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 Love is an open door (5)
* * *
에반은 바보가 아니었다.
아이린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선을 넘자는 말 또한.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떠오르는 감정은 당황이었다. 이 예상치 못한 상황,
아이린이 자신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에반에게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살짝 벌려진 입술을 여느 때보다도 더욱 윤이 나고 있었다.
무언가에 목마른 사람처럼, 갈증에 타오르는 듯 이글거리는 두 눈동자에 에반은 조용히 침음을 삼킬 뿐이었다.
선.
그걸 넘는다는 것.
그 생각과 동시에 눈에 띈 것은 어깨 아래로 흘러내려진 가운이었다.
양털처럼 복슬거리는 가운이 사라지자 드러난 것은 달빛에 비춰져 창백하리만치 새하얗게 보이는 어깨.
조금의 잡티조차 없이 깔끔한 순백의 살결을 본 에반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아이린의 팔을 붙잡았다.
너무 이른 걸 수도 있었다. 이런 경험은 에반에게 처음이었지만, 아이린에게도 처음이었으니까.
에반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괜찮겠냐며, 자신이라도 괜찮냐며 묻고 있었다.
아이린은 그 표정을 보곤 조용히 웃었다. 이 와중에도 자신을 배려하는 그 마음이 고마워서, 그리고.
이상하게도 즐거워서.
에반은 자신의 손목을 죄여오는 아이린의 힘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을 발휘하려 하더라도, 마치 뱀의 똬리에 갇힌 것처럼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나를 쓰기엔, 아이린이 다칠 것 같다는 생각에 쉬이 움직일 수 없었다.
난처한 표정을 짓는 에반을 본 아이린은 한 차례 피식 웃으며, 말라붙은 입술을 혀로 핥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에반이 아는 것처럼 착한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요.”
투둑
에반이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위에서부터 하나씩,
천천히 푸는 아이린의 손길에 에반의 몸이 움찔 떨렸다. 마치 먹잇감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전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이린의 눈빛,
자신을 탐닉하는 그 눈빛에 잠시 침을 삼키던 에반은. 이윽고 아이린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이린”
아니, 입을 열려 했다.
입을 열려하는 순간 파고드는 혀에 에반은 순간 시야가 새하얗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입을 여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잠시 동안 입 속을 거칠게 지나친 혀에 에반의 입에서 아이린의 타액이 흘렀다.
멍하니 입을 벌린 에반은, 조용히 입가를 닦고선 천천히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아이린은 웃고 있었다.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이,
평소에는 볼 수 없던 그 질척한 미소에 당황한 에반은 이윽고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취하신 겁니까?”
만약 취한 거라면, 에반은 이 기회를 깨끗하게 잊을 생각이었다.
적어도 첫 경험을 이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서로가 제정신일 때,
서로가 진심일 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술기운을 빌려 하게 된다니, 에반으로서는 원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혹여나 나중에 그녀가 후회하게 될까 그것이 두려울 따름이었다.
“취한 것처럼 보여요?”
아이린은 나지막히 물었다. 어느 때보다도 청아한 목소리가 에반에게 들려왔을 때,
에반은 비로소 아이린이 제정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취하지 않았고, 멀쩡한 정신으로. 아이린은 자신을 원하고 있음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아이린은 아무 말 없이 에반의 가슴팍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었다.
가운은 어느새 흘러내려 가슴팍에 걸쳐진 채였다. 깨끗하게 드러난 어깨, 쇄골, 그리고 목덜미.
에반의 손이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아이린은 기분 좋은 숨결을 내뱉었다.
몸을 파르르 떨면서,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묘한 울림에 뺨을 붉혔다.
셔츠가 벗겨져 온전히 드러난 에반의 가슴팍에선 심장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불규칙적인, 허나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뛰고 있는. 그것이 아이린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자신 때문에 에반이 이토록 흥분하고 있음에, 아이린은 조용히 미소 지은 채 속삭였다.
“에반을 원해요.”
“......”
“내가 몰랐던 에반을 알고 싶고, 에반이 몰랐던 나를 알려주고 싶어요.”
살짝 들린 고개, 아이린의 눈동자는 살짝 젖어 일렁이고 있었다.
세이렌에서 보았던 물결치는 호수처럼,
달빛에 아른 거리는 빛무리가 맺힌 눈동자를 본 에반은 조용히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비친 것은 두려움이라, 다시금 조용히 올라간 손이 그런 아이린을 천천히 끌어안았다.
두려움을 느낀 이유, 아마도 자신이 지금 이런 아이린을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었다. 설령 이것보다도 더한 것을 요구하더라도 싫어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자신은 그런 그녀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에반의 부드러운 손길에 잠시 입을 꾹 다문 아이린은, 조용히 그런 에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에반에게 닿았다. 허나 그런 것마저 좋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머리카락이 마치 실처럼 이어져, 자신과 그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잠시 파들거리며 떨리던 손가락이 에반의 뺨에 닿았다가,
이윽고 미소 짓는 얼굴에 떨림이 완전히 사라졌다.
정확히는, 머뭇거림이 사라졌다.
이런 자신마저 싫어하지 않는 그 마음에 아이린은 조금 편하게 웃을 수 있었다.
이마가 닿았다. 조금 차가운,
허나 미약하게 피어오르는 열기에 아이린은 반쯤 감긴 눈으로 에반을 바라보았다.
코가 닿았다. 이제는 서로의 숨결이 귓가에 닿아 흩어졌다. 전보다 조금 더 뜨겁고...달콤한.
그리고 야릇하며 달뜬 숨결에 에반은 웃었다. 살짝 벌어진 입.
아이린의 입가에 흐른 타액이 에반의 입속으로 흘러감과 동시에, 아까보다는 조금 부드럽게.
서로의 혀가 얽히기 시작했다. 처음 했던 키스보다도 조금 더 부드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술에 취한 탓에 조금은 급한 탓이었을까.
몽롱했던 기억 속의 그것보다 조금 기분 좋은 행위에 아이린은 조금씩 제 몸이 풀어지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녹아내리듯, 몽롱한 기분에 휩싸인 아이린이 에반과 얼굴이 떼어졌을 때.
입에서 길게 이어져 흘러내리는 실타래를 본 아이린이 중얼거렸다.
"좋아요...에반이."
심장이 있는 부근이 아릿했다. 아픈 것이 아니라,
미묘한 감정이 차올라 숨이 벅차오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조심스럽게 아랫배를 문지르던 아이린은,
이전과 조금 다른 시선으로 에반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한 번 더.”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 기분이 무엇인지,
아까부터 간질거려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아이린은 계속해서 에반과 입을 맞추며 혀를 섞었다.
“흐으...하아.”
입이 막혀 호흡을 멈추면서도, 서로의 타액이 목을 막아 잠시 기침을 터트리면서도.
아이린은 에반의 혀를 탐닉했다. 자신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인지 스스로 알지 못했다.
스스로 이런 방면에 재능을 타고 났음을, 그녀 스스로 모른 채 에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덧 가운이 완전히 내려가 가슴이 완전히 드러나 있음에도 아이린은 멍하니 에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에반을 끌어안은 채 이제는 남은 셔츠자락을 찢어 바닥으로 던졌다.
“아, 아이린.”
“...가만히 있어요.”
에반이 당황한 눈빛으로 아이린을 쳐다봤지만,
아이린은 그런 눈빛에 아랑곳 하지 않고 에반의 목덜미를 핥았다.
에반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확인한 아이린은 이내 기분 좋게 웃으며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자신의 몸에 깔려 떠는 에반을 보니...뭐라 해야 할까.
아이린은 자신을 들뜨게 만드는 이 감정이 쾌락인 것을 아직 알지 못했다.
마른 아이린의 몸과 달리 커다란 가슴이었다. 부드러운 굴곡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럼에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은 가슴이 에반의 복부에 닿아 부드럽게 살결을 스쳐지나갔다.
에반은 이 상황에 위기감을 느꼈다.
분명 자신이 리드해야 하는 상황인데, 어째 자신이 리드 당하는 것 같지 않은가.
휘익
“......”
그대로 힘을 주어 아이린을 넘어트리자,
이전과 완전히 뒤바뀐 자세에도 아이린은 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당황한 것처럼 눈을 크게 뜨긴 했으나, 그 눈동자에 서린 것은.
...아마도 기대감이 아닐까.
에반은 살짝 어깨를 떨며, 자신의 아래에 깔린 아이린을 바라보았다.
손을 들어 턱을 살짝 쓰다듬으면서, 진심으로 조소하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제가 모시는 아가씨가, 이토록 음탕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허나 아이린은 에반의 그런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금세 깨닫고는,
이내 피식 웃으며 누운 채로 에반의 뺨을 잡아끌어 당겼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 잠시 머뭇거리는 에반을 바라보며,
아이린은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래서, 싫어요?”
싫다고 묻는다면, 글쎄. 에반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축축하게 젖은 입술이 아이린의 쇄골에 닿았다.
흐읏, 얕은 신음을 내뱉은 아이린의 허리가 살짝 휘었다.
에반은 자신에게 아이린이 했던 것을 떠올리며 아이린의 몸 구석구석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빨로 살짝 깨물어, 목에, 쇄골에, 가슴팍에.
“흐읏...!”
누워 살짝 퍼진 가슴을 손으로 잡은 채, 흥분한 나머지 딱딱하게 굳어버린 유두를 이빨로 살짝 깨물자,
아이린이 큰 소리를 내며 에반의 등을 손으로 긁었다.
아프지 않게, 이빨이 닿는 느낌만이 닿도록.
마치 탕녀처럼 허리를 뒤트는 아이린의 모습에 에반은 묘한 정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맺힌 땀이 가슴골에 흘러, 이윽고 몸 전체를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손길이 그 새하얀 몸에 스쳐지나갈 때마다 파르르 떨리는 눈썹이,
자신을 올려다보는 저 눈빛이. 에반은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느끼곤 조용히 숨을 몰아 내쉬었다.
붉은 자국이 몸 곳곳에 남아 있었다. 손가락을 살짝 깨문 아이린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가운이 완전히 벗겨져, 실오라기 하나 남지 않은 나신을 드러낸 아이린이 제 아래에 있었다.
속옷 하나 없이, 자신에게 모든 것을 드러낸 아이린이 여기에 있었다...
그 사실을 떠올린 에반은, 머릿속을 휩싼 정복감에서 벗어난 채 조금 차분히 아이린의 몸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동안 옷 아래에 감춰져 있어 알지 못했는데, 생각보다도 훨씬 커다란 가슴이었다.
곳곳에 자신이 남긴 흔적이 남아있어 잠시 쓰게 웃었으나,
눈에 들어온 것은 딱딱하게 굳은 그 첨단이었다.
분홍빛을 띠면서도, 결코 과하지 않을 크기를 지닌 유두.
하복부부터 손을 쓸어 위로 올라가자, 그 손길에 느낀 아이린의 몸이 연신 움찔거렸다.
큰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입을 틀어막으면서,
한편으로는 에반의 다음 행위를 기대하는 아이린의 모습에 에반은 천천히 아이린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기대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않아...요.”
아이린은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자기 자신이 이런 면을 가지고 있음을 여태껏 알지 못했으나,
자신을 내려다보는 에반의 눈빛에 아이린은 순간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황홀함을 느끼고 있었다.
허나 차마 바란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그 배려깊은 손길에 움찔거리는 몸과는 달리 입으로는 거짓을 내뱉고 있었다.
“거짓말.”
그런 아이린의 마음에 에반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튀어나온 유두를 손가락으로 장난치듯 만지며, 가슴을 주무르는 에반의 손길에 아이린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런 것에 이토록 느낄 줄 몰랐는데, 자신의 몸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민감했다.
“흐으응...흐읏...”
“이래도, 정말 바라지 않으시는 겁니까?”
아이린의 복부가 파르르 떨렸다. 만지지도 않는 하복부가 떨림에 흠칫 놀라면서도,
그것이 그 다음 과정을 원하고 있다는 욕망의 편린이라는 것을 쉬이 알 수 있었다.
하아, 달뜬 숨을 한껏 내뱉은 아이린은 젖은 입술을 혀로 핥았다.
아직, 여인이 피어올린 욕망이란 이름의 불꽃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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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를 고쳐 서로 앉은 채 마주보는 자세가 되었을 때,
아이린은 한껏 부풀어 오른 에반의 바지를 보곤 조용히 미소 지었다.
에반은 그 시선에 부끄러웠지만, 다가오는 아이린의 손길을 피하지는 않았다.
천천히 벗겨지는 바지, 그리고 그 바지가 벗겨지자 튀어나온 거대한 무언가에 아이린의 손이 순간 허공에서 멈췄다.
“...어.”
“음.”
에반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이린도 그걸 보며 따라 어색하게 웃었다.
한 번도 듣지 못했고, 보지 못했던 것이었기에 적당한 크기라 생각했지만.
이런 것은...아니, 이런 크기라는 건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혹시...다른 사람들도 이 정도인가요?”
“아닐 겁니다...아마도.”
부풀어 오른 에반의 음경을 멍하니 바라본 아이린은 조심스럽게 팔을 가져다 대어 크기를 가늠했다.
책에서 본 거라면 이게 자신의 거...기에 들어올 텐데.
언뜻 보아도 배꼽 위에 닿는 크기에 아이린은 침음을 삼켰다.
이런 것은 책에서 본 적이 없었다. 허나 떠오르는 것은, 그나마 그 책에 들어있던 한 내용이었다.
“...지, 진정시켜줄까요.”
“예?”
“책..에서 본 적 있어요. 이런 게 있으면 이렇게”
아이린의 자그마한 손이 에반의 것을 붙잡자,
이윽고 손에서 전해져 오는 뜨거움에 아이린은 몸을 움찔 떨었다.
다리를 저도 모르게 좁히면서,
다리 사이에 흘러내리는 미끈한 진액을 애써 무시한 채 그 뜨겁고 커다란 것을 손으로 주물 거렸다.
찰흙처럼, 그리고 장난감처럼 주물러지는 탓에 에반은 새어나오는 소리를 참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책에서 보았다니,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이런 것을 보았냐고 묻고 싶었지만.
아이린의 손이 스칠 때마다 날아가려 하는 정신을 애써 붙잡은 채 힘겹게 숨을 내뱉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는 손길에 에반은 저도 모르게 이불을 움켜쥐었다.
애액과 타액이 흘러 젖은 이불보였지만,
이미 그런 것을 신경쓰지도 못한 채 머릿속을 뒤덮으려 하는 쾌락에 저항할 따름이었다.
“큽...”
아이린은 에반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곤 손을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뺨이 붉어질수록, 이불을 움켜쥐는 손이 하얗게 변할수록.
머릿속을 뒤덮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깨닫기 전에 그녀는 이미 희열이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쾌감. 이런 것을 해본 적은 없었으나,
아이린은 어쩐지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 아래로, 터질듯이 부풀어오른 페니스에서 투명한 액이 흘러내리자 아이린은 혀를 내밀어 그 끝을 살살 핥았다.
이빨로 살짝 건드리면서, 또한 흘러내린 액을 핥아 입에 집어넣으면서.
내심 쓰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린은 에반이 몸을 뒤트는 것을 보며 그 행위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마침내 에반의 자세가 무너져 쓰러졌음에도,
아예 손을 떼어버린 아이린은 그 끝을 혀로 굴리며 입속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넣었다.
“아, 이린...!”
자신의 것이 입속으로 들어갔음을 느낀 에반은 힘겹게 입을 열어 아이린의 이름을 불렀다.
뜨겁고, 따듯한. 입안의 부드러운 살과 혀가 어울러져 성기를 매만지고 있었다. 당
장이라도 허리가 휠 것만 같은 쾌락 속에 젖은 에반이 내뱉을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신음뿐이라.
아이린의 머리를 감싼 채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속에서부터 차오르는 사정감에 에반의 허리가 굽혀졌음에도,
아이린은 오히려 혀로 에반의 성기를 부드럽게 감싸며 사정을 재촉했다.
무엇이라 해야 할까. 본능적으로, 스스로 그것을 갈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이후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이 바라고 있단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머리를 붙잡은 에반의 손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자극을 유지하던 아이린은 에반의 몸이 파르르 떨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편으론 아쉬운 기분도 들었다. 자신에게 뿔 같은 것이 있었더라면,
에반이 그것을 잡고 조금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허나 없는 것을 바랄 수는 없는 터라, 아이린은 상념을 지운 채 현재의 행위에 집중했다.
정적 속에서 음란한 소리만이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인은 남자를 탐했고, 남자는 그런 여인의 정열 속에서 쾌락에 휩싸인지 오래였다.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 것만 같은 쾌락,
그 속에서 에반은 마침내 참을 수 없음을 깨닫곤 아이린의 머리를 움켜쥐어 당겼다.
에반의 성기가 아이린의 목구멍을 찔러 순간 숨이 막힌 아이린의 눈이 크게 뜨였지만,
그녀는 오히려 에반의 허리를 잡으며 자신에게 몸을 맡기도록 두었다.
그리고 쏟아져나오는 백탁액이 아이린의 입안을 가득 메웠다.
목구멍을 가득 채워 아래로 흘러내리고,
입안 가득 채워지다 못해 입 밖으로 튀어 얼굴에 묻은 탓에 아이린의 얼굴은 꽤나 엉망진창이 된 상태였다.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붙다 못해 정액으로 적셔진 얼굴에 에반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자신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보다도 커다란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허나 그것을 티낼 수는 없어서, 에반은 미안한 표정으로 아이린에게 손을 뻗었다.
자신을 미안한 듯 바라보는 에반에게 아이린은 살짝 혀를 내밀었다.
혀 위에 고인 백탁액, 혀를 내민 채 장난스런 미소를 짓던 그녀는 이윽고 혀를 입안으로 머금은 채 목울대를 움직였다.
꿀꺽
베에
다시 혀를 내밀어 깨끗한 것을 확인 시켜준 아이린은 배시시 웃었다.
그 목에 흘러 넘어간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제 얼굴에 묻은 하얀 액체를 혀로 마저 핥은 아이린을 멍하니 바라보던 에반은 조용히 헛웃음을 흘렸다.
이런 것을 보고도 참을 수 있다면, 아마도 성인이나 성자가 아닐까.
몽롱한 의식 속, 에반을 다시금 침대에 눕힌 아이린은 아직도 꼿꼿이 서있는 에반의 성기를 제 질척이는 음부에 가져다 대며 입술을 달싹였다.
조금은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여태껏 한 번도 드러내지 못했던 요염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이것도 원해요."
단단하게 서있는 페니스를 장난스럽게 건드린 아이린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음마가 실존한다면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착각 아닌 착각 속에서,
에반은 등골을 타고 흐르는 한줄기 섬뜩함을 느낄 수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