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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악녀의 호위기사가 되었다-110화 (110/181)

〈 110화 〉 철혈이 그대를 거부한다 (6)

* * *

에반의 몸이 흠칫 굳었다.

아이린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둘째치더라도,

아일린과 스칼렛이 마주했다는 점에서 이미 느낌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어지간해선 만남을 피하고 싶게 하고 싶었던 두 사람이 만난 지금.

에반이 할 수 있는 행동이란 아무 말 없이 둘의 대화를 지켜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안녕하세요?”

“스칼렛 테라제인 양?”

“네, 네. 맞는데요...”

스칼렛은 아이린의 얼굴을 보곤 어깨를 움찔 떨었다.

눈을 잠시 마주쳤다가도, 그 시선에 담겨진 싸늘한 무언가에 자기도 모르게 꼬리를 말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자신이 한 것이라곤 소문으로 들었던 기사를 만난 것이 전부 아니던가.

약간의 동경과 호기심이었을 뿐이었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은 에반 프리드라는 기사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그래도 궁금하지 않은가. 황도에서 늘 들려오는 소문의 주인공이었으니까.

그런 순수한 호기심과 동경에 그저 손 한 번 잡아봤으면 하는 마음뿐이었지만,

아이린은 그 마음마저도 읽은 채 조금 더 날카로운 시선을 스칼렛에게 보냈다.

여우 같은 여자였다. 겉으로는 순진한 척,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듯 눈동자를 반짝이지만.

나중에 등을 돌리고 난 뒤에는 저 혼자 음흉한 속내를 중얼거리는 여자.

최근 들어 사교에 힘을 쓰고 있는 만큼, 아이린은 스칼렛을 보자마자 그런 판단을 내렸다.

사실, 그녀가 정말 여우 같은 여자인 것은 그리 중요치 않았다.

그저 에반에게 다가온 여자가 하필이면 스칼렛 테라제인이라는 것이 문제였을 뿐.

아이린의 눈이 가늘어지자, 스칼렛은 그런 아이린의 시선에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푹 숙였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은 아무리 보아도 겁에 질린 듯 보여서, 아이린은 묘한 미소를 띠며 시선을 거두었다.

“에반, 아니. 그이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말도록 하세요.”

“...그이요?”

“네, 그이요. 이미 임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여자와 만난다면 무슨 소문이 돌까요. 굳이 얘기를 하고 싶으면, 제가 보고 있는 곳에서라면 허락해 드리죠.”

그이라고 말하는 아이린의 뺨은 상기되어 있었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호칭을 입에 담은 것이 꽤나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에반 또한 마찬가지라, 얼굴에 올라오는 열기를 애써 무시한 채 입을 뻐끔거릴 따름이었다.

‘그이?’

늘 서로 이름을 부르던 사이였지만, 그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자 꽤 색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 스칼렛이 있다는 것은 어느새 완전히 잊혀져, 에반은 아이린의 뒤에 선 채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이제 가보세요. 그이는 바쁜 사람이니까요.”

“......”

“이런, 저희 아가씨께서 혹여 실례를 끼치신 것입니까. 죄송합니다.”

아주 잠시. 에반이 정신을 놓친 사이 나타난 노집사에 에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기척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일개 집사라기엔 너무나 은밀한 움직임이었기에.

게다가 그것이 테라제인에 소속된 인물이라는 것에 에반의 신경이 쏠렸다.

“...실례를 끼치진 않았습니다. 그저 인사를 나누려고 온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다만.”

노집사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적의가 없다는 듯,

까만 눈동자에 햇빛이 일어 반짝이는 모습에 에반은 천천히 시선을 거두며 웃어 보였다.

“옆에 있었는지도 몰랐군요. 조금 놀랐습니다.”

“워낙 존재감 없는 늙은이라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허허. 아가씨, 이만 돌아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 그렇죠.”

노집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스칼렛은, 이윽고 아이린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아이린은 옅게 한숨을 내뱉으며 스칼렛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카락, 그리고 머리보다도 붉게 물든 눈동자.

순박한 얼굴을 눈에 담은 아이린이 손을 떼자 비로소 주춤거리며 물러난 스칼렛이 아이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스칼렛이 사라지고, 멍하니 허공을 보며 서있던 아이린이 에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에반.”

“...네.”

에반은 아이린의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자세를 고쳤다.

잘못한 것이라곤 조금도 없었지만, 아이린의 말에 담긴 무언가에 어쩐지 그리 행동해야 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아이린은 에반을 잠시 쳐다보다가, 이윽고 쓰게 웃으며 에반의 가슴팍에 이마를 기대었다.

어떻게...조금만 긴장을 놓으면 그 사이에 다른 여자가 이렇게 찾아오는지.

“아니에요. 에반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너무 잘난 사람을 제 연인으로 둔 자신의 탓이리라.

스칼렛이 사라진 자리를 잠시 쳐다보던 아이린은, 이윽고 에반의 손을 잡은 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밖에 계셨던 겁니까?”

“......”

아이린은 다시 궁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살 때는 몰랐지만, 막상 무얼 샀다고 에반에게 말하자니...도무지 입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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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방으로 돌아온 에반은 황제와 나누었던 얘기 전부를 아이린에게 설명했다.

흑마법사들이 노리고 있는 것이 고룡 마베트의 부활인 것부터,

그들이 말하는 붉은달이란 것이 사실 개기월식을 의미하는 것까지.

테라제인과 프리드, 그리고 하탄이라는 가문이 절멸과 관련되어 있는 것을 들은 아이린은 조금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에반을 바라보았다.

“괜찮겠어요?”

“글쎄요.”

프리드라는 가문. 남들이 보기엔 제 가문을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었다.

허나 에반은 그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자신과 크게 상관없는 가문이 아니던가.

그리고 자신이 정말 에반 프리드였다 한들, 가문에 대한 큰 애착이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지금 당장의 일은 아니니까요.”

황제는 프리드와 테라제인을 나중의 일이라 치부했다.

조금 더 빠르게 처리해야 할 것이 있다면 아마도 하탄일 것이라 했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고룡 마베트에 대한 것이었다.

그 소환 자체를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고룡 마베트, 시조 황제 알라르가 직접 아스칼론으로 처치했다는 용.

그 힘은 대륙 전체를 휘감아, 홀로 산을 부수고 하늘을 가렸다 전해지는 전설속의 존재였다.

그런 존재를 현실에 꺼내려 하는 단체가 있는 것도 우스운데,

그런 존재가 정말 현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절로 지끈거릴 따름이었다. 허나 이상한 점이 있다면.

‘...왜 원작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던 것일까.’

지금은 아직 원작이 시작되기 까지 한참 남은 시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제야 원작이 비로소 시작되려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시골에서 살던 스칼렛이 황도에 오면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장미 가시의 그대’의 본편이었으니,

오히려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도 빠르게 원작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터였다.

하지만 많은 것이 달랐다.

로만이 없어졌고, 하탄과 프리드, 테라제인이라는 가문이 절멸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절멸과 관계된 그 어떠한 가문도 찾지 못했던,

오히려 유리스라는 가문이 반역이란 혐의에 몰려 처형된 것과는 완전히 그 형세가 다르지 않던가.

만약 절멸이 고룡 마베트를 소환할 수 있었다면,

원작은 이미 마베트에 의해 제국이 멸망하는 이야기를 그려냈어야 했다.

허나 절멸은 황태자라는 마스터에게 도륙되었고, 그럼에도 살아남아 끊임없이 항전을 계속해내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는 절멸이, 과연 황태자라는 마스터에게 그렇게 무력하게 당할 만큼 약했던가?

‘어색해.’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절멸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이나 무력하게 당했다.

황태자 정도의 마스터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그들이었음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황태자에게 무력하게 당했다. 고위 간부조차 황태자에게 죽었고,

멍청하게도 스칼렛을 노리다가 발각되어 무참하게 패배했다.

큰 세력을 잃었고, 유리스를 반역 혐의로 멸망 시켰을 때에는 절멸이라는 세력과의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말 각본이 있는 거라면.’

만약 절멸이 일부러 황태자에게 당해준 것이라면, 과연 그들이 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 에반 프리드라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일까.

허나 그런 것을 따지기 생각하면 이런저런 신경 쓸 것이 너무나 많아졌다.

원작에서 에반 프리드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만약 절멸과 합류한 것이라면 어째서 비중 있게 등장하지 않았나.

로만은? 하탄은? 어째서 침묵을 유지했던 것일까.

“에반?”

에반의 상념이 깨진 것은 아이린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 이후였다.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생각 속에서 겨우 빠져나온 에반은 피식 웃으며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원작까지 생각하자니, 이래저래 복잡하게 꼬이는 상황에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허나 한 가지 명확한 것이 있다면, 자신은 아이린의 호위 기사라는 점이었다.

아무리 복잡한 상황이더라도 한 가지는 명확했으니, 자신이 할 것이라곤 그저 아이린을 지키는 것뿐이리라.

“갑자기 멍하니 있어서요. 고민이라도 있어요?”

“고민이라면...있습니다.”

침대 위, 아이린에게 슬쩍 다가간 에반은 자연스럽게 아이린의 손을 움켜쥐었다.

능글맞게 웃는 표정은 오랜만이라, 에반의 표정에 얼굴을 붉힌 아이린이 살짝 몸을 움츠렸다.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 건지. 아이린이 살짝 에반을 흘겨보자,

내내 웃고 있던 에반이 입술을 달싹였다.

“아까 ‘그이’ 라고 부른 거. 왜 평소에는 안 해주시는 겁니까?”

“...아.”

“이름으로 부르시더니, 남들 앞에서만 그렇게 부르실 겁니까?”

“아, 아니 그건...”

이유를 말하려다가도, 아이린은 그렇게 부른 이유를 떠올리곤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떻게 본인 앞에서 질투한 나머지 그렇게 불렀다고 할 수 있을까.

스칼렛이라는 여인 앞에서 그런 호칭을 썼던 것은,

감히 자신이 보는 앞에서 고양이 손을 올리지 말라는 뜻이었다.

철혈을 상징하는 유리스의 소가주가 자신이었다.

그런 철혈이 스칼렛이라는 여인을 거부한다는, 어떻게 보면 노골적인 호칭이 아니던가.

허나 에반 앞에서 그걸 말하려고 하니, 아이린은 연신 입술을 달싹거리며 에반의 눈치를 힐끔 쳐다보았다.

불러달라고 한다면 못 해줄 것도 없었지만...어쩐지 지금은 그 단어가 도저히 입에 담기지 않았다.

“흠, 저는 아이린을 무어라 하는 게 좋을까요. 당신? 아니면...아까처럼.”

장난스럽게, 조금은 능글맞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린의 손을 붙잡은 채 그대로 몸을 당긴 에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이?”

아이린의 얼굴이 완전히 붉어지자, 에반은 큭큭 웃으며 아이린을 잡고 있던 손을 슬쩍 떼었다.

아까는 잘도 말하더니만, 이제 와선 왜 못하는 건지.

나름 스칼렛에 대해 질투하는 걸 알고 있긴 했으나, 이렇게 놀리는 건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는 법이었다.

물론 그이는 여성이 연인을 부르는 호칭이었으니, 그렇게 부를 수는 없으리라.

에반이 장난스럽게 웃자, 아이린은 에반의 팔을 찰싹 때리며 붉어진 뺨을 쓸어내렸다.

또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그러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음에도 달라지지 않는 태도에 한숨을 쉬려다가,

또 그런 것이 나쁘지 않아 괜스레 입꼬리가 씰룩였다. 이런 거에 자꾸 반응해주면 안될텐데.

뜨겁게 달아오르는 속에 식은 레몬티를 들이키자,

조금은 편해지는 속에 아이린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레몬티라, 아이린이 마시는 차를 본 에반이 그 찻잔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이린이 레몬티를 좋아했던가? 평소에 늘 다즐링만 마시던 터라,

이런 것을 좋아하는 것이 꽤나 의외로 느껴질 따름이었다.

“레몬티를 좋아하셨습니까?”

“아니요, 좋아하는 건 아닌데.”

아직 텁텁한 터라, 아이린은 입맛을 다시며 찻잔을 들었다.

요즘 들어 음식에 통 맛을 느낄 수 없어 신 것을 자주 찾는 편이었다.

이상하게 신맛이 당기기도 했으니, 레몬티가 들어있는 차의 향을 느끼던 아이린이 입술을 달싹였다.

“그냥, 요즘엔 조금 신맛이 당기네요.”

신맛이 당긴다, 라. 그 말에 에반은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사람이 항상 좋아하는 것만 마시다보면 언젠가는 질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던가.

그건 그렇고, 에반의 시선은 아이린이 사온 한 꾸러미에 향했다.

무언가 많이 산 것 같은데, 자신에게 통 그것에 대한 얘기를 하질 않으니.

에반의 시선이 그 꾸러미로 향했음을 깨달은 아이린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마음 같아선 ‘짜잔, 머리띠에요.’ 하고 보여주고 싶었지만.

마지막 남은 일말의 수치심이 그것을 막아내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아이린의 사고가 시녀가 전해주었던 얘기에 닿았을 때,

아이린은 에반의 어깨를 덥썩 잡으며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에반!”

“...예, 아이린.”

큼, 아이린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에반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저 꾸러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들키진 않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 폐하께서 연회를 연다고 하시더군요. 이번에 그대가 왔으니, 떠나기 전에 축하해주려는 목적인 것 같아요.”

“연회 말입니까.”

에반의 표정은 꽤나 미묘했다. 아이린과 함께 있을 때의 연회라면 언제든지 괜찮았지만,

하필이면 스칼렛이 이곳에 있을 때 연회라니.

내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황제가 여는 연회에 불참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에반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린은 이때다 싶어 연회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평소에 아이린이 사교에 거의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에반이 살짝 놀랄 만큼,

그리고 그런 아이린의 모습에 에반은 속으로 슬쩍 웃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무얼 사온 것인지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무얼 샀는지는 몰라도, 아마 자신의 생일을 챙겨주려는 것이 아닐까.

이제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에반은 그런 아이린의 모습이 그저 귀엽게만 느껴졌다.

‘챙겨주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매년 생일 선물을 챙겨주는 터라, 이제는 그 마음만으로도 만족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전처럼 생일이 싫은 것도 아니고, 이제는 생일이라는 날이 기다려질 정도였으니까.

그런 마음에 아이린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쓸자, 아이린은 에반의 품에 안겨 에반의 다리 위에 그대로 앉았다.

“이번 연회 말입니다. 만약...아닙니다. 뭐, 잘 되겠죠.”

아이린을 뒤로 끌어안은 채, 스칼렛을 피하는 건 어떻냐고 얘기하려던 에반이 입을 다물었다.

황제가 여는 연회, 어지간한 귀족들은 전부 참석할 그곳에서 아이린과 스칼렛이 마주할 일이 얼마나 될까.

설마, 둘이 마주해서 싸우는 일이 일어날리가 있겠는가.

설마.

괜스레 피어오르는 불안을 애써 무시한 에반은,

아이린을 꼭 끌어안으며 그저 옅게 미소지을 따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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