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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으로 유통재벌-193화 (193/203)

193. 위선자일까.

“이제까지 잘 키운 스타마트를 불태워 죽이고 싶은 거야?”

“불요? 지금이 불이 난 상황이 맞는 겁니까? 그리고, 출구가 진정 탈출할 수 있는 출구인지 아니면 더 지하로 내려가는 문인지 그것도 알 수 없지 않습니까?”

“그건….”

“아 물론, 출구 표시를 무시하고 나가지 않으면 불에 타 죽을 수도 있겠지요. 헌데, 그렇게 불이 나고 있는 긴박한 상황이라도 앞뒤 제대로 살펴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구가 있어도 신뢰가 없다 보니 안 움직이겠다?”

“그렇죠. 신뢰가 가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못 봐서 그렇습니다.”

“소명의식? 말은 좋지. 기업가의 소명의식으로 그렇게 저렴하게 팔아 주고 한다고 누가 알아줘? 오히려 그런 자부심 지키려다 부도 맞는 게 이 바닥이야. 현실을 보라고 현실을.”

심재일의 말처럼 현실을 보면 소명의식이니 도덕이니 하는 걸 지키지 않는 기업들이 더 잘나가긴 했다.

팩트였기에 받아칠 말이 없었다.

기업설립의 목적에 맞게 이익만을 추구하는 그런 기업들이 도덕적인 기업이나 착한 기업을 다 깔아뭉개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현실을 보면 심 상무님 말처럼 그런 거 안 지키는 곳이 승승장구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만 있으면 또 문제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좀 다른 방식의 회사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임 대표 낭만주의자야? 아님, 튀고 싶은 거야?”

“낭만도 없고, 튀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서민들을 가두리 양식장 같은 유통망에 밀어 넣고 생활하게 하는 것을 지양하는 것일 뿐입니다. 물론, 그렇게 유통망을 잡고 파는 게 이득인 건 알고 있지만, 너무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하긴 뭐가 너무해?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뭐 어때? 기업이잖아. 오히려 그렇게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다는 게 직무유기지. 회사경영을 무슨 시민사회운동으로 생각하는 거야?”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심재일의 말이 다 맞는 말이었다.

회사의 최대 이익을 위해 국민들을 유통망에 밀어 넣고 이익을 뽑아내는 것이 최대의 이익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최대의 이익을 위해, 시장을 교란하고 담합하며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의 모든 수익 추구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 우리는 그 법을 잘 지키고 있어. 우리가 불법적인 일을 했어?”

“잘못된 법을 편법 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법을 이용해 먹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잘못된 법이 개정되는 것도 막고 있지 않으십니까?”

“햐. 답답하네. 임 대표 일부러 이러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기업 운영하면서 불법 안 저지른 적 있어? 편법적인 일 안 한 적 있느냐고!”

“물론, 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손해가 가는 일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손해 가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그 판단은 누가 하는 건데? 결국, 너도 네 이익을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 공고하게 닫혀 있는 우유 시장에 머릴 들이밀어서 끼고 싶으니까 판을 흔들고 있는 거잖아. 안 그래? 아니라면 대답해 봐!”

심재일의 말에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엄청난 중국의 분유 시장과 우유 시장을 알게 된 이후 이 판에 들어온 것이었으니 내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내 이익을 찾기 위해서는 꼬여 있는 우유 유통을 풀어서 경쟁하게 만드는 게 이득이었기에 나서는 것이었다.

“맞습니다. 저도 우유로 돈 벌려고 하는 겁니다. 헌데, 적당하게 벌고 싶지, 법을 이용해서 양아치처럼 돈은 벌기 싫다는 겁니다.”

“시발, 그게 위선이지 새끼야. 너는 다른 사업체가 있으니깐 여기서 적당하게 이득을 봐도 되겠지만, 우유가 주력인 사장들은 그게 아니라고!”

“제가 위선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 바꾸려고 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적당하게 착한 기업이 되면 안 되는 겁니까?”

무조건 착한 기업보다는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착한 기업을 추구한다면 직업적 소명의식은 나름 충족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미친 새끼야! 네가 그렇게 하는 게 우리에게 피해를 준다고! 하려면 피해 없이 혼자서 하던가. 이제 끝이니깐 혼자서 말라 죽든 불에 타 죽든 마음대로 해!”

“뭐, 출구로 안 나가고 불에 타 죽어서 하늘의 별이 된다면 회사 이름하고도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미친놈. 그럼 원하는 대로 타죽던지.”

유업체들이 자신을 끌어들이고자 내민 손도 결국 거부한 것이었다.

서로가 양보할 생각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기도 했다.

***

“대표님. 청산과 크로운, 한태에서도 스낵류 납품을 중지하겠다고 통보가 왔습니다. LT그룹에서 압박을 받았다고 이야기는 하지 않는데, 눈치가 그런 거 같습니다.”

서류를 건네주는 김민욱의 얼굴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이거 완전히 코너로 몰렸구만.”

될 수 있으면 쓰지 않으려고 했던 수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우선 매대 빈 곳이나 매장 입구에 이렇게 안내 푯말을 세워.”

“음. 어감이 강하긴 하지만, 이거로는 뭔가 바꾸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요.”

“일단 언론에 마지막으로 제보를 해보자고. 이번에는 방송사들까지 다 보낼 거야.”

신문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 더해서 편집된 통화녹음 파일을 USB에 담아서 보낼 생각이었다.

데스크에서 또 막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국 언론을 한 번은 더 믿어 보고 싶었다.

퀵 서비스를 통해 방송국 뉴스보도 담당자에게 전달을 했고, 방송을 기다렸다.

대기업의 광고비에 놀아나지 않는 그런 매체가 있길 빌었다.

***

“그러니깐 이 목소리 큰 사람이 LT그룹 심재일 상무고, 욕 듣고 있는 게 스타 코퍼레이션의 임건호 대표라고?”

HBC 방송의 보도부 부장인 이정호는 헤드폰을 끼고 통화녹음을 듣고 있었다.

“네. 부장님. 맞습니다.”

“그럼 이상하잖아. 임건호 대표가 그랩을 뉴욕에 상장시켜서 한국 부자 순위 20위인가에 들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 사람에게 욕을 이렇게 한다고? 거기다 목소리 들어보면 심재일 상무는 30대 초반인 거 같은데.”

“그게. 알아보니깐 심재일 상무가 LT 그룹 후계자라고 합니다.”

“응? 심정호 회장 아들이라고? 몇째 아들인데?”

“첫째 아들이고, 조만간에 후계자로 공식 지정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거기다 중국에서 같이 일을 했던 적도 있다 보니 이렇게 감정 다 드러내면서 싸운 거 같습니다.”

이정호 부장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제보를 받은 이 내용은 탐사 추적기획으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때리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흠. 내용을 다 들어보고 보도자료라고 보낸 걸 보니깐 보도하기에도 좋아. 하지만, 이건 누군가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야. 이거 누구 이름으로 낼 거야? 김형오 너 이름으로 낼 거야?”

“제보받은 것이니 공동으로 이름 올리는 건 안 되겠습니까?”

“애매해. 그런데 이거 우리에게 단독으로 제보한 거 맞아?”

“그것이 단독 제보는 아닌 것 같습니다. KCB에 대학 동기가 있는데, 연락 와서 살짝 떠보는 거로 봐서는 거기도 같은 내용으로 제보를 받은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거와 비슷한 내용의 신문기사가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

“그래?”

이정호 부장은 고민이 길지 않았다.

이미 신문기사가 나왔음에도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결국 각 방송국에 제보를 다 했다면, 어디선가 브레이크가 걸려 있는 건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형오야. 이거 그냥 묻어.”

“네? 이걸 보도하지 않는다고요? 그러면 다른 곳에서 먼저 편성해서 터트릴 것 같은데요.”

“아니, 다른 데서도 못할 거야.”

“네? 왜요?”

“얌마, 넌 한국 대기업이 우습냐? 그냥 묻어. 그게 네 신상에도 좋아. 이 바닥 뜰 거 아니면 입 다물고 묻어.”

이정호 부장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다른 건을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햐, 이거 아무리 LT그룹이라고 해도 이걸 보도 못 한다고? 자료나 녹음파일까지 다 있는데도?”

“김 기자. 부장님이 시킨 대로 해. 쓰라고 하는 대로 쓰는 게 우리 삶이야. 여기 잘리면 갈 데 있어? 집 부자야?”

김형오 기자는 우윳값을 자기들 마음대로 조절하고, 오래된 법을 편법으로 이용하고 있는 대기업의 비리를 보도하겠다는 정의감이 마음속에 있었다.

하지만, 직장에서 잘릴 수도 있다는 말에 그 불타오르던 정의감은 사그라들었다.

“그냥 위에서 쓰라는 대로 써. 그게 기자로 사는 방법이야. 정의? 정론 보도? 그런 걸 이야기하는 투사가 되고 싶다면 인터넷 언론으로 가야지. 괜히 분란 일으키지 마.”

보도 부장은 물론이고 선배들이 하는 말에 김형오 기자는 자료와 녹음파일이 든 USB를 서랍 속에 그냥 넣어둘 수밖에 없었다.

***

“기자님의 사정도 이해할 수밖에 없네요. 보도하지 않는 것이 데스크의 사정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한마음 일보의 김길재 기자도 녹음본에 대한 기사를 올릴 수 없다고 연락이 왔다.

결국 심재일과의 통화녹음 본을 제공했음에도 그 어떤 곳도 기사를 내지 않았다.

퀵서비스 기사를 통해 전달된 당일 동봉된 연락처로 연락이 온 언론사는 두 곳밖에 없었고, 그 두 곳도 결국 보도가 되지 않았다.

방송국은 신문사와는 좀 다를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그냥 같은 한국의 언론사일 뿐이었다.

그냥 돈 받고 글을 올려주는 대필자일 뿐이었다.

결국, 내가 억울한 일은 내가 풀 수밖에 없었다.

“이서야. 준비했던 걸 해야 되겠다.”

***

“으음? 왜 마트에 이렇게 빈 매대가 많은 거지?”

가정주부 정인자는 집 앞에 있는 스타 마트에 들를 때마다 진열된 상품들이 없어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보통은 그런 비어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게 직원들이 물건을 재진열했지만, 매대에 그런 빈 곳이 많다 보니 직원이 없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비어있는 매대 앞에 세워져 있는 푯말을 보곤 이유를 알았다.

[가격 파괴 우유로 인한 납품 중단 협박을 당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위하겠다는 마음으로 가격 거품을 뺀 상품을 선보였으나, 그런 상품들로 인하여 여러 유통 업체들에게서 납품 중단을 통보받았습니다.

우유 가격을 타사와 동일하게 천 원 올리지 않으면 스낵 및 기타 물품을 납품하지 않겠다는 통보였습니다.

우유 가격을 올리면 해결될 문제이지만, 저희 스타 마트는 그런 담합으로 고객님들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협의를 하고 있으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고객님의 쇼핑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상황상 불편을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니다.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윳값 때문에 유통사에서 납품을 하지 않아 물건이 없다는 푯말을 보곤 처음에는 이게 진짜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결과로 물건이 없는 게 눈에 보였으니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싶었다.

그리고, 이런 일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황당했다.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가 없어져서 이런 걸 확인 못 한 건가?”

푯말에 나와 있는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검색을 했지만, 이와 관련된 것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수입 우유는 멸균 상태라 좋지 못하다는 기사가 나오며 우유를 싸게 들여온 수입 업자를 욕하는 기사가 있었다.

그래서 구글로 검색기를 바꿔서 검색하니, 유튜브에 관련 영상이 있다고 검색 결과가 나왔다.

-스타마트 사장에게 욕하며 가격 올리지 않으면 말려 죽인다고 폭언하는 유통사 상무-

정인자는 자신도 모르게 클릭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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