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Ⅷ. 내가 모를 줄 알았어? (9/17)

Ⅷ.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격렬한 신체 활동의 후폭풍은 보통 그 즉시가 아닌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몰아닥치는 법. 르시엘과 폭풍 같은 밤을 보내고 새벽에 귀가한 미라벨라는, 다음 날 본의 아니게 늦잠을 자고 말았다.

“……!”

하늘하늘한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가까스로 눈을 떴을 땐 이미 점심 무렵이었다. 시곗바늘의 시침이 북동쪽을 가리키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곧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 가느다란 신음을 삼키며 도로 침대에 앉아야만 했다. 때마침 하녀 로지나가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가씨, 이제 일어나셨어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너무 무리하셨나 봐요.”

“로지나! 읏, 어떡해, 벌써 시간이……!”

“걱정 마세요. 아까 공작님께서 다녀가셨는데, 일어나실 때까지 깨우지 말라고 하셨어요.”

“……레이든 오라버니께서?”

본래 그날 오전에는 레이든과 경제학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무단으로 수업을 빠진 거나 다름없어 크게 혼날 각오를 했지만, 오후에 다시 그녀를 찾은 큰오라버니는 의외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화가 많이 나셨겠지?’

잠옷을 갈아입지도 못한 채 침대 신세를 지고 있는 그녀를 새파란 눈동자가 가만히 쏘아보았다. 혹시 자신이 외국어 공부를 빌미로 외출하여 어떤 음란한 일을 하고 왔는지 들킬까 봐 미라벨라는 무척이나 가슴을 졸였다. 다행히 그는 거기까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레이든은 평소 미라벨라가 다른 잘못을 했을 때처럼 혼내지도 않고, 단지 말없이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런 뒤 이어진 의미를 알 수 없는 나지막한 한숨. 그러고 나서 그는 짤막하게 쉬라는 말만을 남기고 방을 나가 버렸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보려 하였으나 도통 여의치 않았다. 결국 미라벨라는, 식사를 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지도 못한 채 종일 침대에서 로지나가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어야 했다.

“벨, 지난주에 몸이 좋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어때, 좀 괜찮아졌어?”

며칠 뒤,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에 내려간 그녀를 맞아 주며 에일레스가 다정히 물어 왔다. 다가올 마법 학회의 세미나 준비로 무척 바빠 최근 얼굴 보기가 힘들어진 그는 거의 며칠 만에 집에 돌아와 있었다. 귀가하지 못하는 날이면 연구실 근처에 따로 소유한 집에서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에일레스 오라버니! 언제 오셨어요?”

“오늘 새벽에. 네가 아팠다고 해서 걱정했어, 대체 얼마나 안 좋았던 거야?”

“……그게, 그냥, 조금 피곤했었는데 이제 괜찮아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종일 누워 있었다며, 보통 피로한 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외출이라도 했었어?”

“네, 그렇긴 하지만…….”

“어딜 갔었는데?”

미라벨라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혹시라도 나가서 무슨 일을 하고 왔는지 들킨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가슴을 졸이고 있는 그녀를 대신하여 레이든이 답을 주었다.

“미라벨라는 르시엘과 외부에서 수업을 하겠다며 외출했었다. 마차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새벽까지 삯마차를 기다리느라, 둘이 밤새 외국어 회화 공부를 했다더군.”

“아아, 그랬어?”

훈련이 끝나 이틀 전 귀가한 르시엘은 미라벨라의 바로 옆자리에서 스튜를 뜨고 있었다. 에일레스가 그와 미라벨라를 한 번씩 번갈아 바라보자, 스푼을 떠올리던 동작이 어딘가 어색하게 뻣뻣해졌다.

그녀는 입 안에 든 오트밀을 혀끝으로 부수며 눈치를 보다가 한참 뒤에야 꿀꺽 삼켰다. 다행스럽게도 에일레스는 레이든과 같이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약간 허스키한 낮은 음성은 여전히 다정하였기에, 미라벨라는 그제야 안심하고 마음을 놓았다.

“그래, 공부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잠도 안 자고 했다니 당연히 힘이 들지.”

“저, 그게…….”

“기특하기도 해라.”

그가 아무렇지 않게 머리를 쓰다듬자 미라벨라의 작은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죄책감으로 마음이 따끔거렸다. 르시엘에게 진득하게 빨린 젖꼭지가 며칠 사이 겨우 가라앉았는데, 속옷 아래에서 다시 따갑게 화끈거리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그 불편한 대화는 거기서 마무리되는 듯했다. 다른 곳으로 화제가 돌려지자 미라벨라는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 갈 무렵, 에일레스가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그럼 내일은 내 연구실에 올래, 벨?”

“……네?”

“왜 그렇게 놀라? 주말에 집에 오기 어려울 것 같아서 나도 밖에서 수업할까 했지.”

미라벨라가 눈을 깜빡이며 말을 잇지 못하자, 그가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르시엘처럼 말이야.”

붉은 고추를 넣어 채소와 고기를 매콤하게 끓인 스튜를 막 삼키려던 르시엘이 큽, 하는 소리를 냈다. 그의 머리카락 사이로 삐져나온 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와 대조적으로, 에일레스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을 한 채 반으로 갈라낸 흰 빵의 단면에 버터를 바르고 있었다.

‘오라버니는 정말 수업을 하시려는 건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미라벨라는 애써 표정을 가다듬고 큰오라버니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했다.

“저…… 레이든 오라버니, 다녀와도 될까요?”

“다른 수업 일정에 차질이 없다면 안 될 거야 없지.”

그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에일레스 쪽을 힐끗 보고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일레스 오라버니.”

“응?”

“그럼 갈 때 미술사 책을 가져갈까요? 아니면 바이올린을…….”

“아니, 필요 없어. 왜?”

그의 반응이 더 의외라서 오히려 당황한 얼굴이 된 미라벨라가 다시 물었다.

“오라버니, 밖에서 수업하시려는 거 아니셨어요?”

“맞아, 하지만 책이나 악기는 가져오지 않아도 돼.”

“…….”

“난 다른 교육을 할 생각인데.”

여상한 태도로 몸을 일으키며 에일레스가 넓은 어깨를 쭉 폈다. 동그란 하늘색 눈이 커다래진 채 저를 올려다보자 그는 옅은 미소를 띠었다.

“벨, 잊었어? 널 위한 가정 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목은 그게 아니잖아.”

“오, 오라버니, 그건…….”

그가 뜻하는 바를 알아차린 미라벨라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당황한 손끝에 앞에 놓인 물 잔이 엎질러져 테이블보를 물들였다. 그녀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흐읍, 작은 숨을 들이켜며 딸꾹질을 했다.

“어쩌다 보니 늘 다 같이 하게 되었지만, 초반에는 일대일로 하자는 게 레이든의 의견이었어.”

집어 들었던 거위 구이를 툭 떨어뜨리며 르시엘이 컥컥거렸다. 형제들 앞에서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 놓고도 에일레스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이었다. 천연한 낯빛으로 눈을 내리뜬 채 그가 덧붙였다.

“안 그래, 레이?”

“…….”

“개별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겠네.”

“…….”

“걱정 마, 진도에 차질이 없도록 수업 내용은 나중에 공유할 테니까.”

그가 품위 있는 동작으로 냅킨을 접어 내려놓으면서 선전 포고나 다름없는 말을 했다. 르시엘이 입 안에 든 것을 꿀꺽 삼키며, 할 말을 잃은 얼굴로 둘째 형을 바라보았다. 레이든 역시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힐끗 보았으나, 달리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았다.

* * *

그리하여 미라벨라는 휴일 전날, 에일레스의 직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마탑 소속 아카데미 교정은 캠퍼스 특유의 넘치는 열정과 젊은 활기로 가득했다. 그 길을 따라 혼자 걷던 그녀는 어쩐지 그 기운에 압도되어 조금 주눅이 들었다.

“혹시 라이오넬 교수님의 연구실이 이 건물이 맞나요?”

외벽에 회칠을 한 단조로운 건물 앞에 도착했을 즈음, 그녀는 마침 안에서 나오는 사람을 붙잡고 질문했다.

“저희 교수님을 찾아오셨나요? 연구실은 2층에 있어요.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셔서 쭉 걷다가 나오는 계단을 올라가시면 돼요.”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두꺼운 전공 서적을 옆에 낀 갈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친절하게 길을 알려 주며 어깨를 으쓱였다. 미라벨라의 또래인 듯한 그녀는 마법 아카데미의 수강생으로 보였다.

‘나도 마나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에펠 공국의 후계자와 결혼하지 않고도 오라버니들의 곁에 더 머무를 수 있었을지도…….’

미라벨라는 문득 눈앞의 소녀가 몹시 부러워졌다.

휴일 전날이어서인지 건물 내부는 조용했다. 계단을 올라서자 긴 복도 한쪽에는 연구실로 보이는 똑같은 문이 달린 방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반대편은 창문 대신 전면이 유리로 된 테라스였는데, 밖에서 여송연을 피우고 있는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미라벨라는 홀린 듯 그쪽으로 다가갔다.

‘에일레스 오라버니…….’

가벼운 바람이 스쳐 지나며 그의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렸다.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명화 같았다. 다소의 피로감이 서려 있는 조각처럼 섬세한 옆얼굴은 혼자만의 사색에 잠겨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늘 다정하게 웃어 주던 둘째 오라버니의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져, 미라벨라는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그저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 에일레스의 동료인 듯한 깐깐한 인상의 중년 사내가 나타나 그에게 말을 붙였다. 여송연을 비벼 끄고 친절하게 답하는 그의 모습을 미라벨라는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언젠가 성 루베이도 학원의 교사들을 대할 때처럼 사교적인 미소. 그러나 상대가 물러가고 혼자 남자마자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 순간 먼저 그녀를 발견한 에일레스가 가까이 다가왔다.

“벨, 왔구나? 찾기 어렵지 않았어?”

“아, 네. 오라버니.”

그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히 밝아져 있었다. 평소 그녀를 대할 때와 다름없는 옅은 미소와 다정한 음성이 왠지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 한동안 고민하던 미라벨라는, 마탑 내 연구실과 캠퍼스를 구경시켜 주겠다며 손을 잡아끄는 그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저, 에일레스 오라버니.”

“왜?”

“그, 제 앞에서는…….”

의아한 얼굴을 한 그를 올려다보며 미라벨라는 침을 꼴깍 삼켰다.

“편하게 하셔도 돼요.”

“……편하게?”

그런 말을 들을 줄 전혀 몰랐다는 듯 에일레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하지만 곧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아차린 듯, 특유의 허스키한 음성으로 쿡쿡 웃었다.

“벨, 정말 왜 이렇게 귀여워.”

“읏! 저, 그게 아니고…….”

“넌 정말 섬세하구나. 이러니 다들 사랑할 수밖에.”

그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작은 어깨를 꼭 끌어안은 에일레스는, 복숭앗빛 뺨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 정도는 오라버니가 여동생에게 애정을 표할 때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오늘 그를 만나러 온 목적을 상기해서인지 미라벨라는 몹시 간지러운 기분이 되었다.

“음, 뭐라고 해야 하나?”

미라벨라가 오라버니의 입술이 닿았던 홧홧한 자리를 몰래 손끝으로 만져 보고 있는데, 그가 발갛게 물든 귓불을 살짝 깨물며 속삭였다.

“아, 그래. 너도 나중에 사교계 데뷔를 하게 되면 알 수도 있을 거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냥 좀……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 앞에서는 늘 ‘진짜로’ 웃는 거니까.”

각종 신기한 것들로 가득한 에일레스의 연구실을 구경하고 캠퍼스를 돌아보고 나자 거의 해가 저물 무렵이 되었다. 근처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그들은 에일레스가 소유한 마탑 인근의 저택으로 향했다. 혼자 지내기엔 꽤 넓은 저택은 그가 집에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날이면 머무르는 곳이라 들었다. 평일에는 따로 관리하고 일을 봐 주는 사람들이 상주했지만, 휴일을 앞두고 모두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오늘 저택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오라버니, 저 방은 뭐예요?”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방 하나가 유독 눈에 띄어 미라벨라가 물었다.

“아, 최근 연구 중인 새로운 약이 있어서. 실험 기간에는 계속 지켜봐야 해서 집에도 둔 거야.”

그가 미라벨라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며 거실로 데려갔다.

“저긴 들어가면 안 돼, 알겠지?”

“네…….”

오라버니가 언제 ‘그 교육’을 시작할지 몰랐기에, 미라벨라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에일레스는 오늘 그녀를 불러낸 이유를 완전히 잊어버린 양 태연하게 굴었다. 다른 과목 공부나 데뷔탕트 준비는 잘 되어 가는지, 아픈 곳이나 최근의 고민거리는 없는지, 자상한 오라버니답게 이것저것을 물었을 뿐. 한참 뒤에야 그가 생각났다는 듯 안에서 차갑게 저장해 둔 과일을 들고나왔다.

“먹어 봐, 벨.”

다정한 권유와 함께, 노란빛을 띤 자두 과의 동그란 과일 하나가 입에 물려졌다. 무르지 않은 겉껍질이 찢어지며 잘 익은 미라벨의 달콤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올해의 마지막 미라벨이야. 조금 더 추워지면 병조림이나 잼으로밖에 먹을 수 없겠지.”

“아, 네…….”

“그러니 오늘 충분히 먹어 둘까 해서. 너와 참 잘 어울리는 과일이지?”

“…….”

미라벨라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동그래진 눈을 깜빡이다가 말없이 달콤한 과육을 씹었다.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떠올린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분명 자상한 오라버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꿀꺽.

입 안에 든 자두가 전부 사라지자 그녀는 어색하게 손을 뻗어 미라벨 열매를 하나 더 집어 들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한 끝에, 미라벨라는 마침내 진저리가 날 정도의 단맛에 입 속이 죄다 절여진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미라벨라가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과일 접시를 바라보며 혀끝으로 입술을 할짝였을 때, 오라버니의 큰 손이 가느다란 손목을 붙잡아 휙 끌어당겼다.

* * *

“……흐읍, 아.”

심플하고 모던한 취향으로 꾸며진 넓은 거실. 가까워진 서로의 숨이 질척하게 섞이고, 젖은 혀가 하나로 얽히면서 마찰하는 내밀하고 야릇한 소리가 적막한 공간을 울렸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다가 바닥에 떨어진 미라벨 열매 하나가 어느 틈에 저 멀리까지 굴러가 멈추었다.

“음.”

“으응, 오라버니…… 흡!”

단맛이 밴 아랫입술을 천천히 핥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키스였다. 작은 턱을 붙잡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입술을 겹쳐 온 그가 윗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렇게 놀라 벌어진 틈으로 매끄럽게 파고들어 온 뒤에는 순식간에 그녀를 옭아매었다. 집요하게 혀를 섞으며 놓아 주지 않고, 자그마한 치아와 입천장 그리고 볼 안쪽의 보드라운 점막까지 세심하게 핥는 농밀한 키스에 미라벨라는 가쁜 숨이 차오르고 머리가 새하얘졌다.

“앗, 하읏, 아!”

그녀의 온몸에 열이 올라 서서히 더워졌을 즈음, 가느다란 등과 허리를 쓰다듬던 커다란 손이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와 젖가슴을 감싸 쥐었다. 오라버니의 긴 손가락은 옷 위로도 유두가 있는 자리를 단번에 찾아내어 한동안 깊게 문질렀다. 그의 손끝 아래 젖꼭지가 도톰하게 일어서는 기분에 미라벨라의 몸이 긴장으로 바짝 굳어졌다.

“숨 쉬어, 벨.”

“하아, 흡……!”

“아직도 이렇게 서툴러서 어떻게 해?”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를 놓아준 에일레스가, 열에 달뜬 얼굴로 할딱이는 여동생의 입에 후 숨을 불어넣어 주며 낮게 웃었다. 속옷 안에서 발딱 일어선 꼭지를 들킬까 봐 작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가까스로 숨을 고르기 무섭게 미라벨라는 그의 품으로 더욱 끌려 들어갔다. 에일레스가 그대로 몸을 일으키자, 그녀는 오라버니에게 매달리다시피 안긴 채 따라 일어서게 되었다.

“흣, 으응!”

“옳지, 그대로 있어.”

최근의 일교차를 고려해, 미라벨라가 오늘 걸치고 온 도톰한 케이프는 처음 집에 들어섰을 때 벗어 두었다. 지금 그녀는 단지 간편한 외출용 드레스 차림이었다. 작은 몸을 제 쪽으로 밀착하여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붙잡은 에일레스가, 여동생의 치맛자락을 휙 걷어 올리고 커다란 손을 둔부 위에 올렸다.

“……아, 읏.”

보통은 이런 옷을 입었다면 가터를 착용하여 실크 스타킹을 고정하겠지만, 미라벨라에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복장이라 불편했다. 전날 비가 내려 추울 거라며 가터 대신 엉덩이까지 전부 감싸는 타이즈를 준비해 준 건 로지나의 배려였다. 망설임 없이 치마 속으로 들어온 에일레스의 손이 그것을 더듬고 잠시 멈칫하자, 갑작스럽게 부끄러움이 치솟았다.

더군다나 도톰한 면 타이즈는 그녀에게 긴 편이라, 배꼽 위까지도 넉넉하게 올라와 있었다. 아무리 데뷔탕트가 늦어졌다지만 완전히 어린애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미라벨라가 가터를 착용하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는데, 약간 웃음을 참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흐읏, 오, 오라버니.”

“벨, 타이즈가 길어서 여기까지 올려 입었어? 원래 이래?”

“읏, 아니요, 다른 날엔 이렇지 않……. 아, 흣.”

놀리는 듯한 어조였으나 웃음을 베어 문 목소리는 미라벨라를 무척 귀여워하는 것 같았다. 유려한 손끝으로 배꼽 주위를 살짝 간질이던 오라버니가 타이즈를 엉덩이에서 빼내 반쯤 아래로 끌어 내렸다. 하지만 완전히 벗겨 내진 않고 무릎에 걸쳐 놓은 채로, 복숭아처럼 둥근 엉덩이를 감싼 속옷 라인을 천천히 따라 그렸다.

집으로 돌아온 뒤 긴 남성용 겉옷을 벗어 두긴 했지만, 그는 지금 당장 외출해도 좋을 만큼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스커트가 허리 근처까지 말려 올라간 미라벨라는 고스란히 노출된 아래가 허전하고 서늘했다. 엉덩이에서 벗겨 낸 타이즈가 무릎 근처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모습이 더 창피해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귀여운 속옷이네. 네 젖꼭지랑 색도 비슷하고.”

“흐읏, 으…….”

“……다른 곳과도 비슷한 것 같은데.”

옅은 핑크빛이 도는 속옷을 슬쩍 내려다본 에일레스가 낮게 웃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노골적인 언사에 미라벨라는 얼굴을 확 붉혔다.

“그, 그런 말씀 하지…… 흐읍!”

오라버니의 손이 예고 없이 뒤로 돌아간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는 미라벨라의 속옷을 엉덩이 위쯤에서 붙잡아, 그대로 쭉 끌어당겨 버렸다. 위를 향해 세게 당겨진 천 조각은 중앙으로 가느다랗게 말리며 여린 음부 안쪽 살을 깊이 파고들었다. 흐읍! 읍! 부끄럽게 갈라진 균열 사이를 깊게 파고드는 예기치 못한 자극에 미라벨라는 비명 대신 밭은 숨을 집어삼켰다.

가늘어진 천 조각이 곱게 맞물린 소음순을 가르고 연약한 속살 틈으로 거침없이 말려 들어갔다. 민감한 신경이 몰린 질 입구와, 특히 음핵을 아플 정도로 자극해대는 감각. 미라벨라는 옅은 신음을 삼키며 작은 어깨를 바들바들 떨었다. 견디기 어려운 자극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 발끝으로 거의 까치발을 선 채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여동생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에일레스는 단단히 틀어쥔 손을 놓아 줄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기분이 좀 어때?”

“아흐윽……!”

그가 도리어 더 힘을 주어 잡아당기자,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천 조각은 가느다랗게 돌돌 말려 팽팽해진 채 음부에 완전히 끼어 버렸다. 앞쪽은 보드라운 소음순 날개 사이에, 뒤쪽은 동그란 엉덩이 사이의 애널에. 그렇게 천 조각은 부끄럽고 은밀한 속살을 깊숙이 파고들어 음부와 애널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압박했다. 다리가 덜덜 떨리고 똑바로 서 있기조차 어려웠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에일레스의 품에 안기듯 기대어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꽤 좋아하는 것 같네, 벨.”

“흐윽, 아…….”

“이렇게 다 젖어서는, 하여간 음란하긴.”

다정한 오라버니는 미라벨라의 부끄러운 곳에 완벽하게 끼어 있는 속옷을 꽉 잡고 위아래로 계속해서 움직였다. 속살에 밀착된 채로 흔들기도 했고, 앞뒤로 움직이며 마찰열이 일 정도로 세게 비비기도 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민감한 질 입구부터 도톰하게 부푼 음핵 그리고 촘촘하게 잡힌 애널 주름까지, 가장 예민한 세 자극점이 한꺼번에 문질러지자 그녀는 덫에 걸린 토끼처럼 다급히 훌쩍였다. 눈앞에 스파크가 번쩍일 정도로 아찔한 쾌감에 당장 머리가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저녁때가 지난 시각이라 창밖은 이미 어둠이 내렸으나, 두 사람이 있는 거실에는 조명이 환히 밝혀져 있었다. 이런 일을 계속 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완전히 벗는 쪽이 나을 것 같아 미라벨라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사정했다.

“읏, 오라버니……! 그, 그냥, 아흣, 벗겨 주세요, 흐…….”

“……벗겨 달라고? 이거?”

그 말에 에일레스가 나지막이 웃었다. 때마침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야릇한 신음을 간신히 삼키려는 여동생의 아랫도리를 그는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벨, 정말 너무 밝히는 거 아니야? 다 커서는, 오빠한테 속옷을 벗겨 달라니.”

“흐으…….”

“이런 데 만져 줄까? 지난번에도 울면서 좋아했잖아.”

큼지막한 손이 복숭아 속살처럼 뽀얀 엉덩이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가랑이 사이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가늘고 길게 말려 음부 중앙에 정확히 끼어 있는 천 조각을 그의 손끝이 죽 훑었다. 미라벨라는 파고든 천을 중심으로 양옆에 삐죽 나와 있는 조그마한 소음순 날개를 잡아당기는 손길이 부끄러워 눈물이 핑 돌았다.

“아앗, 오라버니! 흐윽, 창피해요…….”

“벨, 너 갈아입을 속옷 없지.”

미라벨라의 아래는 입을 맞추면서 오라버니에게 유두를 잡혔을 때부터 물기를 머금기 시작하여, 이제는 주위의 음모까지 완전히 촉촉해져 있었다. 발긋해진 질구는 비좁은 통로로 따스하고 말간 액을 끊임없이 흘려보내며 아래를 줄곧 음란하게 적셨다.

“이거 내일 입고 갈 수 있으려나. 완전히 다 젖었는데.”

“……하아, 으응! 읏.”

“음, 내 거라도 입혀서 보내야 하나? 너무 클 것 같긴 하지만.”

아무리 음란한 걸 좋아해도 벗고 갈 순 없지 않겠어? 말랑한 귓불을 깨물며 에일레스가 조용히 속삭였지만, 미라벨라는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창피한 소리를 조금이라도 삼켜 보려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을 뿐. 그것을 본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제 손가락을 미라벨라의 입에 물렸다.

“깨물지 마, 상처 나잖아.”

“에일레스 오라버니, 읏…….”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한 그 순간, 갑작스럽게 시야가 바뀌었다. 에일레스는 여동생을 소파에 눕힌 다음 남은 옷을 전부 벗겨 냈다. 미라벨라가 대낮처럼 환한 거실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자마자, 가느다란 발목이 그의 손에 잡혀 양옆으로 활짝 벌어졌다.

“아흑, 시, 싫어요! 창피해요, 오라버니……!”

“왜? 아까는 벗겨 달라고 사정하며 울었잖아.”

“읏, 흐, 제발 보지 마세요…… 아흣.”

“벨, 이제 과일 먹을 거니까 얌전히 있어야 해, 알겠지?”

“읏, 과일은 아까 많이 먹어서…… 오라버니! 아, 아흑!”

바둥거리는 두 다리를 여전히 넓게 벌리고 놓아주지 않은 채, 에일레스는 그 사이를 가만히 주시했다.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소파 바로 옆의 테이블 위로 팔을 뻗었다. 그 위에는 몇 개 남지 않은 과일 접시가 여전히 놓여 있었다.

“윗입으로만 먹으면 네 아랫입이 서운하잖아.”

“흐읏!”

“……빨리 달라고, 이렇게나 오물거리는데.”

달콤한 향을 풍기는 동그란 자두 하나를 조용히 집어 든 에일레스가, 폭 젖어 반질반질해진 여동생의 음부 위로 그것을 가져갔다. 자세 탓에 부끄럽게 벌어진 미라벨라의 그곳은 꽃잎 같은 연분홍빛 음순 사이로 발갛게 달아오른 귀여운 질구를 노출하고 있었다.

오라버니의 긴 손가락이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둥근 과일을 움찔거리는 입구에 맞추고, 끈적한 애액을 윤활유 삼아 문지르며 안쪽까지 깊게 밀어 넣었다. 흠뻑 젖은 여린 내벽을 비집고 들어오는 생경한 감각에 미라벨라가 울먹이며 활짝 벌어진 두 다리를 바르작거렸다. 아아…… 단단한 손끝이 민감한 점막을 스칠 때마다 그녀는 가느다란 신음을 쏟아 내며 아래를 바짝 조였다.

“흐윽, 아, 읏!”

그런 곳에 과일 같은 걸 넣다니, 미라벨라는 두렵기도 하고 무척 창피하기도 해서 필사적으로 밀어냈지만 오라버니는 그녀가 바둥대는 것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잠시 후 미라벨라는 결국, 부끄러운 구멍 안쪽에 동그란 미라벨 열매가 몇 개나 삽입되고 말았다. 아래가 꽉 찬 벅찬 감각에 그녀는 두 다리를 모으지도 못한 채 가엾게도 할딱거렸다.

“흡, 오라버니! 제발, 빼내 주세요, 흐윽.”

“알았어, 곧 빼 줄게, 잠시만…….”

그는 부탁을 들어주는 척하며 자상하게 팔을 뻗어 그녀를 안아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신 자신이 아래에 누워 미라벨라를 제 위로 올렸다. 화들짝 놀란 그녀가 소리쳤다.

“아흑, 이, 이런 건 못 해요! 제가 위에서 하는 건…….”

“왜, 너 뭐 하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거기 착하게 앉아 있자.”

탄탄한 복근이 느껴지는 배 위에 앉혀진 미라벨라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요즘 배우기 시작한 기승위를 시키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에일레스는 돌연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아 앞으로 쭉 끌어당겼다.

“……!”

순식간에 알몸으로 에일레스의 얼굴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되어 버린 미라벨라가, 불에 덴 듯 하느작대며 벗어나려 바둥거렸다. 하지만 그 필사적인 저항에도 그녀를 붙잡은 단단한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혀지며 발가벗은 두 다리가 넓게 벌어져 미라벨라의 은밀한 부위가 에일레스의 얼굴 위에 정확히 놓였다. 조각처럼 날렵한 콧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음부를 건드리고, 흥분으로 부푼 소음순에 그의 숨결이 느껴지자 찌릿한 전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곧이어 가장 민감하고 여린 살결에 오라버니의 더운 혀가 직접 닿았다.

“음.”

“아앗, 제발…… 으흑!”

음순 양옆으로 옅은 체모가 가지런히 돋은 부위를 그는 한참이나 살뜰히 핥았다. 뾰족해진 혀끝이 소음순이 좁아 든 위쪽을 헤치고 볼록해진 음핵을 찾아내어 중앙에 원을 그렸다. 부드럽고 더운 혀는 발그스름한 음핵 표면을 노골적으로 밀착하여 건드리다가, 끝내 완전히 감싸 집요하게 빨아 올렸다. 안쪽을 꽉 채운 미라벨 열매가 탄력 있는 질 내벽을 짓누르는 벅찬 감각과 클리토리스를 동시에 자극하는 격렬한 쾌감에 미라벨라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자지러졌다.

“……으응! 오라버니…… 흣!”

짜릿한 감각이 잔뜩 몰린 음핵을 그가 혀끝으로 힘주어 튕겨 올릴 때마다 눈앞에 반짝이는 별이 한가득 쏟아졌다. 생각의 회로는 이미 멈춘 지 오래였다. 연약한 소음순이 다치지 않도록 입술을 말아 잘근잘근 물며 자극을 주던 에일레스가, 갈라진 틈을 열고 느릿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혀끝으로 음순을 밀어젖혀 아래를 완전히 개방한 상태에서 움찔거리는 질 입구와 소변이 나오는 작은 구멍까지도 꼼꼼하게 핥았다. 도톰하게 부푼 음핵과 질 전정에 이르기까지 아래를 진득하게 빨리고 나자, 미라벨라는 머리끝까지 차오른 쾌감과 부끄러움에 파묻혀 질식할 것 같았다.

둥근 미라벨 열매로 꽉 찬 질 안은 이제 손가락을 넣으면 질척질척한 물소리가 날 기세로 잔뜩 젖어 들었다. 다리를 벌리고 앉은 자세와 자연스러운 중력의 법칙에 따라 아래로 향한 동글동글한 과일은, 삽입된 순서와 역순으로 발그레한 질 입구에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흐읏! 아, 읏…… 흐아…….”

에일레스는 여동생의 음부 바로 아래에 얼굴을 두고 그 모습을 감상하며 태연히 누워 있었다. 미라벨라의 안을 막 탈출하려던 열매가 좁다란 입구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그는 뾰족하게 세운 혀끝에 힘을 주어 발긋한 구멍 주위를 꾹꾹 눌렀다. 그때마다 팽팽해진 질구가 움찔거리며 샛노란 미라벨 열매가 하나하나 통통 빠져나왔고, 순서대로 어김없이 그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둥근 열매가 한 개씩 입구를 벌리고 튀어나올 때마다 마치 알을 낳는 것 같은 수치스러운 감각에 미라벨라가 울먹였다.

“아, 벨. 무척 달아……. 네 안에서 더 달콤해졌나 봐.”

“흐읏, 으, 어떻게, 그런…….”

“먹어, 너도 네 맛을 봐야지.”

“읏, 시, 싫어! 흐윽.”

말간 애액으로 세척한 동그란 과일은 은밀한 곳의 체온으로 데워져 따스했고, 겉면이 음란하게 젖어 코팅된 것처럼 반질반질했다. 아래에 누운 그가 긴 팔을 뻗어 싫다고 도리질하는 입 안에 끝끝내 자두 하나를 넣어 주었다. 혀 위에서 터지는 과육은 꼭 설탕물에 졸인 것처럼 달콤했으나, 어쩔 수 없이 그걸 삼키던 미라벨라는 기어이 울음을 터트렸다.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식도를 타고 달콤하게 넘어가며 목 안의 점막까지 흠뻑 적셨다.

“아흑! 에, 일레스, 오라버니…….”

“……흐읍, 음. 기분 좋아, 벨?”

“아, 아, 잠깐만요…… 흡!”

좁은 공간을 꽉 채운 자두가 죄다 빠져나가 허전해진 구멍 안을, 그의 혀가 대신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물기 어린 내벽을 혀로 깊게 짓누르며 피스톤질 하듯 앞뒤로 움직이고, 힘을 주어 안쪽에서 빙글 돌리며 휘저었다. 아흑…… 온통 꿀에 절여져 반쯤 녹아내린 미라벨 열매가 된 듯 지나치게 달콤한 신음이 제 것 같지 않게 흘러나왔다. 부끄러운 곳에 입술을 완전히 밀착시킨 오라버니가 혀와 입술로 민감한 점막을 자극할 때마다 미라벨라의 가느다란 허리가 이리저리 비틀리며 화경처럼 흐드러졌다.

젖은 혀와 입술이 내밀한 속살을 문지르는 마찰음과 반쯤 우는 듯한 숨 가쁜 신음. 그 사이사이 울먹이는 미라벨라를 어르며 행위를 지속하고자 하는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뒤섞였다. 그렇게 차분하고 조용한 거실은 한참 동안 음란한 소리로 가득했다.

“흑, 아, 어, 어떻게…….”

극도로 몰린 부끄러움과 성적 쾌감으로 달아오른 작은 얼굴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시시각각 변하는 그녀의 표정과 말간 애액을 토해 내며 움찔거리는 질구가 고스란히 들여다보이는 이 자세가 에일레스는 무척 기꺼웠다. 앞으로도 종종 시도해야겠다고 생각될 만큼.

그에게 아랫도리를 빨리며 이미 아득한 절정이 몇 차례나 그녀를 뒤흔들고 지나간 뒤였다. 작은 몸을 자잘하게 떨리도록 만드는, 여운처럼 남은 진한 쾌감. 미라벨라는 오라버니 앞에 차마 얼굴조차 들지 못하고 흐느꼈다. 두 다리 사이의 비밀스러운 부위는 눈물 자국으로 엉망이 된 얼굴만큼이나 흠뻑 젖어 있었다.

“자, 착하지, 우리 아가. 이제 그만 울고…… 뚝.”

“으흑! 아, 흑, 오라버니……!”

“맞아, 난 네 오라버니잖아. 그런데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

“아, 흐읍, 너무 창피해요…….”

울지 마, 응? 에일레스는 여동생을 달래려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작은 몸을 품에 안아 다독이던 그는 잠시 후 예상외의 질문에 눈을 크게 떴다.

“오라버니…… 다른 사람이랑, 흐윽, 할 때도, 이렇게 해요?”

“……뭐?”

갑작스럽고도 당황스러운 질문에 그의 금안이 순간적으로 날카로워졌다. 그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제 여동생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어딘가 걱정이 가득한 작은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던 에일레스는, 그만 낮은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아. 귀엽다니까, 진짜.

“아, 벨…… 너 정말.”

“…….”

“……혼나야겠네, 매너가 아니잖아.”

“읏!”

“그런 건 묻는 게 아니야, 특히 이런 일을 할 땐.”

그는 마디가 길고 우아한 손가락으로 미라벨라의 작은 코를 쥐어 타이르듯 살짝 잡아당겼다.

“방금 전까지 보지를 빨아 준 남자에게 누가 그런 말을 하지?”

“흐읏, 으, 죄송해요!”

미라벨라는 입 밖으로 낼 생각조차 해 보지 못한 직접적인 단어에 작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다급하게 사과의 말을 외쳤다. 그는 속으로 웃었다. 일부러 화난 표정을 지었지만, 제 나름대로 질투를 하는 모습이 실은 못 견디게 사랑스러웠다. 오라비가 화가 난 줄 알고 코끝을 잡힌 채 서둘러 사과하느라 코 막힌 소리가 이렇게 예쁠 수가. 그러니까, 조금 더 벌을 줄까…….

“벨, 이대로 잡고 있어.”

“흐읏!”

에일레스는 알몸의 미라벨라를 소파 위에 눕히고 두 무릎을 접어 올렸다. 부드러운 젖가슴이 꾹 눌릴 정도가 되자 그녀의 팔로 직접 무릎을 끌어안고 있도록 했다. 거실 벽의 실내등을 일부러 꺼 주지 않았기에 은밀한 부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노골적인 자세가 수치스러워 금세 눈가가 붉어졌으면서도, 미라벨라는 오라버니가 저 때문에 화가 난 줄 알고 겁먹은 얼굴로 순순히 따랐다.

“……아흑!”

그가 하의를 풀자마자 굵은 핏줄이 뱀처럼 휘감긴 검붉은 성기가 위로 팽팽하게 솟구쳤다. 번들거리는 귀두 끝머리에서 반투명한 선액이 터져 나와 두꺼운 기둥을 타고 뿌리까지 흘러내렸다. 에일레스는 다소 급하게 제 것을 잡아채고 젖어 있는 음부에 귀두를 문지르며 자리를 잡았다.

삽입하기 전 조그마한 소음순이 안으로 말리지 않게 손끝으로 살짝 벌려 주는 건 그의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미라벨라도 이젠 그걸 알아서, 부끄러운 기대감에 미리부터 얼굴이 달아올랐다. 거침없이 침입해 온 그는, 굴곡진 중간에 걸리는 것을 무시하며 좁다란 길을 한 번에 꿰뚫었다. 가장 깊은 곳까지 크게 들쑤시며 밀고 들어오는 기세에 미라벨라의 입에서 밭은 숨이 터졌다. 두툼한 귀두가 민감한 내벽을 거듭 콱콱 때리며 짓쳐 드는 감각에 가느다란 등줄기가 바들바들 떨렸다.

“아, 읏, 하읍……!”

“하…….”

뜨거운 초콜릿을 녹여 성기를 담근 것처럼 촉촉하고 더운 감각. 탄력 있는 질구가 압박감을 주며 팽팽하게 조여 오자 에일레스가 목 안에서 낮게 끓는 신음을 흘려 냈다. 사랑스러운 여동생의 비좁은 구멍은 그의 성기를 감싸고 움찔거리며 잘라 먹을 듯 조였다. 그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섬세하면서도 남자다운 선을 지닌 턱에 단단하게 힘이 들어갔다. 선을 넘게 만드는 짙은 욕망이 황금빛 눈동자 안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벨.”

그의 시선이 서로 연결된 부위를 짙은 눈빛으로 관찰했다. 발갛게 달아오른 작은 구멍은 어느새 한계까지 늘어나 굵직한 남성을 가까스로 받아 내고 있었다. 성적 행위에 아직 익숙지 않은 미라벨라를 배려해 주던 다른 날과 달리, 그는 거칠게 제 것을 박아 넣으며 집요하게 캐물었다.

“르시엘도 여기를 빨아 줬어?”

“읏! 그, 그게, 무슨…….”

“모르는 척은.”

곤란한 질문에 답을 요구하며 아래로 향한 긴 손끝이 도톰하게 부푼 음핵을 꽉 짓눌렀다. 퍽, 동시에 뜨겁게 발기한 성기가 한껏 부풀린 몸을 음부 깊숙이 묵직하게 처박았다.

“벨, 르시엘이 보지를 빨아 줬는지 묻고 있잖아.”

귀두 끝만 남기고 빠져나갔다가 빠르게 도로 박히며 가장 민감한 점막을 콱콱 찌르고 비벼 대길 반복하는 행위에 가느다란 허리가 위아래로 들썩였다.

“아흑, 오라버니, 흐, 아흐읍!”

“둘이 나가서 뭐 했어? 내가 정말 모를 줄 알았어?”

“흐읏, 아, 아무것도…….”

“거짓말.”

“……하으윽!”

견디기 어려운 자극에 미라벨라가 울음 같은 신음을 삼켜 냈다. 그는 버거워하는 여동생을 놓아주지 않고 허리를 몇 번 더 깊게 놀리다가 상체를 숙여 말랑한 귓불을 깨물었다. 각도가 바뀌며 그의 거친 체모가 둔덕을 긁고 두툼한 성기 뿌리가 음핵을 짓눌러 짧은 교성이 터졌다. 발가벗은 몸 위를 속박하듯 감싸며 흘러내린 결 좋은 은발……. 그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맨살을 스칠 때마다 미라벨라는 불에 덴 듯 화드득 떨며 달뜬 숨을 토해 냈다.

“으흡……!”

“음란한 벨, 정말 야해 빠져서는. 줄줄 흐르잖아.”

“아흑, 흐읏!”

“박아 주기만 하면 이렇게 좋다고, 후, 위아래로 울어 대고…….”

언제 상냥하고 다정한 오라버니였냐는 듯, 때때로 그는 순식간에 남자의 얼굴을 했다. 적응할 수 없이 튀어나오는 그 간극이 미라벨라를 안달 나게 만들었다. 퍽, 퍽! 그는 제 여자를 단속하는 질투 많은 사내처럼, 가느다란 발목 하나를 잡아 올리고 민감한 내벽 깊숙이 성기를 콱콱 쑤셔 대며 긴 손가락으로 젖꼭지를 아프게 잡아당겼다. 온몸이 전율하는 쾌감 어린 충격에 흥분으로 밀려 내려온 자궁구가 덜덜 떨렸다.

납작한 아랫배를 타고 내려온 커다란 손이 윗부분의 음모를 헤치고 도톰하게 부푼 음핵을 손바닥 전체로 꽉 짓눌러 비볐다. 흐윽……. 껍질이 벗겨질 것처럼 격렬한 쾌락을 감당하지 못해 미라벨라가 정신없이 흐느꼈다.

전신에 휘몰아치는 극한에 다다른 희열. 투명한 하늘색 눈동자가 쾌감 어린 눈물로 그렁그렁했다. 그의 성기가 드나들고 있는 음부의 작은 구멍 안쪽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전신으로 쫙 퍼지는 절정감에 미라벨라가 가쁜 숨을 할딱였다.

“아흑, 아, 아……!”

“윽…….”

가장 민감한 지점을 빠르게 짓찧으며 세게 박던 움직임이 어느 순간 느려졌다. 미라벨라는 제 안에 퍼져 나가는, 따스하고 뭉근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긴 눈매를 살짝 찡그린 에일레스가 느릿한 허리 짓으로 끄트머리에 남은 정액을 털어 냈다.

“흐윽, 오라버니…….”

“후, 읏.”

에일레스는 사정 직전의 쾌감으로 한껏 부풀었던 뭉툭한 귀두 끝을 촉촉한 내벽에 꾹 눌러 비비며 잠시 느긋하게 그 감각을 즐겼다. 그런 뒤 다소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여동생의 음부에서 성기를 뽑아냈다. 굵직한 핏줄이 툭툭 튀어나온 표면이 군데군데 희뿌연 액으로 젖은 그의 남성은 사정 후에도 발기가 채 풀리지 않아 단단하고 묵직한 외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너무 거칠었나.’

사실 한 번 더 그대로 처박고 싶은 마음이 턱 끝까지 치솟았지만 에일레스는 애써 충동을 억제했다. 거친 행위를 재촉하는 성난 아래를 달래듯 그가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후으…….”

미라벨라는 매끄러운 알몸을 그대로 드러낸 음란한 모습으로 그의 앞에 누워 있었다. 흥분으로 붉게 달아오른 눈가가 온통 촉촉했다. 슬쩍 아래를 벌려 보니 희뿌연 백탁 액이 흘러나오는 질 입구며 거칠게 마찰하고 쓸린 연약한 회음부가 죄다 발갛게 부었다. 다행히 찢어지진 않은 것 같지만, 가라앉을 때까진 잠깐 쉴 시간을 주는 편이 낫겠지.

‘일단 벨을 씻겨서 좀 재우고, 그런 뒤에 나도 같이…….’

실컷 혹사당한 아래가 아프고 쓰라린지 조금 훌쩍이는 모습이 가엾기는 하였으나, 에일레스는 자신이 남긴 흔적을 굳이 치유 마나를 써서 즉시 없애 주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몸에 남은 결합의 흔적이 사라질 겨를이 없도록 온종일 제 것을 박아 주고 싶은 게 그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아, 흐윽…….”

“이리 와, 벨.”

에일레스는 여전히 불끈거리는 허리 아래를 애써 무시했다. 두 다리 사이 귀여운 삼각지에 제 사정액이 허옇게 뭉쳐 옅은 음모와 뒤엉켜 있는 유혹적인 광경을 외면하고 훌쩍이는 여동생을 끌어안았다.

쪽, 쪽…….

엎어 놓고 한 번 더 좆을 처박는 대신, 그는 미라벨라의 어깨와 희고 말랑한 젖가슴에 자잘한 키스를 퍼부으며 후희를 가지려 했다. 부드럽게 부푼 가슴을 둥글게 감싸 어루만지고 앙증맞은 꼭지도 입술 사이에 머금어 달래 주려는데, 아래에서 작은 손이 꼼지락대는 게 느껴졌다. 그 손이 조심스럽게 뻗어 와 그의 음낭과 맞닿은 두툼한 뿌리 부분을 쥐는 예상 밖의 행동에 그가 눈을 들어 ‘왜?’ 하고 입 모양으로 물었다.

“저, 그게, 오라버니께서 지난번에…….”

은밀한 교육이 끝난 뒤 늘 따라오는 수줍음으로 그의 시선을 피하던 미라벨라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 이런 일을 한 뒤에는 서로 다정하게 만져 줘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잖아요.”

“……그래서?”

“저도 오라버니를 끝까지 기분 좋게 해 드리고 싶어서…… 흐읏!”

“하…….”

두 손으로도 다 잡지 못한 거대한 기둥이 갑자기 몸을 더 부풀리자, 덜컥 겁을 먹은 미라벨라가 손을 떼어 냈다. 동그랗게 커진 하늘색 눈이 짙은 금안과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의 황금빛 눈은 기름을 부은 불길처럼 타오르는 욕망으로 절절 끓고 있었다. 그것은 알량한 인내심 따위로 막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벨, 정말 이러면…….”

“네?”

“……그간 가르친 보람이 있는데.”

“아읏, 오라버니……!”

그의 앞에 누워 있던 미라벨라의 시야가 갑작스럽게 뒤집혔다. 뭔가 말하려던 입술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가로막혔다.

아, 어떡하지, 벨? 이렇게 사랑스러우면.

그와 그의 형제들은 나름대로 우애가 좋은 편이었다. 재력으로는 손꼽히는 공작가에서 나고 자랐으니 부족함도 없긴 했지만, 가운데에 낀 그조차도 제 것을 형이나 동생과 나누는 데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제게 있는 줄도 몰랐던 강한 독점욕과 소유욕이 그를 잠식하고 무섭도록 치솟았다.

……나 혼자 갖고 싶어지는데.

“아흑!”

“큿…….”

핏줄이 불거져 꿈틀거리는 굵은 뱀 같은 남성이 아직도 음란한 액체로 젖어 있는 음부를 푹 쑤시며 자궁 경부까지 단번에 깊게 처박혔다. 미처 다물리지 못한 입술이 크게 벌어지며 소리 없는 비명을 토해 냈다. 아무래도, 오늘 밤 잠을 자긴 틀린 것 같았다.

* * *

눈을 뜬 미라벨라는 여전히 꿈속을 부유하는 기분으로 긴 속눈썹을 깜빡였다. 여긴 어디? 투명한 유리알처럼 맑은 햇살이 날이 완전히 밝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려는 듯, 살짝 열린 창을 투과하여 침대 위로 쏟아져 내렸다.

“으응…….”

평소 아침이면 가장 먼저 보이는 레이스 캐노피가 아닌, 심플한 하얀색 천장.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소리. 푹신하게 덮고 있는 침구에서 상쾌하면서도 나른한 베르가모트 향이 느껴지는, 타인의 침대.

침대. 에일레스의…….

“……아!”

그제야 이곳이 집이 아니라는 걸 상기한 미라벨라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 앉았다. 희고 자그마한 몸을 감싸고 있던 시트가 흘러내리며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새하얀 어깨가 드러났다. 그때 침실 바로 옆에 붙은 욕실에서 들려오던 물소리가 뚝 멈추더니,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누군가 밖으로 나왔다.

“벨, 일어났구나.”

“에일레스 오라버니…….”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네, 좀 더 자도 괜찮은데.”

이제 막 씻고 나오는 참이었는지 그의 머리카락에는 아직 촉촉한 물기가 남아 있었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후리후리한 체격인 그는 보기 좋은 슬랜더 스타일의 소유자였다. 직각으로 떨어지는 어깨의 골격이 신체에 비해서도 특히 넓어 어떤 옷을 입어도 무척 근사했다. 운동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건 편견일 뿐이었는지, 느슨하게 여민 가운 사이로 가감 없이 드러난 상체는 의외로 날렵하고 탄탄한 근육이 돋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는…….

“…….”

자연스럽게 어젯밤의 일이 연상되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미라벨라는 고개를 휙 돌리며 서둘러 시트를 끌어 올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가렸다. 여린 신체에는 밤새 이어진 ‘교육’의 흔적이 역력했다. 결합의 여파로 음란한 액체가 아직도 흘러나오는 부위는 뻐근했고 부드러운 살결에 수없이 남은 붉은 순흔들은 얼핏 의도적으로까지 보였다. 적어도 그의 허리 아래는, 평소의 성정과는 달리 전혀 다정하지 않았으니까.

“아침 먹자.”

“네…….”

직접 씻겨 주겠다는 그를 간신히 거절하고 욕실로 기다시피 달아났던 미라벨라가 밖으로 나오자 간단한 아침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쪽으로 앉아. 먹는 동안 머리 말려 줄게.”

미라벨라가 월귤 잼을 바른 토스트와 데운 우유를 먹는 동안, 그녀의 뒤에 자리 잡고 앉은 에일레스가 타월로 머리카락을 감싸 능숙하게 말려 주었다. 살짝 웨이브진 부드러운 백금발을 가지런히 빗겨 주는 다정한 손길. 미라벨라는 그의 손이 스칠 때마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전부 감각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죄다 홧홧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에일레스 오라버니, 전부터 궁금한 게 있어서요. 여쭤봐도 돼요?”

“물론이지, 뭔데?”

왠지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미라벨라는 용기를 내어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을 묻기로 했다. 간단한 질문이 왜 이렇게까지 망설여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오라버니의 침대 옆 액자에 있는 초상화요, 그분이 누구신지 알고 싶어서…….”

“액자?”

“그, 어머니의 초상화 옆에 계신 분이요.”

“아아.”

“혹 곤란하시면 말씀해 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라버니!”

머리를 옆으로 땋아 묶어 주던 손이 멈칫하자 미라벨라가 급히 덧붙였다. 답을 듣고 싶어 하면서도, 어딘가 초조해 보이는 얼굴. 대체 무슨 오해를 했길래……. 에일레스는 제 여동생이 왜 그런 걸 알고 싶어 하는지 눈치채고 소리 없이 웃었다. 예전부터 궁금했다고?

“그분은 내 은사님이셔, 벨. 어린 시절 가정 교사셨지.”

“……가정 교사요?”

“그래, 전에 말했었지. 언젠가는 아카데미에도 다니지 못할 정도로 소심했던 때가 있었다고.”

그가 천천히 상체를 숙여 뒤에서 미라벨라를 꼭 안아 주었다.

<선생님, 저는 사실 모두를 속이고 있어요.>

<에일레스.>

<다들 제가 상냥하고 친절하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게 아니라서……. 저는……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 그렇죠?>

<그렇지 않아, 착한 아이처럼 보이려고 늘 애써 착한 행동을 한다는 건 네가 원래 다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지.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모두가 밝고 쾌활한 성품이라고만 여겼던 어린 소년의 예민하고 섬세한 내면과 혼자만의 고민까지도 알아봐 준 사람. 가정 교사였던 크리스티는 어머니뻘의 먼 친척이었고, 그 초상화는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아주 예전에 그려진 것이었다. 에일레스는 르시엘의 검술 교사와 결혼한 그녀가 현재는 외국에 살고 있으며 이미 5남매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말해 줄까 하다가 나중으로 미루었다.

미라벨라는 아직도 뭔가를 더 묻고 싶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차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지 침대 시트만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에일레스는 그녀가 질투했다는 걸 알게 되자 기분이 꽤 괜찮아서, 그 모습을 좀 더 오래 보고 싶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르시엘과 단둘이 데이트를 한 것에 대한 약간의 심술. 그는 의외로 뒤끝이 있는 편이었던 것이다.

“맛있어?”

진실을 알려 주는 대신 그는 미라벨라의 어깨 너머로 상체를 숙여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토스트를 한 입 먹었다. 조금 전 그녀가 베어 문 흔적이 남아 있는, 바로 그 자리를. 달콤하고 상큼한 월귤 향과 뒤섞인 입맞춤이 자연스레 이어졌고, 내밀한 키스는 꽤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두 사람의 입술이 부드럽게 맞물리면서 신선한 잼의 맛보다도 더 다디단 타액이 사이를 오갔다.

“에일레스 오라버니…….”

한참이 지나 서로 입술이 떨어진 뒤, 작은 숨을 할딱이며 미라벨라가 속삭였다.

“저는, 정말, 정말…….”

‘오라버니들이 너무 좋아요, 계속 같이 있고 싶어요…….’

목이 꽉 막힌 듯 메어 와 미라벨라는 더 말하지 못하고 멈추었다.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에일레스가, 천천히 팔을 뻗어 자그마한 어깨를 꼭 안았다.

“나도.”

그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도 그래, 벨.”

서로 얼굴을 교차하여 안겨 있는 자세 탓에 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라벨라는 그 순간, 그의 낮고 허스키한 음성이 왠지 가슴이 아릴 정도로 쓸쓸하다고 생각했다.

* * *

“……우욱!”

또였다. 확실히 피를 토하는 횟수가 시간이 갈수록 늘어 가고 있었다. 황태자 전하, 괜찮으십니까? 밖에서 초조한 외침이 들려왔다.

“괜찮다.”

르페르트 제국의 황태자, 녹스는 위엄 있는 음성으로 문밖을 향해 외치며 휘청이는 몸을 일으켰다. 지금은 공식적인 자리였다. 부황을 수행하여 외국의 귀빈들을 접대하고 중요한 회담을 나누는 만찬장에서, 무려 제국의 황태자가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정신 차려, 녹스.’

그는 물로 주변을 씻고 손수건을 꺼내 더러워진 손과 입가를 말끔히 닦아 냈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황태자의 정복을 점검하고 날카로운 통증으로 굽어졌던 어깨를 쭉 폈다. 잠시 후,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던 표정마저 갈무리한 뒤 문을 나서는 모습은 누구보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보였다.

<황태자 전하, 제 딸의 몸에서 처음 태어났을 당시, 전하께서는 무척 건강한 아기였습니다. 조금만 격하게 신체를 움직여도 숨이 가쁘고, 종종 피를 토하는 원인 모를 몹쓸 병이 대체 어디서, 갑자기 생겨난 것일까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생모의 태내에서 받은 건강한 몸이, 성장 과정에서 병들었다면 필시 양육한 이에게 그 문제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모후께서 내게 얼마나 잘해 주셨는데…….>

<그게 정말 진심이라 생각하십니까? 신분이 낮은 제 딸은 몰라도 황제 폐하의 아들인 전하를 드러내 놓고 해치기란 쉽지 않겠지요. 그러니 곁에 두고 방심하게 만든 뒤 서서히 무언가를 먹여…….>

<닥쳐라!>

<게다가 황후께서 저와 제 가족들에 대해 남몰래 뒤에서 조사하고 계신 건 모르셨겠지요? 전하의 생모인 제 딸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몰살하여 증거를 없애기 위해……. 여기, 황후 폐하께서 사람을 붙이셨던 증거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총명하고 영특하여 모두가 타고난 왕재라 입을 모았던 황태자는 어느 순간 엇나가기 시작했다. 원인 모를 증상이 발병하면서 약하고 아픈 몸으로 인한 짜증과 초조함, 이른 사춘기를 맞은 소년 특유의 불안정한 성정까지. 결정적으로 누구보다 사랑하고 의지했던 어머니가 실은 친모가 아니라는 충격이 겹쳐 비극을 불러왔다.

한 번 의심의 싹이 트니 기존에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였다. 어릴 때부터 친형처럼 따르며 함께 어울리던 외사촌 형제들인 라이오넬가의 공자들과 멀어진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레이든, 이번에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했다면서? 정말 기특하구나, 네 어머니도 하늘나라에서 무척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어제 수업 시간에도 어지러워서 절반은 누워 있었어. 어머니는 나 같은 건 전혀 자랑스럽지 않으시겠지.’

루이넬라 황후는 일찍 어머니를 여읜 조카들을 무척 아꼈다. 아주 예전부터 그들은 별다른 승인 없이도 하나뿐인 고모와 사촌을 만나러 수시로 황궁에 놀러 오곤 했다. 자신이 친자가 아니라는 건 큰 충격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가 저를 해치려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에일레스, 너는 갈수록 네 어머니를 쏙 빼닮아 가는구나! 그래, 모니카도 너처럼 아름다운 은발을 가지고 있었지.>

‘어머니와 난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데. 하긴, 친아들이 아니니 당연하겠지.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니까.’

어느 순간, 그는 그전까지 평범하게 지나쳤던 어머니의 말과 행동들을 눈여겨보며 몇 번이고 곱씹어 보게 되었다.

<르시엘, 요 귀여운 것! 몇 달 사이 키가 더 자라서는, 곧 네 형들보다도 크겠는걸? 우리 녹스와는 동갑인데 훨씬 형이라고 해도 믿겠어.>

<……하.>

속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 건 그 순간이었다.

<그럼 비실비실하고, 약해 빠진 날 버리고 대신 르시엘을 양자로 삼지 그래요?>

<세상에, 아가!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어차피 피 한 방울 안 섞인 나보다는 친조카가 훨씬 나을 테고……. 아, 그러기는 곤란하시려나요? 바로 옆에 끼고 있어야, 기회를 봐서 없애 버릴 수 있을 테니까…… 윽!!>

짝.

루이넬라 황후가 황태자의 뺨을 내리친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세차게 얻어맞아 얼얼해진 뺨을 더듬어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은 그가 제 어머니를 쏘아보았다.

<녹스,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군요, 어머니.>

<황후 폐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은 레이든이 제 동생들을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희는 그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루이넬라의 생일을 앞둔 어느 날.

황태자 궁과 공작가에서 보내는 공식적인 선물 외에도, 넷이 함께 의논하여 비공식적인 선물을 하나 더 준비하는 건 그들 사이의 오랜 규칙이었다. 녹스는 평소처럼 황태자 궁으로 들어서는 그들을 입구에서 막아섰다.

<난 너희들이 우리 집에 오는 게 싫다.>

<…….>

<오지 마, 이젠.>

<야, 녹스!!>

나이가 같아 가장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냈던 르시엘이 발끈하며 나서자 레이든이 제지했다. 실은 그 모습마저도 눈물 나게 질투가 나서, 그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황궁에 오려거든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처럼 용건이 있을 때, 사전 승인을 제출한 다음 허락을 맡고 와! 너희는 내 형제가 아니니까.>

당시에는 그들도 미성숙한 나이였기에, 상처받은 감정을 눈빛에서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다. 르시엘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뭐라 한마디 하고 싶은 듯 식식거렸지만, 제 형이 보내는 엄한 눈빛에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에일레스가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당시 한창 마법 공부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던 그는 매일 밤을 새워 여러 가지 약을 실험하고 있다며 나쁜 병을 꼭 고쳐 주겠다 말할 만큼 다정한 형이었다. 유달리 아름다운 소년의 금안에 알 수 없는 연민의 빛이 짧게 스쳤다. 속마음이야 어찌 됐든, 겉으로는 비교적 능숙하게 평소와 같은 얼굴을 지킨 레이든이 침착하게 그를 응시했다.

<알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오늘은 실례했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시지요.>

<…….>

<이만 돌아가자.>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곳에서 사촌이 제게 그렇게 말한 건 처음이었다. 제 동생들을 챙겨 돌아서는 뒷모습에서 말 못 할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의 외사촌 형제들은 그때부터 공식적인 일정이 아니면 황궁에 발길을 끊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싸우는 건 흔한 일. 그들의 경우에도 단순한 다툼이었다면 언제든 관계를 회복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나 그는 황위를 이어받을 차기 계승자였고,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황좌를 갈아치울 수도 있을 강력한 외척이었다. 장차 황권에 도움이 될 수도, 크나큰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친가 쪽 사촌 형제들은 친형제처럼 스스럼없이 대해 주던 그들과는 달랐다. 겉으로는 지나치게 깍듯했지만, 뒤에서는 그를 비웃었다. 만약 황제의 유일한 자식인 그가 사라지면 대제국의 명맥을 이을 계승권은 과연 누구의 차지가 될 것인가. 야망 넘치는 친사촌들은 황태자가 제 모친과 멀어지고, 황위에 오를 경우 누구보다 든든한 지지 세력이 되어 줄 수 있었던 공작가와도 사이가 틀어진 걸 내심 기뻐했다.

그들은 황후의 양자인 그가 실은 천한 하녀의 소생이라는 데 주목하여 뒷소문을 더 부추겼다. 몸 안에 흐르는 피를 죄다 빼내 바꿔치기하지 않는 한, 핏줄은 결코 무시하지 못하는 법이라고.

믿었던 모친에 대한 배신감과 태생에 대한 열등감, 뒤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은 서서히 그를 좀먹었다. 그는 성년이 된 후 병이 더 깊어져 하루에도 몇 번씩 피를 토할 지경이 된 이후로 모든 것을 의심하고 불안해했다. 겉으로는 유일한 황위 계승자로 당당한 모습을 보였으나, 실은 아픈 몸이 그의 정신마저 서서히 병들게 만들고 있었다.

* * *

제국의 수도에는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 절기상으로는 이미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 해도, 해가 떠 있는 시간이면 떠나지 않은 늦여름의 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시기.

일교차 역시 부쩍 커져,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따스했던 저녁 무렵의 바람이 제법 서늘하게 느껴졌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했다가도 어느 순간 문득 얇은 카디건을 찾게 되는 오묘한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단지 계절이 달라진 것 외에도 최근 미라벨라에게 일어난 변화는 또 있었다.

“미라벨라, 데뷔탕트가 멀지 않았으니 당분간은 그 준비에만 신경을 써야겠군.”

“네, 레이든 오라버니.”

미라벨라 앞으로 황궁의 인장이 실링된 금빛 초대장이 도착한 것은 닷새 전이었다. 그 때문에 오늘 낮에도 수도에서 가장 큰 의상실의 수석 디자이너와 보석상이 샘플을 들고 방문했다. 막내 아가씨의 데뷔탕트가 될 무도회 준비로, 공작저는 오랜만에 몹시 분주해졌다.

그간의 체계적인 가정 교육의 성과로 그녀는 무척 달라져 있었다. 열여섯 살의 봄, 낡고 빛바랜 옷에 헤진 가죽 가방을 들고 주눅 든 얼굴로 공작저에 들어섰던 초라한 소녀와 지금의 그녀가 같은 사람이라고, 과연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외로웠던 성장 과정 탓에 눈물이 많고 다소 수줍음을 타는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자면 확실히 성장한 느낌이라 할까. 그녀 특유의 상냥하고 따뜻한 성품은 고상한 예법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했다.

“황실 예법은 평소 통용되는 것과 다른 부분들이 꽤 있어 까다롭지. 그날 황제 폐하를 알현하게 될 테니 실수 없이 숙지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벨라는 날 닮아 워낙 똘똘하니까 걱정할 거 없어. 뭐든 잘 할 수 있으니까.”

“우리 벨이 널 왜 닮아? ……날 닮았지.”

그녀는 이제 누가 보아도 오라버니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 유서 깊은 공작가의 막내딸이자,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없는 사랑스러운 숙녀였다.

“둘 다 조용히 해. 미라벨라, 지나치게 떨지 않고 평소처럼만 하면 될 거다. 지금도 충분히 잘해 주고 있으니.”

좀처럼 칭찬을 하지 않는 엄격한 큰오라버니조차도 이렇게 말할 정도로.

“……후, 당분간 이 교육은 할 수 없겠군.”

뽀얀 어깨와 등 위로 물결처럼 흘러내린 부드러운 백금발이 실내등의 불빛에 반짝였다. 레이든이 다소 아쉬운 듯 미라벨라를 내려다보며 말했으나, 그녀는 큰오라버니의 말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연회용 드레스를 입었을 때 눈에 띄는 흔적이 남으면 곤란하겠지.”

“읍, 네에…… 흐읍!”

왜냐하면 지금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오라버니의 방에서 ‘가정 교육’을 받는 중이었기 때문에.

새하얀 알몸을 고스란히 드러낸 미라벨라는, 대리석 콘솔 위에 상체를 엎드린 자세로 힘겹게 서 있었다. 미라벨라는 그렇게 부드러운 아랫배를 옆으로 긴 상판에 걸치고 선 채, 크게 발기한 성기를 뒤에서부터 푹 쑤시고 드는 레이든을 가까스로 받아 내는 중이었다. 그가 자궁 경부를 묵직하게 때리며 거칠게 치받을 때마다 숨이 탁탁 막혔고, 바닥을 겨우 딛고 선 연약한 두 다리부터 발끝까지 바짝 힘이 들어갔다.

“크윽, 벨라.”

한창 레이든에게 박히고 있는 미라벨라의 앞에 서서, 작은 입을 차지하고 있던 르시엘이 다소 거칠고 성급한 숨을 내쉬었다. 낮은 신음을 억누르는 잇새로 탁하게 갈라진 소리가 울렸다.

에일레스는 마탑 일로 자리를 비워 오늘 교육에는 세 사람만 함께했다. 두 오라버니의 것을 번갈아 받아 내며 혹사당한 위아래가 전부 홧홧하고 얼얼했다. 부드러운 여체는 그사이 몇 번이나 절정을 맞으면서 잔뜩 예민해져 이젠 손끝만 닿아도 가늘게 떨렸다. 세 사람의 것이 뒤섞인 음란한 액체가 허벅지와 종아리를 적시며 뿌옇게 흘러내려, 겨우 버티고 선 미라벨라의 하얀 두 발 사이에 동그랗게 고였다.

“윽, 젠장…… 후으, 미치겠네.”

“흐읍, 하읏, 아…….”

다른 오라버니들도 버겁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중에서도 르시엘의 것은 체감상 지나치게 커서 미라벨라의 작은 입에 담기엔 역부족이었다. 겨우 끝부분만 물고 빠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육중한 성기가 꺼떡대며 치고 들어올 때면 미라벨라는 늘 목 안이 꽉 막혀 숨이 가빴다.

“하으, 읍…….”

미라벨라는 요령껏 손을 함께 놀리며 음낭을 쓰다듬고 귀두 안쪽의 근육을 할짝였다. 그녀가 말랑한 혀끝을 세워 핥기 무섭게 단단하게 짜인 르시엘의 등 근육에 힘이 들어가 확 굳어졌다. 짙은 정욕으로 들끓는 붉은 눈이, 대리석 상판에 반쯤 눌린 여동생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집요하게 훑었다.

두 오라버니에게 각각 입과 아래를 내주고 있는 미라벨라의 모습은 꽤나 볼만했다. 가느다란 앞머리가 흐트러진 동그란 이마, 발갛게 달아오른 복숭앗빛 뺨과 입가에도 유백색 액체가 여기저기 엉겨 있는 모습이 아찔하도록 색정적이었다. 아래로 내리뜬 긴 속눈썹에마저 몇 방울이 튀어 그녀는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한 채 사랑스럽고 작은 얼굴을 찡그렸다.

“큭, 벨라, 하, 날 죽일 셈이야?”

“흐윽, 읍…… 아, 흣!”

탁, 탁! 미라벨라의 입에서 사정 직전의 흥분으로 잔뜩 부푼 성기를 뽑아낸 르시엘이 제 손으로 수음하여 정액을 쏟아 냈다.

“후…… 아래에 힘 빼, 미라벨라.”

“네, 으읍!”

뒤에서 그녀의 골반을 잡고 허리를 세게 쳐올리고 있는 레이든은 하의 앞섶을 푼 것을 제외하면 단정한 슈트 차림이었다. 굵직한 제 성기가 빠듯하게 벌어진 여동생의 질구 안쪽에 뿌리까지 처박힌 채 드나드는 음란한 풍경을 짙푸른 눈동자가 주시했다. 그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짙은 정욕과 집요하게 느껴지는 어떠한 열망이 넘칠 듯 일렁였다. 윽, 그가 우아한 턱을 치켜들며 짧게 신음했다.

“……아래에 힘 빼라니까.”

“흐윽, 오라버니! 아흣…….”

“미라벨라,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레이든은 그녀가 줄곧 어딘가에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기민하게 눈치챘다. 저를 받아 내면서 감히 다른 데 한눈을 팔다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반듯한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내 수업 시간에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 했을 텐데.”

“아, 아얏!”

짝, 바짝 힘이 들어가 조여진 새하얀 엉덩이에 오라버니의 커다란 손바닥이 매를 내렸다. 으응……! 우는 소리를 내는 그녀를 붙잡고, 레이든은 풀리지 않는 갈증을 해소하듯 거칠게 움직였다. 그의 박자에 따라 흔들리는, 장기가 다 들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가느다란 허리와 매끄럽고 새하얀 등. 레이든이 허리를 뒤로 물렸다 한 번에 깊게 처박으며 좁은 길을 꿰뚫고 다소 격정적으로 허리를 추켜올릴 때마다 미라벨라가 열 오른 신음을 토해 냈다.

“보채지 마, 미라벨라.”

“하읏, 오라버니! 조, 조금만 천천히…… 아, 흐읍!”

“날 받으면서 무슨 생각 했나.”

“저, 저는, 흐읏. 아무것도…….”

미라벨라는 요즘 들어 제게 일어난 변화가 당황스러웠다.

혹시 이런 게 ‘계절을 탄다’는 걸까?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이유를 알 수 없이 혼란스러워지고는 했다. 오라버니들과 즐겁게 웃고 대화를 나누다가도 갑작스럽게 우울해지더니 괜히 가슴이 뛰었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이 초조해졌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지만, 또 어떤 날은 온종일 울고 싶어지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알 수 없는 변화가 정말, 단지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일까…….

이런 기분이 가장 심해지는 건 오라버니들과의 은밀한 가정 교육 시간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도록 휘몰아치는 쾌감에 분명 제대로 눈을 뜨기도 어려운데. 지금도 몸 안이 버겁도록 꽉 채워져 숨도 못 쉴 것 같은데. 그런데도 어째서, 충만하기는커녕 이토록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걸까.

까마득한 절정의 희열이 온몸을 뒤흔들고 지나가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이 기분은…….

세 오라버니들은 여동생의 이런 변화를 즉시 알아차렸다. 하지만 몇 번을 물어도 미라벨라는 그저 아무 일도 아니라고 도리질하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늘 바쁜 오라버니들에게 한가하게 이런 고민을 말하고 싶지 않았고, 더 큰 이유는 그녀 스스로도 제 마음이 왜 이런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너무 풀어 준 건가? 꽤 여유 있어 보이는군.”

“아흣! 흐읍.”

굵은 핏줄이 곤두선 단단한 기둥이 연약한 내벽을 짓이기듯 거칠게 마찰했다. 그가 큼지막한 귀두로 민감한 지점을 콱콱 때리며 집중적으로 자극하자 가느다란 허리와 엉덩이가 바르르 떨렸다. 가쁜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며 함빡 고여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사이 르시엘은 다시 육중하게 발기한 성기를 여동생의 입에 물리는 중이었다. 뭉툭한 앞머리가 정액으로 끈적해져 허여멀건 했다. 젖은 표면이 흉흉하게 번들거리는 귀두가 부드러운 입술을 문지르며 꾸역꾸역 들어갔다.

“……읍, 하!”

“미라벨라에게 자국 남기지 마, 르시엘.”

“크읏, 알았어.”

성난 수사자처럼 흥분한 르시엘이 상체를 숙여 눈처럼 새하얀 어깨를 깨물려 하자, 레이든이 낮은 음성으로 경고했다. 은밀한 가정 교육이 시작된 이후, 미라벨라의 작은 몸은 거의 매일 붉은 꽃이 핀 것처럼 울긋불긋했다. 연약한 피부는 흔적이 잘 남는 편이었고, 붉은 성애의 자국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늘 새로운 순흔이 그 위를 덮었기 때문이었다.

사용인들의 시선을 우려하여 몸을 씻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도 혼자 하는 쪽이 더 편하다고 적당히 핑계를 댔지만, 곧 데뷔탕트를 치르게 되면 그러기도 어려울 터였다. 아무리 수수한 디자인을 고른다 해도 무도회용의 야회복은 일상용 드레스보다 노출이 더 있는 편이었다. 옷을 가봉할 때 드레스용의 속옷도 따로 맞추어야 했고. 때문에 그들은 최근 들어 미라벨라의 몸에 정사의 흔적이 남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다.

“크윽…….”

르시엘이 거칠게 신음하며 미라벨라의 입에서 급하게 제 것을 빼냈다. 단단한 근육질의 둔부가 깊게 수축하며 모양을 일그러뜨리고, 흉기에 가까운 묵직한 귀두가 허연 백탁 액을 울컥울컥 토해 냈다. 바로 빼냈음에도 거의 절반쯤은 여동생의 입에 들어간 느낌에 당황한 그가 손바닥을 내밀었다.

“벨라, 여기에 얼른 뱉어.”

“……흐읍.”

하지만 희뿌연 체액은 이미 특유의 비릿하고 진한 향을 입 안 가득 퍼트리며 꼴깍 넘어간 뒤였다. 르시엘의 진한 정액을 받아 삼킨 미라벨라가 도중에 사레가 들려 조금 캑캑거렸다.

“윽, 그걸 왜 먹어. 비릴 텐데.”

“……흐읍,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 토하려거든 내 손에 얼른…….”

“버리기 싫어요, 읍, 오라버니 거니까…….”

그녀의 말에 르시엘이 허……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쩍 벌렸다.

“벨라, 내가 볼 때 넌 진짜 타고났어.”

그는 잠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얼빠진 표정을 했다.

“하여간, 남자 홀리는 데 뭐 있다니까.”

흰 우유를 마신 것처럼 뽀얗게 젖은 입술을 홀린 듯이 바라보던 르시엘은, 그대로 상체를 숙여 제 정액 맛이 나는 입술에 짐승처럼 정신없이 키스한 다음 곁에 있던 수건을 집어 들고 씻으러 갔다. 그사이 레이든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몸을 슬쩍 뒤로 물렸다. 미라벨라의 질구에 삽입한 성기를 완전히 빼내지는 않고 입구 쪽에 귀두만 걸쳐 놓은 채로. 그것은 르시엘의 정액을 잔뜩 삼켜 잔기침을 하는 미라벨라를 봐주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었다.

“……앗, 으응!”

그는 동그랗고 예쁜 엉덩이를 위로 추켜 올린 뒤 그대로 두 손으로 잡아 좌우로 쫙 벌렸다. 토실토실한 부위가 잘 익은 사과처럼 쪼개지며 그 사이의 작은 애널이 레이든의 시야에 고스란히 담겼다.

옅은 분홍빛의 촘촘한 주름들로 둘러싸인 채 꼭 다물린 조그마한 구멍. 자세히 보면 구멍 바깥으로 용도를 알 수 없는 수상한 고리 하나가 빠져나와 있었다. 그가 손끝을 뻗어 그것을 툭 건드리자 새하얀 엉덩이가 대번에 바짝 굳어졌다. 안쪽 깊은 곳에서 지잉 울리듯 묵직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으응……! 미라벨라가 울먹거렸다.

“미라벨라, 이제 뒤쪽으로도 제법 느끼는 것 같은데.”

“읏! 그, 그런 곳은 절대로, 하으…….”

“처음엔 손가락 하나만 넣어도 울어 버리더니, 오늘은 이런 걸 넣고도 곧잘 반응하는군.”

“으흑, 아니에요! 아흐, 읏.”

“……아니긴.”

고의성이 다분한 우아한 손길로 같은 자리를 한 번 더 건드리자 또다시 낑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미라벨라의 볼기를 좀 더 활짝 벌려 수상한 고리가 빠져나와 있는 창피한 곳과 귀두만 물고 발름거리는 질구를 눈으로 자세히 관찰했다. 조그만 주름 하나하나에 전부 스며들도록 크림을 충분히 발라 촉촉하게 풀린 구멍 위를, 오라버니의 품위 있는 손끝이 천천히 쓸어 올렸다. 부끄러워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흐읍, 오라버니……. 너무 그렇게, 흑, 들여다보지 마세요…….”

에펠 공국 후계자의 성적 취향이 어떨지 몰랐기에, 가능한 모든 성감대를 개발하는 건 불가피했다. 뒤쪽의 가장 부끄러운 구멍을 자극하는 일도 그중 하나였다.

<싫어요! 저 그런 곳으로는, 절대로…….>

처음에 미라벨라는 유달리 거부감을 표하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반항했다. 그런 곳으로 뭔가 들어간다는 건 상상조차 해 본 일이 없는데. 단지 생각만으로도 수치스럽고 두려웠다.

<부, 분명 찢어질 거예요! 오라버니들 건, 너무 크고…….>

<절대 처음부터 무리가 가도록 하지 않아. 약속하지. 그리고, 여기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보조하는 크림이 있으니 네게도 괜찮을 거다.>

<……흑, 그래도, 창피하단 말이에요.>

비록 다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곳으로도 느낀다는 건……. 정말 완전히 음란해져 버리는 것 같아서 미라벨라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얼마 전부터는 엉덩이 사이의 부끄러운 구멍을 조교하는 일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게 되었다. 맨 처음에는, 감각을 북돋워 주는 크림을 발라 손가락으로 적당히 풀어 주는 선에서부터.

하지만 세 오라버니가 보는 앞에서 발가벗고 엉덩이만 치켜든 자세로 엎드려 있는 건 정말이지 너무 창피해서, 미라벨라는 시작부터 울고 싶어졌다. 심지어 매사에 시간적 효율을 중시하는 레이든은, 크림을 바르는 내내 미라벨라 스스로 손을 뒤로 올려 제 엉덩이를 벌리고 있기를 지시했다. 귀엽게 움찔거리는 분홍빛 주름 하나하나까지 확실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치미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터트리고 만 그녀는 그날 교육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서럽게 울었다. 여동생을 달래는 데 능숙한 에일레스조차도 품에 안아 한참을 예쁘다, 착하다, 어르며 진땀을 뺄 정도였다.

오늘은 뒤쪽은 물론이고 발그스름한 질 안팎과 바짝 솟은 유두, 음핵 주위까지 민감한 부위마다 전부 최음 크림이 듬뿍 발라졌다. 미라벨라는 온몸의 감각이 잔뜩 달아오른 상태로 집요하게 애무당하며 두 오라버니에게 번갈아 박힌 탓에 아래가 줄곧 화끈거리고 눈물이 줄줄 흘렀다.

“……흣, 오라버니! 으응!”

레이든이 다시 허리를 퍽, 깊게 치며 미라벨라의 애널에 삐죽 나온 고리를 세게 잡아당겼다. 자그맣고 촘촘한 주름이 순간적으로 팽창하며 벌어지고, 퐁! 하는 부끄러운 효과음과 함께 고리와 연결된 구슬 하나가 엉덩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미라벨라가 옅은 신음을 흘리며 새끼 고양이처럼 귀엽게 끙끙거렸다.

“흐아, 으으…….”

작지 않은 크기의 동그란 구슬 여러 개가 긴 사슬처럼 줄줄이 연결된 모양의 음란한 장난감. 기다란 애널 비즈는 한참 전부터 그녀의 엉덩이 안쪽을 가득 채우며 깊숙이 박혀 있었다. 미라벨라는 가만히 있어도 안에서 달그락거리며 서로 부대끼는 이물감이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최음 크림의 효과 때문인지 어느 순간 야릇한 감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레이든이 거칠게 허리를 추켜올릴 때마다 그 느낌은 배로 강화되었다.

퍽, 퍽! 뜨겁게 부푼 단단한 성기를 미라벨라의 질 안에 거세게 박아 올리며 드나들 때마다 레이든은 손에 쥔 고리를 엇박으로 힘주어 잡아당겼다. 굵은 핏줄을 장식한 흉포한 기둥이 여린 내벽에 거칠게 마찰하고 예민한 성감대를 푹 찌르며 삽입될 때마다 꼭 다물려 있던 애널 입구는 반대로 주름을 넓혔고, 부끄럽게 벌어진 틈을 비집으며 둥근 구슬이 하나씩 통통 빠져나갔다.

“아흑, 오라버니, 아, 흣, 잠시만, 하읏……!”

앞뒤로 느껴지는 질식할 것 같은 쾌감에 미라벨라는 숨이 턱턱 막혔다. 아래가 터질 듯한 감각에 눈앞이 새하얘지면서 숨 가쁜 신음을 토해 냈다. 오라버니의 허리 짓이 빨라질 때마다 애널 비즈가 빠져나가는 속도도 점차 빨라져 몰아치는 자극은 더욱 커졌다. 아찔한 희열에 전율하며 저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던 미라벨라는, 문득 제 모습이 창피해서 울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앞뒤 구멍으로 전부 느껴 버리는 건, 정말, 너무 음란한 것 같아서…….

“하윽, 아아, 흑!”

“후, 읏…….”

점점 더 드나드는 속도를 빨리하던 레이든은 마지막 비즈가 미라벨라의 작은 애널을 빠져나오자마자 허리를 크게 흔들며 질 내에 사정했다.

하읏…… 미라벨라의 가느다란 신음과 함께 따스한 액체가 홧홧한 내벽을 적시며 고르게 퍼져 나갔다. 레이든은 사정 후에도 발기가 풀리지 않은 성기를 즉시 빼내는 대신, 제 정액이 스며든 점막 위로 느리고 묵직하게 허리를 눌렀다. 갈라진 요도구에 음탕한 체액이 끈적하게 배어난 큼직한 귀두가 부드럽게 부푼 내벽에 꾹 짓눌리는 기분이 썩 괜찮았다.

“빨아.”

“흡! 으읍…….”

연한 백금발의 머리채를 뒤에서 잡아 올려 상체를 들게 만든 그가, 긴 손가락 두 개를 겹쳐 작은 입 안에 밀어 넣었다. 그녀의 아래에 페니스를 박을 때처럼 다시 길게 빼냈다가 넣는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며, 타액으로 골고루 적실 때까지 쭉쭉 빨게 했다. 이윽고 충분히 젖었다는 판단이 들자, 기다랗고 굵은 손가락 두 개가 어느 정도 풀려 발름거리는 촉촉한 애널을 단번에 푹, 찔러 들었다.

“……아흐윽!”

“자세. 후, 풀어지지 않게.”

“읏, 레이, 오라버니! 소, 손가락이, 너무 깊어서…… 흡!”

“미라벨라…… 손가락 개수가 부족한 건가?”

“흐아! 아, 아니요! 읏.”

뒤에서 골반을 단단히 붙잡고, 다른 쪽 손으로는 싫다고 앙탈하는 여동생의 뒷구멍을 거침없이 쑤시며 그는 다시 한번 행위를 시작했다. 오라버니의 묵직한 성기와 굵은 손가락이 아래쪽의 부끄러운 두 구멍을 각각 파고들었다. 앞뒤를 동시에 깊숙이 꿰뚫리며 느껴지는 격렬하고 아찔한 쾌감에 미라벨라는 거의 기절할 것만 같았다.

레이든의 남성은 위쪽으로 약간 휘어 있어 후배위를 할 때면 애널과 가까운 질 아래 벽과 자궁 경부까지 강하게 자극했다. 오라버니의 우아하고 긴 손가락과 흉포한 물건이 동시에 밑을 드나들며, 항문과 질 사이의 얇은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거세게 문질러졌다. 그때마다 미라벨라는 극도로 몰린 성감을 참지 못하고 울음과 비명이 반쯤 뒤섞인 가느다란 신음을 내지르며 자지러졌다.

“하아, 흑, 아!”

“윽…….”

절정으로 부푼 질 내벽이 그의 페니스를 감싸고 움찔대며 안을 바짝 조였다. 오물오물 조이는 따스하고 촉촉한 탄력에 사정감이 확 몰려 그는 눈가를 슬쩍 찌푸렸다.

잠시 후, 미간을 지그시 좁힌 레이든이 잇새로 억눌린 한숨을 내보내며 길게 사정했다. 젖은 음모가 민망하게 흐트러져 이리저리 밀착된 여동생과의 접합부에는 새하얀 잔거품마저 엉겨 붙어 있었다. 그는 아직 삽입을 풀지 않은 채로 허리를 짧게 흔들어 남아 있는 정액까지 미라벨라의 안에 털어 냈다.

“하으…….”

“후.”

거친 마찰로 금세 부어올라 발긋해진 입구. 밭은 숨을 몰아쉬는 기진맥진한 작은 얼굴을 힐끗 본 그가 몸을 훅 빼내며 뒤로 물렸다. 기다란 성기가 민감해진 질 안을 주르륵 긁고 빠져나오며 또 한 번 내부를 크게 들쑤셨다. 안에 고여 있던 유백색 액체가 몽글거리며 딸려 나와, 상체만 엎드린 자세로 숙인 미라벨라의 새하얀 등과 가느다란 허리 위에 듬뿍 끼얹어졌다.

“형! 나 먼저 갈게.”

때마침 욕실에서 나온 르시엘이 이쪽으로 건너오지 않고 급하게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근무 시간이 바뀌었다고 하더니, 시간이 촉박한 모양이었다.

어쨌든, 이것으로 오늘 교육은 끝난 듯했다. 미라벨라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침대로 가 기다시피 누웠다. 땀과 눈물, 끈적하고 음란한 체액으로 엉망이 된 몸이 찝찝했다. 하지만 씻기는커녕 당장 시트를 끌어당겨 알몸을 가릴 기운조차 나지 않아 그녀는 그대로 잠시 누워 있었다.

어느새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돌아온 레이든이 보였다. 그는 조금 전까지 여동생의 음부를 난폭하게 들쑤셨던 기다란 성기를 갈무리하여 바지 안에 수납하고, 거울을 보며 슈트의 매무새를 가다듬어 우아한 공작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거칠게 내뱉었던 낮은 숨은 어느덧 차분해졌고, 쾌감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낯조차 여러 번 정을 쏟아 낸 직후여서인지 도리어 후련해 보였다. 미라벨라는 그 완벽한 착장을 대하자 아직까지 혼자만 발가벗고 흐트러져 있는 게 창피해져 발끝이 움츠러들었다. 레이든은 얼굴을 붉히며 시트를 끌어당기는 미라벨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만 쉬라며 짧게 말하고 등을 돌렸다.

“미라벨라.”

막 침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레이든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네?”

“내려가서 같이 씻겠나?”

예상치 못한 권유에 미라벨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실 교육이 끝난 뒤 오라버니들과 함께 샤워를 하거나 실내 온천에 간 것은 종종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적어도 세 사람 이상이 함께 있을 때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엄격한 큰오라버니와 단둘이서 씻는 건 좀…….

나이 차가 가장 많이 나기 때문일까? 미라벨라는 사실 아직도 레이든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단둘이 남을 때면 확실히 바로 위의 두 오라버니들과 있을 때보다는 더한 긴장감이 찾아왔다. 그녀를 공부시킬 때는 확실한 대화 주제가 있었고, 그 교육 중에는 워낙 부끄럽기도 하고 정신이 없기도 해서 차라리 괜찮은데, 조용한 온천에 둘이서만 있게 된다면 대체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오라버니와 둘이서요?”

“그래.”

“아, 아니요…… 그냥 저 혼자 할게요.”

미라벨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거절 의사를 밝혔다.

‘오라버니께서도 나랑 둘이서는, 역시 불편하다고 느끼실 거야.’

“아무래도, 불편할 것 같아서…….”

“원하는 대로.”

그가 미라벨라 쪽을 힐끗 쳐다보더니 선선히 답했다. 미련 없이 뒤돌아선 너른 등에는 단 한 점의 아쉬움도 보이지 않았으나 왠지 마음이 불편해졌다. 혹시라도 그가 오해할지도 모르는데, 마지막 말은 괜히 덧붙였나 싶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다시 좋다고 할까?’

“저, 그게! 저는 괜찮은데, 오라버니께서 불편하실 것 같아서…….”

하지만 고민하던 미라벨라가 다급히 부연하며 얼굴을 들었을 때, 이미 그는 밖으로 나가 버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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