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 순조롭게 (7)
* * *
“에반 프리드, 난 너를 믿었다.”
차라리 죽으면 편해질까. 에반은 온몸을 찌르는 것만 같은 자리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이린조차 없이, 오로지 공작과 단둘이 술을 대작하게 된 상황.
공작은 아이린이 임신한 사실을 알아차렸고, 에반은 그저...맹수 앞의 토끼처럼 몸을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만약 술병이 머리로 날아오면 어떡하지?
이걸 피하면 아마 그대로 멱살을 잡힐 것이 뻔했다.
맞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맞아주자고, 그런 생각과 함께 눈을 질끈 감은 에반의 뺨에 식은땀 한줄기가 또르르 떨어져 내렸다.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든 책임을”
“그 더러운 입을 닫아라. 내 마지막 인내심마저 무너지기 전에."
거칠게 콧김을 내뿜은 가롯이 에반을 노려봤다.
임신, 이해할 수 있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언젠가는 몸을 섞을 사이니 손주 또한 언젠가 보지 않겠는가.
그런데 하필이면, 결혼도 하기 전에 임신을 시킨단 말인가.
콰드득 가롯의 손에 있던 유리잔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부서져 내렸다.
가루가 되어 술과 함께 바닥에 흩어지는 잔을 본 에반이 침음을 삼켰다.
말실수를 하면 자신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
어깨를 흠칫 떤 에반을 무심히 바라보던 가롯은, 그대로 눈을 부릅뜨며 깨진 잔을 옆으로 치워냈다.
저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마음 같아서는 지하에 가둬두고 채찍질을 해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엔 제 딸의 눈치가 신경 쓰였다.
너무 심하게 대했다간 자신에게 무어라 할 게 뻔하지 않은가. 가롯은 바보가 아니었다.
이미 제 딸의 우선 순위가 에반에게 쏠려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잘못 건드렸다간 자신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도대체 이걸 어떻게 참는단 말인가. 혼전 임신이었다. 심지어 이제 막 성인이 된 아이를!
“고, 공작 각하.”
“나는 너를 믿었는데! 내 딸이 믿는 너를 믿었는데! 그 보답이 이런 거냐...!”
잠깐 이성을 잃은 가롯은 에반의 멱살을 잡은 채 흔들었다.
장인 어른이라 불러도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까지 풀어줬는데...보답을 이렇게 하다니.
배은망덕이라 하더라도 모자랐다. 이건 그냥 몹쓸 놈이었다.
놈팽이에, 쓰레기에 다른 여자에게 눈독을 들이는!
에반을 젖은 빨래감 마냥 흔들던 가롯은 에반을 그대로 바닥에 내던지곤 팔을 걷었다.
딱 한 대만, 한 대만 때리면 안 될까?
내가 이걸 살려두는 게 맞나? 임신이 8주차라고 들었다.
정식으로 교제했다는 소식을 3달 전에 들었건만, 사귀고 한 달 만에 아이린을 회임시키다니.
자신이 직접 겪고도 어이가 없는 이 사실에 가롯은 껄껄 웃었다.
빈 술병을 빙빙 휘두르며, 에반이 있는 자리를 향해 거칠게 집어던졌다.
쨍그랑!
파편을 피한 에반이 그 자리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여기서 빌어봤자 용서해줄 확률은 적었지만, 지금은 무어라도 해야 할 때였다.
머리를 조아릴까? 그대로 에반이 이마를 바닥에 박자,
바닥에 있던 유리 파편이 이마를 긁어 피가 흘러내렸다.
“죄송합니다, 장인어른.”
장인어른이라 부른 것은 실수였으나, 그 말을 들은 공작은 뒷목이 탁 풀리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뜨거운 무언가가 뒷통수에서 팍 터져, 이윽고 휘청거리며 의자에 주저앉은 가롯이 신음을 흘렸다.
아이린이 좋아해서 놔뒀더니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당장 호위 기사고 뭐고 내쫓을 텐데...!
허나 이미 아이린은 임신 8주차에 접어들었고,
이제 와 에반을 내쫓았다간 제 딸이 공작저에서 에반을 따라 나가게 생겼다.
무엇 하나 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서,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던진 가롯이 멀쩡한 술병에 담긴 위스키를 입에 가져다대었다.
꿀꺽 꿀꺽
목에 닿는 술은 뜨거웠으나,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술이 가슴을 식혀 조금이나마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게 만들었으니,
에반의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본 가롯이 이를 악물며 분을 삭혔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잠시 에반을 바라보던 가롯은, 이윽고 앞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일단...앉아라.”
에반은 이마에 묻은 피조차 닦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아이린이 임신했다는 것을 들을 때만하더라도 크게 생각하진 않았으나,
이렇게 되어 생각해보니 공작의 분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제 딸이 남자와 이어져 덜컥 임신해서 돌아온다면 어떡하겠는가.
에반이 자리에 앉자, 가롯은 빈 잔 하나를 꺼내어 에반 앞에 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도 하나를 놓고는, 술병을 밀며 턱으로 그 술병을 가리켰다.
“한잔 따라봐라.”
쪼르르르
술잔에 따라지는 노란빛의 술을 멍하니 바라보던 가롯은,
이윽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차라리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 좋을 텐데. 애석하게도 현실은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었다.
이제 자신의 딸은 8개월 뒤면 아이를 낳을 테고, 그럼 자신은 영락없이 할아버지가 될 터였다.
“피나 닦아라. 아이린이 그걸 보면 무어라 그러겠느냐.”
“......”
피를 닦은 에반은 조용히 손수건을 품속에 넣었다.
마스터인 만큼, 이미 상처는 깔끔하게 사라진 뒤였다.
아마 가롯이 주먹을 들어 흠씬 두들겨 패더라도 상처 하나 남지 않으리라.
그걸 알고 있는 가롯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가롯은 어떻게든 제 화를 억누르려 애썼다.
감정보다는 이성, 만약 자신이 아이린의 어릴적을 망쳐놓지만 않았더라면.
가롯은 술병으로 에반의 머리를 후려치고 싶은 충동을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참고 있었다.
“죄송합”
“죄송하다고 하지 마라. 고작 죄송하다는 말 몇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란 걸 알고 있지 않느냐.”
후우.
취기 섞인 숨을 내쉰 가롯이 에반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비록 제 눈치를 보고 있긴 했지만, 평소 행실 자체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고 있었다.
제국의 영웅, 절멸을 퇴치하는 데에 가장 많은 공을 세우고 있는 기사.
성실했으며, 품행과 용모가 단정하여 무릇 기사들의 모법이 되는 이.
그리고...제 딸을 결혼도 전에 임신시킨 도둑놈.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충돌하는 두 상반된 모습에 가롯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이대로 생각을 거듭할수록 에반을 향한 폭력성만 높아질 까봐, 가롯은 술을 다시 들이키며 입을 열었다.
“신경은 잘 써주고 있었느냐.”
“...예?”
“아이린 말이다. 임신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네가 옆에서 챙기지 않는다면 누가 챙기겠느냐.”
“아,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력이란 말에 가롯의 미간이 꿈틀거렸지만, 에반은 그런 모습을 보고도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평소 마시던 차 대신에 따듯한 물을, 격한 운동을 삼가게 하고 함께 산책을 하곤 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하면 전부 제가 직접 나가 사왔고, 아이린이 먹을 음식은 제가 관리하여 엄선했습니다.”
에반의 말에 가롯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건 이걸로 알 수 있었다.
만약 아이린이 회임했는데도 에반이 이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가롯은 술병으로 머리를 내려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가롯이 술병을 놓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에반이 가롯을 바라보았다.
“이제 와 사과한들 바뀌는 것은 없겠지만, 제가 꼭...책임지겠습니다.”
“나도 예전에 책임진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지.”
툭, 빈 술잔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린 가롯이 쓰게 웃었다.
책임진다는 말은 누구나 내뱉을 수 있었다. 자신도 예전에 책임지겠다는 말을 내뱉은 적이 있었으니,
이제는 세상의 없는 자신의 반려였던 이를 떠올린 가롯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허나 그것을 진정으로 해내는 이는 드물지.”
“......”
“개기월식까지 앞으로 두 달, 아이린의 출산 까지 8개월. 이미 한 번 죽었던 네가 또 죽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에반은 그 말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빌테인과의 싸움에서 한 번 죽었기에, 절대 죽지 않을 거란 말을 쉬이 입에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절멸이 고룡을 부활시키는 것에 성공한다면, 다시금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터였다.
“내가 한 번 겪었던 일이고, 아파했던 만큼 가장 불안한 것은 아이린도 아닌 나다.비록 아이린이 어릴 적에 큰 실수를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버지로써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아이린을 낳았던 자신의 아내는 병약했다.
가족 앞에서는 누구보다도 강인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속이 천천히 병들어가고 있음을 가롯은 알고 있었다.
아내를 기어코 잃었을 때, 가롯은 슬픔을 잊기 위해 아이린을 붙잡았다.
더 이상 누구도 슬퍼하지 않도록, 누구도 잃지 않도록.
어릴 때 당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노라 천명했던 것을 다시금 자신의 손으로 반복했다.
씻을 수 없을 상처를 입혔기에 이렇게 속으로 앓는 것이 전부였다.
아이린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제게 알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에반이 화를 입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내를 잃고, 딸에게 마저 버림받았다, 라. 애써 웃지만, 그 웃음은 거짓에 가까웠다.
“누가 그러더군, 엎드려 살지 말고 일어서서 죽으라고.”
가롯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틀린 말이었다.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남은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했다.
이제는 아이린이라는 연인을 두고, 심지어 아이마저 생긴 에반이라는 기사는. 결코 목숨을 함부로 걸어선 안 됐다.
“아이린을 미망인으로 만들면, 내 자결해서라도 너를 쫓아갈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지옥 끝까지 쫓아가 네 귀에 저주를 퍼부을 거야. 네가 스스로 영혼을 삼도천에 담그려 할 때까지, 네가 죽은 것을 영원토록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게야.”
에반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술잔을 다시 비운 가롯이 고래를 휙 흔들었다.
아이린이 임신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는 사소했다.
평소 먹던 다즐링 대신 레몬티를 즐겨 마시고, 검 대신에 책을 잡았다는 얘기에 혹시나 하고 시녀를 추궁했을 뿐이었으니까.
그걸 막 알았을 때만 하더라도 머리 끝까지 화가 차올랐지만...
이제는 명백하게 자신의 사위로 낙점된 에반 프리드라는 기사를 더 이상 험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아이린이 화를 내는 것은 둘째 치고, 평소 그를 좋게 보고 있었기에 이 이상 화를 내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믿어주는 것뿐, 그에게 부담을 주며 화를 토해냈다간 역효과만 잔뜩 날 터였다.
“허허...”
화를 낼 생각을 접으니 남는 것은 허탈한 웃음 뿐.
허공을 보며 웃던 가롯은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자꾸만 새어나오는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축하할 일이고, 기뻐할 일인데 왜 이리 허탈할까.
아마 이제 자신이 뒷전으로 물러날 때가 다가왔음을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 아닐까.
아이린이 아이를 낳고, 에반이 정식으로 아이린과 부부가 되면.
이제 슬슬 방패를 물려주어도 되지 않을까.
아이린과 에반이 결혼식을 하고, 손주를 낳아 그저 몇 번 웃어주면 그것으로 족했다.
젊을 때 품었던 야망보다 훨씬 초라한 미래였으나, 가롯은 그런 것 미래를 조금이나마 더 원하고 있었다.
절멸을 퇴치하고 영웅이 되는 것, 제국의 5대 가문 중심에 우뚝 서서 군림하는 것.
전부 좋았지만, 이제 와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아직 할아버지라 불리기엔 이른 나이였으나, 가롯은 이 현실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린이 최근 들어 만들어낸 파벌이라면,
자신이 물러간 뒤에도 유리스를 지탱하는 굳건한 세력으로 남아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약간의 시간을 들인다면 충분히 유리스의 가주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런 생각을 떠올린 가롯이 의자에 머리를 기대었다.
“술이 쓰군.”
허나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편안하게만 보였다.
입가에 지어진 것은 미련 한점 없는 미소.
속에서 올라오는 취기를 마나로 달랜 가롯이 에반을 향해 입을 열었다.
“결혼식은 언제 올릴 게냐.”
“...아직 정해지진 않았습니다. 절멸에 대한 것을 전부 처리하고, 아마도 식을 올리는 것은 아이가 태어난 뒤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가 부른 몸으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은 신부가 어디에 있을까.
청혼을 하는 것은 아이를 낳기 전이더라도,
식을 제대로 올리는 것은 아이를 낳은 뒤 아이린의 몸 상태가 좋아진 뒤에야 치를 생각이었다.
누가 욕한다고 한들 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이린이 직접 그 전에 식을 올린다고 하지 않는 이상, 에반은 이 생각을 고수하고자 마음먹었다.
“내가 그것 가지고 왈가왈부할 입장은 되지 않겠지. 그래, 내가 할아버지가 된다고.”
가롯이 입을 열 때마다 에반은 입이 바짝바짝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분명 자신을 타박하려고 꺼내는 이야기 같지는 않은데,
막상 죄를 지은 입장이 되니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심장을 꿰뚫고 파고들었다.
술을 마셔도 마신 것 같지가 않고, 그저 이 자리에서 벗어나 방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이린이라면 이 마음을 이해해주리라. 쓰린 속을 애써 술로 달래던 에반은,
가롯의 표정이 서서히 괜찮아질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 지나가기를 애타게 바랐다.
“...그래, 오늘 네게 할 말은 이만 다 한 것 같다.”
완전히 빈 술병을 본 가롯이 그리 말하자, 에반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긴 했으나, 그가 자신에게 무슨 마음으로 그런 얘기를 한지 전부 알고 있지 않던가.
아내를 잃고, 딸에게 마저 미움 받는 이의 말을 가슴 속으로 새기며.
에반은 가롯의 몸을 부축한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까 네 이마에서 피가 흐른 걸 아이린에게 전부 말할 생각은 아니겠지. 양심이 있다면 말이야.”
“이미 상처도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아이린에게 따로 알리지는 않겠습니다.”
“...지켜보겠다. 네가 아이린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 내가 계속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해라.”
에반이 고개를 끄덕이자, 침대에 걸터앉은 가롯이 붉어진 뺨을 문질렀다.
마나로 술기운을 걷어낼 수는 있었지만, 오늘은 그냥 취기에 잠긴 채 있고 싶었다.
다만 하나 잊고 있던 것이 머리에 떠올라, 그것을 잠시 고민하던 가롯이 입을 열었다.
임신 8주차면 슬슬 성별이 구분될 때니, 손자인지 손녀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아들인가 딸인가?”
“...아, 그게 말입니다.”
문 쪽으로 슬쩍 다가간 에반은, 잠시 대답을 하지 않고 가롯의 눈치를 살폈다.
만약 이 대답을 들은 공작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허나 무엇을 상상하든 그 끝은 파국(??)이라, 어색하게 웃은 에반이 입술을 달싹였다.
“쌍둥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들 하나 딸 하나...”
“쌍둥이.”
“...예, 쌍둥이.”
허허.
입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그냥 내뱉은 가롯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빈 술병을 가볍게 쥐곤, 그것을 에반을 향해 집어 던지며 노호성을 터트렸다.
"에반 프리드!"
순간이나마 공작저가 울릴 만큼 거대한 함성에, 밑에서 대기하던 로페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쯤이면 공작이 진정할까.
아마도 아이린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에반을 향한 공작의 진노가 멈추는 일은 없으리라.
흐규흐구님이 그려주신 임신천재 공녀님입니다!!
지난번 뿔 공녀님에 이어 임신한 모습까지 그려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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