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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악녀의 호위기사가 되었다-133화 (133/181)

〈 133화 〉 결전 (2)

* * *

“아가씨, 달이 붉지 않아요?”

“...그래, 그렇네.”

아이린의 시선이 하늘에 향했다. 분명 개기 월식은 내일이라 들었는데,

어찌하여 하늘에 뜬 달이 이토록 붉은 것일까. 태양과 겹쳐진 달이 내는 빛은 붉었다.

3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개기 월식의 주기가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나, 이번 만큼은 그 주기를 틀렸음이 확실하리라.

“괜찮을까요?”

“글쎄. 그런데, 괜찮을 거야. 에반이 거기에 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확답하고 싶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은 불안함에 차마 거짓을 내뱉을 수는 없었다.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이제 겨우 마음 둘 곳을 찾았는데, 하룻밤 만에 미망인이 된다, 라.

우스운 이야기였다. 꿈이더라도 겪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했고. 아이린은 그 마음을 겉으로 티내지 않았다.

조금은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평소에 잘 마시지 않던 다즐링을 입에 가져다 댈 뿐이었다.

향긋한, 에반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향이었다.

우습지 않은가. 고작 괜찮냐는 한 마디로 연심을 품게 되었을 줄은.

사람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고, 그런 계기로 마음을 품은 자신의 이야기를 누가 믿어줄까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새어나왔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고룡 마베트를 한 기사가 죽일 거라는 얘기를 모두가 부정하는 지금, 아이린은 에반을 믿어보기로 했다.

빌테인에게 죽어가는 자신을 구했던 그 때처럼, 이번에도 그렇게...다시 돌아올 거라고.

“로벨리아도 그렇게 생각할 걸?”

부푼 배를 쓰다듬은 아이린이 중얼거리자, 난생 처음 들은 이름에 로페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벨리아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 다시 묻자. 슬쩍 미소 지은 아이린이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곧 태어날 아이 이름이야. 딸은 로벨리아...아들은 아직 못 정했고.”

“이름 이쁘네요. 되게 착한 아이일 것 같아요.”“내 성격은 닮으면 안 되는데, 에반을 닮았으면 좋겠어.”

“...기사님을 닮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여자 한 사람이 남자를 여럿 홀리고 다닌다면...곧 태어날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던 로페나는,

이윽고 어깨를 한 차례 으쓱이곤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훨씬 커다란 달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저 달이 지고, 다시 해가 뜬 다음엔 어떤 하루가 시작될까.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는 밤, 로페나의 시선은 저 멀리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

­사람은 누구나, 벽에 부딪힐 때가 있단다.

언젠가 아버지가 한 말이었다. 아무리 특별한 사람이더라도,

남들이 뛰어갈 때 하늘 저 멀리를 날아갈 만큼의 힘을 지닌 사람도.

결국 언젠가는 제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는 법이라는 뜻. 카이셀은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벽이 제게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 제국의 황태자이자, 나중에는 황제가 될 사람.

허나 시간이 흘러 생각이 변했다. 더 이상 자신은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하나 특별한 것이 없는, 그저 평범하다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인간은 비로소 벽을 마주한다. 넘을 수 없을 만큼 높고, 부술 수 없을 만큼 단단한 벽을.

카이셀은 검을 쥐었다. 뚫리지 않는 비늘 사이에 어떻게든 검을 쑤셔 박은 채, 피가 흘러내리는 머리를 닦아내었다.

입에서 내뱉어지는 것은 검은 피가 뭉쳐진 덩어리, 동시에 새어나오는 무거운 숨을 토해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매 순간 생각한다. 이 용과 싸우는 매 순간 드는 생각이란,

당장이라도 포기한 채 저 땅으로 떨어질까 하는 것.

지쳤다. 검을 쥔 손이 파들거리며 떨리고, 숨을 겨우내 쥐어짜는 폐는 찢어진지 오래였다.

단순히 몇 번 싸웠을 뿐인데, 상처 하나 내지 못한 자신의 몸은 이미 망가져 있었다. 하늘, 그래. 하늘이었다.

사람은 하늘에게 닿지 못한다. 높게 뻗은 주먹이 보라색의 눈동자에게 향했다.

아무리 마나를 끌어올려 도약해도, 길게 뽑아낸 검기를 쏘아내도.

결국 닿지 않았다.

이게 전부인가? 고작 이게 다인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쥐어짜낼 힘은 남아있느냐고, 너덜거리는 팔을 들어 다가오는 발톱을 어떻게든 쳐내면서,

날개를 펼친 용이 저 하늘을 향해 더 높게 날지 못하도록 비늘의 틈에 검을 쑤셔 박으면서.

그나마 아직 멀쩡한 시야에 보이는 건 한 여인이었다.

아직 자신은 망령에 시달리고 있었구나. 카이셀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피가 흥건한 얼굴, 초점은 이미 풀려있었다. 부들거리며 떨리는 팔이 겨우내 검을 쥔 채 몸을 지탱하여,

약간의 바람이도 불면 쓰러질 것 같은 몸이 용의 몸통에서 붙어있을 뿐이었다.

“포기해라.”

“...그건 안 돼. 아버지가 포기는 하지 말라고 하셨거든.”

태어나 한 번도 아버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던 것 같은데,

피식 웃은 카이셀이 검을 고쳐 쥐었다. 갈 때가 되어서 그런가.

갑자기 효도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샘솟는 것만 같았다.

깨끗했던 옷이 피로 흥건하게 젖고, 얼마 남지 않은 마나로 영역을 겨우 유지하는 지금. 남은 공격이라 해봐야 단 한 번이었다.

한 번, 이걸 저 눈알에 박아야 한다. 그게 과연 될까? 카이셀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무것도 해보지 않았는데...벌써부터 포기하기엔 일렀다. 아버지가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언젠가 벽에 마주한다고. 그 벽이 지금 제게 닥쳐온 위기라 생각했다.

저 용이 벽이라고, 닿지 않는 하늘이. 태어나 20년 만에 찾아온 벽이자 한계라고.

“나는 종말이다. 너희들이 그토록 칭송하는 알라르 마저 나를 죽이지 못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싸우려 드는 거냐? 너를 버리고 떠난 여인이 네게 그리도 중요한 존재였더냐?”

“...아무런 의미도 없지.”

그냥, 한 때의 인연이었다. 우연히 만났던. 서로의 교류조차 적었고,

만났을 때도 진심으로 대해본 적이 없었다. 절멸의 끄나풀, 그렇기에 이용하기 위해서 만났을 뿐이었다.

만나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다면 조금이나마 나라에 도움이 될 테니까.

황태자로써 그렇게 대했다. 그렇다면 카이셀 개인은,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했던 것일까.

그 때 깨닫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알아차린다. 너무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이제 와 후회한다.

사람은 어리석은 존재였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알게 된 뒤에서야 진심을 알게 된다.

피와 함께 흐른 투명한 물줄기를 닦아낸 카이셀이 웃었다. 아무것도 아닌 여인이었다.

그냥 우연하게 만났던, 스쳐가는 인연에 불과한 여인이었다.

“모든 것이기도 하고.”

허나 지금 이 용과 싸우고 있는 이유란, 아무리 찾아봐도 스칼렛이라는 여인 때문이라.

카이셀은 제 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 얼굴을 다시 본다면, 처음 만났던 연회장에서.

그 다음에 만났던 거리에서. 그 다음에 만났던 도서관에서. 다시 얼굴을 마주하여 얘기할 수 있다면.

그 때야 말로 솔직하게 말할 거라고 다짐한다.

“어리석군.”

“맞는 말이야. 아까는 내가 바보가 아니라고 답하긴 했는데...지금 생각해보니까 틀린 말인 것 같은데.”

길게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얇아졌다. 자신과 마주한 인간의 눈에서 두려움을 조금도 읽어낼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자신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존재였단 말인가. 절멸이었다.

걸어 다니는 종말이자, 현존하는 멸절이었다. 알라르 조차 자신을 상대할 때 긴장했건만,

고작해야 그보다 못난 후손에 불과 하는 이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니.

연속되는 불꽃이 용의 불꽃을 가르며 허공을 갈랐다. 비늘에 닿지 않는다.

허나 용의 불꽃 또한 카이셀에게 정확히 맞진 않았다. 지지부진한 전투 또한 이 때문,

나름 마력을 끌어올려 하는 공격이었으나. 카이셀은 마스터였다.

제 아무리 고룡이라 한들, 마스터가 총력을 이끌어내 하는 방어를 쉽사리 뚫을 수 없다는 소리였다.

자신의 몸에 매달린 이 벌레 같은 인간이 거슬렸다.

당장이라도 몸을 흔들어 떨어트리고 싶었지만, 카이셀은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떨어지는 순간 다치는 것도 문제였지만, 마지막 한 번의 공격을 준비해야 했으니까.

싸움은 이어진다. 자신이 쓰러져도, 그 뒤를 이어서 누군가가 대신하여 싸울 것이라 카이셀은 믿었다.

여태껏 살아오며 휘둘렀던 검을 돌아본다.

카이셀의 눈에, 구불구불한 길이 보였다. 어둠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끝을 따라 뻗어진 길.

그 길에 서있는 건 자신이었다. 늘 휘둘렀던 검, 동작을 반복하며 어디 론가를 향해 나아가는 자신.

부드럽게, 발을 한 걸음 더 내딛어 앞으로. 어깨는 조금 더 굽히고,

검의 끝은 언제나 상대의 심장을 향해서. 흐르는 물처럼 휘둘러지던 검은 다시금 폭풍처럼 내질러진다.

검은 두 손에 쥐여진다. 인간의 몸에서 가장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손이기에, 검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의지가 있다면, 마음이 있다면. 인간은 스스로 검이 될 수 있다.

내지른 주먹을 따라 바람이 이어진다. 날카롭고 첨예한 바람은 나뭇잎을 찢었다. 허나, 검은 무언가를 찢지 않는다.

무의식, 허상의 공간에서 카이셀은 제 동작을 끊임없이 점검했다.

조금 더 날카롭게, 조금 더 빠르게. 스스로의 동작을 지켜보며, 고칠 점을 다시금 찾아낸다.

바람이 불었다. 그 사이의 길이 보였다. 검이 휘둘러지는 무수히 많은 검로에서, 카이셀은 하나의 길을 보았다.

수천, 수만 번을 휘둘렀던 검은 결국 최적의 경로를 찾아낸다.

무엇이든지 벨 수 있는 검이란 없다. 인간이란 결국에 한계에 부딪힌다.

허나 그 한계를 부딪혔을 때, 한계마저 뛰어넘어 무언가를 베어내려면. 결국 검과 하나가 되는 것뿐이지 않던가.

신검합일(???一)이라 했다.

카이셀은 더 이상 검에 집착하지 않았다.

검이란 고작 의지를 수행하는 수단에 불과했으니, 배고자 한다면. 단지 휘두를 뿐이었다.

콰가가가각­! 마지막 마나 한줄기까지 담아낸 카이셀의 몸에서 거대한 불꽃이 일었다.

불꽃은 광풍을 불러일으킨다. 한 순간 벌어진 이변에 마법을 만들어내던 마베트의 눈에 당황이 서렸다.

갑작스레 불어난 마나, 순간 알라르를 떠올릴 만큼이나 강대한 마나에 균형이 일그러진다.

화르륵, 흑염이 허공에서 불타올랐다.

마베트의 마력 일부를 담은, 흑마법의 정수이자 모든 것을 파멸시킬 불꽃,

카이셀은 불꽃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았다. 고작 저 불꽃조차 뚫어내지 못할 검이라면,

자신의 인생은 전부 거짓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스스로를 믿는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 한들, 여태껏 휘두른 검을 거짓을 하지 않기에.

하늘.

카이셀은 주먹 대신 검을 뻗었다. 닿을 수 없더라도,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피부가 타올랐다. 옷이 불꽃에 녹아내리며 강렬한 열기가 주변을 뒤덮었다.

한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에 이를 악물면서도, 검은 놓지 않았다.

몸에서 피어오르던 푸른 불꽃은 모두 검에 담아서. 카이셀은 다시 걸었다.

콰아아아아­! 제 몸의 비늘이 녹아내림에도 마베트는 브레스를 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몸이 망가지기 이전에 저 벌레를 녹여야 했으니까. 허나 그럼에도 카이셀이 쓰러지지 않아서,

온 몸이 불꽃에 휩싸여 타오르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제게 걸어오는 카이셀의 모습에 마베트는 알라르를 보았다.

그 저주스러운 용사! 그 후손조차 그 기질을 닮았음에 탄식을 토해낸다.

“...스칼렛.”

하늘로 치켜들어진 검이 푸른 기둥을 뽑아낸다.

구름이 갈라지고, 양단된 어둠 아래에 찬연한 빛이 쏟아져 내렸다.

마지막으로 부르는 이름, 당연히 이 일격으로 저 용을 죽이지 못하겠지만.

카이셀은 이 공격이 마베트를 죽일 초석이 되리라 의심치 않았다. 부디, 죽지 마라.

기익­

조용히 그어진 선이 불꽃을 가른다. 일직선, 약간의 흐트러짐 없이 그어진 선에 불꽃이 흩어지고,

이윽고 불어오는 광풍에 완전히 흑염이 사라졌을 때.

하늘에, 아주 자그마한 실선이 그려졌다.

“...빌어먹을.”

촤아악, 눈에 그어진 선에서 피가 튀는 것을 본 마베트가 조용히 카이셀을 바라보았다.

검을 내리그은 자세 그대로 기절한 모습이란, 불꽃에 타오르는 와중에도 떠있는 붉은 눈동자는 천 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베인 눈의 시야가 흐릿했다. 자신의 몸에 브레스를 쏘았기에, 녹아내린 비늘 또한 적지 않았다.

고작 마스터 하나에 이렇게 고전하다니, 시간이 너무 끌리지 않았던가.

허나, 이로써 알라르의 후손을 죽일 수 있다. 마베트의 손톱이 카이셀에게 향했다.

느리게 보이면서, 또한 느리지 않은 속도로.

쉬이이익­ 뻗어가는 손톱이 카이셀의 배를 향했다.

아니스의 손이 허공을 갈랐으나, 변하지 않는다.

카이셀의 몸이 꿰뚫리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테오라드가 검을 놓쳤다.

뿌드득, 파고든 손톱에 피가 튀었을 때. 마베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빼내려 했다.

허나, 그와 동시에 이질감을 느낀다.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것은 엄연한 고통, 어째서란 말인가?

분명 무방비한 상태의 벌레를 꿰뚫었을 텐데, 어찌하여 이런 고통이 느껴진단 말인가.

화르륵, 그 의문을 해결해준 것은 하나의 불꽃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과도 같은 어둠 속, 거뭇한 비늘 위에 새하얀 염화가 솟구쳤다.

어둠으로 물들여진 하늘을 다시금 여명으로 물들이는 찬연한 빛이,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반짝이는 금빛의 눈동자가 보였다.

“...충분했나?”

카이셀의 물음에 에반은 옅게 미소 지었다. 충분했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차고 넘쳤습니다. 이제, 쉬셔도 됩니다.”

꿰뚫린 것은 카이셀의 몸이 아니었다.

손가락이 잘린 마베트가 멍하니 제 앞에 서있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마베트 앞에 있는 것은 커다란 산, 그 정상에 선 채 새하얀 빛을 뿜고 있는 기사란.

알라르를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정체모를 오싹함,

당장이라도 저 녀석을 죽여야만 한다고 소리치는 온 몸의 본능.

“너는, 누구냐.”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었다. 처음 들은 것이 언제였더라.

과거의 기억을 더듬은 에반은 조용히 마베트의 눈을 바라보았다.

대답 대신에 검을 들어올린다. 아스칼론을 알아본 마베트의 눈이 커졌으나,

에반은 그 검 대신의 가슴팍에 있는 문양을 검끝으로 가리켰다.

방패에 둘러진 가시, 그 가시가 의미하는 제국의 방패.

자신이 누구냐 묻는 대답에, 에반은 한 가지 대답을 떠올렸다.

자신은...아마도 공작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여인,

그리고 그 여인의. 아이린 유리스의,

“호위 기사.”

호위 기사일 뿐이라고.

그렇게 대답한 에반이 이내 옅게 미소지었다.

조금도 두렵지 않다는 듯, 아주 여유롭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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