서, 얼굴을 그리 깊숙이 묻었다.

흔적을 남기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여주를 입술로 빨아들였다.

“흐읏. 태, 태오 씨!”

제 몸에 점점이 번져 가는 열꽃을 알 리는 없었지만, 여주는 자꾸만 몸이 뒤틀리는 걸 알았다.

입 사이로 새어 나오는 신음은 제가 들어도 야하기만 해서, 다물려고 했지만 그래도 흘려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 그만.”

여주는 온몸이 감전된 것처럼 아찔했다.

하지만 감각은 마비되기는커녕, 점점 더 예민해져서 흠뻑 느끼게 됐다.

제 몸은 그동안 고통에 꽤 둔감해졌다 여겼었다.

그러나 남태오가 주는 자극 아래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생경한 변화가 낯설어 순간, 도망치고 싶어진 그녀가 애달프게 그를 불렀다.

“그만 못 하겠다면.”

하지만 그럴수록 남태오의 눈가는 더욱 욕망으로 짙어지고 있었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허스키해진 만큼, 그에게도 변화가 일어나있었다.

여주를 애무하면 할수록, 더 깊이 안고 싶어졌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그는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도저히 이걸로는 성난 제 자신을 가라앉힐 수 없다는 걸.

“여주 씨. 지금은 날 그냥 원망해요.”

그리고 여주의 상태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처 자각을 하지 못했을 테지만, 맞닿은 은밀한 곳이 촉촉했다.

만일 그런 변화가 없었다면 남태오 역시 이를 악물고 멈췄을 것이나.

“미안한 말이지만…… 아프면 그냥 울어요.”

이미 여주는 신음하며 달아오른 제 몸을 그에게로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역시, 본능에 충실하여 그의 등과 허리를 누비는 중이었다.

“흐읍!”

남태오가 여주를 꽉 끌어안으며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했다.

그 맹렬한 움직임에 여주는 두 눈을 꼭 감고, 성난 육체에 더 힘껏 매달렸다.

고통은 찰나였고, 이내 야릇한 감각이 온몸을 덮쳤다.

두 사람의 몸이 마치 한 몸처럼 수없이 겹쳐지는 밤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여주는 찌뿌듯한 몸을 일으켰다.

소파가 아닌 침대에 눕혀져 있는 걸 봐서는 잠든 사이, 남태오가 옮겨 놓은 것 같았다.

그녀는 천천히 이불을 내려 제 몸 상태부터 확인했다.

밤새 땀을 흘렸던 것치고는 피부 상태가 쾌적했다.

대신 등허리와 복부 밑으로 쉴 새 없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파 왔다.

그래도 첫 경험치고는 양호하다 판단한 그녀가 슬슬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모래주머니를 앞뒤로 매단 것처럼 무거운 몸을 천천히 일으키자 저절로 ‘허억’ 소리가 나왔다.

“더 자지 않고 왜 벌써 일어났습니까?”

그때 방문이 열리고 남태오가 들어왔다.

“바, 방금 일어났어요.”

순간, 그를 보기 민망했던 여주는 얼른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간밤의 흔적을 고스란히 달고 있는 저와 달리 남태오는 슈트를 입고 있었다.

그것도 오늘따라 유난히 근사해 보이는 스리피스 슈트였다.

셔츠와 조끼와 바지까지, 그의 몸에 꽉 맞게 만들어 낸 듯 잘 짜여진 조각상 그 자체였다.

“출근 준비하느라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는 미소를 띠며 그녀의 옆으로 살짝 기대어 앉았다.

고급스러운 향기까지 풍기자, 여주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쓸 걸 잘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왜 자꾸 숨어요. 부끄러워서 그래?”

하지만 남태오가 목까지 덮어 놓은 이불을 더 아래로 젖혔다.

그의 시선이 밤새 제가 박아 놓은 흔적들이 뚜렷하게 남아 있는 걸, 만족스럽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스스로도 전혀 숨길 생각이 없었기에, 소유욕이 잔뜩 묻어나는 그 눈길에 여주는 저절로 고개를 떨구었다.

“……태오 씨는 몰라도 저는 이런 일 처음인데.”

“누가 그래? 나 어제까지 동정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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