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맨스 판타지의 악당이 되었습니다-80화 (80/131)

< 80화 > 샛별 (37)

성의 발코니에서 숲을 바라보고 있던 엘레나의 얼굴은 어쩐일인지 이전과 다르게 매우 차가워 보였다.

그녀에게서 무의식적으로 분출되는 마력이 엘레나가 붙잡고 있던 난간에 서리를 퍼트리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실시간으로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기온이 지금 그녀의 심리 상태가 어떠한지 잘 알려주고 있다.

봄바람 같던 포근함이 담겨있던 엘레나의 얼굴은 새의 눈으로 그 광경을 보고 난 이후 부터는 영구동토와 같이 얼어 붙은지 오래였다. 계속해서 그녀의 곁에 있던 알폰스와 루이스 만이 갑작스런 엘레나의 변화에 의문을 가졌지만 그 이유를 알 턱이 없다.

지금 엘레나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자신과 연결된 새의 눈을 통해 숲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서로 보는 것이 다르니 이리 인식의 차이가 나는 수 밖에. 하지만 지금 그녀가 둘에게 사정을 주저리 주저리 설명할 여유는 없었다.

그녀의 눈 앞에서는 다름 아닌 노엘과 오르커스가 이교의 추기경과 맞서 싸우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추기경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에 엘레나는 기대감 반 걱정 반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얼핏 보기에 둘에게 유리한 상황 같아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엘레나는 지난 날 숲에 설치되어 있는 '제단'들을 발견했을 때부터,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그들과의 연결이 가까워졌음을 느꼈을 때부터 그녀는 이미 이곳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지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엘레나가 지켜보고 있는 노엘과 오르커스에게 일어나는 습격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그녀가 예상한 범위 안에서의 일이었다.

자신의 회귀로 그들의 행동이 이전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은 메로힘에서 자신을 찾아온 두 추기경과 마주했을 때 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아직 시기 상 성전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원래라면 힘을 비축하는 것이 정상이었겠지만 하필이면 교단의 세가 기울어지고 있는 그 순간 그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신이 지상에 강림 했다.

그렇다보니 신에 대한 믿음의 크기 만큼 이나 신자들의 행동이 전보다 과감해지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 일테다.

그들이 믿는 신이 자신과 같이 있으니, 설령 그 신이 그들을 도울 생각이 일도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자신과 신이 함께 한다 믿을 것이었다.

매해마다 열리는 남부의 사냥대회.

대회 특성 상 무리에서 떨어질 수 밖에 황자와 황녀.

여기 그 어느 시대보다 충만해진 믿음으로 무장한 광신도들의 무리 앞에 먹기 좋은 먹이 하나가 떨어졌다. 지금이 시기 상 몸을 사려야 한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성전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 여물지 않았으니 이를 보았음에도 지나쳤을 것이다.

황자와 황녀가 사냥대회에 참가한 것이 성전의 승리를 알리기 위한 선전이었음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여태껏 황도에서 조용히 틀어박혀 있던 황족이 제국의 각 영지를 돌아다닌 다는 것은 그만큼 정세가 안정화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 정도의 사리분별 능력도 없다면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어떻게 지상최강국인 제국과 싸워왔겠는가. 어디서 치고, 어디서 빠져나가야 할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질긴 목숨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이것이 건들지 말아야 할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멈출 수가 없었다.

광신(狂信).

<진실된 밤>에 소속된 이들은 외신의 강한 힘에 매료된 광신도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자신하며 이 세상에서 신의 힘을 세례받은 자신들 보다 나은 이들이 없다고 믿는 이들이다. 그런 그들 앞에 직접 신이 이 땅에 강림 하셨으니 그 믿음은 평소의 배가 되어 나타나났다.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광신이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이성이 사라질 정도로 맹목적인 믿음이 있기에 이들이 광신도라 불리우는 것이고 그런 그들에게 있어 더이상 성전의 여파 따위는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남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총동원 하여 계획을 짰다.

교단의 주요 전력들을 망설임 없이 차출했고 원 역사대로였다면 남부의 몰락을 위해 몇년을 걸쳐 준비되고 있어야 할 룬프라우드 산맥의 마수 제어 시스템까지 끌어들이기 까지 하면서 계획을 강행했다.

놈들은 신이 자신들의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무리한 계획을 진행시켰고 덕분에 엘레나는 그것에 대한 대응책들을 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

일전에 메로힘에서 녀석들에게 빼았은 성물을 역이용하는 것으로 데미안의 보호와 함께 숲에 깔려있는 제어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오르커스와 노엘에게는 자신의 눈을 붙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자 하였고 남부군의 눈을 돌리기 위해 레기온에 침공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기에 자신이 성에 남는 것으로 인명피해를 줄이고자 하였다.

모든 것이 그녀가 예상했던 그대로 흘러갔다.

마치 잘 짜여진 각본 속에서 움직이는 연극과 같이 제 뜻대로 흘러가는 상황은 자신의 손으로 세상 만사를 전부 주무를 수 있을 것만 같은 전능감을 주는 것 같았지만 자신이 느끼고 있는 그 감각이 모두 허상임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결국 엘레나가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아슬아슬하기만 하던 셋의 균형은 결국 무너져 내렸고 노엘은 성지에서 떨어져 나가 발터와 단 둘이 독대를 하게 되었다.

'막아야 해.'

새의 눈을 통해 발터의 공격을 받는 노엘의 모습을 보며 엘레나는 계속해서 이 한 마디만을 되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엘레나의 몸은 여전히 성의 발코니에 서 있었다. 힘을 사용하지 않고 마법사 엘레나 에델바이스로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제약이 그녀의 몸을 묶어 두었다.

이런 힘 따위 차라리 의식하지 못하는 편이 더 나았을 텐데. 회귀 전 보다 몇배는 강해지면 뭐하는가. 이 힘이라면 지금 당장 대륙의 역사를 다시 쓰는 것도 가능했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지금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함을 알고 있다.

힘을 제 맘대로 휘두룰 수는 없어도 자신이 지닌 힘에 대한 책임감은 그대로다. 지금의 상황을 충분히 뒤바꿀 만한 힘이 있어도 이를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한다는 사실은 엘레나에게 무력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의 접전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 같다만 썩어도 추기경이다.

본신의 힘을 사용한다면 모를까 고작 용이 만들어낸 마법 생명체 가지고 섵불리 움직였다가는 일검에 새가 해체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퇴장당하기 보다는 가장 위험한 순간에, 지금 이 상황을 뒤바꿀수 있는 순간에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데미안.'

노엘과 오르커스를 구하기 위해 달려온 데미안이 이미 지척까지 다가왔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엘레나는 간신히 분을 삭히며 데미안이 서둘러 둘을 발견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던 걸까. 그녀는 생각했던 것 보다 일찍 새를 움직이는 수 밖에 없었다.

계속 녀석을 피해 도망치던 노엘은 지쳐 쓰러졌고 발터의 검은 이제 그녀의 목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과거의 불쾌한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과 같은 지금의 상황에 엘레나는 더이상 망설일 것도 없이 새의 몸에 마력을 가득 담아 녀석을 향해 던졌다. 지금 하지 않으면 노엘이 죽을지도 모를 상황이었으니 그녀에게는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

아직 데미안이 노엘을 발견하기 까지는 거리가 있었고 이제는 자신이 힘을 사용해 그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노엘을 구할 유일한 방법 같았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메로힘에서의 하였던 것 처럼 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신성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엘레나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지금 그녀의 몸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꺼내들었던 신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엘레나의 주변에서 다른 이교의 추기경과 같은 이질적인 기운이 풍겨오지는 않았다.

달라진 점이 있다고 한다면 원래 그 자리에 없었던 데미안이 갑자기 노엘과 발터의 앞에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에 지금 그녀의 눈 앞에서 일어난 일이 대체 어떠한 인과관계로 인해 이렇게 된 것인지는 엘레나도 알지 못하였다.

그녀가 데미안의 등장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곧바로 다음 장면에서 발터의 손과 목이 날아갔다는 것과 그가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는 사실 뿐이었다.

몇번이나 눈을 깜빡이며 마무리된 상황을 다시 확인하고 나서야 그제야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긴장이 풀리니 그녀의 감정에 영향을 받던 마력도 전부 정상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지금껏 주변의 공기를 얼리고 있던 차가운 숨결이 아닌 온기가 담겨진 숨을 토해내자 주변에서 멍하니 엘레나를 지켜보고만 있던 알폰스가 쭈뼛뿌뼛 그녀에게 다가왔다.

"저, 누님....혹시 몸이 안 좋으신건가요..?"

아무것도 모르는 알폰스가 보기에는 갑자기 엘레나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여태 알폰스가 말 없이 엘레나를 지켜본 이유도 혹여 자신이 말을 걸어 그녀의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어느정도 안정화가 되었다는 것이 눈에 보였기에 엘레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걱정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알폰스의 모습에 엘레나는 가슴이 따금해지는 것을 느꼈다. 제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데미안이 곁에 있었더라면 손이라도 붙잡아주며 진정시키는 것이 가능했겠지만 그가 없이 일어난 감정의 폭주는 흡사 얼음 마법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것과 같은 흔적을 남겼다.

우선은 알폰스의 말에 답을 해주는 것이 먼저겠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리기에는 그녀가 남긴 흔적이 너무 뚜렷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니 엘레나는 무어라 답을 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은 괜찮아. 걱정 많이 했니?"

"네...갑자기 얼굴 빛이 어두워지시더니 누님의 주위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와 깜짝 놀랐어요. 조금 무섭기도 했고요....많이 위험한 병인가요?"

"병은 아니고 체질이라고 해야할까..... 나는 가끔 체내의 마력이 감정의 영향을 받아 밖으로 새어나오게 되거든. 평소에는 조절이 되는 편이데 아무래도 오랜시간 밖을 돌아다니다 보니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야."

알폰스에게 손을 건내는 엘레나. 그녀는 자신이 지금 안정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듯 손에서 따스한 온기를 흘려보내었다. 손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온기에 알폰스는 그제야 싱그럽게 웃었다.

알폰스에게 한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체질이라고 하기에는 묘하지만 감정에 따라 마력이 분출되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방금전 폭주에 대한 이유도 요며칠간 엘레나의 일정을 생각해본다면 피로를 느낄만도 하였기에 알폰스가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선이었다.

"루이스 경.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죠?"

"아닙니다. 영애. 영애께서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루이스 특유의 무뚝뚝한 얼굴로 답이 돌아왔지만 그녀의 눈동자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약간의 흔들림이 보인다. 아무리 그녀라고 하더라도 갑자기 사람의 몸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으니 당황할만도 했다. 무엇보다 루이스는 그녀의 사과보다는 엘레나의 마력으로 인해 주변에 일어난 변화를 살피는데 집중했다.

'단순히 심상에 대응하여 마력이 뿜어져 나온 것만으로도 이런 변화라니...아까 전의 마력량도 그렇고 평범한 분은 아니셨군.'

엘레나가 마법명가인 에델바이스 공작가에서 자랑하는 천재라는 것은 익히 들었어도 소문으로 듣는 것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단순 체내의 담고 있는 마력량만 해도 그녀가 보았던 가장 뛰어난 마법사 중 한명인 마법학부의 수석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데미안의 호들갑 섞인 걱정과는 다르게 자신이 지킬 것도 없이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이들이 있다면 그대로 얼음동상으로 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루이스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어느 정도 주위가 마무리 되는 것 같자 엘레나는 다시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방금전 알폰스에게는 전부 괜찮아졌다고 말하였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여전히 그녀의 마음속의 한기는 가시지 않았다.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엘레나였지만 역설적이게도 역사상 최고의 마법사의 자리에 오른 그녀인 만큼 이성에 의한 감정의 조절이 가능했다.

정확하게는 최소한의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것이 옳은 말이겠다.

노엘과 오르커스가 습격 당할 것임을 예상했던 시점부터 이미 각오해 두었던 일이었지만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 처럼 그녀 역시 여러번 각오를 다졌음에도 엘레나는 방금전 일에 대해서 화를 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것이 노엘을 습격한 이교도에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일찍히 나서지 않은 자신에게 하는 것인지는 그녀만이 알 것이다.

엘레나는 마음 속에 화를 오랫동안 담아둘 생각이 없었다. 참는 것이라면 이전에 지독하리 만큼 해왔던 것이었고 그 길의 끝이 별로 좋지 않았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그녀였다.

어떤 방법으로든 이 화를 밖으로 내보내야 겠는데, 때마침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엘레나가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 유달리 나무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숲에서 나오며 발코니 밑은 소란스럽게 변했다. 삽시간으로 늘어나는 기척에 루이스도 지금 숲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를 챈 걸까.

그동안 둘의 옆에서 얌전히 서 있던 루이스는 한 쪽 손을 검에 가져다 대었다.

알폰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채 성 안으로 피신시킬 생각인지 그녀는 알폰스를 자연스럽게 뒤로 물리고 엘레나에게 눈빛을 보내며 그녀의 손을 잡으려 하였다. 엘레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루이스를 보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루이스 경. 알폰스를 부탁해요."

"영애!!"

루이스는 서둘러 엘레나의 손을 잡으려 하였지만 그녀의 손은 허공에 남겨진 빛을 스칠 뿐이다.

그녀가 서둘러 빛을 쫓아 숲으로 눈을 돌렸을 때는 이미 엘레나의 몸이 이제 곧 전장으로 변할 캠프의 앞으로 이동한 후 였다. 엘레나는 숲에서 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들을 거슬러 숲을 향해 걸었다.

숲에서 도망치고 있는 몇몇 이들이 엘레나를 보자마자 도망치라고 소리쳤지만 엘레나는 그들의 소리를 무시한 채 앞으로 걸었다.

숲의 경계에 도달하자, 엘레나는 잠시 앞으로 가는 것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에서 그녀를 향해 달려오는 기척들이 느껴진다. 군대라고 하기보다는 성난 짐승의 무리에 가까웠다. 정돈되지 않은 날것의 살기가 엘레나에게 쏟아졌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어느 정도로 해야될지 생각을 하지 않았네...?"

엘레나는 한번 자신의 뒤에 있는 성을 뒤돌아 보고 무언가 중얼거리더니 이내 되었다는 듯 얼굴을 고쳤다. 조절을 하면 전혀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으니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다.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려주듯 그녀가 서 있는 땅이 진동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엘레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 서서 가볍게 발을 굴러 땅을 내리쳤다.

그러자 땅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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