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별 하나에 그대(4)
* * *
시녀의 아침은, 언제나 해가 뜨기 전보다 조금 일찍 시작된다.
자신이 모시는 사람이 일어나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기 위해서,
그리고...모시는 사람이 유독 신경 쓰는 한 사람을 챙겨주기 위해서.
에반 프리드, 그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자 괜스레 어깨가 들썩이는 듯 했다.
생각해보면 단지 한 사람일뿐인데, 칙칙했던 이 공작저의 분위기가 참 많이도 달라지지 않았던가.
처음에는 크리스 경에게 가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전부였던 사람이었다.
늘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한 채로, 창백한 손을 들어 검을 휘두르는 사람.
하지만 재능만큼은 누구보다도 뛰어난...쉽사리 누군가와 친해지지 않으려는 사람.
아가씨의 호위 기사들은 늘 한 달을 넘기지 못했고, 그렇기에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아가씨의 성격은 평범한 사람이 견딜만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허나 그 사람을 처음 마주한 순간 느낀 인상은, 결코 크리스 경에게 들었던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이름이 뭐야? 내 이름은 알지?
제 짐을 들어주기 위해 손을 뻗었던 기사를 기억한다.
그때엔 그렇게 키 차이가 심하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키가 커버린 건지.
늘 그렇듯 침대 한 켠에 놓인 쿠키를 하나 꺼내 물면서, 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복도를 걷는다.
너무도 익숙해진 일상에 몸은 저절로 움직였다.
필요한 건 두 장의 수건, 한 통의 물.
이 시간이면 항상 정원에 있는 한 사람이 있었기에, 다시 발걸음을 걸어 천천히 정원으로 향했다.
휘익 휙
이제는 하나의 선율처럼 들려오는 검 휘두르는 소리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제는 이 소리가 들려오지 않으면 어색하지 않을까.
항상 느끼는 것이었지만, 참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때로는 무언가에 절박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 만큼이나.
정원 한 쪽에서 검을 휘두르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자,
이내 자신을 발견한 기사가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니, 기사님이라고 해야 하나?
“또 여기 계시네요.”
“넌 또 여기로 왔고.”
“매번 있는 일이잖아요. 이젠 저한테 고맙다고도 말씀 안 해주시네요.”
“고마워.”
사실 고맙다는 말을 바라고 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뭐, 이제는 이런 일과가 익숙해졌을 뿐이니까.
하지만 막상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어쩐지 쑥스러워서, 늘 하던 대로 이히히, 하고 웃을 따름이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자 납득이 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리제 언니도 그렇고, 아가씨도 그렇고. 저 사람을 왜 그리 좋아하나 했는데.
사실 여러모로 꽤 잘난 사람이지 않던가.
성격이 나쁜 것도 아니고, 나름 능력도...출중하다는 말이 아까울 정도였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살고 있었지만,
시녀들끼리 오가는 이야기는 세상의 흐름을 꽤나 많이 전해주는 편이었다.
에반 프리드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외적이나 내적으로 꽤나 많이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처음 만났을 때도 느꼈지만, 그가 자신에게 보이는 것은 순수한 호의였다.
그런 호의를 보내는 사람은 많이 만나보았다.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겉으로는 호의를 보내는 척, 속으로는 음흉한 속내를 품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딱 두 명.
자신에게 이렇게 웃는 얼굴로 순수한 호의를 보내는 이는 여태껏 단 두 명뿐이었다.
아가씨야 뭐, 솔직히 말해 자신을 살갑게 대해주지는 않았다.
시간을 들여 지금과 같은 사이가 된 것뿐, 예전에는 취급이 일반 시녀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그러니 크리스 경과 에반이라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자신에게 그런 호의를 보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안 힘드세요?”
“딱히.”
문득 떠오른 생각에 그리 묻자,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온몸을 땀으로 적신 채 힘들지 않냐 대답하는 모습이 영 이상했지만,
그 나름대로 솔직히 대답한 것이 아닐까. 벌써 이런 생활이 이어진 것이 4년이었다.
그 전에도 크리스 경에게 훈련 받은 것을 생각한다면,
그에게 이런 생활은 익숙하다 못해 빠지면 섭섭할 하나의 일과겠지.
“아가씨가 이런 모습을 보셔야 하는데요.”
그럼 얼굴을 붉히면서 저 홀로 중얼거리지 않을까.
물론 기사님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그런 거겠지만,
허나 그 또한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이내 피식 웃으며 자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다 눈치 채고 있었구나?”
“저도 바보는 아니니까요.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거죠."
부랑자로 살던 시절이 있었다. 눈치가 없다면 결코 생존하지 못했을 시간,
설령 몸은 편안해졌을지라도 그때의 감각만큼은 여전히 살아있었으니.
둘 사이에 어떠한 기류가 오가는 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시녀로 살다보면 참 자주 듣는 이야기였다.
어떤 영식이 한 영애를 짝사랑 한다느니, 어떤 영애가 한 영식을 짝사랑한다느니.
직접 보기도 하고, 하도 많은 얘기를 들어 귀가 닳을 정도인 자신이 그런 걸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있을까.
다만 구태여 티를 낼 필요가 없었기에 조용히 있었을 뿐이었다.
아가씨의 변화가 달갑기도 했고, 저 혼자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전과는 달리 확연히 밝아진 그 모습이 좋기도 했으니까.
그 생각에 다시 자신의 앞에 서있는 사람을 바라본다.
한 사람, 단한 사람이 이 공작저에 미친 변화란 꽤나 거대하지 않던가.
자신에게 미친 파문 또한 작지 않아서, 입술을 삐죽이며 그에게 비아냥 거렸다.
“도대체 언제 고백하실 거예요? 보는 사람이 답답해 죽겠다구요.”
“...모르지, 아직 확신이 없어서.”
무엇에 대한 확신?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그가 늘 걱정하고 있는 무언가에 대해서였다.
미래, 항상 무언가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서로의 마음이 쌍방이란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무엇을 그리 걱정하는 것일까. 허나 그걸 알 길이 없어서,
이내 눈을 조용히 감은 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선한 사람이었다. 조금의 티끌도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걸 감안하고도 에반 프리드라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호위 기사라는 직책에 소홀하지도 않으며, 최근 들어 확연히 높아진 자신의 지위를 휘두르려 하지 않는다.
귀족의 자제임에도 기품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진 않았지만,
그가 지닌 특유의 친화력은 사람을 모여들게 만들었다.
그가 호위 기사가 된 뒤 공작저의 사용인들과 친해진 것이 얼마나 걸렸지?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던 그 기억에 피식 웃자, 그런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툭.
자연스럽게 머리에 얹어지는 손에 눈살을 찌푸린다.
자신을 애처럼 취급하는 것도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지 않았던가.
허나 그 손길에 마음이 묘하게 편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입술만 삐죽인 채 그를 째려보는 것이 전부였다.
“싫어?”
“...누가 싫대요?”
뺨을 쓰다듬는 그 손길도, 머리를 문지르는 거친 손바닥도...싫지만은 않았다.
애처럼 취급하는 건 그리 맘에 들지 않았지만, 왠지 이 사람이 그렇게 해주면 괜히 안도감이 드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아마도 자신에게 형제가 있다면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신기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위안감을 주는 사람은 흔치 않았으니까.
크리스 경은 뭔가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다면, 오라버니 같은 사람은 바로 이 사람이었다.
동생이 있는 걸까, 어쩐지 자신을 다루는 그 손놀림이 퍽 익숙해 보여서.
조심스레 제 뺨에 닿은 손을 떼어내며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자신이 그에게 품는 것은 연심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그를 향해 연심을 품는 것이 퍽 신기하다 해야 할까.
어쩌면 누군가와 사귀는 것에 별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이 세상의 어두운 면을 모조리 본 터라,
사랑 같은 동화 같은 이야기에 소모할 동심 따위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제 전 가볼게요. 아가씨 깨워보러 가야하거든요.”
“그래, 잘 챙겨드리고.”
“아마 지금 즈음 일어나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일찍 일어나시나?”
그야, 오늘이 계절제가 열리는 날이니 당연한 것이 아닌가.
분명 밤을 지새웠겠지. 요즘 따라 아가씨가 유난히 들떠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했는데,
계절제라는 것을 떠올리자 금세 이해할 수 있었다.
저번에 둘이서 손잡고 보던 지도가 아마 그 계절제와 관련된 것이겠지.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올해는 빠져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얌전히 물러났다.
“힘내세요. 오늘 중요한 날이잖아요.”
“그래, 힘내볼게.”
그렇게 등을 돌리려던 찰나에, 자신을 향한 목소리에 걸음이 잠시 멈춘다.
“오늘은 기대해도 좋아.”
“...갑자기 무슨 소리래요.”
“조금...용기를 내볼 생각이거든. 이래저래.”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는 그 모습에 헛웃음을 짓는다.
사랑에 빠진 소년이란,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 꽤나 우스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응원해주는 것이 도리에 맞겠지.
무언가 대단한 결심을 한 듯,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그에게 작게 주먹을 쥐어 보였다.
“힘내요?”
응원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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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들어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당연한 듯 저 너머에서 대답이 들려온다.
역시 일어나 계셨구나. 그 생각에 미소를 띈 채 들어가자,
코르셋을 들어 올린 채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아가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젖어있는 머리카락은 그녀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도 더욱 일찍 일어나 씻었음을 의미하리라.
허나 도대체 언제? 도무지 그 시기를 알 수가 없어서,
코르셋을 응시하는 그녀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아가씨? 벌써 일어나신 거예요?”
“잠이 오질 않아서. 미리 씻었으니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어.”
“어...음, 잠은 많이 주무시는 편이 좋아요. 피부에도 좋구요, 많이 못 주무시면 평소보다 안색이 어두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말에, 코르셋을 쳐다보던 아가씨의 시선이 제게 향한다.
꽤나 놀란 듯, 삐걱거리는 고개가 돌아가 시선을 마주하자이내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달싹였다.
무언가 떠올린 것이라도 있는 걸까, 심각한 표정에 절로 긴장했지만.
이윽고 들리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내 피부가 어두워 보여? 정말로?”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유독 한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저리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니.
이런 아가씨가 요즘 들어 걱정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기사님이 착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휘둘리면 어찌한단 말인가.
연애 같은 건 해본 적도, 할 생각도 없지만...그래도 저런 아가씨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피부 좋으세요 아가씨. 오늘 딱 좋아 보여요.”
“그러면 다행인데.”
“근데 아가씨, 제가 친구한테 얘기를 하나 들었던 게 있거든요.”
“얘기?”
“제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전에 들었는데, 이번에 사귀었다고 하더라구요.”
순간, 아가씨의 눈에 이채가 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 때는 아가씨도 연애 이야기 따위를 전부 쓸모없는 이야기로 치부했지만,
결국 아가씨 또한 한창 때의 소녀였다.
심지어 사랑을 하고 있는 당사자라면, 이 얘기에 혹할 수밖에 없으리라.
연애란 자고로 밀고 당기는 것이 원칙이었다.
물론 지금은 아가씨 쪽에서 기사님의 당김에 여지없이 흔들리는 쪽이었지만...
아무래도 나중에 둘이 이어질 것을 생각한다면 이대로 관계가 성립되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에게 아이린 유리스라는 사람은 평생의 은인이었다.
그 차디찬 길목에서 자신을 구원해준 사람, 설령 자신보고 나가 죽으라 한들 기꺼이 그리 할 수 있었다.
애초에 그녀가 아니었으면 언젠가 죽을 목숨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자신의 아가씨가 남자에게 이렇게 휘둘리다니.
아가씨를 돕겠다는 그 일념으로, 그렇게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남자가 얼마나 능청스러운지, 주변에 여자들도 많이 꼬이는데 말로는 자길 좋아한다고 하지. 불안해서 잠도 못 잤다고 하더라구요.”
“그럴 만 하지.”
“그런데 또 막상 표현은 잘 안하고, 표현해봤자 기껏해야 손잡고 끌어안는 게 끝. 답답해서 헤어질까 생각도 했다네요.”
“그렇게까진...음.”
거기서 공감을 하면 어떡하나. 입맛이 쓰게 느껴졌다.
도대체 이런 아가씨가 어쩌다가 사랑에 빠져서.
만약 기사님이 아니라 다른 남자였으면 실컷 이용당했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애기는 끝마쳐야겠지. 그런 마음에 다시 입을 열자,
다시금 경청하는 아가씨의 모습에 입꼬리가 씰룩였다.
“제 친구가 그래서 고민했대요. 자기가 매력이 부족한가, 나름 어필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진도는 계속 멈춰 있으니까요.”
“계속 얘기해 봐.”
“그때 딱 떠오른 게 바로 그거죠. 그냥 눈 딱 감고, 자기가 먼저 저질러 버리자!”
무슨 상상을 했는지, 그 말을 들은 아가씨의 얼굴이 붉어졌다.
듣지 못할 것을 들은 사람처럼 뺨을 매만지다가, 달뜬 숨을 내뱉은 채 입술을 달싹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아가씨 상상에 맡길게요. 저도...이 이상 얘기하기엔 부끄러우니까요.”
이 정도 조언 해드렸으면 생각을 조금 바꾸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시선을 돌리자 붉게 물든 아가씨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조금이 아니라...어쩐지 과하게 해석한 감이 있긴 한 것 같지만. 그래도 알아서 어련히 잘 하시지 않을까.
그래도 모든 면에서 똑 부러지게 하시는 분이니, 이제 남은 것은 믿고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자, 이제 드레스 입으셔야죠. 축제는 저녁부터지만, 준비할 시간은 모자라다구요.”
힘차게 손을 휘저으며 말하자, 멍하니 앉아있던 아가씨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조금 얼이 빠진 듯 했던 방금과는 달리 무언가 결연한 태도에 숨을 옅게 내뱉는다.
그래, 아가씨라면 잘 해내실 터였다. 조금 불안했던 마음을 다시금 걷어내며, 옷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계절제는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생명이 피어나고,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물드는 계절의 끝을 알리며 동시에 녹음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라 할 수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고독과 가까운 계절이 겨울이라면, 모든 인연이 제대로 마주하는 계절은 여름이 아닐까.
겨울, 그 차가운 계절에 떨어졌던 이파리들이 제자리를 되찾는 계절.
차가운 북부와 어울리지 않는 훈풍이 불어오는 계절. 겨울과 봄을 견뎌낸 새싹들이 마침내 그 결실을 맺는 계절.
4년 전 맺었던 인연이 그 결실을 맺을 때가 다가온다.
괜스레 마음이 부푸는 것을 설레발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당연한 수순이 아니겠는가.
점점 녹색 물감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이 창문 밖에서 살랑거리고 있었다.
저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기분 좋게 따스했기에,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이 상황을 순수하게 즐길 따름이었다. 오늘이 지나면 과연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떻게 될까.
이대로 아무 진전 없이 또다시 같은 상황을 반복하게 될 지,
아니면 새로운 방향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을 지.
그 답은, 오로지 내일의 자신만이 알고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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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슈우
펑!
찬연한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그 별빛이 무색하리 만치 반짝이는 녹색의 폭죽이 허공을 물들기 시작했다.
계절의 끝과 시작을 동시에 알리는 축포.
그 커다란 소리와 함께, 인연의 수레바퀴가 다시금 굴러가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