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200화 (200/203)

200. 한계를 느끼다.

[오르기만 하던 과자 가격이 처음으로 내렸다!]

-국제 곡식 가격 상승과 석유 가격 상승에 부합해 오르기만 하던 과자 가격이 처음으로 낮아졌다….

…이는 우유 가격 하락과 같은 이유로 보이는데, 고착화된 유통 환경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새로운 경쟁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신문사 창간이래 과자값이 처음으로 내렸다고 기사가 나왔으니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밀가루값 오를 땐 금방 과자 가격 올리고, 밀가루값 내리면 모른척했었는데, 이젠 알아서 내리네. 역시, 산업에는 긴장감을 주는 새로운 업체들이 있어야 함.

└동감. 담합 못 하게 관리하고 경쟁하게 해 주면 가격은 알아서 낮아지는 것임.

└씨부럴. 그럼 이제까지는 거의 다 담합했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잖아. 양아리 새끼들.

-LT랑 용심이 주도했던 거지. 다른 업체들은 그 두 곳을 못 거슬리는 거였고.

└맞음. 유통 공룡인 LT를 스타그룹이 두들겨 패서 눈물 똥꼬쇼 하게 만들었으니 이제 알아서 다들 눈 까는 거지.

└원래 양아치들은 진짜 강자에게는 뭐라고 못하는 거지.

-그런데, 너네 스타 그룹이 요즘 잘한다고 빨아주는데, 거기도 결국 기업일 뿐이다. 미국에서도 아마존 나왔을 때 가격 낮아졌다고 다들 빨아줬었다.

└지금도 아마존 때문에 좋아졌다고 계속 빨아주는 거 아님?

└소비자는 싸고 쉽게 물건 사서 좋은데, 중소 유통업체나 소매점들은 다 박살 났음. 그런 곳에 일하던 사람들은 아마존 때문에 다 실업자 되었음. 그래서 욕하는 사람 많음.

└맞음. 소매점이 다 문 닫아서 실업자가 많아졌고, 중국산 물건 직구로 미국 애들이 사다 보니 미국에 공장들도 다 문 닫고 있음.

└이야 시바, 아마존의 눈물이네 진짜.

└근데, 블란서 바게트 빵집은 스타에서 좀 잡아 줬으면 좋겠는데. 빵값 너무 비쌈.

└블란서바게트 빵집도 결국 프랜차이즈라서 가격파괴 빵 나오면 그 사람들 다 실업자 됨.

└블란서바게트 말고 가격파괴 바게트로 재창업하면 되지.

└그게 쉽냐 잼민아?

“과자 가격 내린 것에 대해서는 다들 좋아하네. 그리고 빵집도 원하고. 흠. 정윤이 너 빵 좋아하잖아. 가격파괴 바게트하면 좋을 거 같아?”

“빵을 좋아하긴 하는데, 가격파괴 바게트를 한다고 해도 별 차이가 없을 거 같은데요. 결국 프랜차이즈잖아요. 그럼 다 같은 빵이라 그저 그래요.”

“아, 넌 옛날 동네 빵집처럼 개성 있는 빵을 좋아하는구나.”

“네. 좀 특이한 빵집이 이젠 진짜 없어요. 이렇게 프랜차이즈 빵집이 전국을 휩쓰는 곳은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걸요.”

“그런가. 하긴 외국에 갔을 때도 프랜차이즈로 된 빵집을 본 적은 없는 거 같네. 신현이 너는 나보다 더 여행을 많이 다녔으니 외국에서 프랜차이즈 빵집 본 적 있어?”

“저도 이야길 듣고 생각해 보니 못 본 거 같습니다. 미국에서 블란서 바게트가 직영점 오픈한 건 봤네요.”

“빵집의 프랜차이즈화도 거의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거구만. 그러면서 가격을 올리는 거고. 일본은 그런 빵집 프랜차이즈가 없나? 일본이 제빵 유명하잖아.”

한국에서 빵을 배우러 유학을 갈 만큼 일본은 나름 제빵 선진국이었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정윤이나 신현이는 일본 제빵 사정을 알지 못했다.

정윤이가 부랴부랴 본사 직원 중에서 일본 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아왔다.

이지연 대리였는데, 교토에서 3년 유학했고, 동경에서 1년을 살고 왔다고 했다.

그리고 알아주는 빵순이라고 했다.

“아, 그거라면 제가 압니다. 저도 일본에서 유학 때 왜 한국처럼 프랜차이즈가 없는지 궁금했거든요.”

“오, 그래? 왜 일본에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없는 거야?”

“일본도 빵집 프랜차이즈가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매장이 많은 ‘머메이드’란 빵집 프랜차이즈도 매장이 300개밖에 안 돼요. 그래서 없는 거처럼 보이는 겁니다.”

“1등이 300개 매장이라고?”

“네. 머메이드가 300개 정도로 1등이었고, 프랑스 정통 빵을 만든다는 ‘동크’가 150여 곳, 일본 최초로 페스츄리 빵을 만들었다는 ‘안데르센’이 60곳. 네덜란드 상인을 위해 일본 최초로 세워진 빵집이라는 ‘키무라야’도 30곳 정도밖에 안 되었습니다.”

인구 1억이 넘는 일본의 1위 프랜차이즈 빵집은 300여 개의 매장인데, 한국의 블란서 바게트는 350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었고, 뚜레쥬르트는 100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었으니 뭔가 아이러니했다.

“일단 일본과 비교해 보니 기형적이라는 게 바로 보이네. 거기 프랜차이즈 빵집도 가격이 비싼 거야?”

“절대 비싸지 않았습니다. 돈 없는 유학생의 입장에서도 비싼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돈을 버는데도 블란서 바게트는 비싼 느낌이구요.”

“역시 이거도 경쟁이 문제인가.”

이지연의 말을 듣고 알아보니 이 빵값도 결국 대기업과 경쟁의 문제였다.

일본에서도 대기업이 제과와 제빵을 하긴 했지만, 대기업의 제빵은 ‘콘비니 빵’이라고 불리는 편의점에만 납품을 하지 따로 한국처럼 프랜차이즈 매장을 차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빵집은 다 소규모나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이 주를 이루었고, 그런 빵집들 간의 경쟁으로 개성 있고, 저렴한 빵값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제빵 선진국인 일본의 이런 스타일을 한국에 가져오고 싶었지만, 적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대기업이 하는 블란서 바게트란 체인점이 있는 한 답이 없는 것이었다.

우유는 나라에서 만들어진 오래된 법으로 인해 기형적인 구조가 되었다면, 빵은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대기업의 프랜차이즈화로 만들어진 구조였기에 그 대기업을 없애지 않는 이상 구조 개선이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빵값을 내리기 위해 프랜차이즈 대기업을 망하게 해야 한다는 것도 뭔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안 그러면 제3의 빵집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서 경쟁을 해야 하는데, 프랜차이즈라는 사업 구조로 인해 그렇게 경쟁하면 할수록 기업이 아닌 업주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극적인 변화가 되는 우유와는 달리 해법이 보이지 않는 시장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격파괴 빵은 보류하고 기억 한쪽으로 밀어뒀다.

***

“나름의 조사를 했고, 방법을 알아 왔습니다.”

유업체의 중복 투자 정리와 분유 생산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빵 문제로 의견을 들었던 이지연이 서류를 들고 왔다.

[가격파괴 빵에 대한 추진 방안.]

비서인 정윤이도 옆에 서 있는 걸로 봐서는 뭔가 우유 가격보다 빵 가격에 여자들이 더 진심인 것 같았다.

“빵값은 우유와 달리 3강 체계를 만들어서 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점주들이 피해를 보게 되어 있어. 그래서 가격파괴 빵은 좀 힘들어. 힘들게 제안서를 만들어 왔겠지만 안 될 거 같아.”

“대표님. 제목만 보시지 말고 내용을 봐주십시오. 경쟁으로 인한 가격 할인이 맞지만, 새로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하는 방법이 아니에요.”

“프랜차이즈 경쟁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있을까 싶어 서류를 보니 우리가 프랜차이즈 빵집을 만들지 않고도 경쟁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지속 가능성도 있는 거 같고, 우리 유통 쪽에 확실히 이득이 될 것도 같네. 일단 머리를 모아보지.”

***

“흔히들 빵값이 비싼 것은 SJC 그룹에서 밀가루값을 올리기 때문에 빵값이 비싸졌다고 합니다.”

회의실에 모인 이들은 이지연 대리의 말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우선, 한국에서 밀가루를 수입해서 제분을 하는 대표적 대기업을 꽂아 보면, 흰색으로 일어나 흰색으로 흥한 CH그룹이 있습니다. 그리고 6개가 더 있습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블란서 바게트의 SJC그룹입니다.”

이지연의 설명을 듣자 몇몇은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물어보려는데, 이지연이 먼저 답을 해주었다.

“가장 크게 제분 사업을 하는 CH 그룹이 있는데 왜 SJC가 밀가룻값을 올린다고 빵값이 오르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그건 수직계열화 때문입니다.”

이지연이 이미지를 띄었다.

“먼저 이 SJC 그룹의 제분은 자회사인 밀기원이란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빵을 만드는 공장으로 가서 빵으로 구워지고, 그게 유통되어 블란서 바게트에서 판매가 되는 겁니다. 흔한 대기업의 수직 구조죠. 하지만, 그 블란서 바게트의 매장 수가 문제가 되는 겁니다.”

여기까지 설명이 나오자 다들 알아들었다.

“전국에 빵집으로 등록된 곳은 16,000곳입니다. 그중 3500개가 블란서 바게트이며, 1000여 개의 뚜리쥬르트가 있습니다. 던 도너츠와 해량 핫도그 가게까지 친다면 5500개의 가게가 프랜차이즈 가게인 겁니다.”

“그런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SJC에서 밀가루를 납품받다 보니 SJC가 밀가룻값을 올리면 4000여 개의 매장에서 동시에 가격이 오르게 된다는 거군.”

“네. 맞습니다. SJC가 빵값을 올리면 1000여 개의 매장을 가진 뚜리쥬르트도 같이 올리게 되니 30%가 넘는 가게가 다 가격을 올리게 되는 겁니다.”

“흠. 그러니 국민들은 SJC가 밀가룻값을 올리면 모든 빵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거로군.”

“네. 그래서,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무너트려서 가격을 낮추어야 하는데, 그 방법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제분 유통에 우리가 뛰어드는 겁니다.”

이지연은 빵값을 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제분 유통을 들고나왔는데, 원재료에서 접근을 하겠다는 것이다.

“SJC의 경우에는 모기업에서 밀가루를 제분해서 유통을 해 줍니다. 그래서 빵 공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재료 수급이 가능하니 만들어 내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동네 빵집은 빵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재료 수급을 늘 걱정해야 합니다.”

이지연은 밀가루 가격 변동 그래프를 올렸다.

“밀가루 가격은 밀가루가 많이 나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동유럽의 밀 수확 시기에 따라 10~20% 변동을 합니다. 수확기에 대량으로 구매해서 들고 있다가 팔아도 돈이 되는 겁니다.”

“그 국제 시세를 한국에 있는 제분 업체 따르지 않을 것 같은데.”

“네. 대표님. 그래서 이 제분업체들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밀가루도요. 우선 밀가루라고 다 같은 밀가루가 아닙니다. 글루텐 혹은 단백질이 많이 든 수치에 따라 강력분, 박력분 등으로 나누기도 하고, 통밀빵에 쓰이는 밀 껍질이 많이 들어간 회분율에 따라서도 구분을 하기도 합니다.”

도표에서는 이런 밀가루에 따라 제분 업체들이 나눠서 생산하는 것이 나와 있었다.

“강력분 밀가루는 주로 제빵에 쓰이지만, 박력분은 제과에 주로 쓰입니다. 그래서 이 3곳은 박력분 밀가루만 제분하기에 제외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CH는 다 생산하지만 자기들의 식품 사업에 대부분이 다 소비되기에 제외합니다.”

그렇게 되자 SJC와 다른 2곳이 남았다.

“SJC도 자사에 공급하니 제외하면 2곳의 제분업체가 남습니다. 즉, 동네나 지역의 작은 빵집은 이 두 곳의 제분 업체가 유통하는 밀가루를 납품받는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두 곳은 직접 유통을 하지 않고 외부의 유통사에 밀가루를 넘깁니다.”

유통 그래프를 보니 이 외부 유통사 두세 곳을 거쳐 지역의 빵집에 밀가루가 배달이 되었다.

“우선 지역 빵집은 아무리 가게가 크다고 해도 밀가루를 100포대씩 구매해서 쌓아둘 곳이 없습니다. 조사해보니 공동조합이 있는 경우 100포대 200포대씩 가격이 낮을 때 구매해서 공동으로 밀가루를 쓰는 곳이 있고, 그 외에는 그런 창고를 가진 빵집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깐, 지역 빵집을 살려서 프랜차이즈들과 경쟁하게 만들려면 우리가 저 밀가루를 유통해서 저렴하게 빵집에 대어주면 된다는 말이군.”

“네. 대표님. 우리 스타 코퍼레이션에서 마트의 창고를 이용해 각 지역 빵집에 저가로 납품을 하게 된다면 빵값은 자연스레 낮아지고 우리는 밀가루 유통 수익이 생기게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