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 유통은 개척이다! - 완결.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만드는 농산물도매시장을 허락해 주십시오. 법적으로 못 만들고 하는 것을 다 풀어 주기 바랍니다.”
“아, 그 건이라면 개인이나 법인이 설립을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별도의 농산물도매시장을 운영하시겠다는 겁니까?”
“네. 일반인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농산물도매시장을 만들까 합니다. 상인들과 일반인이 같이 끼어서 경매를 하게 된다면 최저가 이상으로 입찰자가 나올 겁니다. 그러면 지금의 문제는 바로 해결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진짜 경매를 통해 농사꾼은 제대로 된 가격을 받고, 구매자는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은 가격으로 직접 구매를 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레 농산물 가격은 정리가 될 것 같았다.
“정부에서 만든 농산물도매시장이나 유통단지에 일반인들이 끼어들기가 불가능하니 애초에 민간에서 만든 농산물경매시장을 만들어 대응을 해보겠다는 겁니다.”
“역시, 대기업만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인 거 같습니다. 제도를 바꾸는 게 힘들면 새로운 판을 만들어 버리면 되는 거지요.”
수확기에 미친 듯이 몰리게 되는 농작물이지만, 일반인들이 입찰할 수 있게 열어 둔다면 그런 물량도 감당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낙찰이 안되는 물건은 우리 그룹에서 낙찰 받아 사내에서 소비를 하면 될 겁니다. 다만 법이 문제 인거지요.”
“이미 농산물 직거래 오프라인 시장이 있기에 법적으로 걸리는 것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저희 법무팀에 한번 확인을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스마트 팜도 유통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 겁니까?”
“스마트 팜은 우선 재배 가능한 채소가 한정적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키우는 것이 상추와 새싹채소인데, 식당에 정기적으로 나가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성을 담보하기가 어렵습니다.”
“고정 거래처라. 그렇다면 그 부분은 제가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건호가 김유환 차관에게 경매시장과 스마트팜의 유통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푸드 딜리버리란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국 10만 곳에 달하는 식당, 배달 전문점이 등록되어 돌아가는 생태계였으니 경매시장에서 낙찰되지 않았거나 스마트 팜의 과잉 생산된 채소를 라이더들을 통해 납품이 가능한 것이었다.
푸드 딜리버리 내의 사업주 페이지를 아예 별도로 만들어서 그런 식재료 상품을 올린다면 물량은 충분히 소화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럼, 우선 전라도와 경상도, 강원도, 경기도 까지 4곳에 스타 농산물 경매시장을 만들어 보지요. 우선은 전라도입니다.”
돈을 들여 농산물 경매시장을 만들겠다고 투자 선언을 한 것이니 김유환 차관은 이런 투자가 한국 농촌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기쁠 수밖에 없었다.
***
“돔형 건물로 축구장 크기의 건물 2개 동입니다. 1동은 채소 2동은 과일을 거래하는 곳입니다.”
건물의 3할은 냉장 설비가 된 창고였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용달차가 바로 들어와서 샘플 상자 몇 개를 내려 놓고 경매를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런 샘플 상자는 일반인이 참여하는 경매에 바로 등록이 됩니다. 총 상자가 30개라면 경매 입찰자 30명에게 바로 낙찰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아무리 채소를 많이 쓰는 식당이라고 해도 용달차 한 대 분이 다 필요한 식당은 잘 없었다.
결국 개인이나 가게에서는 한두 상자가 필요했고, 그런 수요에 맞게 공동 경매 입찰 방식이 된 것이었다.
그렇게 낙찰된 물건은 동남아에서 택배 노하우를 쌓은 박종일 사장의 카드(KAD) 택배가 각 지역으로 배송을 했다.
각 지역에서는 직영 라이더인 빠른 녀석들이 오토바이나 다마스로 배달을 해주는 것이었다.
경매에서 배달까지 일원화 시킨 시스템인 것이었다.
농민들과 소비자를 바로 이어주는 최적의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물론, 일반인이 농산물 경매에 참여한다고 기존의 농산물 유통단지에서 항의가 있었지만,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치는 구심점이 없기에 큰 방해는 되지 않았다.
“유통혁신을 상징하는 임대표가 만들어낸 농산물 유통에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농림수산부 김창길 장관은 리본 커팅식 전에 만나 이런 직거래 플랫폼이 생겨서 국민들이 더 살기 좋아진 나라가 되었다고 공치사를 했다.
전라도 도지사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 단체장들도 이런 스타 경매시장을 자기 지역에도 만들고 싶다고 건호에게 굽신대었다.
“자! 커팅해 주세요!”
서걱! 퍼펑!
리본 커팅을 하자 축포가 쏘아지며, 행사 MC의 멘트가 시장을 울렸다.
“한국 최초의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농산물 경매시장이 오픈 되었습니다! 첫 경매가 바로 시작되었습니다. 순천의 명물 미나리입니다!”
분위기를 띄우려는 진행자에 의해 첫 경매가 시작되었고, 모니터링 모니터에는 온라인과 전화 경매 참여 숫자가 표시 되었다.
그리고 채 10분도 되지 않아 최저 경매가에서 2천 원이 더 붙은 가격으로 40박스 전체가 낙찰되었다.
차에 싣고 온 40박스 전부 그대로 택배사인 카드(KAD)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송장을 붙였고, 지역별로 대기하고 있는 트럭으로 바로 올려졌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다른 경매가 진행 되었고, 온라인을 통한 20개의 영상 경매가 개별로 바로 열리기 시작했다.
수십 건의 경매가 바로바로 이루어 졌고, 현장에서도 일반인들이 배포 받은 숫자 판으로 입찰하기 위해 소리를 질러댔다.
한국에 있는 그 어느 농산물 유통시장보다도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쳐흘렀다.
“훌륭합니다. 농민이 생산한 수확물이 바로 판매가 되고 다음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다니요. 이런 형태를 3곳 더 만드신다고요?”
김창길 장관은 모두에게 이득이 가는 이런 형태의 농산물 유통에 감동을 했다.
“네. 두 번째로는 강원도 이후 경남과 경기도에 만들 예정입니다.”
“멋집니다. 김유환 차관을 통해서 행정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전라도에 세워진 스타 경매시장이 대박이 났다고 소문이 나고 신문기사도 나자 중간 유통 상인들이 폭리를 취하던 한국의 농산물시장도 좋아질 것이라고 다들 기대를 했다.
그리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유통 혁명을 가져온 스타그룹에 쏠렸다.
하지만, 그에 반발하는 사람과 역이용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저경매 입찰가가 8,000원인데, 상자당 11,000원에 올리라고? 그러면 안 팔리는 거 아냐?”
“아니라니까. 지금 스타 농산물시장이 최저가 시장으로 소문이 났으니깐 우리가 11,000원에 이 시금치를 올리면 그게 적정 가격으로 알고 입찰 한다니깐.”
“상자당 3천 원씩 더 받을 수 있다니깐 일단 해보래도.”
무안에서 올라온 김경욱은 그렇게 가격을 올려도 팔린다는 사람들의 말에 어제 거래된 가격보다 비싸게 상자당 11,000원에 경매 입찰가를 올려봤다.
그리고, 진짜 그 가격을 최저가격으로 아는 사람들이 경매에 붙어 낙찰을 해가자 김경욱은 자신의 경험을 알리기 시작했다.
“아 글쎄. 무조건 최저가로 올릴 필요가 없다니깐. 핸드폰 다들 있잖여. 인터넷으로 가격 확인해보고 그거보다 좀 더 싸게만 올리면 팔린다니깐.”
“허허. 그러면 인터넷이랑 별 차이 안 난다고 안 사 가는 거 아냐?”
“아니래두 인터넷 보다 싸면 사 간다니깐. 경매시장에서 원하는 최저 경매 가격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니깐 그러네.”
“오! 그러면 제값 이상 받을 수 있다는 말인데, 이거 농사만 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잖여.”
“진짜 우리가 파는 가격 그대로 수수료 10% 빼고 받을 수 있다면 우린 노가 날 수 있는 거지.”
몇 번 스타 경매시장을 경험해본 농민들은 은근슬쩍 경매 시작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게 올린 가격도 기존의 도매시장을 거친 농산물에 비해서는 저렴하긴 했다.
그래서 팔리긴 팔렸다.
하지만, 기존 시장대비 10~20%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 되니 폭발적이던 반응은 차츰 줄어들었다.
***
“농협에서 인증 받은 농부들이 직접 물건을 들고 오고 일반인들이 경매에 참여해서 물건을 구매해 가는 것임에도 가격이 확 저렴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의 욕심을 너무 낮춰 본 게 문제야. 기존 시장보다 더 벌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농민들도 최대의 이익을 원하는 건 마찬가지였었는데, 농민이 아니다 보니 기존 시장에 파는 가격 보다 조금 더 올려 팔 거라고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사람은 최대의 이익을 원한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알음알음 가격을 올려도 공급 자체가 작기 때문에 계속 팔리니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 결국 공급이 문제야 공급이.”
땅이 좁고 경작지가 다 소규모 경작지이다 보니 5천만 인구 대비 농산물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농림부에서는 우리가 만든 이 스타 농산물 경매시장 덕분에 전체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15% 이상 하락 했고, 농민들의 수익은 20% 이상 증가 했다고 대단한 성과라고 훈포장을 하겠다고 했다.
공급을 늘릴 수 없으니 가격이 떨어지는 수확기에 최대한 비축을 해서 푸는 방안에 대해 이야길 하고 있는데, 정윤이가 흰 봉투를 내 앞에 내놓았다.
“이거 뭔데? 설마….”
일반 우편 봉투가 아니라 팬시 봉투였기에 설마 했는데, 청첩장이었다.
“야, 이거 뭔데? 신랑이 김신현? 설마!?”
“그 설마가 맞아. 헤헤.”
“아니 언제부터 둘이 사귄 건데?”
“전에 내가 심재일에게 맞았었잖아.”
“아! 그때 신현이가 병원에 같이 갔었지. 그럼, 그때부터?”
“응. 좀 애 같은 면도 있지만, 지켜보니깐 괜찮더라고.”
“허허. 이렇게 둘이 불붙을 줄은 몰랐네. 어쩐지 신현이 녀석이 대만으로 가야 하는데 안가고 버팅기더라니. 이모랑 이모부는 신현이 보고 뭐라고 하디?”
“당연히 괜찮다고 했으니 청첩장이 나온 거지. 신현씨는 오빠 반응을 가장 걱정하더라고.”
“짜식이 사고 쳐둔 게 있으니 그런 거지. 그래도 뭐 둘이 좋다는데 뭐 어쩌겠냐.”
“헤헤. 다음 달이니깐 레일리 언니랑 같이 참석해.”
“그래. 그러지.”
러시아 기업 농업과 농산물 경매시장에 바쁜 사이 정윤이와 신현이가 제대로 사고를 친것이었다.
***
“자- 부케 던진다!”
결혼식이 끝나고 정윤이가 부케를 던지는 시간이 되었는데 10여 명이나 정윤이의 뒤에 섰다.
“부케 받으려는 사람이 왜 저리 많아?”
“회사에 결혼 적령기인 여직원들이 많거든. 정진이 넌 결혼 생각 없고?”
“나도 변호사 되기 전이라면 모르겠는데, 이젠 눈만 높아져서 더 하기 힘들어진 거 같아.”
“던진다! 자아-.”
정윤이가 힘차게 뒤로 던진 부케를 향해 다들 힘차게 손을 뻗었지만, 가장 키가 큰 모델 같은 여자가 낚아챘다.
바로 레일리였다.
레일리는 부케를 받아서는 자랑 하듯이 하객들에게 흔들어 보여줬고, 의미심장하게 나와 친구들 앞으로 와서는 내 눈을 보며 윙크했다.
“건호야 너 도망치려면 지금 밖에 없을 거 같은데.”
“이미 같이 사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근데, 한번 이혼 했으면 또 이혼 한다는 말도 있다. 판단 잘해. 재벌은 이혼하면 위자료 어마어마한 거 알지?”
정진이와 동규는 실실 웃으며 레일리와 나를 보며 재미있어 했다.
“근데, 이런 말이 있더라고, 인간은 실수를 한 이후 다시는 실수 안 하겠지 하는데, 또 같은 실수를 한다고.”
“그래, 그냥 잡혀 살면 되는 거긴 하지 뭐. 하하하.”
레일리의 은근한 결혼 압박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기에 날을 잡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네? 북한 경제 사절단이요?”
스타 농산물 경매시장 건으로 농림부에 들어가니 김유환 차관이 대통령의 북한 정상회담에 기업 대표로 나를 추천했다고 했다.
“러시아와의 FTA 협상에 철도 관련 MOU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대통령은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나 석유를 한국에 팔고 싶어 합니다. 석유를 철도로 해서 바로 한국으로 보내고 싶어 하죠.”
“아, 석유가 철도로 한국에 올 때 농산물도 같이 올 수가 있겠군요.”
“맞습니다. 북한과의 교류나 소통이 어디까지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만 보면 러시아까지 끼어서 물류 유통이 어느 정도 열리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되기만 하면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삼면이 바다이고 북쪽은 북한에 막혀 있는 대한민국은 섬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철도길이 열리기만 한다면 물류 유통에서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었다.
중국 만주 벌판에서 경작되는 엄청난 양의 채소들이 하북 땅을 거쳐 산동 반도에서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고, 바로 기차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었다.
거기다 냉장 설비를 갖춘 기차로는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에서 나는 풍부한 과일들을 기차로 실어 올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청사진은 북한과의 관계가 잘 풀렸을 때의 일이었다.
“그런 물류 유통에서의 이점을 가장 잘 설명하고 어필해 주실 수 있는 기업 대표가 임건호 대표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단순한 철도길이 아니라 세계로 가는 물류 유통로가 열리는 길이었기에 오히려 내가 부탁해야 할 판이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경제 사절단에 가지요. 어떻게든 철도 길을 열어 달라고 땡깡 부려 보겠습니다.”
***
기자들의 취재와 북한 인력들의 지시에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북한에 와 있었고, 북한의 위원장 앞에 서 있었다.
“서로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철도 길 좀 열어주십시오. 이밥에 고깃국 엄청 드릴 수 있습니다.”
완(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