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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2 (17/17)

Epilogue 2

예식은 청명한 하늘과 초여름의 청량함이 물씬 느껴지는 6월에 치러졌다. 사랑스러운 신부를 꾸미는 일에 다들 데뷔탕트 때의 몇 배로 총력을 기울였기에, 모든 준비를 마친 미라벨라는 싱그러운 작금의 계절보다 더 눈이 부셨다. 반짝이는 백금발을 양옆으로 땋아 올리고 순백의 웨딩드레스로 성장한 그녀에게 모두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아가씨, 아! 이제 이렇게 부르면 안 되는데. 죄송해요.”

“괜찮아, 나도 아직 실감이 안 나는걸.”

“저희는 밖에 나가 있을 테니 출발 전까지 편히 쉬고 계세요.”

미라벨라보다 더 들뜬 얼굴의 로지나가 다른 하녀들을 이끌고 방을 나간 뒤, 그녀는 잠시 동안 혼자 남겨졌다. 결혼식을 앞둔 새 신부가 집을 나서기 전,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을 주는 것이다. 국혼으로 진행되는 큰 행사이다 보니 의연하게 행동하려 해도 왠지 자꾸만 긴장이 되었다.

오늘의 예식은 황궁 내의 가장 넓은 홀에서 열리고, 귀족들은 물론 황실의 친인척까지 모두 참석하여 증인이 될 것이라 했다. 신랑이 먼저 도착해 손님을 치러야 하는 관례에 따라 레이든은 아침 일찍 식장으로 떠났다. 때문에 뒤늦게 출발하는 미라벨라의 에스코트는 에일레스와 르시엘이 맡게 되었다.

“벨, 준비 다 됐니?”

잠시 후, 미라벨라가 혼자 있는 방문을 노크한 사람은 에일레스였다. 그는 안으로 들어서다 말고 잠시 말을 끊은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새하얀 웨딩드레스 차림의 그녀가,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뭐야, 왜?”

문 너머에서 뒤따라 고개를 내밀던 르시엘의 눈이 커졌다. 예장용 정복을 차려입은 그들의 모습 역시 무척 근사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르시엘은, 오늘 그녀와 나란히 버진 로드를 걷고 증인들 앞에 맹세의 키스를 하는 게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이 여전히 분한 듯 몹시 억울해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에일레스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으면서도 막상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마주하니 어쩔 수 없이 씁쓸한 마음이 들긴 했다. 이대로 저만 아는 곳에 가두고 싶은 질투와 타는 독점욕이 없다면 완전히 거짓말이지만, 지금의 균형을 유지하는 건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그에겐 피를 나눈 형제들 역시 소중한 존재였고, 이것이야말로 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이었으니까.

“하, 진짜, 억울해……. 벨라는 나를 제일 좋아하는데!!”

“대체 누가 그래?”

1절만 하지 않는 르시엘을 에일레스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내가, 오늘 사람들 앞에서! 그 뭐냐, 맹세의 키스…… 진짜 잘할 수 있었다고. 키스도 내가 제일 잘하는데…… 크.”

“솔직히 너 진짜 양심 없는 거 알아?”

“아, 르시엘 오라버니…….”

그러나저러나 미라벨라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세 사람 모두를 법적인 남편으로 맞을 수 없다는 사실에 줄곧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어쩔 수 없는 일에 그녀를 탓할 수도 없는지라 르시엘이 약간 툴툴거리며 말했다.

“미안하면 나랑 먼저 한번 해.”

“뭐, 뭘요?”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한 미라벨라를 향해 그가 입꼬리를 삐딱하게 올렸다.

“벨라, 무슨 음탕한 생각을 하는 거야? 당연히 맹세의 키스를 말하는 거지.”

“……읏! 에일레스 오라버니, 도와주세요!”

르시엘이 성급하게 미라벨라를 번쩍 들어 올렸다. 공중에 뜬 그녀가 드레스가 망가질까 봐 바둥거리며 에일레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웬일인지 이번에는 그도 쉽게 나서 주지 않았다. 연장자의 품위를 지키며 태연하게 굴었지만, 사실 심술이 나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라서.

오늘따라 두 오라버니의 손발이 어찌나 척척 맞는지, 방 안에서 도망치는 미라벨라를 한겨울에 토끼몰이하듯 단숨에 붙잡았다. 물론 키스만으로 끝날 리는 없었고, 오래지 않아 방 안은 미묘하고 야릇한 기운으로 가득 차고 말았다.

“후으, 좋네.”

“하으…… 오라버니! 정말, 안 된다고 했잖아요!”

다행히 두 오라버니에게 시달리는 사이 예식에 대한 극도의 긴장감은 완전히 사라졌으나 거울을 확인한 미라벨라는 울상이 되었다. 드레스의 경우 누가 안으로 기어들어 가 구겨진 치맛자락만 다시 정돈하면 괜찮을 것 같았지만, 입술 주위의 화장은 완전히 먹히다시피 하여 흔적도 없이 지워지고 말았다.

“아, 아가씨…….”

“어떡하지? 벨이 배고플 것 같아서 내가 케이크를 가져다줬거든. 미리 물어봤어야 했는데.”

제 아가씨를 보고 기함하는 로지나에게 에일레스가 애써 변명했다.

“로지나, 미안해…….”

“화장 안 해도 예쁜데, 왜.”

이건, 르시엘이 낮은 음성으로 툴툴대는 소리였다. 그에게 얼른 눈치를 준 에일레스가 미안한 얼굴로 로지나를 돌아보았다. 사비로 추가 보수를 주려는 듯 그가 지갑을 꺼내 들었다.

“음, 벨은 피부가 워낙 고와서 다른 곳은 두고 입술만 다시 바르면 될 것 같긴 한데. 미안하지만 한 번만 더 수고해 줘, 부탁할게.”

* * *

다행히 예식 시간까지는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황제 부부를 비롯하여 수도의 내로라하는 귀족들과 에펠 공국 측 인사들까지 모두 참석한 성대한 결혼식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솔직히 말해, 결혼식이 진행되었던 과정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지나치게 근엄하고 격식을 차린 분위기에 눌려서일 수도 있고, 하얀 수염을 턱 아래까지 기른 나이가 지긋한 대신관의 기나긴 주례가 나중엔 거의 자장가처럼 들렸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게다가 일반적인 예식이 아닌 국가 간 정혼의 특성상, 정해진 의례에서 어느 것 하나 생략하는 법 없이 수많은 절차가 이어졌다. 특히 레이든이 제국어와 에펠 공국의 공용어로 각각 번역하고 암기하여 대신관 앞에서 봉독한 결혼 서약은 약간 과장을 보태, 체감상 거의 책 한 권은 나올 듯싶었다. 그것을 듣던 르시엘은 질겁한 얼굴로 곁에 있던 에일레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와, 지금 저 자리에 있는 게 내가 아니라 큰형이라 진짜 다행이야.”

이처럼 대부분의 과정이 남의 집 행사처럼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미라벨라는 레이든의 손을 잡고 버진 로드를 되돌아 나오던 길만큼은 확실히 기억할 수 있었다. 바로 옆에서 손을 꼭 잡아 주던 사랑하는 연인과, 가장 가까운 가족석에 앉은, 마찬가지로 그녀가 사랑하는 두 남자의 모습도.

앞으로 그녀가 걷는 모든 길에는 평생 이 세 남자가 함께할 테니까.

“하, 드디어 끝났군. 죽는 줄 알았네.”

모든 의식을 마치고 여행을 떠나는 길은 무척 후련했다. 가족 여행을 가장한 네 사람이 함께하는 신혼여행. 치렁치렁한 드레스 대신 새하얀 원피스로 갈아입은 미라벨라 역시 한층 더 가벼운 마음이 되어 밝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아니, 대신관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중도에 사역을 포기하는 사제들이 꽤 있다더니, 역시 그래서…….”

“설마.”

마차 안에서부터 마음껏 흐트러진 르시엘의 불경한 언사에 에일레스가 눈을 흘기며 웃었다.

“사실 성가대가 네 곡째 부르기 시작했을 땐 나도 좀 힘들기는 했어. 계속 일어났다 다시 앉느라 잠들 겨를은 없었지만.”

“노래 말고 거기서 레이든이 춤이라도 췄으면 참 좋았을 텐데.”

“르시엘, 좀 닥쳐 줬으면 좋겠는데.”

창밖을 바라보던 레이든이 결국 인상을 쓰며 한마디 했다. 무르익은 포도알을 하나하나 벗겨 미라벨라에게 먹여 주던 에일레스가 물었다.

“참, 레이. 우리가 가는 곳에도 온천이 있다고 했었나.”

“그래, 해수를 끌어다 데워서 사용하는 방식이야. 미리 준비해 두라 했으니 저녁에 도착하면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이날을 위해 오라버니들은 바닷가 근처의 풍광이 좋은 저택을 새 별장으로 구입했다. 푸른 바다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한 아름다운 별장. 외국 출신의 귀족이 이전 주인이었던 넓은 저택에는 해수를 사용한 제법 큰 전용 사우나도 속해 있다고 들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예식을 치르느라 몹시도 지친 미라벨라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구경할 틈도 없이 잠이 들고 말았다. 몇 시간이 지나 깨어났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린 뒤였다. 아래층으로 내려왔지만 오라버니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각자 방에서 쉬고 있거나 온천에라도 갔을 거라 생각하며 그녀는 혼자 늦은 저녁을 먹었다. 거의 다 먹었을 무렵, 문이 열리고 세 오라버니가 안으로 들어왔다.

“미라벨라, 잘 잤나?”

“일부러 안 깨웠는데. 벨라, 많이 피곤했어?”

“오라버니! 저녁은 드셨어요?”

“응, 우린 아까 간단히 했어.”

에일레스가 그녀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 안으며 토닥였다.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본격적인 관광은 내일부터 하고, 오늘은 온천욕을 한 뒤 쉬기로 할까? 따뜻하게 몸을 담그면 잠도 잘 올 테니까.”

“네, 좋아요.”

“그 전에 같이 갈 곳이 있어.”

“가야 할 곳이요?”

미라벨라가 영문을 모르고 오라버니들을 따라 도착한 곳은, 저택의 후원 안쪽에 위치한 작은 예배당이었다. 어둠만이 깃든 소박하고 적막한 공간. 하지만 불을 켜자 생화를 장식한 웨딩 아치와 버진 로드로 꾸며진 식장이 눈에 담겼다. 동글동글한 장미와 연핑크 빛 아스틸베가 믹스된 부케를 건네주며 에일레스가 속삭였다.

“여기서 ‘진짜’ 결혼식을 올리려고.”

“넷이 함께, 미라벨라.”

“아, 오라버니들…….”

“벨라! 저 웨딩 아치는 내가 만든 거야. 네가 좋아하는 꽃만 골랐는데, 마음에 들어?”

르시엘이 칭찬을 듣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뿌듯한 얼굴로 다가왔다.

“너무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 오라버니…….”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밤의 예배당. 오라버니들이 직접 꾸민 작은 공간에서 치러진 네 사람만의 결혼식. 미라벨라는 생각했다. 영원히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거라고.

화려한 식장도, 높은 신분의 하객도, 눈부신 조명과 대신관의 축복도 없었지만 진심과 사랑이 담긴 맹세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짜였다. 이제 정말 이 사람들과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가족이 된 것이다. 너무 행복해도 눈물이 나는 걸까? 기쁜 얼굴로 활짝 웃고 싶은데, 어째서인지 자꾸만 눈가가 뜨거워졌다.

“그럼 이제 초야를 치르러 가 볼까?”

“어, 엇! 읏, 오라버니!”

그때, 르시엘이 뒤에서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리는 바람에 나오려던 눈물은 쏙 들어갔다. 물론, 잠시 후 그들에게 이끌려 간 장소에서 미라벨라는 또다시 울 때까지 시달리고 말았지만.

* * *

별장에 속해 있는 온천은 생각보다도 규모가 훨씬 컸다. 네 사람만을 위한 넓은 욕장. 물기 어린 벽면에는 그보다 더 촉촉이 젖은 미라벨라의 숨소리가 한참 전부터 끊임없이 맞부딪혔다.

“아흑! 아, 오라버니! 하으……!”

아직 침실로 들어서기도 한참 전인데, 르시엘의 단단한 허벅지에 올라 앉혀진 그녀는 위아래로 정신없이 들썩이고 있었다. 벌써 여러 차례 절정을 맞은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해수욕을 한 보람도 없이 얼굴은 이미 눈물로 엉망이었다. 주변을 온통 메운 더운 증기에 안 그래도 가쁜 숨이 더 탁탁 막혀 왔다.

꿰뚫린 밑구멍으로 오라버니의 흉포한 성기가 드나들어 아랫배가 불룩해졌다. 얇은 뱃가죽이 르시엘의 성기 모양대로 아로새겨지는 듯한 감각이 두려워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배 속이 뒤집히고 몸 안의 장기가 죄다 멋대로 헤집어지는 것 같았다.

“크으, 벨라…… 왜 더 좁아진 느낌이지? 으윽.”

“흐윽, 아, 읏! 싫어, 흑, 보지 마세요……!”

가느다란 등 뒤로 두꺼운 근육질의 가슴이 맞닿아 거세게 피스톤질 할 때마다 맨살끼리 철썩 맞부딪혔다. 양껏 사랑받은 증거로 온통 발긋발긋한 성애의 흔적이 가득한 희고 부드러운 알몸. 그녀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앉은 르시엘이, 커다란 손을 뽀얀 허벅지 안쪽에 넣어 양쪽으로 활짝 벌렸다.

들썩이는 엉덩이를 조금도 물릴 수 없도록 허벅지가 단단히 붙잡힌 탓에, 감추고 싶은 신체의 부끄러운 부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예를 들면 오라버니의 굵은 좆이 한창 들락거리고 있는 결합된 부위라든가, 그때마다 붉은 속살이 죽 딸려 나오는 구멍 주위로 희뿌연 거품이 일어 주변의 음모까지 엉겨 붙은 모습이라든가. 그 음란하고 자극적인 광경은 바로 앞에서 두 오라비가 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안 봐, 벨.”

작은 상자를 들고 가까이 다가온 에일레스가 양옆으로 넓게 벌어진 두 다리 사이에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르시엘, 잠깐만 멈춰 봐. 신부를 꾸며 줘야지.”

“하, 크읍! 가만있어도 쌀 거 같아.”

“흐읍, 하아…….”

“보석 달아 줄게, 벨.”

르시엘이 일그러진 얼굴로 사정감을 참는 동안, 미라벨라는 굵은 성기를 아래에 품은 채 가까스로 숨을 쉬었다. 에일레스가 꺼내 든 건 도통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보석 세 개였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것보다는 훨씬 작은 크기의 동그란 유리구슬. 속이 텅 비어 있는 그것의 한쪽 면에는 수상한 구멍마저 나 있었다.

“자, 다 됐다.”

“아흑! 읏, 오라버니, 이건, 흡, 느낌이 이상해요……!”

뽀얀 젖가슴의 정점에 바짝 선 앙증맞은 유두. 매일같이 깨물려 끄트머리가 빨개졌지만 본래는 사랑스러운 분홍빛인 미라벨라의 젖꼭지에 속이 텅 빈 동그란 구슬이 각각 끼워졌다. 크기가 더 작은 마지막 하나는 발그레한 빛을 띤 또 다른 작은 돌기에 채웠다. 새하얀 두 다리 사이, 소음순 위쪽의 음모를 걷고 속살을 벌려 드러난 앙증맞은 음핵에.

“예쁘다, 우리 벨.”

“흐윽! 싫어, 아, 흣……!”

에일레스의 마나와 반응하여 찌르르 울리는, 마력석을 제련하여 만든 진동 구슬. 가장 민감하고 여성스러운 성감대 세 곳에 전부 음란한 장난감을 착용한 미라벨라가 전신을 타고 흐르는 쾌감에 숨을 할딱였다. 투명한 유리구슬 표면으로 그 안에 끼워진 수줍은 신체 부위 고유의 색감이 고스란히 내비치는 모습은 더없이 야릇했다. 그 색정적인 광경을 물끄러미 관찰하던 에일레스가 구슬이 끼워진 상태에서 음핵을 꾹 누르자, 미라벨라가 작은 발끝을 바둥거리며 참아 내지 못한 가느다란 비명을 내보냈다.

“하으, 흑! 흐아…… 잠깐만요! 흣, 오라버니…….”

회음부까지 팽팽해질 정도로 벌어진 아래는 이미 바늘 하나 들어올 공간조차 없이 르시엘의 것으로 막혀 있었다. 젖은 질구 주위를 손으로 애무하던 에일레스가 어느 순간 두툼한 귀두를 직접 대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묽은 선액이 배어 나와 끈적한 선단이 들어갈 곳을 찾으려 제 몸을 쿡쿡 찔러 댔다. 곧이어 꽉 차 있는 입구를 비집고 또 하나의 성기가 추가로 안을 파고들었다.

“아, 안 돼……! 흡! 아흑, 아, 흐읍!”

비좁은 구멍을 힘겹게 벌려 내며 안으로 푹, 푹 밀고 들어올 때마다 미라벨라는 밭은 숨을 토해 내며 자지러졌다. 가까스로 눈을 뜰 때마다 레이든과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창피한 마음이 훨씬 더했다. 그는 정면에서 보이는 넓은 대리석 온탕 안에 여유롭게 기대어 앉아 두 사람에게 동시에 박히고 있는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야릇한 소리를 내지르다가 문득 눈을 뜨면 짙푸른 눈동자가 여지없이 이쪽을 향해 있었다. 그게 무척 부끄러웠지만, 그나마 같이하려 들지 않는 걸 고맙다고 생각해야 할까.

마침내 한계까지 열려 버린 미라벨라의 가엾은 그곳에 두 오라버니의 굵은 성기가 뿌리까지 한 번에 파묻혔다. 벅찬 삽입감을 호소하며 입구의 얇은 속살이 파들대고 턱 끝까지 차오르는 묵직한 부피감에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움직이려 하자 미라벨라가 필사적으로 도리질했다.

“하읏, 아, 흐으…… 자, 잠깐만, 오라버니! 우, 움직이지 마세요, 읏.”

“쉬이, 괜찮아, 벨. 전에도 몇 번 했었잖아.”

“크, 읏. 어째 갈수록 좁아지는 느낌이긴 하지.”

꽉 조이는 압박에 르시엘이 잔뜩 인상을 썼다. 그는 새하얀 허벅지를 움켜쥔 손을 고쳐 잡고 양다리를 최대한 벌려 물리적인 공간을 넓혔다. 에일레스는 바짝 긴장한 질구를 풀어 줄 겸 음핵을 조인 구슬을 제 마나와 반응시켜 세게 진동하게 하고, 손을 아래로 내려 회음부를 부드러이 문질러 주었다. 미간을 지그시 좁히며 서서히 허리를 흔들던 그가 점차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울음 섞인 가느다란 신음이 더욱 커졌다.

“아, 흐으……! 그, 그렇게 빨리는…… 아흑!”

두 개의 성기를 한 번에 받아 낸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은 격렬한 쾌감은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

민감한 지점을 쑤시고 들어왔던 하나가 내벽을 죽 긁으며 빠져나가면, 찰나의 쉴 틈도 주지 않고 또 다른 하나가 푹 처박히며 점막을 치댔다. 타이트한 질벽을 두 개의 커다란 성기가 꽉 채우고 엇박으로 고루 짓찧을 때마다 울퉁불퉁한 핏대와 갈라진 귀두의 모양까지 전부 느껴지는 듯한 선명한 감각.

오라버니들 사이에 갇혀 정신없이 들썩이던 미라벨라는 결국 부끄러운 소리를 내지르며 또다시 깊은 절정을 맞이했다. 여린 몸이 바르르 떨리다가 축 처진 것과 거의 동시에 그녀를 범하던 두 남자도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주위를 가득 메운 수증기와 대리석 욕탕 안에 그득한 온수보다도 더 뜨겁게 느껴지는 희뿌연 액체가 미라벨라의 질 안 깊숙이 느릿하게 퍼져 나갔다.

“흐으, 아…….”

미라벨라는 두 오라버니가 파정한 뒤로도 후희를 빙자하여 실컷 애무당한 뒤에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그녀를 씻겨 주겠다며 입욕제를 가지러 간 에일레스가 멀어진 뒤였지만, 은밀한 곳마다 채워진 세 개의 음란한 구슬은 여전히 찌릿하게 울리며 그녀에게 자극을 주었다. 완전히 지친 미라벨라가 덜덜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몸을 지지하려는데, 바로 옆의 온탕에서 레이든이 일어섰다.

“읏, 오라버니!”

그는 보기 좋게 균형 잡힌 탄탄한 나신을 전부 드러내고도 평소와 다름없이 당당했다. 똑같이 발가벗은 미라벨라만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을 뿐. 제 알몸을 보이는 것도, 그의 몸을 보는 것도 부끄러웠지만 무엇보다 아까 다른 두 오라버니와 몸을 섞을 때 자꾸만 눈이 마주쳤던 일이 떠올라서였다.

그녀는 아직도 제 몸에 음란한 장난감을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 작은 두 손으로 얼른 젖가슴을 가렸다. 그것들은 여전히 찌릿찌릿 울리며 자잘한 쾌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젖어 있는 귀여운 음모 사이에서 언뜻언뜻 반짝이는 작은 보석을 레이든이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미라벨라, 꽤 힘들어 보이는데.”

“오라버니, 저, 아흣…….”

“풀어 줄까.”

“…….”

혼자서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았기에, 미라벨라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든이 대리석 욕탕 가장자리를 눈짓했다.

“저길 잡고 엎드려.”

“하읏…….”

한참이나 찌릿하게 울리던 구슬이 제거된 뒤에도 잔뜩 민감해진 부위는 여전히 홧홧했다. 부드러운 젖가슴 중앙의 유두는 새빨갛게 부풀어 올랐고, 차마 보진 못했지만 화끈거리는 음핵도 비슷할 것 같았다. 미라벨라가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그대로 상체를 숙인 채 손을 짚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그가 뒤에서 낭창한 허리를 감싸 안았다. 두툼한 탄력을 지닌 무언가가 몸을 깊게 찔렀다.

“오, 오라버니? 왜…….”

“명색이 초야인데, 그냥 보내 줄 줄 알았나?”

“……아흐윽!”

불그스름한 젖은 귀두가 엉덩이 사이에 문질러지는가 싶더니 당연하다는 듯 음부로 푹 처박혔다. 묵직한 귀두가 단번에 가장 민감한 스폿을 때리는 감각에 미라벨라가 우는 소리를 냈다. 이미 녹진하게 풀린 질구를 능숙하게 쑤시며 손을 앞으로 한 그가 음핵을 익숙하게 더듬었다. 철퍽철퍽, 젖은 살이 마찰하며 맞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복숭아처럼 뽀얀 엉덩이가 발갛게 물들 즈음, 그녀의 숨소리가 가파르게 흩어지며 기어이 울음이 터졌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온천욕을 하고 일찍 쉬라던, 다정한 오라버니이자 남편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 뒤로도 미라벨라는 지칠 줄 모르는 세 오라버니에게 한참 동안 시달려야 했다. 작은 얼굴이 흥분으로 흐른 눈물에 엉망이 되고, 은밀한 구멍을 한껏 벌려 납작한 아랫배가 부르도록 오라버니들의 씨물을 받아 삼킬 때까지.

“하아…….”

별장에 속한 프라이빗 욕장은 제국에는 드문 해수 온천이었다. 세 남자에게 사랑받은 흔적이 가득 새겨진 몸을 탕에 담그자 적당한 온도의 더운물이 따스하게 감싸 주었다. 한참을 혹사당한 아래는 여전히 욱신거렸지만 그만큼 쾌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서, 절정 이후에 찾아드는 충만하고 노곤한 기분에 서서히 잠이 쏟아졌다.

“벨, 이리 와. 씻겨 줄게.”

완전히 기진맥진한 그녀를 에일레스가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참 나, 무슨 소리야? 막내끼리 짝지어 등 밀어 주라던 건 언제고.”

이번엔 르시엘이 성급하게 제 쪽으로 잡아당겼다. 반쯤 졸면서 두 사람 사이를 오가다가 그만 중심을 잃고 만 미라벨라가 넘어진 곳은, 다름 아닌 레이든의 너른 가슴 안이었다.

잠시 후, 해수욕의 효과로 약간 기운을 차린 그녀가 비로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저, 에일레스 오라버니. 결혼반지에 세팅된 마력석의 특수한 효능이 뭐예요? 다른 오라버니들은 알고 계신 것 같던데…….”

“아, 그래. 예식이 끝나면 말해 주기로 했었지. 사실 그 마력석의 원래 기능은 몇 가지 치명적인 독이나 수면 향을 무력화하는 효과가 있는 거였어. 우리가 반지에 넣을 스톤으로 그걸 고른 것도 그 때문이었고. 부가적인 효능은 나도 이번에 연구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거라서, 공개되진 않은 사실이야.”

에일레스는 얼른 답을 주지 않고 은근한 미소를 띠었다.

“쉽게 말하면, 유전자를 묶어 주는 거야. 넷이 같은 반지를 지니고 관계를 가지면 세 사람의 정이 모두 섞여 자궁 안으로 흡수되거든. 즉, 태어나는 아기가 여러 아버지를 둘 수 있게 되는 거지.”

“……정말 그런 게 가능해요?”

“그 대신 수정될 때뿐만 아니라 임신 기간 중 체내로 들어오는 정액도 아기가 전부 흡수하게 돼. 그걸 먹고 자란다고 설명하면 좀 그런가? 물론 엄마와 이어진 탯줄로도 영양을 공급받지만, 쉽게 말하면 아기가 꾸준히 공급받은 정액의 양도…… 태아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지.”

“아, 진짜? 그건 몰랐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르시엘이 끼어들었다.

“그럼 태어날 애가, 그걸 제일 많이 한 사람을 닮을 거란 말 아니야? 임신이 된 후에도 말이지.”

“맞아, 르시엘. 우리 모두 생물학적 아버지가 되겠지만, 내가 백 번 하는 동안 네가 한 번 하게 되면 아기는 널 손톱만큼만 닮게 된다는 뜻이지.”

“왜 예를 들어도 꼭 그렇게 들어?”

르시엘이 무척 못마땅한 듯 인상을 팍 썼다.

“하지만 아직은 안 돼. 미라벨라는 출산을 하기엔 너무 어려.”

미라벨라의 어깨를 한 번 꾹 쥐었다 놓으며 레이든이 엄격하게 경고했다. 그가 다른 두 동생들을 둘러보았다.

“적어도 몇 년간은 나도 조심하겠지만, 너희들 모두 명심하도록.”

“그래, 맞아. 일단은 신혼을 즐기는 게 제일 좋겠지?”

“하긴, 애가 애를 낳게 할 순 없으니까……. 그럼 그 구역질 나는 피임 차를 계속 마셔야겠군. 어디다 뒀더라?”

“아니에요, 오라버니.”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르시엘을 만류하며 미라벨라가 속삭였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빨리 엄마가 되고 싶어요.”

“정말이야, 벨라?”

“성 루베이도 학원에서 지낼 땐 늘 외로워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가족을 아주 많이 만들어서, 집이 항상 북적이면 좋겠다고……. 지금은 물론 괜찮지만, 오라버니들을 닮은 아기가 얼마나 귀여울지는 무척 궁금해요.”

그녀의 말에 세 오라버니들의 낯에는 안쓰러운 감정이 스쳐 갔다. 그와 동시에, 어딘가 그들 사이를 미묘하게 팽팽하게 만드는 긴장감도. 게다가 제 아기를 가져 배가 부푼 미라벨라라니, 종종거리며 걷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저, 그리고 이건 그냥 생각만 해 본 건데요…….”

어째서인지 미라벨라는 아기를 갖고 싶다고 말할 때보다 더 수줍은 얼굴이 되었다.

“……아기가 자라서 공부할 나이가 되면, 너무 일찍 기숙 학교에 보내기보다는 제가 직접 가르치고 싶어서요. 그래서 말인데, 기존 ‘라이오넬 공작가의 가정 교육 지침서’를 좀 보완해서 쓰면 어떨까요? 제가 공부하다 보니 예전과 바뀐 자료들도 꽤 있고…….”

“아하, 개정판을 집필하겠다는 거로구나.”

“맞아요, 솔직히 제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자신이 없긴 하지만요.”

“무슨 소린가. 넌 현 라이오넬 공작 부인이니 당연히 그럴 자격이 있지.”

“우리 모두 도와줄게, 벨.”

“그럼, 벨라. 그리고 체력 단련은 꼭 넣어. 여자애든 남자애든 내 자식이라면 무조건 튼튼해야지.”

“그럴게요, 오라버니.”

레이든이 그녀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고, 르시엘이 기특하다는 듯 뺨을 잡아 죽 늘렸다. 어딘가 잔뜩 기합이 들어간 그가 기세 좋게 외쳤다.

“좋아, 벨라. 아기를 잔뜩 낳고 싶다고 했지? 나만 믿어. 어디 한번, 기사단을 꾸려 보자고.”

“네? 그, 그렇긴 하지만 기사단을 만들 정도는 무리예요!!”

“하, 역시 그런가? 하긴, 벨라는 너무 약하기도 하고…….”

자신의 경솔함을 탓하는 얼굴로 제자리에 앉은 그가 다시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돌아보았다.

“에일레스! 혹시 남자가 애를 낳게 하는 방법은 없어? 내가 대신 낳아야겠는데.”

“연구해 볼게.”

경쾌하게 답한 에일레스가, 미라벨라를 부드러이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넌 정말 좋은 엄마가 될 거야, 착한 아가.”

“하지만, 저는…….”

“응?”

“오라버니들의 아내가 된 게 가장 좋은걸요.”

진심을 담은 사랑스러운 연인의 고백.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드러운 입맞춤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봄날의 바람보다 더 따스하고 달콤한 키스였다.

벨, 벨라, 미라벨라.

사랑해.

사랑이란 단어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해 주는 마법의 주문이 아니라는 걸 미라벨라는 알았다. 삶이란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도, 늘 행운만 지속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도.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수많은 동화책과는 완전히 다른 게 우리의 인생이기에,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에 더 나은 엔딩을 만들고자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사랑을 선택한 그들에게 앞으로 펼쳐질 날들은 서로의 더 많은 이해와 노력을 요하리라. 때로는 거친 풍랑을 만난 듯 힘든 일도, 따가운 태양 아래를 걷듯 외로운 시간도 존재할 수 있겠지만 그 모든 게 두렵지 않은 건,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미라벨라에겐 이제, 그녀가 가는 길이라면 그 어떤 곳이라도 기꺼이 함께하며 나란히 걸어 줄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다. 세상 누구보다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그리고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 세 남자가.

『라이오넬 공작가의 가정 교육 지침서』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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