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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판타지의 악당이 되었습니다-106화 (106/131)

< 106화 > 수준 차이 (1)

기숙사로 돌아온 후 다음날 나는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전날 밤에 기숙사로 돌아오고 나서 바로 눈을 부친 것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하게 여길만한 일은 아니다만 문제는 내가 눈을 뜨게 된 원인에 있었다.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아침 단련 시간이 늘었다고 여기며 좋아라 밖으로 나갔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뭔가...뭔가 이상하게 찝찝한데."

전날에는 느끼지 못한 이질감이 지금은 느껴진다.

정확히 무어라 특정할 수 가 없는 느낌이어서 더더욱 신경을 건드는 것 같은데. 몇분 동안 앉아서 혼자 생각을 해보아도 딱히 걸리는 것이 없어 아직 내가 이 방에 익숙해지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기로 하였다.

"그럴리가 없는데 말이지."

내가 짐을 풀은 기숙사, 플록스 관은 황실에서 신경 써서 지은 만큼 내부 설비가 호화로운 편이었다. 황실에서 직접 운영하는 아카데미에 결함이라도 있다가는 이는 황실의 권위에 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기숙사 자체에 사용인을 두고 있어 항상 관리가 이루어지고 침구류와 함께 기본적으로 방에 주어지는 가구들은 모두 명문 귀족가에서나 사용할 법한 상등품들을 집어 넣었다. 어젯밤 내가 침대를 만지면서 괜히 감탄 한 것이 아니다.

환경 자체는 쾌적하다.

마침 배정 받은 방도 햇볕이 잘들고 탁 트인 곳이라 창을 열었을 때의 풍경도 나쁘지 않고 마음에 들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이야기 한다면 영주성에서 지냈을 때의 내 방과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그 정도로 방 자체에 있어 큰 문제가 없었다.

애초에 대충 바람만 막을 수 있게 만들어진 천막에 볏단을 깔고 자도 제 집처럼 여길 수 있는 자신이 있었으니 고작 자는 장소가 바뀌었다고 이런 느낌이 들리가 없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구태여 그 원인을 찾겠다고 나서지는 않았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터였지만 이 이상한 기분의 원인을 찾겠다고 아침 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다니는 것은 사양이다. 단련하는 것도 아니고 아침부터 힘 빼놔야 좋을 것도 없다.

아직 수업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안에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간 안에 끝낼 수 없는 일을 하기 보다는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테다.

기숙사로 보낸 짐은 여전히 가방에서 풀지 않은 상태이다.

남은 시간 동안은 방이라도 꾸며볼까...

꾸민다고 해봐야 챙겨온 옷가지와 물품들을 늘여놓는 것 뿐이지만 시간 때우기로서는 이만한게 없다. 아직 그 요상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으니 이거라도 한면서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 좋겠다.

[으..으아아아!! 자, 잠깐...가만..있어!!]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가방을 풀고 나름대로 방을 꾸미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옆 방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방음의 문제를 탓하기에는 옆방에서 내는 소리가 매우 컸기 때문에 나는 혹여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거 아닌가 싶어 문 밖을 나섰다.

문을 열었을 때 아무도 나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나만 이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소리가 난 방은 복도 가장 끝 방으로 붙어있는 방이 내 방 말고는 없었기에 그랬던 걸까. 실제로 복도로 나오자 옆방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약간의 의구심을 품고 옆 방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나갑니다!!]

문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하다.

아니나 다를까. 문이 열리자 보이는 인물은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앗. 데미안 공자?"

"리처드. 당신이 제 옆 방이 셨군요."

노을을 닮은 주홍빛 머리의 소년이 엉망이 된 모습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설마 리처드 에르투웬이 내 옆 방의 주인이었을 줄이야. 우연이라지만 무슨 이런 우연이 다 있을까. 전날 늦게 돌아와 확인을 못했다고는 하나 이틀 연속으로 이런 만남이 이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연속으로 비슷한 경우의 일이 일어나니 조금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래도 그와는 별개로 방의 주인이 아는 사람이었기에 말을 거는데 있어 어색함이 적다는 건 다행으로 여길 만한 것이었다.

이전에 만났을 때 처럼 그가 나를 불편해 하는 것 같은 기색은 없었다. 이제는 완전히 떨쳐낸 것인지 그냥 순수히 내가 자신의 옆 방이라는 사실에 놀라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만 지금의 그에게서는 예전과 같은 느낌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 음..그게 말입니다."

리처드는 나와 눈을 마주치자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는 내가 무엇 때문에 문을 두드렸는지 본인도 알고 있다는 소리렸다. 바로 답을 주지 못하는 것이 무언가 숨기고 싶은게 있는 모양이다만.

나는 잠시 기감을 열어 주위를 확인하고는 이렇게 답했다.

"고양이라도 키우십니까?"

"네?"

"아까 전에 방에서 무언가 다투고 있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공자 외의 목소리는 사람의 것이라 생각이 되지 않던데 애완동물이라도 데리고 오신 것이라면 문단속을 잘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내가 다른 데로 화제를 돌리려하자 리처드는 곧바로 그에 순응하며 말을 이었다.

기감으로 확인 해 본바 방 안에서 리처드 이외에 사람으로 느껴지는 기척은 없었다. 특이한 느낌의 흔적 같은 건 남아있었다만 타인이 개입해야 할 정도로 큰 일은 아닌것 같으니 리처드의 개인사를 굳이 파낼 이유도 없고 하여 이번 일은 여기서 묻기로 하자.

막말로 리처드가 방 안에서 키메라를 키운다고 해도 내가 뭐라 해야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아...무, 물론 그래야 겠지요. 충고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설마 데미안 공자께서 제 옆 방일 줄은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네요."

"어제는 늦게 들어와 마주칠 일이 없었으니 말이죠. 앞으로 잘 부탁 합니다."

내가 손을 건내자 리처드는 잠깐 호흡을 가다듬더니 한결 편해진 얼굴로 웃으며 손을 잡았다.

"네. 앞으로 잘 부탁 합니다."

***

나와 리처드는 이후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말을 놓기로 하고는 헤어졌다. 이제는 정말로 수업 시간이 코 앞까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비를 끝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자 뒤이어 나오는 학생들의 팔에 붙은 각기 다른 표식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 보고 나는 어째서 내가 리처드를 보고 놀랐는지 그 이유를 한 가지 더 알 수 있었다.

그들의 팔에 붙은 표식은 학생들이 속한 학부를 나타내는 것이었는데 서로 다르다는 것은 기사 학부와 마법 학부의 생도가 섞여 있다는 소리였다. 어째선지 나는 당연히 내 옆 방의 주인이 기사학부라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옆 방의 주인이 라인하르트 였다면 아마 전과 같이 똑같이 놀라지 않았을까.

"데미안."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타이밍 좋게 라인하르트가 내 앞에 나타나 말을 걸었다.

머리에 물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녀석은 아침 부터 단련을 하고 온 모양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 것으로 보건데 내가 단련실에 없어서 실망이라도 한 건가.

"아침 단련을 빼먹다니 게으름은 별로 좋지 않다. 아무리 네가 앞서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긴장을 풀었다가는 뒤쳐지고 말테다."

"진짜 예상을 안 벗어나는게 신기하네...잠깐 아침에 아는 사람을 만나서 말이야. 라인하르트, 너 기숙사 몇층이지?"

"306호."

"난 509호 거든. 그런데 옆 방이 내 지인이더라. 전날 늦게 들어가서 몰랐는데 아침에 마주치게 됐어. 너도 나중에 인사라도 하러 가자. 내 생각인데 걔도 친구 없을 것 같으니까 친구 새로 한명 생기면 좋아하지 않을까."

"....좋다."

라인하르트는 금세 얼굴을 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처드가 친구가 없을 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만 이 참에 다들 이렇게 친구 먹으면 좋은 거 아니겠는가. 원작에서야 그렇다 쳐도 지금은 나 라는 공통 분모가 생겼으니.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면 서로 친하게 지내 서야 나쁠 건 없다.

물론 두 사람이 친해지는 가는 라인하르트와 리처드, 둘에게 달린 것이지만 내가 느끼기로는 그리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게 이야기의 흐름은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한 것으로 넘어가나 싶더니만 갑자기 라인하르트가 아카데미의 생도로서 하사 받은 검에 손을 올렸다. 검을 뽑으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손을 올린 것에 불과 했다. 다만 검에 손을 올리 녀석의 얼굴은 무언가 각오를 한 것 같았다.

대화의 분위기를 바꾼 라인하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무슨 수업이 있는지 알고 있는가."

"시간표 말하는 거야? 일단 첫 수업은 기사론이고 그 다음은 검술...."

내가 '설마?' 하는 눈으로 바라보자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듣자하니 기사 학부의 학과들은 첫날 부터 생도들 끼리 대련을 시킨다고 하더군. 당연한 일이다. 서로의 실력을 파악하는데 말은 필요 없지. 자기 자신에 대한 증명은 검으로 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라인하르트는 여기서 말을 끝 맺고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보았다.

녀석이 더 말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지금 라인하르트가 내게 무어라 말을 걸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녀석의 말에 답했다.

"알았다. 증명해 줄게."

어느 정도나 수준 차이가 나는지 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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