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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1-3. 레이든 (16/17)

Epilogue 1-3. 레이든

“아가씨! 세상에, 아직도 잠자리에 들지 않으신 거예요?”

늦은 밤, 미라벨라는 식자재 구입과 지출 현황을 기록한 장부를 점검하던 중이었다. 마침 불을 꺼 주러 왔던 로지나가 그 모습을 보고 잔소리를 해 댔다. 결혼식이 며칠 뒤인데 새 신부가 까슬한 얼굴로 식장에 들어설 거냐며 한바탕했지만, 그 말에 담긴 애정만큼은 듣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것만 보고 자려고 했어. 왜 항상 뭔가 하나씩 빠트린 느낌이지?”

“하지만 이런 큰 집의 살림은 경험 많은 귀부인들도 해내기 어려운걸요.”

로지나는 뿌듯한 눈으로 제가 모시는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지금도 너무 훌륭하게 잘하고 계세요, 아가씨.”

식을 올리기 전부터 미라벨라가 공작저의 내부 살림을 맡게 된 건, 그녀가 원해서였다. 여러 가지 사업 진행과 영지 관리만으로도 바빠 늘 늦은 시간까지 일에 몰두하는 레이든을 돕고 싶었기 때문에.

‘빨리 일을 배워서 오라버니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공작 부인의 자리가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관계로, 가문의 안주인이 맡아 해야 할 일마저 모두 그의 차지였다. 에일레스와 르시엘이 일부 분담하고 있었으나 그들도 각자의 일이 있었기에 여유롭지는 않았다. 물론 레이든은, 결혼 후에도 자신이 하면 되니 천천히 배워도 괜찮다며 부담 갖지 말라 했지만.

“그래도 내일부터는 제발 일찍 주무세요. 공작님께서도 그렇고, 아가씨까지 이러시면 부부가 둘 다 일중독이라는 소리를 들을 거예요.”

“로지나, 오라버니가 아직도 집무실에 계셔?”

“아까 계단을 내려올 때 불이 켜져 있는 걸 보았으니까, 한창 일하는 중이실걸요.”

이번에는, 그녀가 다른 걸 지적했다.

“그나저나 아직도 그렇게 부르시면 어떡해요! 며칠 뒤면 부군이 되실 분인데요.”

“하지만 이미 호칭이 입에 붙어 버려서 아직은 어색한걸…….”

“하긴, 저도 마님보다는 아가씨라 부르는 쪽이 익숙하긴 하지만요.”

조금 전부터 미라벨라의 얼굴빛은 미묘하게 어두웠다. 지난 2년간 그녀를 모신 충직한 시녀답게, 로지나는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걱정 어린 기색을 알아차렸다.

“아가씨, 공작님께서 건강이 상하실까 봐 염려하고 계신 거죠?”

잠시 후, 로지나가 웃음 띤 얼굴로 은근하게 권했다.

“그럼 직접 차라도 가져다드리면 어떠세요?”

“……차?”

“피로 회복에 좋은 차를 올려 드리는 김에 두 분이 담소도 나누시고요. 결혼식 준비까지 겹쳐 근래에는 제대로 데이트도 하지 못하셨잖아요.”

“하지만 지금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며 머뭇거리자, 로지나는 다시 한번 장난스럽게 권했다.

“좀 늦은 시간에 만나면 또 어때요? 어차피 곧 부부가 되실 사이신데.”

그 말에 금세 발갛게 달아오른 제 아가씨가 귀여워 그녀가 한마디를 더 얹었다.

“그리고 요즘은, 혼수로 아기를 준비하는 경우도 많대요. 저도 빨리 아기 공자님을 보고 싶답니다! 날도 잡혔겠다, 흠이 될 일도 아니니 괜찮으시면 오늘 밤…….”

“……로, 로지나!”

미라벨라가 사과처럼 새빨개진 얼굴로 말을 막았다. 세 오라버니들과 이미 온갖 일을 다 했으면서도 아기 얘기가 나오면…… 왠지 부끄러웠다. 원래 아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제 배 속에 새로운 생명이 싹튼다는 것도, 그 안에서 열 달을 품고 길러 사람을 만들어 낸다는 것도 아직은 믿어지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제게 과연 엄마가 될 자격이 있는지도.

“나, 금방 올라갔다 올게!”

로지나가 또다시 입을 열기 전에 그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똑똑.

“들어와.”

읽고 있던 서류에서 천천히 눈을 든 레이든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미라벨라를 응시했다. 안경을 벗어 옆에 내려놓고 시각을 확인하던 그가, 우아한 콧날 옆을 꾹 누르며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미라벨라, 아직까지 자지 않고 있었나?”

“네, 오라버니. 할 일이 조금 남아서요.”

“너무 늦었군. 다음 날의 일정에 차질이 없으려면 일찍 자야지.”

레이든은 그녀가 들고 있는 도자기 찻잔에 흘끗 시선을 주며 짧게 말했다.

“그런 건 네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째서일까. 그의 앞에만 서면 왠지 아직도 꾸중 듣는 어린 여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 미라벨라는 기분이 약간 가라앉았다. 레이든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분명 그를 무척 사랑하고 있었지만, 결혼을 앞두고 심란한 마음은 가끔 종잡을 수 없이 뻗어 나가곤 했다.

“미라벨라, 전에도 몇 번 말했지만 내부 살림을 맡아보는 일에 부담 가질 것 없어.”

그녀는 며칠 전 작성한 예산안 보고서를 그에게 최종적으로 보여 주려 옆에 끼고 있었다. 그걸 보고 뭔가 어려움을 겪어 이 밤에 찾아왔다 여겼는지 레이든이 차분히 말했다.

“네가 버겁다면 언제든 이야기하도록. 나는 괜찮아.”

“…….”

“그 말을 하러 온 게 아니었나?”

“오라버니, 저는 단지 차를 드리러 온 거예요.”

미라벨라는 쟁반 위에서 예쁜 찻잔을 들어 올려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찰랑찰랑한 따스한 색감의 노란 찻물에서 부드러운 사과 향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캐모마일 티가 피로 회복에 좋다고 해서요.”

“내가 피곤하다는 말을 했던가.”

“아니요, 그냥 제가…… 내조를 하고 싶어서요.”

“……내조?”

순간 다소 굳어 있던 레이든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보일 듯 말 듯 옅은 웃음을 잠시 머금은 것 같기도 했다.

“그래. 고마워, 미라벨라.”

“되도록 일찍 주무세요. 매일 이러시면 건강을 해치실까 봐 걱정돼요.”

서류가 잔뜩 쌓여 있는 고풍스러운 마호가니 책상 위에 찻잔을 올려놓으며 미라벨라는 로지나가 제게 하는 것처럼 조잘거렸다. 잔소리를 듣던 입장에서 하는 입장이 되니, 그것도 또 나름대로 괜찮았다.

“침실보다는 집무실을 더 좋아하실 거라 듣긴 했지만, 정말 이 정도이실 줄은 몰랐…….”

턱.

무심코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 나가려는데, 가느다란 손목이 턱 붙잡혔다. 당황한 미라벨라가 손을 흔들어 보았지만 단단한 팔에 잡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뒤돌아보니, 그가 다소 굳어진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저, 그게…….”

혹시 제가 생각 없이 한 말 때문에 오라버니들이 싸우게 되는 건 아닐까 염려되어 작은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말해.”

“실은, 에일레스 오라버니가 예전에…….”

미라벨라는 그에게 잡힌 팔을 빼려 안간힘을 쓰며 꼼지락거렸다. 그런데, 왠지 점점 더 그가 있는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는 기분이…….

“그래?”

“읏, 이 손 좀…….”

“에일레스가 사람 보는 눈이 있군.”

“……흐읏!”

바닥을 딛고 있던 두 발이 바둥거릴 새도 없이 위로 높이 떠올랐다.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미라벨라의 작은 몸을 단숨에 들어 올린 그가, 조금 전까지 자신이 업무를 보던 책상 위에 그녀를 내려놓았다.

“그런 말을 듣고도 이 시간에 여기 왔다는 건…….”

눈앞에는 무척 중요해 보이는, 결코 구겨져서는 안 될 듯한 서류가 가득했다. 가장자리에 놓아둔 찻잔이 혹시 넘어질까 걱정되기도 했고. 미라벨라는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손바닥을 짚고 엎드려 있었다. 뒤에 선 그가 그녀의 몸 위로 상체를 숙이자 내밀한 숨결이 뒷덜미를 스쳤다.

“……직접 알아보고 싶다는 뜻이었나?”

“그게 무슨…… 흐읏!”

긴 스커트가 뒤에서부터 휙 걷어 올려졌다. 매끈하고 뽀얀 다리와 둔부, 가느다란 허리까지 여과 없이 노출되는 감각. 순식간에 아래가 서늘해진 느낌에 적응할 겨를도 없이, 양쪽으로 묶인 속옷의 매듭이 풀려 다리 사이를 빠져나갔다. 앞쪽에도 잘 정리된 서류가 잔뜩 쌓여 달아날 곳은 없었다. 그녀는 단지 작은 숨을 삼키며 다가올 일에 대비할 뿐이었다.

미라벨라는 분명 레이든이 평소 선호하는 뒤돌린 자세로 곧장 삽입할 거라 생각했다. 그는 봐주지 않고 단번에 끝까지 꿰뚫어 버겁도록 쑤시고 들어오는 경우도 잦았기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며 바닥을 지지한 손바닥과 무릎에 힘을 주었다.

“……흣!”

하지만 다음 순간, 큰 소리도 못 내고 바짝 굳었다. 복숭아처럼 둥글고 예쁜 엉덩이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커다란 손으로 붙잡아 고정한 채, 따스한 온기를 품은 레이든의 혀가 그대로 아래에 닿았던 것이다. 도톰하게 솟은 클리토리스를 혀로 감싸 지그시 눌러 주다가 세로로 갈라진 균열을 젖혀 발그스름한 질 전정과 회음부까지 죽 핥아 올리는 행위에 작은 몸이 바르르 떨렸다. 순간적으로 무릎에 힘이 풀려 넘어지려는 그녀를 레이든이 뒤에서 잡아 주었다.

“아읏, 흐으…….”

다시 연약한 음부에 닿은 따스한 숨결이 미칠 듯 야릇했다. 그에게 커닐링구스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레이든은 보들보들한 소음순을 아프지 않게 입술로만 물고 열어젖힌 뒤 투명한 애액이 고인 질 입구를 달게 핥았다. 부드럽고 긴 혀가 질 안을 내밀하게 파고들었다.

미라벨라 스스로도 아래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젖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성장한 여성의 증거로 비밀스러운 곳에 돋은 체모는 분명, 물기를 머금고 은밀한 살갗에 달라붙어 엉망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얇은 레이스 양말을 신은 자그마한 발이 부끄러움을 참아 내느라 레이든의 책상 위에서 쉴 새 없이 꼼질거렸다.

“……앗, 아흐윽!”

감각이 집중되어 있는 부위에 혀의 옆면이 강하게 문질러지자 눈앞이 하얘지는 기분에 높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사이 질구 깊숙이 삽입된 혀가 휘젓듯 점막을 훑어 냈다. 단숨에 등줄기가 빳빳해지고 울음이 터져 나올 듯 강한 쾌감이 전신을 타고 내달렸다.

“아, 흣! 으, 오라버니, 흐읍!”

“여기가 무척 단단해졌군.”

“하으, 아…….”

그녀의 조그마한 음핵은 내부에 피가 잔뜩 몰려 발갛게 부풀어 있었다. 미라벨라의 부끄러운 곳에 여전히 얼굴을 깊이 묻은 채로, 레이든이 손을 앞으로 하여 앙증맞은 크기의 귀여운 성감대를 굴리며 자극했다. 품위 있는 입술은 질 입구에 바짝 붙이고 있어, 그가 말할 때마다 따스한 숨결이 민감한 부위를 스쳤다. 부드럽고 숱 많은 머리카락이 순간순간 맨엉덩이를 간질이는 느낌마저 솜털이 다 서도록 야릇했다.

“움직이지 마, 미라벨라.”

“으응…… 오라버니! 아흐, 그런 곳은…….”

지나친 쾌감을 받아들이기 버거운 미라벨라는 자꾸만 허리를 들썩이며 달아나려 했다. 그게 몹시 거슬렸는지, 레이든의 한 손이 뒤로 돌아와 엉덩이를 벌리고 조그맣게 주름진 그 사이의 분홍빛 구멍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자꾸 움직이면 이 안에 손가락을 끼워 넣어 고정할 거야, 아주 깊게.”

“읏! 그런 건, 싫어요…… 흐읏.”

우아하고 길쭉한 그의 손가락이 정말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고도 남을 것 같았기에, 그것만은 피하려 책상을 짚은 작은 손에 힘을 잔뜩 주었다. 바둥대는 움직임이 멎자 그는 더 자유로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결국 미라벨라는, 그의 책상 위에 새하얀 엉덩이를 내놓고 엎드린 채 깊은 절정을 맞이했다.

“하아! 으응…….”

짧은 시간 내 극한까지 몰고 가며 파도처럼 휘몰아친 오르가슴의 여운. 가쁜 숨을 할딱거리던 미라벨라의 몸이 빙글, 뒤돌려졌다. 바로 위의 높은 천장에 레이든의 집무실을 밝힌 커다란 조명이 보였다. 갑자기 바뀐 시야에 적응하느라 눈을 깜빡이는 사이, 실내용 드레스의 보디스를 일자로 여민 여러 개의 매듭이 레이든에 의해 하나씩 풀려나갔다. 얼떨떨하게 누워 있던 그녀는, 저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우아하고 푸른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하자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바르작거렸다.

“하읏, 레이든 오라버니! 여기서는, 좀…….”

“……오라버니?”

뽀얀 젖가슴을 감싸고 있던 뷔스티에의 리본이 풀리고, 섬세한 직물로 짜인 천을 그가 양옆으로 확 제쳤다. 연한 분홍빛의 꼭지를 장식한 희고 말랑한 두 개의 구체가 기다렸다는 듯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반사적으로 올라와 앞을 가리려는 두 손목을 가볍게 저지하며, 듣기 좋은 차분한 중저음이 질문을 내렸다. 마주친 눈동자에 감출 생각도 없는 짙푸른 정염이 넘실거렸다.

“내가 누구지, 미라벨라?”

“하읏, 그건…….”

“말해 봐. 며칠 뒤면 너와 내가 어떤 관계가 되는지를.”

“그, 결혼한 부부가…….”

“맞아, 우리는 부부가 될 사이지. 남편이 제 아내를 귀애하는 일이 흠이 되나?”

“흣, 거길 그렇게 누르면, 으응!”

“그런데 넌, 아직도 날 무척 어려워하는 것 같군.”

거의 발가벗은 거나 다름없는 몸 위로 쏟아지는 불빛이 밝아서 창피했다. 꼭지가 단단해졌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못하도록, 부끄럽게 발딱 일어선 앙증맞은 부위를 그가 엄지로 꾹 눌러 일깨워 주었다.

“미라벨라, 내가 무서운가?”

“아, 아니요……. 하지만 이런 곳에서 하는 건, 안 될 것 같아서…….”

“설마 초야까지 기다리라는 건 아니겠지.”

“……으응!”

눈치를 보며 젖가슴을 가리려던 팔을 간단히 붙잡아 올리며 그가 미라벨라의 상체 위로 고개를 숙였다. 바짝 몸을 세운 귀여운 유두가 반듯하고 잘생긴 입술 사이로 천천히 사라졌다. 입술 안쪽의 부드러운 점막이 유륜과 완전히 맞닿고, 뿌리까지 깊이 물린 젖꼭지가 혀로 농염하게 굴려졌다. 고른 치아가 유두 끄트머리를 슬쩍 깨무는 달콤한 고통에 촉촉이 젖은 숨이 터져 나왔다.

“……게다가.”

레이든은 고개를 들어 올려 제 시선을 피하려는 미라벨라와 눈을 맞추었다. 당황으로 물든 작은 얼굴이 몹시 붉었다. 요즘 부쩍 어른스럽게 행동하려 들더니, 수줍어하는 건 여전하다 싶어 그의 입매가 위로 당겨졌다. 달아나는 시선을 단단히 붙잡은 채 아래로 향한 긴 손가락이 젖은 음순 사이를 가르고 길게 훑었다. 그의 타액과 애액이 뒤섞인, 음란한 액체가 손끝에서 죽 늘어지며 질척거렸다.

“너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 아니, 흐읏…….”

그렇게 말하는 그 역시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그가 젖은 손가락을 가까이 보여 주자, 미라벨라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레이든은 완전히 몸을 일으켜 제 어린 약혼녀의 몸에 남아 있는 거치적거리는 옷가지를 전부 벗겨 냈다. 아까부터 얼마나 참을 수 없었던지……. 곧이어 질 좋은 남성용 의복의 옷감이 서걱거리며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곳곳에 옅은 꽃물이 든 흰 눈처럼 눈부신 알몸을 짙은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그가 한 손으로 하의를 풀었다.

“아흑!”

“읏, 후…….”

그는 책상 위에 누워 있는 미라벨라의 뽀얀 허벅지를 제 앞으로 끌어당겨 발기한 성기를 선 채로 푹 쑤셨다. 보드라운 소음순을 벌리며 그의 것이 밀고 들어와 좁은 질구를 푹 파고들었다. 몸을 반으로 가를 듯 단숨에 경부 근처까지 푹 처박히는 감각에 미라벨라는 눈앞이 흐려졌다. 흐읍, 잔뜩 젖은 숨을 삼키는 소리에 레이든이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미라벨라, 아픈 건가?”

“읏, 아니요! 아니요…… 흐읏!”

그가 귀두 끝만 걸치도록 몸을 빼냈다가 골반을 고쳐 쥐며 다시 끝까지 처박았다. 위로 살짝 휘어 있는 성기가 질 윗벽의 미라벨라가 가장 약한 부분을 정확히 치받았다. 푹, 푹, 젖은 살이 마찰하는 음란한 소리와 함께 레이든이 점차 빠르게 허리를 쳐올렸다. 그녀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하, 미라벨라.”

“오라버니! 읏, 흐윽!”

머리끝까지 차오른 열이 불꽃놀이의 폭죽처럼 팡 하고 터졌다. 등줄기를 따라 죽 훑어 내리는 기분 좋은 흥분에 몸을 떨며 그녀가 레이든의 품 안에 축 늘어졌다. 한 번 사정한 것 따위로는 만족할 리 없는 그가, 새하얀 두 다리를 활짝 벌려 제 허리에 감게 하며 또다시 자세를 잡았다. 하반신이 빈틈없이 밀착한 채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오라버니라. 후, 넌 언제까지 날 그렇게 부를 생각이지?”

“하지만, 흣, 이미…….”

“둘만 있을 땐 내 이름을 불러, 미라벨라.”

말하는 도중에 레이든이 다시 한번 제 것을 푹 쑤셨다. 단지 삽입한 것만으로도 눈앞에 별이 쏟아지는, 절정에 가까운 쾌감이 밀려왔다. 미라벨라가 반쯤 울음 섞인 소리로 외쳤다.

“흐윽, 오라버니!”

“이름으로.”

“하읏, 아……! 레, 레이든…….”

집무실 책상 위를 벗어나지 않은 채로 미라벨라를 다시 엎드리게 해 두 번 더 하고 나서야 정사는 마무리되었다. 여러 차례 파정하고도 가라앉지 않은 단단한 성기가 음부를 길게 빠져나오며 잔뜩 민감해진 내벽을 주르르 긁었다. 그 선연한 감각에 몸서리치며 미라벨라는 저도 모르게 앞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자리를 막 벗어나려 하자마자 그에게 붙잡혀 죽 끌려 내려왔다.

“미라벨라, 이제 와서 도망치고 싶어졌어?”

“흡, 그게 아니고…… 아흣!”

“결혼을 앞둔 신부들은 종종 그런 마음이 든다던데, 너도 그런 건가.”

찰싹, 부끄럽게 위로 들린 새하얀 엉덩이를 그가 커다란 손바닥으로 가볍게 내리쳤다. 문득 공녀를 안 하겠다고 했다가 이 책상에서 눈물이 쏙 빠지도록 그에게 엉덩이를 맞았던 언젠가의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하으…… 아니요, 아무 데도 안 갈 거예요.”

“그래, 잘 생각했어.”

그녀를 비스듬히 내려다보며 레이든이 입가를 끌어올렸다.

“만일 내 아내 노릇을 그만두겠다고 한다면.”

“…….”

“여동생을 때려치우겠다고 해서 혼이 났던 그 정도로는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

“……흐읍.”

“음.”

아까부터 책상 한편에 놓여 있던 찻잔을 들어 기울인 레이든이 빈틈없이 입술을 겹쳐 왔다. 그를 거쳐 입 안으로 꼴깍꼴깍 흘러드는 찻물은 이미 식어 있었으나 깔끔하고 개운했다. 거듭된 정사로 목이 무척 말랐기에 미라벨라는 단단한 어깨와 목에 매달리듯 안긴 채 전부 받아 마셨다.

기진맥진한 미라벨라는 이후로도 잠시 동안, 실오라기 하나 남지 않은 음란한 모습으로 그의 책상에 누워 꼼짝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레이든은 그것을 무척 기꺼워하는 듯 보였다. 그는 우아하고 긴 손가락에 작은 젖꼭지를 가둔 채 빙글 돌리며 귀여워하기도 하고, 폭 젖은 음모를 간질이거나 손끝으로 당겨 창피해하는 모습을 즐기기도 했다.

“미라벨라.”

정면에서 쏟아지는 천장의 조명에 문득 눈이 부셔 얼굴이 찡그려지자, 그의 넓은 상체가 즉시 위를 덮어 가려 주었다. 결혼을 앞두고 그간 못내 심란했던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던 걸까. 작은 어깨 양옆으로 제 팔을 짚어 체중을 지지한 레이든이 진심을 말했다.

“살아가다 보면 늘 좋지만은 않겠지. 때로는 힘든 일도, 원치 않는 일도 생길지 몰라. 하지만 분명 약속하마. 그 어떤 풍랑을 만나건 늘 가장 먼저 앞에서 막아 주며 네 울타리가 되어 주겠다고. 너를 정말 사랑한다.”

차분하고 믿음직한 고백과 함께, 따스한 입술이 이마와, 콧등과, 두 뺨 위에 차례로 내려앉았다. 코끝이 찡해졌다. 자그마한 손이 천천히 앞으로 향해 눈앞에 자리한 견고한 조각상 같은 턱을 매만졌다.

“……저도 사랑해요, 정말 많이요.”

“그래.”

짧게 답한 그가 옅게 웃어 보였다. 레이든은 다시 한번 상체를 숙여, 이번엔 부드러운 입술 위로 제 것을 겹쳤다. 사랑한다. 어느새 빈틈없이 밀착된 몸에 또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예비 공작 부부의 밤은 무척이나 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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