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 Love is an open door (6)
* * *
“좋아요?”
아이린의 물음에 에반은 답할 수 없었다.
아이린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질척하게 묻어나는 애액이,
그럼에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둔덕만을 스쳐지나가는 탓에 온통 그 방향에 신경이 쏠렸기 때문이었다.
아이린은 샐쭉하게 미소 지었다. 자신이 조금 더 솔직해질수록,
마음속에 있던 무언가를 실제로 행할수록 에반이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백탁액을 혀에 담아 보여주었을 때는 어떠했던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 텅빈 시선,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쾌락에 아이린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에반은 제 위에서 허리를 움직이는 아이린의 얼굴을 보곤 음마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음마, 어찌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허벅지를 타고 끈적하게 흐른 애액이 어느덧 주변을 전부 적신지 오래였다.
서로의 신음이 섞이고 얽혀, 어느덧 방 전체에 야릇한 소리가 가득차지 않았던가.
허나 그럼에도 아이린은 여전히 에반의 것을 자신의 음부에 비벼댈 뿐이었다.
마찰할 때마다 툭 튀어나온 부분에 닿는 클리토리스의 짜릿한 감각을 느끼면서,
어느덧 이불을 적신 애액을 보면서 더욱 뺨을 붉혔다.
“흐응...흐으읏...”
“아이린, 이제 좀”
“하으읏...”
괴로워하는 에반의 얼굴에 아이린은 속으로 조용히 미소 지었다.
골반을 움직일 때마다 서로의 치골이 맞닿았다.
음부의 민감한 곳부터 배꼽까지를 뜨겁게 만드는 에반의 페니스에 신음을 흘리면서도,
아이린의 허리는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이상의 쾌락을 쫓듯, 책에서 보지 못했음에도 이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이린은 저절로 터득할 수 있었다.
아까부터 간질거리는 하복부를 잠시 움켜쥔 아이린은,
그대로 손가락을 뻗어 에반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긁었다.
스르륵 명치부터 서서히 올라가는 손가락이 가슴에 닿자, 움찔 놀란 에반의 몸이 들썩였다.
움직이던 허리를 멈추며, 야릇하게 미소지은 아이린이 에반의 손목을 붙잡았다.
처음 이곳에 함께 누웠을 때처럼, 살짝 피로해보이는 에반의 뺨을 혀로 핥은 아이린이 붉게 물든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말해 봐요.”
무엇을? 순간 여러 의문을 품은 에반이 그런 아이린을 바라보자,
피식 웃은 아이린이 당연하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넣게 해달라고, 부탁 해봐요.”
철퍽 완전히 애액으로 젖은 음부가 에반의 페니스를 거칠게 자극하고 있었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새하얗게 변해버릴 것만 같은 정신을 붙잡기 위해 에반의 심장이 마나를 뿜어냈다.
겉으로 불꽃이 새어나오지 않을 만큼의 마나, 허나 그것 또한 엄청난 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린이 움직일 때마다 끓어오르는 쾌락을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었다.
마스터라는 경지가 무색하리만치 당하는 와중에도 에반은 수치심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단순히 지금 느껴지는 이 쾌락에 절여져, 아이린이 내뱉는 말이 달콤한 속삭임처럼 느껴질 따름이었다.
“...드립니다.”
“흐읏, 뭐라고 했...나요?”
철퍽
에반의 목소리에 아이린은 제 입술을 혀로 핥았다.
허리를 조금 더 능숙하게 움직이면서, 에반의 미끈거리는 페니스를 자극 시키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대답을 재촉하듯, 음란한 소리와 함께 쓸리는 골반에 에반은 이를 악물며 겨우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넣고, 싶습니다. 아가씨, 부탁드리겠...크윽!”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에반의 복부 위에서 허리를 들어 올린 아이린의 손이 에반의 페니스를 움켜쥐었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당장이라도 터질 듯 뜨거운 그 기둥은 언뜻 보아도 아이린에게 꽤나 커 보이는 크기였다.
이런 것이 자기 배에 들어간다면...아이린은 침을 삼키면서도, 그것을 구태여 피하려 하지 않았다.
“흐으읏...!”
귀두가 질구를 파고들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자극에 아이린의 허리가 꼿꼿이 세워졌다.
풀릴것만 같은 다리를 겨우 지탱하면서,
음란한 애액을 뚝뚝 떨어트리는 음부를 한 손으로 닦아내며 조심스럽게 허리를 내렸다.
질구를 통해 파고드는 페니스가 질벽을 우악스럽게 긁어대고 있었다.
허나 쾌락에 몸부림치는 것은 에반 또한 마찬가지라,
고환으로부터 새어나오는 정액을 쥐어짜는 듯한 감각에 이를 악물 따름이었다.
허나 그런 것을 억지로 누르며, 에반은 몸을 일으켜 아이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이린의 질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혹여 고통스러워하지는 않을까.
비록 처음이라기에는 과도할 만큼이나 능숙한 아이린이었으나,
에반은 아이린이 아파할까 조심스럽게 그 가녀린 허리를 받쳐 들었다.
허리가 내려가되 너무 빠르지 않도록. 서로가 닿도록 고통스럽지 않도록.
천천히 아이린의 가슴을 입으로 훑으면서, 동시에 그윽한 시선으로 헐떡이는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아프진...않으십니까.”
“괜찮 읏, 괜찮아요.”
고통스러웠지만, 아이린은 그런 것을 구태여 티내고 싶지 않았다.
제 가슴에 안긴 에반이 미소 짓고 있었다. 그 사실이 좋아서,
아이린은 피가 흐르는 고통을 애써 참아내며 에반의 것을 자신의 속으로 전부 받아들였다.
‘...너무 커.’
허나 에반의 것은 단지 인내심이 많다고 해서 참아낼 수 있는 그런 크기가 아니었다.
복부를 전부 휘젓는 것만 같은 크기에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이윽고 몸 전부를 부르르 떨던 아이린이 탈진하듯 에반의 품에 안겼다.
허리를 들 때마다 다시금 자신의 질벽을 긁어대는 그 쾌감은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는 종류의 그것이었다.
복부가 간질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했는데, 혹여 자신은 이런 것을 바라고 있던 게 아닐까.
아까부터 간지럽던 복부의 증상이 완전히 사라져, 이제는 되려 심장이 뛰듯 두근거리고 있었다.
헐떡이는 숨이 서로의 코끝에 닿았다.
와인의 포도향이 흐려져 이제는 야릇하고 뜨거운 숨결만이 남아 맴돌았다.
잠시 코끝을 부딪친 에반은 자연스럽게 아이린의 입을 탐했다.
조금 부드럽게, 그리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면서,
어느새 방금 전과 완전히 뒤바뀐 자세에서 에반은 아이린을 아래에 두고 있었다.
벌려진 다리 사이에 파고 들어가 혀를 뒤섞으면서, 아직까지 탄력을 잃지 않은 가슴을 매만졌다.
“흐으읏...”
봉긋하게 솟아오른 분홍빛의 첨단을 손가락으로 간질이고,
아이린의 이빨이 에반의 쇄골에 붉은 자국을 남겼다.
진한 입맞춤이 에반의 몸 곳곳에 붉은 자국을 남겼다.
장미꽃이 몸 곳곳에 내려앉아 물든 것처럼,
붉은 흔적이 남겨진 에반의 몸을 보던 아이린은 그대로 에반을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움직여줘요.”
에반은 그 말과 함께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프지 않도록, 아이린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면서 천천히 질속을 헤집었다.
질벽을 긁으면서, 아이린이 조금 더 느끼는 곳을 찾으면서.
속을 파고드는 그 거대한 무언가에 아이린을 이를 악물었지만,
조금씩 편안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렇게 움직이는 것이 에반의 배려라는 것도,
에반이 이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많이 고통스러웠을 거란 것을 안 아이린은 에반의 뺨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이런 남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전히 거대했지만,
이제는 그저 쾌락만을 전해주게된 에반의 페니스에 아이린은 조금씩 몸을 쾌락에 맡겼다.
크윽
에반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에 아이린은 샐쭉하게 웃어보였다.
음경을 짓누르는 질압에 에반은 허리를 빼내려면 서도,
그 녹아내릴 것만 같이 뜨거운 질 속을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다.
코를 찌르는 장미향, 부드러우면서도 완벽하게 이어지는 허리와 골반 사이의 곡선은 에반의 시선을 완벽하게 사로잡고 있었다.
그 감각을 잊으려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에반이 유륜을 혀로 핥았다.
보들보들하고 말랑거리는 가슴을 입으로 탐하면서도,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쾌감에 도무지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
아이린이나 자신에게 전부 처음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 에반은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허리를 끌어안은 아이린의 손톱이 하얗게 물들었다.
얼마나 힘을 주었을까, 에반의 등을 할퀴면서도, 아이린의 얼굴은 그야말로 열락에 빠진 여인이나 다름없었다.
에반의 목덜미를 깨물면서, 쇄골에 붉은 흔적을 남기면서.
서로를 탐하고, 탐닉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정열을 모두 서로에게 주려 애썼다.
에반의 허리가 점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나 그 속도가 빨라질수록, 도무지 버틸 수 없는 쾌락이 에반에게 덮쳐오고 있었다.
아이린을 아래에 두고 있던 에반은 어느덧 다시 아이린에게 깔린지 오래였다.
아이린의 허리가 위로, 다시 아래로 움직였다.
새하얀 복부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무언가가 게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흑!”
완전히 그 끝에 닿은 페니스에 아이린의 목이 젖혀졌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애액이 서로의 엉덩이와 배를 적셔 그 시트마저도 피와 뒤섞여 끈적하게 적셔감에도,
아이린은 제 복부를 휘젓는 페니스에 빠진 채 인형처럼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허공에서 흔들리는 가슴이 마치 생크림처럼 부드럽게만 느껴졌다.
손이 닿으면 그대로 녹아내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떠오를 만큼,
새하얀 가슴 위에 솟아오른 분홍빛 첨단은 하나의 꽃처럼도 보였다.
에반은 치밀어 오르는 사정감에 이를 악물었다.
아이린 또한 그것을 느꼈지만, 연신 신호를 보내는 복부의 울림에 움직임을 차마 멈출 수가 없었다.
받아들이고 싶었다. 에반의 것을,
에반의 그곳에서 쏟아지는 백탁액으로 자신의 속을 가득채우고 싶은 욕망에 푸른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흐아앙, 흐읏...!”
어느새 처음 흘렸던 피의 비릿한 향은 완벽하게 사라진지 오래였다.
서로에게서 뿜어져 오는 페로몬향과 체향이 뒤섞여, 온통 야릇하고 음탕한 냄새만이 이 주변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달빛이 쏟아내는 차가운 정적, 그리고 열락 속에서 내뱉어지는 열정적인 신음.
서로가 서로의 소리를 듣고,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콤한 향에 정신을 맡긴 채 오로지 현재의 행위에 집중할 따름이었다.
“에반, 내 안에...해줘요.”
아이린은 힘겹게 입술을 달싹였다. 에반의 것으로 허전한 복부를 가득 채우고 싶었다.
반쯤 벌려진 입, 땀으로 젖어 반짝이는 몸을 흔드는 아이린의 눈은 반쯤 감긴 채였다.
곧이어 올 쾌락에 대비하면서도, 이미 들썩이는 어깨는 아래에서부터 찾아오는 감각에 절여진지 오래였다.
에반이 혹여나 허리를 빼지 않도록 허벅지를 조이면서,
에반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이린은 계속해서 골반을 맞대었다.
“흐응, 하아...도망 못 가요. 에반은...내 꺼니까요.”
자신이 스스로 무슨 말을 내뱉는지조차 아이린은 알지 못했다.
늘 속으로 품고 있었던 말이 계속해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에반이 다른 여자의 이름을 입에 담았을 때의 그 비참함을, 자신에게 고백할 때의 그 행복함을,
처음으로 손을 잡았을 때의 그 설렘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그런 에반을 언제까지고 자신과 함께하는 마음을 떠올렸다.
이기적인 마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설령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들,
에반의 마음이 식어버리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 그런 마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이 순간만큼은.
“그러니까, 나는 괜찮아요. 에반이 하는 거라면, 나는 뭐든지 좋아해줄 수 있어요.”
아이린은 옅게 웃어 보였다. 야릇한 미소도, 에반을 향해 장난스럽게 짓는 미소도 아니었다.
에반을 끌어안으며, 오로지 에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수축하는 질벽이 에반의 것을 죄여오기 시작했다.
오돌토돌 튀어나온 질벽의 돌기가 음경을 자극하고,
그에 이어 쥐어짜듯이 이어지는 압박에 에반은 침음을 흘렸다.
에반도 아이린도, 이제는 서로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경련하듯 떨리는 질이 수축하여 에반의 페니스를 압박하고 있었다.
너무도 거대한 쾌락에 울먹이는 아이린의 호흡엔 흥분과 울음이 뒤섞여 가슴이 크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목 깊은 곳에서부터 새어나오는 신음,
계속해서 깊은 곳의 약점을 찔러대는 에반의 음경에 아이린의 허리가 자꾸만 뒤로 젖혀졌다.
죄여오는 허벅지에 에반 또한 허리를 들어 올리면서 아이린을 끌어안았다.
“흐으윽...!”
“크윽!”
에반이 아이린을 끌어안음과 동시에,
아이린은 속에서부터 울컥거리며 차오르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다,
복부를 가득 채우는 불, 그 어떤 것보다도 뜨거우면서, 그 어떤 것보다도 따스한 정을 느꼈다.
새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백탁액이 꽃잎을 타고 이슬처럼 흘러내렸다.
허벅지를, 둔부를 적시는 백탁액을 바라보던 아이린은 헐떡이며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힘없이 움켜쥔 손이 에반의 가슴팍에 닿았다.
마치 심장을 쥐듯, 가슴 왼편에 맞닿은 손을 쥔 에반이 옅게 미소 지었다.
“...괜찮으십니까.”
“괜, 찮아요.”
아이린은 몽롱한 정신을 다잡으며 에반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쿵쿵 거리며 뛰고 있었다.
야릇한 향이 그제야 코를 파고 들어와, 여태껏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듯 했다.
자신이 에반을 이렇게 만들 줄이야, 완전히 지친 기색의 에반은 누가 보더라도 피곤해보였다.
사실 에반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준 것뿐이 아닐까.
혹시 에반이 이런 자신을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었지만,
에반은 조용히 웃으며 그런 아이린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쓸어내릴 따름이었다.
아이린은 그런 에반의 표정에 안도했다.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흩어져 사라지자,
조금 여유로워진 아이린은 장난스레 웃었다.
아직도 뱃속에서 출렁거리는 뜨거운 백탁액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새하얀 정액이 애액과 함께 아이린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걸 보며 씨익 웃은 아이린은, 그대로 에반의 품에 안겨 조용히 속삭였다.
“책임져요.”
“...예?”
“오늘 안전한 날 아니었단 말이에요.”
에반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안전한 날이 아니라는 것을 듣고,
동시에 아이린의 그곳에서 흘러내리는 백탁액을 바라본 에반은 마치 고장난 기계처럼 아이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책임지겠습니다.”
에반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린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안심하라는 듯, 뜨겁게 달아오른 아이린의 복부를 어루만지는 에반의 얼굴은 꽤나 복잡해보였다.
실제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후의 일, 앞으로 아이린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스칼렛을 빨리 처리하는 것까지
그런 에반의 심장이 긴장에 쿵쿵거리며 뛰는 것을 느낀 아이린은, 곧이어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 안전한 날 맞아요.”
아이린이 한참을 웃자, 그제야 그것이 농담이었다는 걸 알아차린 에반의 얼굴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몰려드는 피로에 어이없이 웃으면서도, 조금 아쉽다는 생각에 옅게 한숨을 내뱉었다.
만약 그랬더라면...자신이 정말로 책임져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장난은 치지 않으셔도 되지 않습니까.”
그 말을 끝으로 에반은 아이린의 침대에 그대로 몸을 뉘였다.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인 터라, 몽롱한 정신을 붙잡는 것마저도 힘들 지경이었다.
눈을 감으면서, 커튼 사이로 비추는 달빛을 느꼈다.
아직 새벽은 많이 남았으니, 이대로 자고 일찍 일어나 방에서 나가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기를 잠시, 상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에반이 천천히 눈을 떴다.
“왜 누워요?”
그 위에는 아이린이 있었다. 왜 눕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는 에반의 축늘어진 페니스를 장난감처럼 움켜쥔 채였다.
깃털처럼 가볍게 흔들던 아이린은, 이윽고 알겠다는 듯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하...누워서 하고 싶은 거예요?”
초승달처럼 휜 눈이 반짝였다.
허나 그 눈빛이 섬뜩해서, 에반은 저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자신의 몸을 이불로 덮었다.
처음인데? 아니, 분명히 처음 한 날은 서로 지쳐 한 번 하기에도 힘들다고 듣지 않았던가.
에반이 이불로 몸을 가리자, 불만스럽다는 듯 눈살을 찌푸린 아이린이 이윽고 그 이불을 벗겨내며 에반의 어깨를 잡아 당겼다.
“...더 하실 생각입니까?”
완전히 가까워진 거리.여전히 뜨거운 숨결을 내뿜는 아이린을 보며 에반이 조심스럽게 묻자,
아이린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에반의 볼을 쿡 찔렀다.
“장난치지 마요. 겨우 한 번으로 끝날 리가 없잖아요.”
꿀꺽
에반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직 겨울이 오기에 한참 멀었음에도,
몸을 감싸는 것은 이 방을 가득 채운 열기가 아닌 한기에 가까웠다.
그런 에반을 벽으로 몰아 세운 아이린은, 이윽고 배시시 웃으며 그런 에반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
혀로 그 끝을 간질이면서, 그렇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에반은 오늘 못자요.”
활짝, 방금 피어난 꽃처럼 화려하게 미소 지은 아이린이 덧붙였다.
“명령이에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