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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판타지의 악당이 되었습니다-21화 (21/131)

< 21화 > 팔불출 (1)

돌을 깎아 만들어진 원탁.

그와 마찬가지로 원탁을 만들때 같이 깎아 만든 것 같은 원탁을 둘러싼 일곱 의자에는 지금 현재 대륙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대마법사들이 앉아 있었다.

이곳에 올 수 있는 이들은 대륙에 일곱개 밖에 없는 탑의 주인들 뿐. 과거 일곱 마탑이 세워지면서 만들어진 '탑주 회의'의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워낙 중요한 장소인지라 이곳으로 오기 위해서는 탑주가 되어야 알게되는 각 마탑에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동진을 이용해야 했고 이곳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오직 이 장소에 있는 탑주들만이 알고 있다.

그 장소에 대한 언급 또한 맹세로 인해 언급이 불가능하여 그야말로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는 완전히 격리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장소에 마법계의 거물들이 모여 있다면 당연히 무슨 거대하고 중대한 일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물론 과거에 이 회의를 통해 마법계의 역사를 새로 쓰게만들었던 사건들 또한 여러 있었지만 애초에 이런 장소가 만들어진 이유는 대륙 각지에 떨어져 있는 일곱 마탑의 화합과 교류였기에 그 후예들은 선조들의 뜻을 곡해하지 않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마법사들에게 있어 지고한 경지인 대마법사라는 위치에 오른 이들이었기에 대기에 있는 마나가 무거워지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소의 분위기까지 무거웠던 것은 아니다.

모든 탑주들이 자리에 앉자 하늘색 눈을 가진 청년이 주변을 한번 훑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선언했다.

"지금부터 7836회 마탑 월례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현재 탑주들 중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고 알려진 대마법사. 풍천의 탑주 테오도르 아이올로스가 회의의 진행을 맡았다.

기본적으로 상위 위계에 오를 수록 노화가 느려지는 마법사들의 특성상 그의 저 젊은 청년의 모습은 그가 다른 이들과는 달리 '벽'을 넘어섰다는 증거였다.

테오도르의 선언을 끝으로 탑주들은 각자 준비해온 자료들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이 모임의 목적이 마탑간의 친목을 위해서 라고는 하나 그들 또한 마법사라는 이름을 지닌 마법을 연구하는 학자였기에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닐 지라도 마법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탐구심은 그 어떤 마법사들 보다 컸다.

사실 그들에게 있어 '친목'이라는 의미는 서로간의 지식 교류를 뜻하는 말이기도 했으니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첫번째로 발표할 기회를 가져간 것은 적염의 탑주였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있는 모두가 볼 수 있게 자료를 공중에 띄운 후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저희 연구팀이 화정석 정제식 계량을 시도한 결과 기존보다 1.37초 정도 빠른 속도와 정제 과정에서 생기는 불순물들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조금만 더 연구해보면 정제속도를 더 줄일 수 있을 것도 같더군요."

"오오. 정제식의 계량이라니 그거 꽤 오랫동안 변동이 없던 것 아닙니까. 설마 이번년도 회비는 적염이 가져가는 것 입니까?"

가만히 앉아 그녀가 띄운 자료를 보고 있던 황금의 탑주가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해대었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이 귀를 쫑긋 세운 것은 그녀의 말이 아닌 황금의 탑주가 말한 회비에 대해서였다.

회비.

정확히 언제부터 걷기 시작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초대 탑주회의 때는 이런걸 걷은 적이 없다고 한다. 아마도 후대에 생긴 것일 텐데, 그 기원이 어쨌든 간에 이 회비라는 것은 나름대로 탑주회의 의미를 더해주는 중요한 장치가 되어 버렸다.

월 마다 열리는 이 탑주회의의 시작은 각 탑으로 부터 회비를 걷는 것으로 시작된다. 딱히 이들이 이곳에서 돈이 될 만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매월마다 걷힌 회비는 연말에 있을 '올해 최고의 연구'를 뽑는 자리의 상금으로 사용되게 된다.

매해 마다 각 마탑은 마법이라는 신비의 기술을 통해 엄청난 돈을 쓸어담고 있지만 회비로 내는 돈은 마탑의 재산이 아닌 탑주의 개인적인 사비에서 지출 되는 만큼 그 의미가 더욱 깊다. 탑주로서의 체면도 있어 매월마다 내는 회비 또한 그리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없는 정도다.

대부분의 탑주들이 돈에 대한 욕망보다는 새로운 지식에 대한 탐구심이 더 깊은 쪽 이었지만 그렇다고 돈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야 돈이 있어야 새로운 연구를 시작 할 수 있고 마탑을 존속 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월마다 일곱명의 탑주한테서 걷어지는 어마어마한 돈들. 그런데 그런 돈들이 무려 열두번이나 걸쳐지다니. 그렇게 모인 금액은 제국의 황제가 보아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을 이렇게 자극하는 것은 다름아닌 승부욕이었다.

각기 서로 다른 분야를 중점으로 발전해 나간 일곱 마탑.

위계라는 절대적인 개념이 있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것은 마법사로서 개인의 평가가 아닌 자신이 주인이 되어 이끌고 있는 탑에 대한 평가다.

탑주들이 발표하는 자료들은 모두 그들이 손을 쓰지 않고 탑 내에서 가르침을 받은 마법사들이 독자적으로 연구해낸 결과물들이다. 이것은 탑주의 능력이 아닌 그들이 주인으로 있는 탑의 역량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시가 된다.

그렇기에 승부욕이 불 탈 수 밖에 없다.

단순히 가장 뛰어난 마법사를 뽑으라 하면 지금 회의의 의장을 맡고 있는 테오도르 아이올로스를 넘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가장 뛰어난 마탑을 뽑으라고 한다면?

물론 위대한 마법사를 만들어 낸 것도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역대 탑주들 중에서 테오도르 정도의 대마법사가 없었던 마탑은 이 세상에 없다. 지금 여기에 있는 탑주들만 하더라도 천재 중 천재라 불리우는 이들이며 시간만 있다면 언젠가는 그와 같은 위치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재능 보다 자신들이 이끌고 있는 마탑이 내놓는 성과로 승부하기로 한 것이다.

탑주의 자리에 오른 이들의 승부욕을 정상인의 범주에서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고위 위계에 오른 대마법사들로서 누구보다 이성적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 누구보다 어린애 답고 유치 할 수도 있는 이들이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 내가 준비해온 자료를 보라고."

"어차피 지난번과 똑같은 해양 생물들 생태지도 아닙니까."

"아니지!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글루카만 제도에서 잡히는 킹스타 크랩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여기에는 아주 복잡한 이유가 있는데..."

"어차피 결론은 그 킹스타 크랩 못 먹게 된다는 소리 아닙니까. 그걸 여기서 왜 말해요. 당신네 마탑이 있는 게르마니아 해상연합 재상한테나 말하지. 그것보다 이번에 제 제자 중 한명이 만들어 낸 개량 골렘 도식도인데 말입니다..."

"킹스타 크랩은 중대사항이다!"

"아 쫌."

이어지는 청해의 해양 생물 생태지도. 황금의 새로운 골렘 등등 여러가지 아이템들이 나왔지만 아직 연초라서 그런지 그나마 유의미한것은 적염에서 말한 화정석 개량 정제식 정도가 끝이었다.

이제 발표는 돌고돌아 아직 까지 발표를 하지 않은 탑주, 여명의 차례가 왔다.

여명의 탑주. 요하임 에델바이스.

다섯가지 속성을 모두 사용하는 엘리멘탈 마스터로 알려진 그는 언제나 탑주회의에서 혁신적이지는 않아도 괜찮은 아이템 정도는 꾸준히 가져왔기에 몇몇 탑주들은 그의 순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 놓여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에 이곳에 올때 아무것도 준비해오지 않은 사람처럼 말이다.

거기에 이상함을 느낀 탑주들이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보니 확실히 그는 무슨 고민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의장인 테오도르도 요하임이 여태 탑주회의에 참가하면서 이토록 고민이 있어 보이는 얼굴을 하는 것은 처음인지라 걱정을 담아 물었다.

"여명. 자네 무슨 일이 있는겐가. 안색이 좋지 않구만."

"아.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좀."

"저 친구가 좀 팔불출이지 않습니까. 딸아이가 사춘기라도 왔나보죠."

"그런거 아니다."

황혼의 깐족거리는 말에 요하임이 차갑게 대답했다.

'딸 문제구만.'

요하임은 부정했지만 방금전 그 반응을 통해 탑주들은 지금 저런 요하임의 반응이 그의 딸 엘레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엘레나를 비롯하여 탑주들의 자식들은 모두 여기에 있는 이들과 만남을 가진적이 있었다.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엘레나의 모습은 작고 여린 내성적인 성격의 아가씨로 품에 안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귀여운 꼬마 아가씨였다.

그런 아이가 이제 사춘기가 올 나이가 되었다니 탑주들의 얼굴에 아쉬운 빛이 돌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 요하임에게 말을 건내는 이가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딸을 둔 녹음의 탑주 헤론 세피어르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애들이 빨리 크는것 만큼이나 그 시기도 금방 지나갈테니까요. 짜증을 내는 것도 한 순간이랍니다."

이제는 말도 안 붙여주지만요...라고 뒷말을 덧붙이며 그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녹빛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시들어 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말을 꺼내고서는 자기가 우울해 하는 헤론의 행동에 요하임은 황당해 하며 서둘러 헤론의 오해를 바로 잡으려 했다.

"네? 아니, 사춘기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닙니다. 오해 하지 마세요."

"그럼 네가 뭐 때문에 그리 우울해 하고 있는 건데. 네녀석이 그렇게 신경 쓸일이라면 엘레나 그 아이 일 말고 달리 뭐가 있어."

"음..."

모두가 시선을 요하임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탑주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요하임은 작게 입을 열었다.

"딸에게서...연락이 안 옵니다."

***

"다들 괜한 호들갑을..."

요하임은 자신의 집무실을 향해 걸으며 그리 중얼거렸다.

요하임의 말을 듣자 가장 호들갑을 떨던 것은 황혼의 탑주. 프란츠 에르투웬이었다.

'뭐? 연락이 안된다고?? 아니, 너 이자식 왜 여기에 있어!! 당장 딸 찾으러 가야지!'

'아니, 실종된게 아니라 약혼자 집에 보냈는데 연락이...'

'약호오오오온?????? 너 이자식 우리 리처드는!!! 우리 리처드는 어디에 두고 어떤 놈한테 시집을 보내려는거야아아아아!!!!!'

'네 녀석 아들 이름이 왜 튀어나오는지는 모르겠다만 엘레나는 지금 크라우스 영주성에 가 있다.'

'크, 크라우스?? 아서 크라우스 걔네 집에 엘레나 그 아이가 왜 가!! 너, 너희 설마 나한테는 말도 안하고 태중혼약을 맺은거는 아니지?'

'맞다만.'

'이...이 개자식들아!! 아카데미 때도 그렇고 또 나만 빼 놓고 지들 끼리만 놀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 약혼을 논다고 표현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프란츠는 그대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는지 거품을 물어댔지만 다른 탑주들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요하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요하임은 그 시선을 참지 못하고 탑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렇게 얼굴에 티가 났던 것인가."

요새 자신의 딸아이 때문에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은 맞았지만 남들이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딸이 그렇게 위험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고 따지고 보면 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인 소드 마스터의 곁에 있는데 위험할리가 있겠나.

아서에게서 엘레나가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연락까지 받았다. 일단 크라우스 영주성에 들어갔으니 엘레나가 외부의 위험에 노출될 일은 없게 된 것이다.

다만 걱정인 것은 엘레나에게 준 수정구에서 연락이 오지를 않는다는 점이다.

'설마 누군가 의도적으로 연락을 막고 있는 것인가...'

요하임에게 있어 엘레나가 연락을 하지 않는 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엘레나는 언제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이 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자연스래 누군가 연락을 막고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아서는 아닐테고...그러면 그 녀석?"

요하임은 곧바로 고개를 흔들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지워냈다. 엘레나의 약혼자가 될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는 2년전 그날 밤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봐두었다.

제사람들을 구하겠다고 만신창이가 된채로 진흙탕을 구르고 있던 어린 소년의 얼굴은 아직도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그리 무모하게 행동했다가는 괜히 엘레나의 얼굴에 눈물 흘리게 만들까 보자마자 쓴소리를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녀석이었다.

"그럴리 없지..."

몇년 동안 아서에게서 칭찬이라면 모를까 자신의 아들에 대한 걱정은 들어본적이 없다.

그렇게 머릿속을 채우던 잡생각들을 지우고 자리에 앉아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연락을 하고 싶지만 그러다가 오늘 탑주회의 때처럼 그 성의 사용인들에게 이상한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갑자기 수정구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요하임은 이번에는 드디어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생각하고 활짝 웃으며 수정구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거기에 비치는 얼굴을 보고는 부패 흑마법에 걸린 시체 마냥 빠르게 얼굴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우스운 꼴은 대체 뭐냐."

[사람 면전에 대놓고 우습다니. 말이 심하구나.]

"너는 거울을 안보고 사는건가?"

요하임에게 연락이 온것은 다름 아닌 엘레나가 현재 지내고 있는 성의 주인이자 요하임 자신의 오랜 친구인 아서 크라우스였다.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이기는 하다만 오늘 수정구에 비쳐진 아서의 모습은 요하임이 보기에는 노망이 든게 아닌가 싶었다.

"다 커가지고는 머리에 왠 화관을 쓰고 있는 거야."

[이거? 이거 우리 막내가 만들어 준거다. 역시 나를 닮아서 그런지 손재주가 좋은 거 같아.]

"네가 아니라 아르웬이겠지. 어디 피크닉이라도 간거..."

요하임은 말을 하기를 멈추었다. 지금 이 녀석이 자신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작은 아들이 만들어 준 화관만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가 있었다.

"너 설마."

아니나 다를까 수정구 속의 녀석은 옛날과 다름 없는 장난스러운 미소로 자신의 손목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리고 이 팔찌는 우리 며늘아기가 만들어 준...]

"이 씹새끼가."

요하임은 아서가 보여주는 꽃팔찌를 보자마자 욕을 내뱉었다.

여명의 탑이 있는 이 에델바이스 가문의 영지, 메로힘은 매우 추운 기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자생하는 꽃들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요하임은 꽃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서 기후 조절 마법과 거래를 틀고 있는 상인들을 이용하여 성 안에 작은 화원을 만들어 주었다.

그때 딸의 고맙다는 미소는 아직도 요하임이 기억하고 있는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그리고 꽃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 예쁘고 향기가 좋은 꽃을 하나 꺾어 엘레나에게 건내 주었다가 처음으로 딸에게 손으로 맞은 것 또한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저 밉상인 놈이 있는 남부는 다양한 꽃들이 자란다는 것을 요하임도 잘 알고 있다. 젊은 시절에 자주 놀러 갔었고 녀석이 자랑하는 거대한 화원과 영지 곳곳에 있는 꽃밭들 또한 여러번 보았다.

그러니까 저 쪽은 이곳과는 달리 꽃이 그리 귀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널린게 꽃밭이니 엘레나가 여기에 있을 때와 달리 꽃을 엮어 화관을 만들든 꽃팔찌를 만들었든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요하임의 이성은 정확히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아버지로서의 질투심이 눈 앞의 놈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왜 그리 화를 내고...]

"불러."

[뭐?]

"당장 네 아들하고 엘레나 부르라고. 내가 거기로 텔레포트 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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