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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판타지의 악당이 되었습니다-68화 (68/131)

< 68화 > 샛별 (25)

올해는 유난히 모인 사람들의 수가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도, 대회에 참가하지는 않지만 이를 보기 위해 모인 방청객의 수가 지난날보다 훨씬 늘어난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올해 사냥대회에 참석한 이들을 보면 아직 앳된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내가 만났던 모든 이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들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단순히 나이가 찼기 때문이 아닌, 오르커스와 노엘의 참가소식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매우 컸다.

황도에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매우 적은 황족인 만큼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귀족이라고 한들 흔치 않았으니 말이다. 귀족가에서 나고자란 아이들 대부분이 에스텔리아 아카데미에 진학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다음년도 부터 입학하는 오르커스와 노엘의 눈에 들기 바라는 이들도 몇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지금 저렇게 화려한 옷으로 치장해 온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구애하는 공작과도 같았다. 물론 공작새 중에서도 화려한 것은 수컷이지만. 뭐, 비유가 그렇다는 것이니까.

어쩐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수선 한 것 같더니만.

아직 이러한 자리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자리를 채워서 그런것 같다. 지금은 아버지와 오르커스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으면서도 주위를 살피면 살짝 어리바리한 티를 내는 아이들이 눈에 보였다.

역시 무엇이든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저들도 귀족이니 만큼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아온 아이들이 겠지만 이러한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앞선 경험이 없다면, 저 둘을 눈 앞에 두었을 때 왼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확실히 옛날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이전의 삶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전투 뿐만 아니라 여러부분에서 상당한 메리트가 된다.

만약 내게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지금 저 아이들과 같이 얼타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오르커스가 난 놈은 난 놈이다. 아무리 황도에서의 경험이 있다지만 열여섯이라는 어린나이에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저리 태연하게 남들 앞에 설 수 있다니 말이다. 노엘은...너무 들떠 있어서 그런지 남들의 시선을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고.

발걸음을 옮기면 옮길 수록 나 또한 나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많아지는 것을 느꼈다. 하기야 지금 이자리에 검은 머리라고는 아버지와 나 뿐이니. 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다만 오르커스를 바라 볼 때와는 다르게 나를 보는 이들의 눈에는 무언가 다른 감정이 하나 섞여 있었다. 이러한 감정이 느껴지는 눈빛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은 편도 아니었다. 다소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는 있어도 이것은 공통적으로 방금전 내가 보았던 노엘의 눈과 매우 흡사했다.

사심 같은 것이 여럿 덕지덕지 붙어있었지만 이를 전부 떼어내고 나면 그것의 본질이 보인다.

받는 이의 피부를 뜨겁게 만드는 이것은 나를 이기고자하는 승부욕이었다.

한창 혈기왕성할 나이기도 하니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다. 약간 늙은이 같아 보일지도 모르겠다만 나는 아이들이 상대의 배경과 실력에 절망하는 것 보다는 지금과 같이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불태우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 녀석들은 어느 쪽으로 가든 뭐가 되기는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어째서 뛰어넘고자 하는 대상으로 나를 선택했을까? 이곳에는 나를 제외하고도 뛰어난 실력을 지닌 기사들이 많은데 말이야.

그 이유에 대해서 크게 세가지로 나눠보자면 첫째는 내가 크라우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있다. 이미 질리도록 이야기한 사실이지만 크라우스는 남부 제일의 무가(武家)이자 명문가이다. 가주이자 나의 아버지 되시는 아서 크라우스는 대륙에 몇 없는 소드 마스터(Sword Master) 중 하나로 대륙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절대 강자들 중 한명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대단한 가문, 대단한 인물의 후계자를 맡고 있는 몸이다.

이것이 이유였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크라우스라는 이름에서 데미안 크라우스가 준 영향은 아직까지 단 하나도 없었다. 크라우스 라는 이름을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단단한 아성과도 같이 만든 것은 모두 선대에서 이루어진 업적이었으니까. 비약적이기는 하다만 좀 나쁘게 말하자면 얕보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경우 내게 붙은 크라우스라는 이름은 남들이 보기에 하나의 트로피와 같이 보일 수 있다. 만약 내 실력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못 미쳤을 경우. 나를 제치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었을 때, 세간에서 남부 제일의 무재라는 평가를 받을 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말이다.

운이 좋으면 오르커스와 노엘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부터 왼쪽에 있는 한 아이는 방금전 나와 노엘이 같이 있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내가 노엘과 떨어지고 나자마자 노골적으로 내게 눈빛을 보내어 오고 있었다.

뭐, 이유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가질 수 있는 것이니.

아무튼 다음으로 넘어가서, 두번째 이유는 내 나이에 있었다.

이것은 나이가 어리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저 내 나이가 지금 이곳에 참석한 다른 아이들의 나이와 비슷하다는 점이 그 이유라는 것이었다. 올해 들어 내 나이가 열여섯이 되었다. 약간의 차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곳에 모인 다른 아이들의 나이는 2살 차이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원래 이 나이쯤 되면 심리적으로 한창 예민할 시기이다.

흔히들 사춘기라고 부르는 때가 이때 나타난다. 그런 유난히 감정의 기복이 심할 시기에, 딱 그 나잇대의 아이들이 지금 한곳에 모여있다. 대회에 참석한 아이들인 만큼 다들 저 마다의 무예를 갈고 닦아왔을 것이고 여태까지의 노력에 따라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붙어 있을 것이다.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에 나란 녀석이 눈 앞에 나타났다.

자신을 다른 이들에게 보다 독보이는 존재로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거다.

만약 명성 있는 기사와 맞붙어서 졌을 경우 이 아이들은 그 패배를 분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는 기사였고 자신은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 지망생이 당장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에게 졌다고 친구와의 게임에서 진 것보다 분해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지금 저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도 그와 같다. 저들은 나를 절대로 기사와 동일선상으로 두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세간에는 상식이라 불리는 것이 있었고, 그리고 보편적인 상식은 어느 정도 한계 이상의 상상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한 생각이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들고. 가능성의 존재 여부는 의욕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애초에 나란 존재가 상식선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변수에 가까운 산물인 만큼.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 나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것이 문제였다.

보편화된 상식이라는게 실제로 보고 확인하지 않는다면 깨질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뭐, 이번 대회에는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노엘이 있으니. 이러나 저러나 저 아이들의 상식은 깨져나갈 운명에 처해있는 셈이다.

이제 마지막. 세번째 이유다.

사실 이 마지막 이유가 핵심이나 마찬가지다. 이것 때문에 앞의 두가지 이유가 생겨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마지막 세번째 이유는 나의 행동에 있었다.

나는 여태 아버지를 뒤따라 이러한 공적인 자리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매우 어린 나이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남들에게 있어 이르다고 생각될 때 부터 아버지의 뒤를 따라다닌 셈이다. 이런 점은 오르커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녀석은 직접 행동했던 반면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때마다 내게 주어진 역할은 딱히 없었다. 그저 아버지가 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눈에 담아두는 것. 아버지는 그것만을 원하셨다.

당시 나는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묻어 가려는 성향이 강했기에 딱히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의도치 않게 밖으로 실력을 내보이지 않는 형세가 되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가문의 기사들과 나와 직접적인 만남이 있었던 몇몇의 인물들 만이 알고 있을 뿐, 나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어디 모난 곳이 있는 녀석은 아니지만 딱히 무명을 날리는 것도 아닌 역대 크라우스의 후계자들 중 가장 이질적인 녀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처음부터 내가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다녔다면 지금과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을 지도 모를일이다. 남들에게는 나 또한 아버지와 같은 천재로 보이게 될 터이니. 굳이 기사와 우열을 가리려 하지 않는 것 처럼 나와 겨루려는 이들도 많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가정인 셈이다. 여태 내가 한 말들은 결국 나의 의견일 뿐이지 절대적인 답은 아니다.

혹시라도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내가 모르는 엄청나게 열정적인 성격을 가진 친구가 있을지 어떻게 알겠어.

"목표는 우승..."

이전부터 노엘이 쉽게 우승을 입에 담기는 했지만 사실 이러한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에 속한다. 이번에 새로히 참가하는 아이들을 제외하고 각 가문에서 뽑힌 실력있는 기사들이 대거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에 새내기들에게 있어 우승이라는 것은 아직은 먼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전이라면 나 역시 그랬을 것이다.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눈에 띄지 않겠다는 생각에 또래의 아이들 보다는 위에 서 있지만 그렇다고 우승은 아닌 어느 정도 적당한 성적에 만족하며 대회에 임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지기로 했다.

원작에 조용히 묻어가려는 생각은 이미 바뀐지 오래다. 나는 엘레나의 곁에 서기로 마음을 굳혔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의 곁에 있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적어도 엘레나에게 있어 짐이 되어서는 아니되었다.

실력이든, 명성이든 무엇하나 빠짐없이 위로 올라서야만 한다.

다행이도 데미안에게는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었고 중요한 것은 내가 이제부터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있었다. 이번 봄철 사냥대회는 그렇게 마음을 새로 고치고 참가하는 첫 공식 석상이다. 잠깐이지만 제자라고 할 수 있는 노엘도, 오르커스도 우승을 향한 의욕이 넘치는데 스승인 내가 못난 꼴을 보여 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엘레나는 어디 있으려나...'

출전의 준비는 끝이 난지 오래였다. 이제 말에 오르기만 하면 될 일이지만 나는 말의 곁에 서서 잠시 주변을 훑어 보았다. 워낙 눈에 띄는 엘레나였으니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나 보다. 오늘 아침 헤일리가 말하길 깊이 잠든 것 같다고 해서 그냥 밖으로 나와버리고 말았는데 조금이라도 더 기다릴걸 그랬나.

출전하기 전에는 만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인 것 같다.

얼른 달리고 싶은 건지 연신 땅을 향해 발길질 하는 녀석을 진정시켰다. 다들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 나도 이제 출발해야할것 같은데...아쉽기는 하다만 대회에서 돌아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엘레나의 곁에 붙어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그렇게 반쯤 체념한 채 등자의 발판에 발을 올릴 때, 멀리서 자색빛 눈동자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평소와는 다르게 챙이 긴 모자를 쓴 엘레나였지만 그녀를 알아보는데 있어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헤일리와 다른 기사의 안내를 받으며 내 앞에 도착한 엘레나. 어찌나 열심히 달렸는지 언제나 가지런하던 호흡이 거칠게 흩어져 있었다.

다른 이들은 금세 자리를 비켜 주었고 나는 곧바로 등자에서 발을 때고 땅으로 내려와 그녀의 앞에 섰다. 고개를 숙이며 모자의 챙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엘레나였기에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그녀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자, 잠시만요..!"

자신을 향해 다가가는 나의 모습에 엘레나는 금세 팔을 뻗어 나를 멈춰세웠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효과적이게도 나는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그 자리에서 돌로 변한 석상과도 같이 굳어 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마음의 문제였다. 나름 겉으로는 괜찮은 척을 하고 있었지만 역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나 보다.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는 엘레나의 모습에 혹여 내가 이렇게 다가가는 것이 그녀에게는 부담스러웠지 않았을까 라는 불암감이 엄습해왔다.

그런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난 걸까.

가려진 모자 사이로 내 얼굴을 본 엘레나는 곧장 내 손을 잡았다. 대체 내가 어떠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그녀가 저리 당황하며 내 손을 잡아준 건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좋다. 다시 엘레나와의 거리는 이전처럼 줄어들어 있었다. 나는 엘레나가 자리를 떠날 수 없도록 손에 약간 힘을 줘 그녀를 내가 있는 곳으로 살며시 끌어 당겼다. 엘레나에게서 거절의 의사는 없었다. 그녀는 아무런 저항 없이 내 힘에 이끌려 내게로 왔다.

거리가 가까워진 와중에도 엘레나는 모자에서 손을 때지 않았다.

무슨 이유라도 있는가 싶어 그녀에게 물어보자, 엘레나는 잠시 망설이더니 우물쭈물 떨리는 입술을 움직였다.

"그...지금 얼굴이..이상해서...."

"네? 잘 듣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나요?"

"으으으....정말!"

고개를 기웃거리며 누가 들어도 놀리는 것 같이 말을 하자 엘레나는 잡고 있던 내 손을 꼬집었다. 하지만 나는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기는 커녕 입가에서 새어나오는 웃음 참으며 그녀에게 더욱 다가갔다.

그대로 허리를 숙인 나는 모자 속에 숨어든 엘레나와 눈을 마주보았다.

정말로 늦잠이라도 잔건지 모자 속에 숨은 그녀의 얼굴은 평소에 보았던 단정한 모습과는 다르게 막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부스스했다. 엘레나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게 부끄러워 하는 것 같았지만 내게는 그저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엘레나가 내게 다가오지 말라한 이유가 그저 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였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조금만 더 이대로 있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내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슬슬 다른이들은 출발하기 시작한 상태. 나도 우승을 위해서라면 이제는 출발을 해야할 때다. 다른 이들이 떠나는 것을 본 엘레나는 다른 한 손에 꼭 쥐고 있던 것을 서두러 내 손에 쥐어 주었다.

그녀가 내게 건내어 준것은 끈으로 묶여진 하얀색 크리스털이었다.

고가의 장식품이라고 하기에는 투박하게 끈이 묶여진 것이 꼭 손재주가 서툰 누가 손으로 직접 만든 것 같은 모양새였다. 나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건?"

"이, 일종의 부적이라고 해야할까요?"

"엘레나. 입가가 떨리시는데요. 대회에서 마도구 사용은 금지입니다. 제가 그렇게 못 미더우셨나요?"

"마도구 아니에요!!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면 이거 다시 가져갈거에요!"

"아아아, 농담이에요. 농담."

엘레나에게 사정사정해 다시 크리스털을 받아낸 나는 그녀가 건내어준 크리스털을 목에 걸고는 옷 밑으로 넣어두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선물을 받아버리고 말았다. 원작에서 그녀가 부적을 만들어 주는 것을 본 적은 없는데. 이게 또 나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니 지금은 이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떠한 물건보다 귀한 것이었다.

말 위에 오르기 전.

나는 아직까지 내 손을 꼬집고 있던 엘레나의 손을 잡고는 그 위에 짧게 입맞춤을 했다.

입술이 아니어서 그런가.

엘레나는 이전보다 크게 동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가 살짝 씩 떨리고 있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나와 눈을 마주하는 것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럼 다녀 오도록 하겠습니다."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오늘의 목표는 우승.

역시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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