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약혼 (2)
레기온에서의 일이 온전히 마무리 지어질 때까지 바빴던 것은 비단 데미안 뿐 만이 아니었다.
요하임의 호출로 사르함을 떠나야했던 엘레나 역시 그녀 만의 이유로 바쁜 나날을 보내었다. 시작은 남부를 중심으로 퍼진 엘레나에 대한 소문 때문이었다.
마물 군단을 뒤로 물러나게 한 그녀의 모습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이것에 대해서는 금새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게 되었고 머지 않아 남부를 넘어 제국령 방방곳곳에 퍼지게 되었다.
원래 소문이라는 것이 과장이 심한 진실성 없는 말로 치부하는 경우가 부단하기 때문에 대륙의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그리 크게 주목 받지 못하는 이슈였다.
오랜 시간동안 명문 무가(武家)들이 자리를 지켜온 남부는 마법의 볼모지였고 마법사들은 단순 칼잡이들이 일인군단이라 불리우는 마법사의 위용에 놀랐다고 마법사를 치켜세우기를 즐길 뿐이었다.
소문이 퍼지기 이전에도 엘레나는 성인이 되기 이전에 5위계에 올라선 마법계에 단 둘 밖에 없는 천재였으니 그녀가 전장에서 소문에 들리는 것 까지는 아니어도 뛰어난 활약을 했다라는 정도가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였다.
물론 요하임은 당시 현장에 있던 아서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되었으니 소문에 휩쓸릴 일도 없었고 소드 마스터가 내리는 명확하기에 그지 없는 평가에 남부에서의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남부에 일이 터졌다고 하기에 딸에 대한 걱정이 한계치까지 올라간 요하임이었기에 한번은 엘레나를 메로힘으로 불러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현 세대에 있어 정점으로 평가받는 탑의 주인들 중 한명이었고 마법사로서 순수하게 그녀의 경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야 그럴것이 아서의 말과 소문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엘레나는 아직 스물도 넘지 않은 나이에 현 탑주들과 비슷한 경지에 올라섰다는 말이 되었으니 말이다.
"여어. 잘 지냈는 감."
"아니, 적염의 탑주하고 황금의 탑주는 무슨 일로 이곳에 온겐가? 내 엘트먼에게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건만."
"자기네 아들을 맡아주고 있는 사람에게 그리 냉대를 해서야 되겠는가. 그보다 꼭 미리 연락하고 찾아오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올 수도 있는 법이지. 그렇지 않나 적염?"
"그렇지요? 그건 그렇고 제가 근래에 재미있는 소문을 하나 들었는데...."
그런데 이와 같은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각 마탑의 탑주들이 그러하였다.
아무리 소문이라고는 하지만 여러방면에서 주목하고 있던 아이에 대한 소문이 들려오니 몸이 달아오를 수 밖에. 그렇다 보니 엘레나가 메로힘에 다시 발을 들이는 순간 그녀는 뜻하지 않게 호기심에 달려온 탑주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리게 되었다.
"찾으라는 알은 찾지도 않고!!"
그 외에도 푸른 새를 억지로 한계 출력까지 사용한 것에 이상함을 느낀 테이아와의 만남도 있고 하니 엘레나가 데미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그보다 덜 피곤한 나날들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다만 거의 죽어가는 얼굴로 하루를 보내다 싶이한 데미안과 다르게 엘레나의 얼굴에는 언제나 활기가 맴돌았는데 이는 그녀가 메로힘으로 떠나기 이전 데미안이 그녀에게 건낸 말 때문이었다.
"일이 정리되는 중으로 연락을 하도록 할게요. 그때 저희 약혼식의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할테니 일단 사르함으로 돌아올 때는 아버님과 함께 오셨으면 좋겠네요."
명확히 날을 정하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일이 마무리 되는 대로 식을 올리자는 뜻이었으니 이것이 주는 행복감은 감히 탑주들과 옛 스승의 추궁에 깍일 것이 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날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녀의 들뜬 마음은 더욱 부풀어가, 마치 그들과의 대담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엘레나는 어렵지 않게 그들과의 대화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그녀에게 들어오는 정신적인 피로도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였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엘레나가 그토록 고대하던 사르함으로의 복귀날이 정해졌다.
***
엘레나가 영주성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식에 대한 준비가 끝이 난 상황이었다.
크라우스와 에델바이스 양가에서 약혼 관계를 인정하는 문서는 완성된지 오래였고 데미안의 말대로 엘레나와 요하임이 영주성에 도착하고 바로 다음 날 약혼식은 곧바로 진행되었다.
약식의례였기에 실제 혼례와 같이 신관이 축복하는 일은 없었다.
모인 것은 모두 가족 뿐. 다른 외부의 인사는 일절 받지 않은 채 식은 열리었다. 이름은 약혼식이기는 하였으나 이전에 즐기었던 데이지 언덕으로의 나들이를 떠오르게 하는 분위기였다.
누군가는 실제 혼례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연다고 하였지만 엘레나는 이러한 분위기가 싫지 않았다.
한 가족이 되었음을 알리는데 굳이 화려한 의례가 필요할까.
잔잔하고 평온한 분위기에서 이어지는 담소를 듣고 사랑하는 이의 옆에 앉아 같이 가족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것 같았다.
물론 그녀 또한 다른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모든 이들의 축복 속에서 자신과 그가 연인이 되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성년이 되어 정식으로 여는 혼례라면 모를까. 이러한 약식의례에서 그 정도로 과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화원의 꽃향기를 실은 봄바람이 식장을 맴돌았다.
따스한 햇볕 아래에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는 잠을 불러오는 마력이 있다. 알폰스는 바람이 자신을 한번 훑고 지나가자 입을 크게 벌리며 한번 하품을 하고는 계속해서 눈을 깜빡이며 자신이 졸고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었다.
이 모습을 본 아서가 살짝 입꼬리를 말아올리더니 요하임에게 말을 걸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워낙 날이 좋다 보니 없던 잠도 다시 생길 판이야. 어린아이처럼 밖에서 골아떨어질 수는 없으니 우리는 이만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외양이고 몸이고 전부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네놈이 뭘 안다고 갑자기 무슨 헛....!"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아서의 손. 요하임의 목을 한번 톡 치더니 그대로 요하임은 목소리를 잃었다.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아서를 바라보는 요하임이었지만 아서는 그런 요하임의 시선을 무시했다.
"확실히 이 녀석도 늙었어 쓸 때 없이 말이 많아지는 걸 보면....슬슬 눈꺼풀이 무거워 지는 것 같구나. 우리는 먼저 자리를 뜰테니 너희들은 너무늦지 않게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려무나."
아서는 그리 말하고는 한손에는 알폰스를 안아들고 한손에는 요하임의 뒷덜미를 잡은채 자리를 떠났다.
엘레나와 데미안은 그런 아서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들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자 데미안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엘레나에게 물었다.
"그럼 조금 걷도록 할까요?"
엘레나는 데미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건낸 손을 맞잡았다.
메로힘에서의 시간 때문인지 그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은 상당히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그때문인지 엘레나는 그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자 마자 이전보다 세차게 뛰는 심장의 박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혼식까지 올린 마당에 긴장하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의 앞에 서게 되면 이렇게 되어버는 것을 당연히 여기게 된지도 오래되었다. 이제는 자신의 심장을 두근 거리게 만드는 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익숙하기만 하다.
간만에 다시 한번 느끼는 설레임과 함께 그와 같이 길을 걸었다.
처음 데미안과 함께 이 길을 걸었을 때는 그 시간이 흘러가지 않기를 바랬다만 지금은 그와 정반대였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까.
무엇하나 놓칠 것 없는 소중한 순간이었음은 둘 다 같았지만 약혼 조차 위태로웠던 그때와는 다르게 변화의 출발선에 서게 된 지금, 다시 이와 같은 시간을 경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은 사라져 진정으로 엘레나는 이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엘레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오로지 그와 맞잡은 손에 의지해 그가 이끌어주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말 없이 자신과 같이 화원을 걷고 있는 그의 모습과 익숙하기만 히아신스 향기의 흐름을 쫓다보니 기억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만 있던 그날의 순간과 구분이 가지를 않았다.
그렇게 기억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내릴 때 쯤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꽃잎들이 힘 없이 길 위에 떨어졌다.
그날과 같이 하늘은 푸르렀고 화원 역시 변함없이 향기로웠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바람에 힘 없이 흩날려 떨어지는 꽃잎들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에 그녀는 웃으며 데미안에게 말했다.
"이 광경도 당분간은 안녕이네요."
이곳에 있었던 시간이 적지 않은 만큼 봄의 시작에 보았던 화원의 모습은 봄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쉬워서 하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데미안은 조금 다르게 느꼈는지 약간 침울해진 얼굴로 꽃밭을 둘러보았다.
다시 한번 바람이 불자 바람에 살랑이는 꽃들이 보랏빛 파도를 만들어 내었다. 둘은 그 모습을 잠시 눈에 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데미안과 함께 길을 걷는 시간은 매우 조용했다.
평소였다면 무어라 이야기를 하면서 이 고요함을 지워내었을 텐데, 엘레나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데미안의 얼굴이 이전에 가끔씩 보았던 무언가를 결심했을 때의 그로 변해있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고 저리 진중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마저 머릿속에서 지울 수는 없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속에만 담아두고 있을 뿐. 그녀는 데미안이 입을 열 때까지 찬찬히 화원을 둘러보는 것을 즐겼다.
그렇게 몇 걸음을 더 걸었을까.
화원을 다 둘러보고 영주성까지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순간, 그가 입을 열었다.
"엘레나. 당신과 처음 이실리아 관에 왔을 때 제가 하였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가벼운 목소리로 넌지시 말을 건내듯 내뱉어진 말이었지만 엘레나는 그의 입에서 나온 이 말에 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요 근래 일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주제의 질문에 뭐라 답도 하지 못한 채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으니 마냥 입을 다물고 있지는 못하겠다.
"네..."
굳어버린 입을 살짝 열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을 해주었다.
맞잡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더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부드럽게 손을 감싸안는 것이 지금 그가 자신을 질책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음에도 엘레나는 쉽게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이를 아는 것인지 그는 손가락을 움직여 몇번 엘레나의 손을 간질이다가 장난기 서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분명 약혼은 시기상조라고 했지요. 그리고 엘레나는 제 말을 듣고 그대로 울어버리셨고 말이에요. 솔직히 그때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약혼을 거절 한것도 아니었고 잠깐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는데 그렇게 서럽게 우실 줄은 몰랐거든요."
"그, 그건..!!!"
과거의 부끄러운 기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그의 말에 엘레나가 크게 동요했다. 아무리 조언을 따라서 한 것이라고는 하나, 감정의 조절도 하지 못한채 어린아이 투정 부리듯 그에게 안겨버린 것은 지금도 얼굴을 화끈하게 만들어 버릴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하자고 한 거였어요. 약혼."
"네?"
"그때 엘레나의 눈물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말고는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았거든요."
데미안의 마지막 말에 그녀는 뭐라 말을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미 엘레나의 머릿속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것 마냥 엉망이었다.
약혼식까지 순조롭게 끝난 지금 어째서 그가 자신에게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마치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약속을 해버렸다고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그의 말에 지금 그와 자신을 이어주고 있는 인연이라는 것의 연결이 매우 희미하게만 느껴졌다.
약혼은 어디까지나 약식의례다. 혼인을 약속하는 것이지 진정으로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약혼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파기 되는지 과거 이를 실행했던 엘레나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여태가지의 데미안의 행동과 지금 자신을 대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과한 걱정이었음을 모르지 않을 테지만, 지금의 엘레나에게 거기까지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
꼭 데미안이 이야기했던 전날의 모습과 같아, 그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그때와 같이 엘레나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 전신을 덮어주는 온기에 엘레나는 반사적으로 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를 꼭 껴안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아 그가 더 이상 말을 잇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그녀는 차마 데미안에게 그만두라고 말 할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반 쯤 자신이 떼쓰듯 이어진 약혼이었으니 이번에도 전과 같이 떼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와는 다르게 여전히 처음처럼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가 엘레나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 당시에는 만난지 하루도 안되었고 애정이라고 할 것도 없었죠. 그날 제가 엘레나에게 했던 말은 그저 당신이 저 때문에 울고 있는 것이 싫었고 그것을 멈추기 위해, 그때의 상황을 넘기기 위해 했던 것에 불과해요."
"그래서...이제 전부 없던 걸로 하자구요..?"
"그럴리가요. 만약 그랬다면 약혼식을 하지도 않았겠지요. 지금 엘레나도 제 심장소리 듣고 계시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것이 아니에요."
데미안은 이를 확인시켜 주고 싶은 것인지 그녀를 더욱 세게 자신의 품 안으로 들이 밀었다. 그의 말대로 세차게 뛰는 심장소리가 엘레나의 귀를 시끄럽게 두드렸다. 그제야 눈이 트이기 시작한걸까. 자신을 품고 있는 그의 귓가가 오늘따라 유난히 붉어 보인다.
"좋아해요. 엘레나."
담백하게 이 한마디를 귓가에 속삭이는 데미안.
무어라 반응도 하기 전에 엘레나는 데미안의 얼굴을 마주해야만 했다. 언제나 엘레나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놀리던 그였지만 지금은 그의 얼굴이 그때의 그녀와 같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감정이 격해짐에 따라 한기를 내뿜고 있는 몸이었지만 데미안의 몸은 이를 상회하는 온기로 자신을 덮어주고 있었다. 어디서 그런 열기가 나오는 것인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앞으로 있을 미래에도 저의 옆에 계속해서 있어 주시겠습니까."
여전히 데미안의 목소리는 또박또박하고 사근사근했지만 그의 붉어진 얼굴과 자신의 몸을 두드리는 심장박동이 지금 그가 잔뜩 긴장하고 있음을 엘레나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
데미안의 물음에 엘레나는 곧바로 입을 열지 못하였다.
더이상 그녀의 몸은 한기를 내뿜고 있지 않았고 그에게서 옮겨 붙은 불이 엘레나의 심장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열기 때문에 몸도 머리도 전부 다른 의미로 이상해질 것만 같다. 지금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심장소리가 그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엘레나의 머리를 뜨겁게 만든 열기는 이내 그녀에게 언어능력을 앗아가고 그에 상응하는 행동력을 내려주었다.
팔을 올려 데미안의 뒷덜미를 끌어안은 엘레나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