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샛별 (13)
나는 내려놓았던 찻잔을 다시 들어 목을 축이었다.
방에는 창문도 열려있었고 때문에 선선한 봄의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오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몸 속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열기는 가라앉을 줄 몰랐다. 아무말 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켄의 시선 때문에 애써 온도를 내려보아도 그 눈을 의식하자마자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뭐라 말을 꺼내고 싶어도 할 말이 없다. 아니, 꺼낸다 하더라도 켄이 어떤 말 한마디만 읊으면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이도 켄이 다시 입을 여는 일은 없었다. 그저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는 가만히 자리에 서서 따스한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니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가 수다스러운 성격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 자리에 있던 이가 켄이 아니라 아버지였다면 계속해서 방금전 일에 대해 나불거리며 내 얼굴을 터지기 직전까지 만들었을 테니. 그렇게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면서 오히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 다름아닌 켄이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적어도 켄은 나를 놀리거나 하지는 않으니 말이야.
'달달하네요.'
처음에 그것은 분명히 나를 놀리기 위해 꺼낸 말이 맞는 것 같다만.
물끄러미 켄을 올려다보니 그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었다. 그러면서 은근히 눈빛을 보내는 것이 꼭 무언가를 하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켄의 그 눈빛에 똑같이 눈으로 안된다고 답하고는 차를 홀짝였다.
조금 상황이 진정된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 때가 된 것 같은데. 지금 켄의 모습을 보니 완전히 나와 엘레나를 관찰하는 것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내가 먼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켄."
"네. 도련님. 무언가 시키실 일이라도...아, 그러고보니 막대과자가 전부 떨어졌군요. 다시 주방에 가서 새로 내오도록 하겠습니다. 막대과자 하나 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기도 하니 '달달하게' 생크림을 곁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아니, 이 영감님이 진짜...
"그 말을 하려던게 아니에요. 켄, 제게 할 말이 있지 않아요?"
설마 켄이 아무 이유없이 내 방에 왔을리는 없고, 분명 아버지께서 나와 엘레나를 불러오라고 시킨 것이 분명하였다.
그래도 다과는 전부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더니 생각했던 것 보다 빠른걸. 다과가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켄이 왔으니 어쩌면 켄과 만나자마자 그에게 곧바로 말을 해두셨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노엘과 오르커스가 왜 사르함에 왔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걸 잊고 있었다만. 뭐, 이제는 아무래도 좋은가. 곧 아버지께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을 테니.
단순한 추측일 뿐이지만 만일 내가 생각한 것이 맞다고 한다면 이것과 관련되어 상당히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부르시는 것 같은데,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여유부릴 시간이 있기는 한 걸까?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달리 켄은 품 속에서 시계를 한번 꺼내어 보곤 빙그레 웃었다. 그러고는 걱정말라는 얼굴로 나를 보며 답하였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련님. 아가씨와 다과를 즐기실 시간은 충분하니 말입니다."
"아, 네.."
나는 그의 답에 쓴 미소를 짓고는 다시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엘레나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는 켄의 말에 가볍게 웃더니 내 시선을 느끼고는 나를 향해 묘한 느낌의 미소를 지어주었다.
"냠~"
엘레나는 불과 몇분전만 하여도 붉게 물들였던 얼굴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린채 나를 보며 케이크를 잘라 입에 넣고 있었다.
이거, 빠져나갈 구석이 완전히 막혀버렸구만.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떠야지 방금 전 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켄에게 빈틈은 없었다. 엘레나도 켄의 말을 듣고는 무언가를 깨달은 모양인지 더는 이전처럼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켄이 내게 하였던 말과 또한 내가 그 말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엘레나 또한 보았기에 그녀에게 이전과 같은 분위기는 흐르지 않았다.
오히려 엘레나는 좋은 공격수단을 얻었다는 것에 기뻐하며 언제 입을 열어야 할지 간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지금 내가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걸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완전히 형세가 뒤바뀌어 버렸다.
나는 놀리는 쪽에서 당하는 쪽으로, 그녀는 당하는 쪽에서 이제 공격을 가하는 쪽으로 말이다.
"후후후...."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녀의 눈빛은 마치 '각오하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엘레나의 시선을 반쯤 흘리며 다시금 차를 홀짝였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을까. 지금 내가 무엇 때문에 긴장을 하고 있는지를?
언제는 안 그랬던 적이 있었겠냐만은 솔직히 말해서 지금 공격을 준비하는 엘레나의 모습은 그저 귀엽기만 하였다.
그녀가 빈틈을 찾기 위해 나를 향한 시선을 비유해보자면 그것은 맹수의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소동물들의 것에 가까웠다. 강아지나 고양이....뭐, 그런 작은 동물들 말이다.
엘레나에게는 미안한 말이다만 그녀가 계속해서 내게 보내고 있는 이 기묘한 눈빛은 나에게 있어 위기감이 들기는 커녕 계속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만들 뿐이었다.
만약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나와 그녀 단 둘뿐이었다면 나는 순수히 그 시선을 즐겼을 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 우리 둘만이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
내가 부끄럼이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다만 엘레나가 아닌 다른 제삼자의 시선을 의식하니 그녀를 평소와 같이 대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그런 인간은 아니었다만 엘레나에 한해서는 예외이다. 그녀와 단둘이 있을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도 다른 누군가가 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얼굴이 뜨거워 진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떨림은 다름아닌 그러한 이유에서 온 것이었다.
내 뒷편에 서 있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와 엘레나의 관계에 대해서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켄이 었음에도 나는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이거 어떻게든 켄을 밖으로 내보내던지 방에서 나가야 할 것 같은데, 오늘은 켄이 엘레나의 편이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거의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비워져 가는 접시를 보며 엘레나에게 물었다.
"다과가 다 떨어져 가는 것 같은데 새로 가져오도록 할까요?"
"아, 괜찮아요. 데미안. 이제 곧 저녁 시간이 다가오기도 하고 다과는 더 필요 없을것 같아요. 음...그래도 굳이 데미안이 '달달한'것을 드시길 원하신다면야...."
"아닙니다."
항복!
***
내게 장난을 거는 엘레나는 즐거워 보였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계속해서 방 안에서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켄이 말한 때가 다가왔고 나와 엘레나는 방에서 나와 켄의 안내를 받으며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향했다.
켄을 따라 걷는 익숙한 길이 도착 하지 않았음에도 목적지가 어딘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예상했던 것과 같이 만찬장이었다.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아직 음식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만찬장에 온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
"다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구나. 그래서, 메로힘에서의 생활은 즐거웠느냐?"
안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수염을 자르시지 않으신 건지 수염의 길이는 내가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와는 눈에 띄는 차이가 있었다.
아버지의 물음에 나와 엘레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내가 질문에 답하였다.
"그럭저럭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역시 사르함이 몸에 맞는것 같더라구요. 그건 그렇고 아버지 혹시 수염 기르셨습니까. 어째 이전보다 나이를 더 먹으신 것 같이 보이십니다."
"그러냐? 그렇다면 내 뜻대로 되었구나. 하도 오랫동안 젊은 모습 그대로 지내다 보니 되려 나이가 드는 감각도 한번 느껴보고 싶어져서 말이다."
"만약 아버지 친구분들께서 그말 들으신다면 엄청 화를 내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예를 들면 요하임 공작님 같은 분.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는 내 말에 씨익 하고 웃으시더니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면 답했다.
"맞다. 그러라고 기르는 거다."
역시 아버지다. 변함이 없으시구나.
하기야 고작 일주일 가지고 사람이 변할리는 없지.
아버지는 의자를 하나 빼내어 자리에 앉으시고는 나와 엘레나에게 어서 앉으라 손짓하였다.
언제나 아버지가 앉아 계시던 상석에는 그 자리를 아예 비운듯 의자가 치워져 있었다. 상석이 사라진 네모난 일자형 테이블에는 모두 마주보고 앉을 수 있도록 자리가 배치되었다. 아버지의 반대편 자리에는 두개의 의자가 보인다. 나는 자연스래 아버지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고 엘레나는 나를 따라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일렬로 앉은 우리 쪽에 남은 의자는 이제 하나. 나는 그곳이 알폰스의 자리임을 알았다. 아버지는 나를 따라 잠시 비어져 있는 알폰스의 자리를 바라 보시더니 다시 나를 보시고는 입을 열으셨다.
"알폰스도 곧 올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다행이군요. 그보다 한가지 물어 볼 것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내 앞에 놓여진 두 의자에 눈길을 보내자 아버지께서는 가벼히 웃으며 답하셨다.
"물론이지. 그리 어려울 것 없는 일이다. 다만 그 전에 내가 하나 묻도록 하마. 괜찮겠느냐?"
"네."
"대체 메로힘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순간 아버지의 눈이 날카롭게 빛을 내었다.
나와 같이 황금빛으로 빛을 내고 있는 그 눈은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이 지상을 내려다 보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런 용의 눈과 마주하였음에도 나는 그 시선에서 공포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저 세상을 뒤흔드는 강대한 흐름과 함께 그 중심에 서 있는 아버지의 걱정 어린 눈만을 보았을 뿐이다.
아버지의 질문에 나는 덤덤히 그곳에서 있던 일들을 말했다.
"제가 도착한지 이틀만에 공작님께서 연회를 여셨습니다. 그 덕에 저는 엘레나에게서 단 이틀 동안 춤 연습을 받아야했죠."
"어...그러냐?"
"그래서 그런지 연회날에는 제법 춤을 잘 추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죠? 엘레나?"
"끝에 발에 힘이 빠지셔서 저에게 안기신거는요?"
"그건 퍼포먼스였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도록 하죠."
내 말을 듣고 계시는 아버지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으셨던 건 아니것 같다만. 그래도 내가 메로힘에서 겪은 일들은 사르함에서도 겪을 수 있었던 이런 평범한 일상들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아니, 오히려 마물들을 본 적이 없으니 더 평화로웠던 축에 속하나.
아무튼.
황혼의 마탑주를 만난 것, 메로힘의 야시장에 데이트를 나간 것 등 말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이야기를 하였다. 테이아와의 만남은 비밀이었기에 말씀 드리지는 못하였어도 만약 아버지께서 들으셨다 한들 내게 듣고자 하던 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마지막에는 에델바이스의 기사들과 대련을 하는 것을 끝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빌헬름 경께서 지도를 잘 하신 것인지 다들 실력이 출중하더군요."
"그 북부의 늙은 늑대라면 그럴만도 하지. 내가 어릴 때만 하여도 제국 최강의 기사들 중에 반드시 들어가는 인물이었으니. 물론 네 할아버지도...아니다. 아니야. 그...정말 이게 끝이냐?"
"네. 이 다음에는 공작님께서 갈때와 마찬가지로 텔레포트로 보내주셨습니다만?"
"허어..."
아버지는 내 이야기를 전부 들으시더니 입에서 김이 빠지는 소리를 내셨다. 엘레나를 향해 눈빛을 보내어 보았지만 그녀 역시 나의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 내가 할 소리는 아니다만 갑자기 세상이 참으로 불공평하다 느껴지는 구나."
"갑자기 그런 말을 하시다니. 아버지 양심에는 털이 나셨나 봅니다."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이 녀석아. 아직 스물이 되지를 않았는데 벌써부터 '경계'에 서 있다니. 어릴적 아버지께서 나를 보시던 눈이 이해가 가지를 않더니, 이런 식으로 와 닿을 줄이야!!"
아버지는 그렇게 크게 소리내어 웃으시더니 뒷말로 이번 대에도 크라우스의 승리라고 소리치셨다.
다만 나는 그런 아버지의 말에 호응해 드리지 못하였는데. 그야 그럴 것이 대륙 최연소 소드 마스터라는 칭호를 아버지에게서 가져가게 되는 인물이 누군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가 소드 마스터에 오르는 것도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고의 나서의 이야기지만, 아버지께서 말씀 하신 이 '경계'라는 것이 '초월'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음을 내가 모르는 바 아니었다.
그러니 어쩌면 지금 그 녀석은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야, 이전 삶의 경험이라도 있지. 엄밀히 따지자면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불합리함에 나는 들어가서는 아니된다.
라인하르트 크로멜. 현 크로멜의 소가주이자, 미래의 대륙제일검.
그 자야 말로 불합리의 끝판왕 아닌가. 나와 같은 경우도 아닌 그저 재능 하나 만으로 갓 스물을 넘겼을 때 마스터에 도달한 녀석이었다.
아버지에게 옮은 건가. 갑자기 녀석을 떠올리니 속이 좋지 않다.
이전에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혹시 모를 변수가 되어 버렸다. 내게 있어 아군이 될지도 모르지만 적이 될수도 있는 녀석이 라인하르트라는 놈이었기에, 녀석이 지금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볼 걸 생각하니 갑자기 세상이 불합리해 보인다.
아니다. 차라리 그 편이 낫겠다.
그게 아니라면 그 놈은 잠깐 '경계'에 멈춰 서 있다가 곧바로 마스터가 되었다는 소리 아니야. 무슨 소설 속 주인공도 아니고 그렇게 경지를 구렁이 담 넘듯이 휙휙 뛰어 넘어가냐.
"하! 갑자기 몸이 근질거리는 것이 어떠냐? 오랜만에 이 아비와 대화 한번 하는게. 듣자하니 이미 그웬, 그 놈과 이미 겨루어 이겼다고 들었다만."
"어...그게."
어느 정도 생각의 정리가 되신것인지, 아버지의 눈빛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나는 옆으로 고개를 돌리어 엘레나를 보았지만 그녀는 오늘 연무장에서와 같은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것이 안된다라는 답변이었음을 안 나는 아쉬운 얼굴로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해야 하였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감각을 조금 더 갈무리 한 다음에 도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야 뭐...알겠다."
아버지는 아쉬움에 입을 다셨지만 아쉬운 마음으로 크자면 내가 터 컸다. 진전이 있었던 만큼 이전에는 보지 못하였던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래도 이 기회라는 것이 어디 도망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얌전히 엘레나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휴식 또한 중요한 것이니.
대화가 마무리 되어가는 것 같자 나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아버지. 이제 제가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물어보거라."
"황녀 전하와 황자 전하께서는 어인 일로 이곳에 오신 겁니까. 혹시 제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터졌습니까?"
처음부터 내가 묻고 싶었던 것.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제국의 하나 뿐인 황자와 황녀가 모두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인가. 황자와 황녀라는 신분도 신분이지만 그 둘은 황위계승 1순위의 황족이다.
황제 다음으로 중요시해야할 인물이 바로 그 둘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사르함을 방문했을리는 없지 않은가. 혹시 군사적으로 무슨 문제가 생긴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기사단이 조용한 것으로 보아서는 그런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아버지는 처음에 내게 말씀하셨던 것 처럼 매우 가벼운 어조로 내게 답을 주셨다.
"별거 아니다. 두분은 너희의 약혼을 축하해주시러 오신 것 뿐이니.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다."
"네?"
그게 정말 정답이 맞습니까?
내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자 아버지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게 말하셨다.
"음, 물론 그것은 표면상의 이유고."
역시.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었던게 분명했다. 나는 곧바로 귀를 열고 아버지의 말씀을 토시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폐하께서 황녀, 황자 전하 두분께서 너무 황궁에만 있는 것이 걱정이 되신 모양이다. 약혼 축하의 의미도 있지만 이번에 엘레나와 너, 이렇게 둘이 모이게 됬지 않았냐? 그러니 이참에 두분께서도 친구 좀 만들라고 보내신 것이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