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샛별 (21)
조용하던 숲을 빗소리로 가득 채운 비구름 가득한 하늘은 다음날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태양을 띄어 올렸다.
크라우스에서 나온 기사단은 밤새 비에 젖은 천들을 털어내면서 숲을 떠날 준비를 하였다. 대회의 개최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 이곳의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데미안이 이제 그만 레기온으로 이동하라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명령이 떨어지자 그들은 분주히 몸을 움직여 빠르게 떠날 채비를 하였다.
아무리 오랜 시간 동안 마수 토벌을 하며 이 일에 이골이 난 기사단이었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습기찬 숲속에 계속 머무는 것 보다는 시설이 갖추어진 레기온으로 가기를 원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 그들의 염원 덕일까.
그렇지 않아도 다른 이들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게 단련되어 있는 이들이 진심을 담아 움직이기 시작하니 야영지의 해체는 그들이 도착한 날 야영지를 세웠을 때의 시간보다 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인 것 처럼 휙휙 지나가니 멎은 비를 보고 천막에서 나온 오르커스가 제정신을 차리는 것은 그가 말 위에 올라 숲을 떠나고 있을 때였다.
언제나 흐름을 주도하던 이가 빠르게 지나가는 흐름에 휩쓸리니 그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냥에 나가자고 말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자 마자 기사단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그의 신분이 제국의 황자라는 만인지상에 가까운 고귀한 신분이기는 하다만 이곳의 최고 책임자는 데미안이었고 그가 이동을 명령하였으니 아무리 오르커스라 하더라도 그의 말에 따라야 하였다.
황제가 아닌 데미안이 상황을 주도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것에 대해서는 이미 오르커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사실이었으니.
단지 쉴새 없이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모른채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생각을 할 시간이 부족했을 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다들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잠깐 머릿속에서 혼란이 이는 것은 당연했다. 이를 설명해줄 데미안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야영지의 해체가 끝난 후였고 말이다.
말 위에 오른 오르커스는 점점 멀어지는 숲을 보며 아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제야 재미가 붙는가 싶더니만..."
"그러한 것은 대회가 열리고 난 후 찾으셔도 늦지 않습니다. 대회가 해수의 토벌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기는 하였으나 무인들의 유흥을 위함도 없지는 않으니. 하루 이틀 열리는 것도 아니고 길게 일주일 동안 열리니 너무 아쉬워 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기는 하다만. 하루 라도 더 연습을 해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않겠는가? 아직 대회 시작까지 시간도 남았고 말이야."
이에 데미안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가볍게 웃으며 오르커스의 말에 답하였다.
"좋은 마음가짐이다만은 오르커스, 네 지금 실력으로는 이곳에서 남아 하루동안 사냥을 하는 것이나 레기온에 도착해서 과녁을 맞추는 것의 연습량을 늘리는 것이나 똑같다. 그러니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
신랄하게 자신의 활 솜씨를 까내리는 데미안의 말에 오르커스는 화를 내기는 커녕 잔뜩 찡그린 얼굴로 데미안에게 말했다.
"지금 그 말은 설마, 레기온에 도착하면 또 그짓을 시킬 거란 소리냐."
"방금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 하루라도 더 연습을 해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다고.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그 말에 오르커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었지만 데미안은 그런 오르커스의 행동에 전혀 개의치 않아 하였다. 오르커스가 다시 데미안의 말에 뭐라 말하자 데미안은 그것을 또 웃으며 받아 대화를 이어갔다.
만약 누군가 이들의 대화를 들었다가는 기절초풍하고 말았을 것이다. 제아무리 서로에게 친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백작가의 후계자와 제국의 후계자. 그들의 뒤에 붙은 직위에는 그만큼의 절대적인 격의 차이가 있었으니.
그에게 친구를 만들라고 한 황제 역시 이 광경을 보았다면 상당히 놀라하였을 것임이 분명하였다.
누구보다 오르커스의 성정을 잘 알고 있는 그 였기에 오르커스가 존대를 하지 않는 것을 허락했다고 하여도 그가 이리 편히 대화를 이어나갈 성격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것이야 말로 오르커스가 데미안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였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둘의 관계가 이리 된 것에는 그가 친구라는 새로운 인간관계의 구축이 처음이었다는 점이 분명 한 몫했을 것이 분명하였지만 그렇지 않아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큰 오르커스가 이리 행동한다는 것은 서로 어느정도 죽이 잘 맞는다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오르커스에게 '친구'의 의미가 다른 이들과 같을지는 여전히 오르커스 자신만이 알고 있는 문제이기는 하다만. 그에게 있어 친구가 우정을 나눈 벗일지, 아니면 단순히 황제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친구라는 이름으로 사용할 소모품일지는 오르커스 만이 알 것이다.
"어차피 기를 쓰고 노력해봐야 황녀 전하를 이길 수는 없을텐데."
"그것은 순전히 재능의 문제 아닌가. 마법으로 대회를 연다면 나도 질 자신은 없는걸."
"어차피 그래봤자 엘레나를 이길 수는 없을텐데."
"...."
데미안의 말에 급격히 썩어 들어가는 오르커스의 얼굴.
그가 말한 것들은 엄연한 사실이었기에 말로 넘기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데미안과 마찬가지로 뭐라 말을 해보자니 꺼낼 만한 이야기 거리가 없었다. 여태 오르커스가 지켜본 데미안은 뭐라 트집 잡을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녀석이었으니까.
결국 그는 얼굴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 빼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가끔 오르커스는 생각한다.
정말 그날 존대 하는 것을 그만두게 한 것이 잘 한 선택이었는지.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면서 오르커스는 계속해서 데미안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
처음 숲에 도달하였을 때 데미안과 엘레나, 노엘과 오르커스는 모두 마차를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마차에 타고 있는 이는 노엘과 엘레나가 전부였다. 이것은 레기온으로 가는 길에서는 오르커스가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것을 데미안이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오르커스가 말을 타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승마라 하면 귀족이라고 하면 필수라고 해도 될 정도의 것이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황자인 오르커스 또한 말을 타는 것에 대해서는 어릴적 부터 배웠던 것이기도 하였다.
그에게 말에 올라타는 것은 분명 익숙한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승마였으니. 그렇다면 오르커스는 얼마나 오랫동안 말 위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마차에 편하게 앉아있는 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몸이 뻐근하기 마련이다. 그보다 진동이 심하고 편히 등을 대지도 못하는 말이라 하면 이미 답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오르커스의 몸이 단련되어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혈통에 의한 것이지 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 아니었다. 몸은 멀쩡할 수 있지만 그것을 느끼는 머리는 멀쩡한 몸과는 달리 전혀 다른 감각을 느낄지도 모른다.
야영지에서 레기온 까지의 거리가 매우 멀지는 않았으나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인원이 움직이기에는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리었다. 그리고 데미안은 그 시간이 오르커스가 말에 익숙해지기에 충분한 시간으로 보았다.
안전을 위해 데미안이 오르커스의 옆을 지키는 것으로 하여 결국 마차에는 뜻하지 않게 노엘과 엘레나 단 둘이 남게 되어 버렸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노엘, 그녀에게는 분명 오르커스의 옆에서 말을 같이 타는 선택지도 있었겠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가 선택한 것은 엘레나와 마차에 타는 것이었다. 물론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순전히 엘레나에게 있었다.
노엘은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았다.
창 너머로 말 위에 올라탄 오르커스와 데미안의 모습이 보인다.
무어라 말을 하고 있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시시각각으로 오르커스의 표정이 변하는 것이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간혹 오르커스의 얼굴 색이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고 있는 둘의 대화는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황성에 있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오르커스의 모습들이 남부에 온 뒤로 여럿 보이기 시작한다. 엘레나와 다시 만나게 된 것도, 데미안 크라우스라는 인연이 생기게 된것도. 하나 같이 즐거운 일 밖에 없었던 남부 생활이었다.
"으으음..."
노엘은 무엇이 부러운 것인지 한참을 둘에게서 눈을 때지 못하다가 다시 창가에서 눈을 돌려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언제 보아도 그녀의 얼굴에 깃든 미(美)는 빛바래지 않는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순백색의 하얀 소녀. 그녀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라벤더향에는 마음을 안정케하는 효과가 있는 것만 같았다.
평소였다면 엘레나와 같이 있다는 것에 신나하면서 무어라 말을 꺼내었을 노엘이었지만 지금 그녀의 입은 조용하기만 하다. 분명 레기온에 가는 길에 엘레나와 실컷 이야기를 할 것을 기대하며 마차에 올랐건만 그것은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이었다.
노엘과 엘레나 사이가 서먹해 진것은 아니었다.
데미안이 엘레나의 약혼자라는 사실을 안 이후로 그녀가 처음과 같이 경솔히 행동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훈련을 하는 데미안을 본 노엘이 간혹가다가 돌발적으로 그에게 대련을 요청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것이 엘레나와 노엘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였다.
노엘이 지금 엘레나와 대화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헤에..."
작게 들려오는 옅은 숨소리에 노엘은 한껏 풀어져 있는 엘레나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망설임 없이 손을 올려 엘레나의 볼에 가져다 대었다.
뜨뜻하게 전해져오는 온기와 함께 손에 잡히는 탄력있는 엘레나의 볼은 마치 슬라임을 만지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주었다. 정작 노엘 본인은 여태 한번도 슬라임이라는 마물을 만져본 적도 본적도 없었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만지는 촉감이 좋다.
그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에 노엘은 계속해서 엘레나의 볼을 주물럭 거렸다. 살짝 잡아당겨 늘려도 보고, 손가락으로 톡톡 튕겨보기도 하였다. 그럴때 마다 요리조리 변하는 엘레나의 얼굴은 노엘에게 있어 웃음과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쭈우우욱-
"응햐하아..."
"흣!"
남부에 와서 다시 만난 엘레나는 노엘이 이전에 알던 그녀와는 달리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분명하였다. 지금 그녀의 헤벌레한 미소가 그것을 증명한다.
재회 한 이후에 엘레나는 이전의 소심함을 찾아 볼수 없을 정도로 어른스러워 지고 의젓해져 있었다.
그렇게 변한 엘레나의 모습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노엘이었지만 마음 속 한켠으로는 그날 화원에서 보았었던 모습들을 더는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것에 아쉬운 마음 있었는데 지금의 모습을 보면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상태의 엘레나와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일까나.
잠에 빠진 사람과 대화를 할 수 는 없는 법이니.
노엘은 엘레나의 볼을 매만지며 그녀의 변화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엘레나가 이런 상태가 된것은 다름 아닌 오늘 아침의 일이었으니.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해서는 노엘 역시 어느정도 짚이는 부분이 있었다.
'대체 천막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가 한창 쏟아지던 지난날.
노엘은 데미안의 천막에서 홀딱 젖은 엘레나와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엘레나가 지내는 천막이 따로 있었지만 둘이 같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문제이다. 데미안과 엘레나. 그 둘은 약혼관계이니 그들이 같이 있는 것에 대해서 노엘은 아무런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영주성에서도 종종 보았던 광경이기도 하였고 말이다. 천막을 열자 곧바로 물세례가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는 하다만.
그녀가 지금 엘레나의 상태에 대한 원인으로 그때의 일을 두고 있는 이유는 그 이후에 엘레나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노엘이 천막에 오자 엘레나는 인사도 없이 곧장 그 자리를 떠났다. 우의를 챙기지도 않은채 빗속으로 사라지는 엘레나의 모습에 노엘은 멍하니 그녀를 지켜보았고 데미안 또한 잠깐동안 노엘과 같이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작게 입꼬리를 위로 올리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데미안에 미소에 노엘은 어리둥절 하며 서 있다 데미안과 별다른 대화 없이 결국 그녀는 엘레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대한 의문만 품은채 제자리로 돌아갔다.
엘레나와 다시 만나게 된것은 비가 그치고 난후 레기온으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의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엘레나는 확실히 분위기가 이전과는 매우 달라져 있었다.
이전에는 틈이 없고 매사에 여유가 느껴졌다면 지금은 그 모든것이 한꺼풀 풀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달라진 것은 분위기 뿐만이 아니었다. 새하얀 피부에 약하게 도는 붉은 빛에 처음 노엘은 어제의 일이 그녀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였다. 마법사이기는 하다만 자신과는 단련되지 않은 신체를 가진 엘레나였으니 물에 홀딱 젖어 있던 어제의 모습을 떠올리자 감기라도 든것은 아닌가 걱정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이 병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네, 네?"
"천막에서 말이에요. 데미안과 같이 있었잖아요. 제가 갔을 때는 갑자기 물이 떨어지던데...."
"어...어ㅇ, 그, 그게에에..."
몇마디 하지 않았을 뿐인데 엘레나는 그녀 답지 않게 말을 떨더니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숙여버렸다.
노엘은 처음 보는 엘레나의 모습에 신기한듯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엘레나에게서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어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듯 얼굴을 붉힌채 창 밖의 데미안을 향해 시선을 돌리었다. 이에 노엘은 더는 엘레나에게 그 날의 일을 물어보지 않았다.
당황하는 엘레나의 모습을 보자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지만 당사자가 이야기 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을 억지로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행동에서 데미안과 어떠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노엘은 그것 하나면 충분하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노엘의 질문 한마디에 허둥지둥 거리던 엘레나는 어느세 그녀의 곁에 기대어 잠에 빠져있었다.
아마도 지난 밤에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노엘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사랑...?"
노엘은 엘레나를 보며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를 중얼거려 보았다.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노엘은 아마도 이것이 지금 엘레나를 변하게 만든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간의 사랑이라. 노엘에게 있어서는 매우 생소한 영역이었고 한번도 생각 해보지 않았던 것이었기에 그저 신기하다는 느낌만이 들 뿐이었다.
데미안과 엘레나. 엘레나와 노엘.
이 관계에서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이를 연결해 주고 있는 감정의 차이가 아닐까.
노엘은 잠시 무언가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저으며 다시 엘레나의 볼을 건들이기 시작했다.
"얍."
"흐헤에애.."
사랑이고 우정이고. 노엘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 둘의 차이점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단지 노엘, 자신과 엘레나를 이어주고 있는 것이 우정이고 그녀와 데미안을 이어주고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렸을 뿐이다.
언젠가 자신도 사랑을 하게 된다면 무언가 변하게 되지 않을까.
데미안과 같이 있을 때의 엘레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직은 겪어 보지 않은 만약을 노엘은 상상해보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