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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악녀의 호위기사가 되었다-53화 (53/181)

〈 53화 〉 약혼 파기는 신중히(3)

* * *

“아직도 토라지셨습니까?”

“...내가 언제 토라졌죠?”

“저랑 눈도 안 마주치지 않으십니까. 혹여 제가 싫은 건­”

“에반.”

그제야 눈을 마주치는 아이린의 모습에, 에반은 한차례 피식 웃어보였다.

그러게 왜 먼저 놀린단 말인가. 마음 같아선 더 짖궂은 장난을 치고도 싶었지만...지금은 조금 참을 필요가 있었다.

무도회에 가면 자연스레 저 눈이 더 싸늘해질 텐데, 조금은 보듬어 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도착하려면 족히 이틀은 걸릴 텐데, 그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 조금 심심하지 않겠습니까.”

“...하아.”

저 능글맞은 미소, 아이린은 에반의 얼굴을 보며 눈살을 작게 찌푸렸다.

분명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저렇지 않았건만,

요즘 들어 태도가 조금 변한 자신의 호위 기사의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직 그 호숫가에서의 모습을 기억한다.

선물이라며 자신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던, 오직 자신만이 담긴 그 눈을 기억한다.

...요즘 들어 짜증을 부리는 것은, 아마도 그 탓일지도 몰랐다.

그 때는 아가씨라서 더 신경썼다면서, 계속 검을 핑계로 황궁으로 가는 것은 어째서란 말인가.

조금은, 아주 조금은 더 곁에 오래 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어떻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까.

그 탓에 아이린의 눈가가 더 좁아지자, 에반은 그 모습에 그저 빙그레 미소 지을 뿐이었다.

‘도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예전에는 별 생각 없었지만, 요즘 들어 황태자를 따라다니는 그의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자신의 호위 기사인지, 아니면 황실 기사단에 속해있는 건지.

물론 그가 다른 생각을 두고 그리 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렇다한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신경 쓰지 말아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에 아이린은 조심스레 에반의 표정을 살폈다.

너무 싸늘하게 대꾸한 것은 아닐까.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저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말이 그랬을 뿐이었다.

에반의 눈썹이 살짝 떨리자, 아이린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반의 표정에서 미소가 점차 옅어지고, 늘 반짝이던 녹안이 흐려질 때 즈음.

아이린은 에반을 바라보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기분이 안 좋다는 건 아니란 소리에요.”

“그러십니까?”

아까와는 달리 조금 차가워진 것 같은 에반의 표정에, 아이린은 이내 입을 꾹 다문 채 살짝 고개를 숙였다.

무릎에 올라가 있던 손가락이 꿈틀거려, 이내 저도 모르게 꽉 쥔 손이 옷자락을 쥐었다.

“...흠.”

에반은 잠시 그런 아이린을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렇게 솔직하게 반응하는데어찌 가만 둘 수 있을까.

그대로 두다간 혼자 구멍을 파고 숨을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절로 입꼬리가 씰룩이는 듯 했다.

“기분이 괜찮으셨군요.”

“그래요, 괜찮아요.”

“저는 또, 제가 싫어서 그러시는 건 줄 알았습니다.”

그 말에 아이린의 시선이 다시금 싸늘해지자, 에반은 그런 아이린을 빤히 바라보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에는 아이린을 대하는 것이 꽤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녀를 감돌고 있는 분위기 하며, 늘 다가가면 가시가 돋힌 것만 같은 모습에 물러나야 할 때도 종종 있었으니까.

허나 시간이 꽤나 흐른 지금은...자신도 그렇지만 아이린 또한 많이 변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조금 그녀를 편히 대할 수 있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그나저나, 카심이란 곳은 어떤 곳입니까?”

카심 백작령, 소설에서도 언급이 없던 곳이었다.

제국의 중부에 위치했다는 걸 듣긴 했지만,

그런 곳이 과연 흑마법사를 찾는 데에 도움이 될 만큼 괜찮은 물건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하여 묻자, 붉어진 뺨을 살짝 매만지던 아이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까 제가 보여드렸던 찻잔은, 단순히 도기로 만들어 졌다고 할 수 없어요. 그 자그마한 찻잔에도 마법으로 이루어진 공정이 들어가고, 수많은 장인들의 손길이 거치죠.”

“무언가를 제작하는 데에 특화된 곳입니까?”

“그럴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카심 백작은 드워프니까요.”

드워프. 그 말을 들은 에반의 눈이 커졌다.

이 세상에 존재한 이종족 중 인간에게 호의적인 몇 안 되는 종족이 아니던가.

그런 종족중에 인간과 가장 호의적인 존재를 꼽자면 분명 드워프 일 것이었다.

손재주가 뛰어나고, 예전 제국 건국설화에 전해져 오는 성검을 제작한 것은 분명 드워프였으니까.

허나 드워프가 백작이란 작위에 있다니,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욱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을지도 몰랐다.

일명 ‘야장’이라 불리는 이들, 그런 이들이 제국에게 도움을 준다면 이따금 작위를 수여받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카심 백작의 실력에 대해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카심 백작이 흑마법사를 증오한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건, 카심 백작의 가족이 흑마법사들에게 죽었기 때문이죠. 아마도 이번 얘기를 꺼내면 분명히 협력해줄 거라 생각해요. 비록 심증에 불과하지만, 흑마법사에 대한 증오가 가득한 그라면 심증에도 움직일 거예요. 하지만...”

말끝을 흐린 아이린은, 이내 한 가지 문제를 생각하곤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카심 백작이 이번 무도회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그와 접근해야 하는가.

평소에도 이종족이라는 이유로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였다.

시선을 끈다, 시선을 이끈다. 그런 생각을 떠올렸을 때 눈에 보인 것이 에반이라,

아이린은 한숨을 내뱉으며 에반을 빤히 바라보았다.

‘...내키진 않아.’

그를 이용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렇고, 그에게 너무 많은 시선이 쏠리는 것도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다.

그가 그런 시선을 받는 걸 스스로 싫어하는 것도 있고, 자신 또한 에반이 많은 관심을 받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에반의 도움이 필요했다. 직접 접견을 요청했다간 괜스레 로만의 시선이 쏠릴 수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하여 카심 백작과 만나는 것.

그런 생각에 아이린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자, 이내 에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셔도 됩니다.”

“...뭐라구요?”

“아가씨가 절 이용하셔도 좋다는 얘기입니다.”

아이린이 자신을 무도회에 데려간다는 것, 애초에 처음부터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먼저 로만에게 조금이라도 소식이 늦게 전해지도록 하는 것과, 아마도 무도회에서 이목을 끌 이유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조금 긴가민가하긴 했지만, 카심 백작이 이종족이라는 얘기를 들은 순간 깨달았다.

아마도 이번 무도회에서, 자신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을 필요가 있으리라.

아이린이 그 무도회에 가는 것만으로도 이목은 끌 수 있었지만,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모두의 이목을 단번에 끌어, 설령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이종족임에도 접근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

이목을 끄는 것이란, 예로부터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지 않던가.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린의 눈은 약간이나마 흔들리고 있었다.

망설임, 두려움.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지만, 그녀가 그렇게 걱정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장난삼아 말하긴 했지만, 늘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이린 한 사람이었으니까.

“저를 믿지 못하십니까?”

“...그런 게 아니라.”

아이린은 눈을 감았다가, 이내 뜨며 에반을 바라보았다.

­제 눈에 담긴 것은 늘...아가씨뿐이니까요.

믿고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안한 것이 마음이었다.

혹여 그의 눈이 다른 곳을 향하지는 않을까, 늘 저를 담고 있는 그 눈에 다른 사람이 담기지는 않을까.

무엇 하나 제대로 표현하고 있지 않음에도 잡고 있는 이기적인 생각에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는 주제에, 언제까지 상대의 마음이 그대로이길 바라겠는가.

표현하고 싶어도...지금은 어쩐지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걱정되는 마음에, 작게 벌려진 입술에서 새어나온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한 눈 팔지 말아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리 말한 에반은, 아이린을 빤히 바라보며 이내 싱긋 웃어보였다.

한 눈을 팔다니, 그럴 리야 있겠는가.

설령 밤하늘에 저 별처럼 빛나는 이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제게 구애하는 수천 명에 여인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아이린 유리스 이상의 여인은 없을 터였다.

#

흑마법사, 그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이가 갈렸다.

오죽하면 이제는 갈릴 이마저 사라져 새로이 이를 박아 넣었겠는가.

타오르는 용광로 속에서 녹아내리던 자신의 가족을, 카심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쨍그랑­

“빌어먹을.”

이제는 잊을 때가 되었다 생각했는데. 이토록이나 생생히 떠오르는 기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깨진 잔의 조각을 마법으로 치우며, 그렇게 저 멀리 반짝이는 샹들리에를 바라본다.

곧이어 무도회가 시작되니, 표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이마를 닦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 발걸음을 옮겼다.

“무도회에 참석하는 귀족들의 명단입니다.”

“기껏해야 내게 검이나 만들어달라는 놈팽이들뿐이겠지. 나는 대장장이가 아니야, 야장이라는 걸 어찌 제대로 알지 못하는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를 내뱉기도 잠시, 이내 명단을 받아든 카심 백작의 눈이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명단 가장 상단에 적혀 있는 이름은, 그또한 잘 아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린 유리스, 그리고 에반 프리드.’

제국의 5대 가문인 유리스가, 그것도 소가주인 그녀가 이곳에 온다는 것 자체가 퍽 신기했지만.

그보다도 눈길이 가는 것은 에반 프리드라는 이름이었다. 황태자와의 친분이 있는 사이,

이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사이며 흑마법사를 가장 많이 처치한 기사가 아니던가.

“...나쁘지 않군.”

그의 대한 평가는 결코 박하지 않았다.

적어도 카심 백작은, 에반 프리드라는 기사가 이 제국에서 가장 훌륭한 기사라 생각하고 있었다.

흑마법사를 베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칭송할 만 한데, 그 흑마법사를 무려 10명이나 베었다니.

최근 그의 소식을 들을 때면 망치를 잡고 싶어져 손이 근질거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카심 백작의 표정이 한층 누그러졌을 때 즈음, 이윽고 무도회장이 조금씩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점점 늘어나는 귀족들, 하나같이 자신을 찾으려 눈알을 굴리는 그 모습이 역겨워 카심 백작이 작게 숨을 토해냈다.

이렇게 무도회를 여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백작령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귀족들의 부탁을 받아 무구를 제작하고, 그를 통해 자금을 얻는 것이 전부였으니.

자존심이 깎였지만, 그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그건 5대 가문과 협력하여 계속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겠지만...그것이 과연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아이린 유리스라, 그녀가 과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일지는. 아마도 두고 보아야 할 일이었다.

“내게 접견 요청을 한 귀족들의 서신을 나중에 전달해라.”

“알겠습니다.”

무도회에 직접 모습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전부 무도회 이후의 접견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린 순간, 뒤쪽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에 카심의 시선이 움직였다.

“어머!”

그렇지 않아도 시끄러웠던 무도회장이 일순간 이토록이나 소란스러워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눈살을 좁히며 시선을 돌린 카심은, 이내 무도회장에 펼쳐진 광경에 탄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저벅­

그토록 소란스런 무도회장에서도 유난히 잘 들리는 발소리가 있었다.

백색 소음에서 들려오는 하나의 굉음처럼, 정적으로 가득찬 방에서 들리는 박수소리처럼.

주변의 시선을 이끌고 사로잡는 소리가 있었다.

저벅­

화려함이 가득한 무도회장, 아이린과 손을 맞잡은 에반이 천천히 무도회장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마차에 있을 때와는 달리 뒤로 살짝 넘겨진 머리, 단정하게 차려입은 제복은 수수했으나.

에반 스스로 가지고 있던 분위기가 그 모든 것을 가려 문제 삼지 않도록 만들었다.

우아하고, 고고했다.

늘 서늘한 인상을 가진 아이린 유리스가 무도회장에 온 것도 놀라웠지만,

시간이 흘러 더욱 섬세해진 그녀의 미모는 그 무도회장에 있던 사내와심지어는 영애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과도 같은 가벼운 발걸음.

무도회장이란 가벼운 분위기에 걸맞지 않은 무거운 침묵 속에서.

오로지 여유를 지니고 있는 이를 꼽자면 그것은 아이린 유리스와 그의 호위 기사임이 분명했다.

“...아.”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이린이 가진 미에 그런 찬사가 나오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시선은 그녀의 옆에 있는 에반 프리드에게 향하고 있었다.

흑마법사를 처리한 제국의 영웅, 천재적인 재능으로 이미 황태자를 능가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기사.

제국에 있는 모든 영애들의 구애를 받으며, 그럼에도 눈길조차 주고 있지 않는 그의 시선은. 오늘따라 유독 따스하게만 보이는 듯 했다.

무도회장의 영애들이 이내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붉어진 뺨을 가리기 위해,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가리기 위해서.

마치 하나의 파도처럼 이어지는 행동에 누군가 헛웃음을 흘리기도 잠시,

언젠가 들었던 에반 프리드의 연주를 떠올린 이들이 저마다 눈을 감은 채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황태자가 열었던 무도회, 그곳에서 그가 들려주었던 음악이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궁정 음악사들마저 찬사를 던졌던 것이 그의 연주였으니, 영애들의 붉어진 얼굴을 본 아이린이 눈살을 한껏 찌푸렸다.

“참 좋겠어요? 그대를 사모하는 이들이 이토록 많으니까요.”

“...글쎄요. 그저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에반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예상도 했고, 일부러 이리 이목을 끌긴 했다만 그럼에도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게다가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더하고 있는 아이린까지.

에반은 옅게 한숨을 내뱉다가, 이내 옆에 있는 아이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주변을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는 모습, 꼭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를 지키려 경계하는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져서,

피식 웃은 에반이 아이린의 손가락 사이로 손가락을 끼워 넣었다.

“에반?”

“너무 불안해 보이셔서, 이렇게 한번 해봤습니다.”

“아, 아니...그렇다기엔.”

“싫으십니까?”

갑작스레 끼워진 손가락에, 아이린은 얼굴에 열이 번져 오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갑자기 이렇게 손을 잡으면, 자신이 어떻게 반응해야 한단 말인가.

그런 에반의 표정에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것이 조금 서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흔들리는 건 자신뿐일까, 이런 사소한 행동에 가슴이 간질이는 것은 자신뿐일까.

허나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어서, 아이린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붉어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 잡고 있는 손을 꼬옥 쥔 채로.

그런 모습을 본 에반은 슬쩍 웃어보였다. 참으로, 솔직하지 못한 아가씨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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