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샛별 (4)
이른 아침.
에델바이스 가의 연무장에서는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작가의 검으로서 그들의 단련은 필수불가결한 것.
비록 에델바이스의 마법병단에 밀려 세간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기사였기에 자신들의 주인을 위해 칼을 갈아왔다.
연무장에 깔려 있는 흙은 메로힘의 추운 기후 탓인지 딱딱하게 얼어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그 위를 달리고 있는 이들이 땅을 밟으면 얼어붙은 땅에는 선명한 족적이 새겨진다.
현재 에델바이스의 드넓은 연무장 위에서 검을 들고 있는 이는 단 두명 뿐이었다.
데미안과 길리어드.
크라우스의 소가주와 백랑기사단의 촉망받는 신입간의 대련은 이미 기사단 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였다. 언제나 길리어드의 패배였다는 것 또한 잘 알려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번 대련 만큼은 기사단 모두가 모여 지켜보고 있었다.
곧 사르함으로 돌아가는 데미안이었기에, 길리어드의 눈에는 그 어느때보다 강렬한 투지가 깃들어 있었다.
"하압!!"
거센 기합소리와 함께 겨울의 바람을 담은 매서운 검격이 데미안을 향해 쇄도한다.
기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오러가 검에 맺혀있지는 않았지만 오러가 없다 하더라도 검은 그 예기를 잃지 않는다. 고된 훈련으로 단련된 그들의 기술은 칼을 보다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 주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완력으로 휘두른 검은 공기를 베어내며 매서운 검풍을 만들어낸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양단할 기세로 휘둘러진 길리어드의 검은 마치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대련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를 말리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는 눈으로 길리어드를 바라볼 뿐이었다.
길리어드가 여태 공격한 횟수는 총 열번.
그리고 그 열번의 공격 동안 데미안은 단 한번도 검을 들어 막은 적이 없었다.
모두 검과 아슬아슬한 간격을 남겨둔채 스쳐지나가듯 검을 피했다.
길리어드의 검기(劍技)는 그 어느때보다 최고조에 올라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데미안에게 닿기에는 둘의 차이가 너무나도 명확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세 좋게 휘둘러진 검은 또다시 아무것도 베지 못한채 허공을 갈랐다.
여태하던대로 가벼운 발놀림만으로 여유롭게 길리어드의 검을 피한 데미안.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태껏 길리어드의 검격에 조금씩 거리를 벌렸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한번에 길리어드의 품 속으로 파고들어왔다.
갑자기 코 앞까지 치고 들어온 데미안의 모습에 길리어드는 서둘러 자세를 고치려 하였지만 그 공격을 막기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
팡!
"컥!"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길리어드가 고꾸라진다.
일격(一激)
그 한합으로 대련은 끝이났다.
정확히 명치를 가격받은 길리어드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것인지 연무장 바닥에 누운채로 힘겹게 숨을 들이키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빌헬름은 데미안 만이 서 있는 연무장으로 나와 그의 승리를 선언하였고 그와 동시에 주위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역시 크라우스야. 저 나이에 신입이라고는 하지만 기사를 꺾어버리다니."
"하지만 오러를 사용했다면 결과가 조금은 바뀌었으려나? 길리어드 저 녀석 마력량 만큼은 기사단 내에서도 손 꼽히지 않는가."
"네 눈은 장식이냐. 방금전 대련만 해도 녀석은 공자님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했어. 그런데 오러를 사용한다 한들 결과가 바뀔리가 있나. 만약 오러를 사용한다 한들 첫합만에 이와 똑같은 결과가 나왔을껄."
길리어드의 패배를 아쉬워 하는 이들 또한 있었으나 그들 역시 데미안을 향해 찬사를 보내오며 그의 승리를 축하했다. 마냥 길리어드의 패배를 아쉬워하기에는 그의 실력이 너무나도 확고했으니 말이다. 이들은 에델바이스라는 이름 아래에 모인 기사임과 동시에 강함을 숭상하는 무인이었기에 데미안의 실력을 부정하지 않았다.
데미안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길리어드의 손을 잡아 일으켜세웠다. 붉어진 얼굴로 거세게 호흡하고 있는 그는 도저히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간신히 입을 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제..젠장...또 지고 말..았군요..."
"그게 그렇게나 분할 일인가?"
"그걸..말이라고...아닙니다. 이렇게 된 이상 다음에 공자님께서 돌아오실 때를 기약해야 되겠군요."
아쉽다는듯 말하는 길리어드의 말에 데미안은 굳이 답하지 않았다.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리는 길리어드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길리어드가 연무장 밖으로 걸어나가자 데미안 또한 슬슬 자리를 뜨려하였지만 그런 그를 붙잡는 이가 있었다.
"빌헬름 경."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빌헬름이 무슨 말을 꺼낼지 데미안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빌헬름이 열기 전에 연무장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중 한 곳을 가리키며 그의 시선을 돌리었다.
그리로 시선을 돌린 빌헬름의 얼굴색이 변하기 시작한다.
연무장에서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것은 기사단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엘레나와 그녀의 하녀. 헤일리 또한 데미안과 길리어드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헤일리의 모습에 빌헬름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내 결심을 내린듯 길리어드가 두고간 가검을 땅에서 집어 올렸다.
"정말 하시게요? 헤일리한테 혼날텐데."
"공자님 저는 북부를 떠날 수 없는 몸입니다. 하물며 이미 많이 늙고 노쇠한 몸, 공자님께서 언제 다시 이곳으로 오실지 모르는데 제가 어찌 이 기회를 놓치려 하겠습니까."
노쇠하다고 하기에는 옷 위로 튀어나올 정도로 두꺼운 근육들이 보였다만, 데미안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빌헬름은 여전히 검을 놓고 있지 않은 데미안을 향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리고 공자님 역시 궁금하시지 않습니까?"
빌헬름의 말에 이전까지만 하여도 잠잠하던 데미안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역시 빌헬름과 똑같은 얼굴로 변해있었다.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한 빌헬름과의 대련. 여전히 그 날의 기억을 온전히 떠올리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그와의 승부에 호기심이 드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었다.
제대로 된 조절이 불가능 했던 이전에 대련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그 감각들을 완전히 길들이는데 성공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자신은 어느정도의 위치에 서 있는 것일까. 그것을 시험하기에 빌헬름만큼 좋은 상대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검을 드는 일은 없었다.
이곳에 흐르는 이상한 기류를 느낀 것인지 어느 순간 부터 빌헬름의 뒤에서 서 있는 헤일리는 싸늘한 어조로 빌헬름을 불렀다.
"할아버지이?"
"헤, 헤일리! 이건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지난번 일은 전부 오해라니까!"
"오해긴 뭐가 오해에요! 켄 할아버지도 공자님이 그렇게 진이 빠지신 건 처음 봤다고 말씀해주셨단 말이에요. 도대체 얼마나 험하게 공자님을 굴리셨으면 저 튼튼하신 공자님이 그렇게 걸레짝이 되셨던 거에요!! 공자님 신변에 이상이라도 생겼다가 어찌 책임을 지시려고 이러시는 지 몰라!"
거, 걸레짝...
헤일리의 말에 데미안은 가슴에 비수가 틀어박히는 것 같았다.
그 당시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것 같기는 했지만 그게 그 정도로 심했던가. 물론 대련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몸은 당장이라도 쓰러질것 같이 위태롭기는 하였다만. 그래도 그런 소리를 들을 만큼은 아니었던것 같은데.
아무래도 방금전 데미안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모습이 헤일리에게는 악영향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얼마나 할아버지가 막되먹게 굴려대었으면 저런 사람이 그렇게 픽- 하고 쓰러진 건지. 그런 식으로 말이다.
방금전까지만 하여도 상관없다는듯 말했던 빌헬름이지만 막상 헤일리에게 쓴소리를 들으니 나서기 꺼려진 모양이다. 그는 데미안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청했지만 이곳에 온 것은 헤일리만이 아니었다.
"안돼요."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연무장에 조용히 울려퍼진다.
그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자 빌헬름에게 씩씩대고 있던 헤일리도 말을 하는 것을 멈추었고 목소리의 주인을 본 빌헬름은 그녀를 향해 예를 표했다.
연무장 위로 올라온 엘레나는 데미안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손을 잡고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대련은 이걸로 끝이에요. 데미안. 이제 그만 가도록 해요."
그렇게 데미안은 엘레나의 손에 이끌려 연무장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뭐라 반박도 하지 못한채 엘레나의 손에 끌려 사라지는 데미안의 모습에 그곳에 있는 모두가 벙찐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 모습에 아쉽다는 얼굴로 입맛을 다시는 빌헬름이었지만 에델바이스의 기사로서 그녀의 명령을 어기는 일은 할 수 없었기에 그녀를 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히려 방금전 행동으로 인해 헤일리에게 등짝을 세게 얻어 맞을 뿐이었다.
엘레나에게 끌려나오듯 연무장을 벗어난 데미안은 그들과 어느정도 거리가 벌어진 것을 확인하자 그녀를 향해 물었다.
"엘레나. 아직 출발 시간 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어요."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그러셨던 거에요?"
엘레나는 그런 데미안의 물음에 잠시 말을 멈추었다.
사실 데미안의 실력이야 그 날 이후 어느정도의 수준까지 성장하였는지 회귀를 겪은 그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방금전 굳이 자신이 대련을 중지시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가 다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대련에서 빌헬름을 이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전에 있던 일 때문일까.
갑자기 자신의 눈 앞에서 데미안이 쓰러졌던 그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 이리 행동하고 말았다.
"....지난번 처럼 또 쓰러지시면 어쩌시려구요."
그러니 엘레나는 헤일리가 했던 말을 빌려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반드시 진다는 뜻을 내포한 엘레나의 대답에 데미안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고는 옅게 미소를 흘리었다.
"네. 그건 그렇죠. 곧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망신창이가 되어 돌아갔다가는 아버지께 혼나고 말테니."
침울한 목소리로 작게 말하는 데미안의 말에 그녀는 방금전 자신의 말에 그가 상처라도 받은 것인가 싶어 서둘러 고개를 돌렸지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에 그것이 장난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데미안은 엘레나의 옆에 서 그녀와 보폭을 맞추었다. 엘레나 역시 데미안과 발걸음을 맞추며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을 걷던 도중 햇빛에 반사되어 백색으로 반짝이는 겨울성의 모습에 데미안은 엘레나에게 물었다.
"아쉽지는 않으십니까?"
"뭐가요?"
"메로힘을 떠나는 거 말입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정든 집을 떠나는 것과 같을테니. 그간 메로힘에서 지내면서 사르함으로 계속해서 돌아가고 싶어했던 데미안이었던 만큼 혹시라도 엘레나가 이곳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다고 한다면 그럴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엘레나는 그런 데미안의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너무 늦게 물어보시는 거 아니에요?"
"네?....아."
엘레나의 말에 그제야 데미안은 자신이 왜 메로힘에 오게 되었는지를 떠올리고 말았다. 지금 이렇게 메로힘에 오게 된 것은 단순히 요하임의 변덕 때문이었지 그녀가 원해서 오게 된 것은 아니었음을 말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질문을 던졌다는 생각에 괜시리 얼굴이 뜨거워진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는 눈보다 꽃을 더 좋아하니까요."
"사르함도 겨울이 오면 춥습니다."
"이곳보다 더 할까요?"
그리 생글생글 웃으며 답하는 엘레나의 모습에 데미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를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 요하임이 이 말을 들었다가는 꽤나 큰 충격을 받았을 텐데. 이라고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의 말에 자신도 웃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
"얍!"
사르함에 있는 크라우스의 영주성.
그곳에 있는 한 방에서는 어린 소년의 기합소리가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그만한 목검을 든 소년은 자신의 앞에 놓인 커다란 인형 하나를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었다. 그리 두들겼다가는 자칫 인형이 터질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소년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손에 검이 들렸다는 기쁨만이 그에게 존재하고 있었다.
사박-
"힉!"
누군가 방 앞을 지나는 소리를 듣자 소년은 서둘러 목검을 침대 밑에 숨기고는 인형의 뒤로 숨었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소년의 걱정과는 달리 방에 누군가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다시 침대 밑에 던져둔 검을 꺼내는 소년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형님은 언제 돌아오시나..."
크라우스 백작가의 둘째. 알폰스 크라우스는 비어있는 영주성의 앞마당을 보며 그리 중얼거렸다.
데미안이 영주성을 떠나 있던 일주일은 알폰스에게 있어서는 정말이지 끔찍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 이유는 그가 메로힘으로 떠나기 전에 알폰스와 한 약속에 있었다.
지금 알폰스의 손에 들려있는 목검.
그것이 데미안과의 약속이었다. 그것은 어른이 보기에는 작은 막대기와도 같았지만 알폰스의 작은 체구를 생각한다면 완벽히 그에게 맞춰서 만들어진 목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데미안은 사르함을 떠나기 전 알폰스에게 이 목검을 건내주고는 자신이 돌아오면 검술을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대륙에서 가장 강한 검사 중 한명이신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께서 역대 최고의 재능이라고 칭찬하는 형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알폰스였기에 알폰스는 언제나 형과 아버지 처럼 뛰어난 검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크라우스라는 무가(武家)에서 태어났음에도 여태껏 단 한번도 검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았던 아버지와 형이었기에 이번에 나눈 데미안과의 약속은 그 어느때보다 알폰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마음이 크면 클 수록 동시에 데미안이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게 되었고 알폰스는 처음으로 시간이란 이토록 느리게 가는 것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동안은 낮잠 한번 잤다 하면 하룻밤을 훌쩍 넘기었는데 지금은 낮잠은 커녕 하루종일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와 형이 항상 사용하는 가문의 연무장에도 가보고 싶고 실제 쇳덩이로 된 검 또한 만져보고 싶었지만 데미안이 돌아오지 않은 지금 자신이 연무장에 가 있다면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다림도 오늘로 끝이다.
어젯밤 있던 조찬에서 아서에게서 데미안이 오늘 사르함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히히히...형님께서 돌아오시면 무얼 가르쳐 달라고 할까? 역시 용살검이 최고겠지?!"
아직 제대로 된 검을 배워본적도 없었지만 지금 알폰스는 상상속에서 멋들어진 갑옷을 차려 입고 검을 든채 용과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상상에 취해 목검을 들어 다시금 인형을 때리려고 할때, 알폰스의 눈에 저 멀리 성을 향해 다가오는 마차 한대가 들어왔다.
곧바로 창밖으로 달려가 다시 한번 눈을 뜨고 보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상상이 만들어낸 헛것이 아니었다.
그 사실에 알폰스는 환호성을 지르고는 문을 박차며 밖을 향해 뛰어나갔다. 아직은 날이 완전히 풀린 것이 아니었기에 겉옷을 입는 것은 필수였지만 알폰스는 그 사실도 잊어버린채 밖을 향해 달렸다.
밖으로 나오자 마차는 정확히 알폰스의 눈 앞에 서 있었다.
지금 알폰스의 눈에는 저 마차가 커다란 선물 상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선물상자를 열기위해 다가가는 알폰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알폰스가 그토록 원하던 선물이 아니었다.
마차의 문이 열리며 금빛이 쏟아진다.
마치 알폰스가 성 밖으로 뛰쳐나왔을 때와 비슷한 모습으로 마차에서 한 인영이 튀어나왔다. 태양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금빛을 내는 소녀는 안정적인 자세로 착지하더니 이내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얏호!!!! 오라버니!! 드디어!! 크라우스 백작가에!! 도착했어요!!!!!"
"노, 노엘! 갑자기 그렇게 뛰쳐나가면 어떡해!"
뭔가 이상한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